“은사랑?”은사랑이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나를 기억하다니. 아무리 어울리는 집안끼리 결혼한다고 하지만 아까 아저씨는 너무 하지 않나? 나이도 많아 보이던데. 집이 궁전이라도 되나 봐. 당신을 꾄 것을 보면.”아직 소은해와 소은정이 어떤 신분인지 모르는 은사랑이 기회를 잡은 듯이 비꼬았다. 함세연이 그녀에게 알려줬다면 소은정이 귀찮게 상대해줄 필요가 없었을 텐데… 김하늘이 한 소리 하려고 하던 찰나에 소은정에게 저지당하였다.차가운 눈빛으로 은사랑을 향해 소은정이 말했다. “지금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착각하지 말고 멀리 꺼져. 구역질 나.”은사랑의 얼굴이 굳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갑자기 손에 쥔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아까 그 차주가 누군지 검색하면 아까 아저씨가 누군지 금방 나올 텐데. 포르쉐 클래식 아니야? 우리 아빠가 차주라 아는데 20억 정도 하잖아. 다들 소은정이 어떤 남자를 만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소은정이 어이없다는 듯 짧은 탄식을 내쉬었다. “이거로 지금 협박하는 거야?”소은정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은사랑은 의기양양해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함세연을 놓아주길 바랄 뿐이야. 어떻게 그렇게 착한 애를… 고소하다니… 그녀의 연예인 생활을 네가 다 망친 거야!”“그건 그녀가 자초한 일이야. 앞길도 본인이 스스로 망친 거고. 그녀에게 나쁜 짓을 하라고 시킨 사람은 없어.”소은정이 차갑게 은사랑을 훑어보면서 말했다.“본인 앞길이나 간수 잘하지, 그래?”말을 마친 소은정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걸어 나갔다. 분이 풀리지 않은 은사랑이 소리쳤다.“공소 취하하지 않으면 금방 사진 인터넷에 퍼트릴 거야! 그 아저씨가 누군지 세상 사람들한테 알릴 거라고! 그렇게 되면 소은정이 나이 불문하고 돈만 있으면 사귄다는 얘기가 나오겠지?”이 얘기를 들은 주위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들의 대화에 집중하였다. 소은정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소은정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퍼트려.”소은정이
한집사의 표정이 굳더니 이내 뒤에 있던 보디가드에게 눈치를 주었다.“은사랑 대기실로 보내고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관리 잘해.”소은정과 김하늘은 한집사의 에스코트를 받아 회장님을 만나 뵙고 성강희한테 발걸음을 옮겼다. 성강희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건배를 하고있었다. 소은정을 본 성강희는 구세주를 만난 사람처럼 환하게 웃었다.“내 파트너가 이제야 오셨네. 이제부터 여자 파트너가 없는 사람들은 나랑 술 같이 못 마셔.”성강희의 말에 화가 났지만, 소은정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웃으면서 넘어갔다. 롱 원피스가 그녀의 분위기를 한껏 더 끌어올렸고 얇게 말린 볼륨 머리가 어깨에 아름답게 떨어지면서 어디에서든지 후광이 빛났다.소은정은 그들을 힐끗 보고서는 자리를 떴고 성강희도 뒤따라왔다.“오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왔다는 뉴스는 못 봤는데.”그 말을 들은 김하늘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들에게서 벗어나 멀리 가버렸다.소은정은 피식하더니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죽고 싶으면 더 한마디 더 해봐.”성강희가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사실만을 말한다고.”성강희가 소은정의 롱드레스 한끝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말했고 소은정은 한 발짝 옆으로 물러섰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사랑싸움이었다. 머지않은 곳에서 그녀의 실루엣을 뚫어져라 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만이 그를 에워쌌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남자의 옆에 서 있는 강서진도 뚫어져라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젯밤 박수혁은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서 소은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외에 나가 공무를 수행한다던 소은정이 성강희의 생일 파티에서 화려한 등장이라. 하룻밤 간격의 두 파티는 상반되는 분위기를 풍겼다.“에헴, 박대표, 생일 파티가 웅장하기는 하다만 고작 생일 파티 아니야?”박수혁이 성강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다니! 아무리 웅장한 생일 파티라 하더라도 박수혁에게 초대조차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누가 이렇게 무료한 생
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장면이 2층에 있는 박수혁의 눈에 들어 오고 바로 손에 든 술잔을 자리에 놓은 채 터벅터벅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파티 망치지 마…”강서진이 급하게 박수혁을 말렸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멈추고 공연을 마친 사람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였고 연회장에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사랑은 뺀 나머지 인원들이 내려가고 은사랑은 무대에 선 채 소은정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렸다. 낌새가 수상하다고 느낀 김하늘이 소은정에게 다가와 말했다.“은사랑이 무슨 일을 꾸민 거 아니야?”소은정이 웃더니 말했다.“자신도 은퇴하고 싶나 보네. 뭐 하는지 들어나 보자.”그 말을 들은 김하늘은 소은정도 눈치채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물러났다. 무대 위. “안녕하세요. 저는 은사랑입니다. 이 자리에 초대해 주어 대단히 감사하고 생일 축하드려요!”괜객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고 성강희는 술잔을 들어 감사를 표했다. 박수소리가 그치자 은사랑이 말을 이어 나갔다.“외람된 말이지만 소은정씨를 무대에 모셔서 피아노 연주를 부탁드려도 될까요?”소은정이 무슨 집안의 사람이든지 은사랑은 굴복하지 않았다. 돈 많으면 단가?은사랑도 꽤 나간다는 집안의 자식인지라 돈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소은해를 생각하면 질투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소은정은 무대 위의 은사랑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용기를 북돋아 주었을까? 감히 파티에 초대된 VIP에게 무대를 시킬 생각을 한다니! 본인이 퍼포먼스 면에서는 더 잘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성강희의 입가에 미소가 옅어지고 집사에게 은사랑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애야?”집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초대하지 않았을 것이다.“소은정씨의 신분이 너무 고귀하여 성강희씨에게 피아노 한 곡 들려줄 수 없는 건가요? 아니면 아! 피아노를 칠 줄 모르셨나요? 그
“박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성강희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억지로 방해하는 박수혁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어차피 이혼한 사이, 이제 성강희는 절대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박수혁은 성강희의 말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소은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시계에서 반짝이는 빛이 유난히 박수혁의 눈에 거슬렸다. 파텍 필립은 박수혁의 가장 좋아하는 시계 브랜드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소장하고 있는 시계에 전부 불태워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박수혁의 큰 손을 뿌리쳤다.“뭔데?”박수혁의 꾹 다문 입술이 열리려는 순간, 소은정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할 말 있으면 다음에 해. 오늘 강희 생일이야. 다른 사람 생일파티에서 이게 무슨 추태야?”말을 마친 소은정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성강희에게 다가가 준비한 시계를 직접 해주었다. 이리저리 훑어보던 소은정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강희야, 생일 축하해.”성강희는 손목을 들더니 일부러 박수혁에게 보여주었다.“고마워. 내가 받은 최고의 생일선물이야. 평생... 평생 간직할게...”성강희가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강희의 따뜻하고도 열렬한 눈빛에 소은정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박수혁의 눈빛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박수혁에게는 생일파티를 해준 적도 선물을 준 적도 바이올린 연주를 보여준 적도 없다. 그런데 성강희가 무슨 자격으로...!생일 파티에서 보여준 소은정의 모습은 예리한 비수처럼 박수혁의 가슴을 난도질했다. 결혼생활 동안 두 사람이 쌓은 추억 하나 없다는 게 허무하면서도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소은정은 싱긋 웃더니 장난스레 말했다.“그래.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은 더 올라갈 거야. 재테크한다고 생각해.”한편, 김하늘은 두 남자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있는 소은정과 면박을 받고도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박수혁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일부러 핑계를 대며 소은정
박수혁의 말에 강서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내... 내가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박예리가 쓸데없는 말만 안 했어도 애초에 그쪽으로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소은정은 왜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구는 걸까?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로 체면 정도는 세워줘도 되지 않나?강서진은 의아했다.한편, 김하늘과 소은정은 수다를 떨며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분장실로 들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때, 누군가 옷을 갈아입고 드레스룸에서 나왔다.은사랑이었다.역시 소은정을 발견한 은사랑이 그녀를 향해 다가갔지만 갑자기 한 집사가 분장실로 들어왔다.“은정 아가씨, 죄송한데 제가 따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자리 좀 피해 주실 수 있을까요? 몇 분이면 됩니다.”한 집사가 공손한 태도로 양해를 구했다. “네, 그러세요.”소은정과 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한 집사가 뒤를 따르던 보디가드들에게 눈치를 주자 두 장정이 은사랑의 팔목을 덥석 잡더니 분장실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한 집사님, 무슨 오해라도 있으신 게...”한 집사는 성씨 일가의 실세와도 같은 존재, 그의 행동이 곧 성씨 일가의 뜻임을 은사랑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성씨 일가에서 이렇게 거칠게 그녀를 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앞으로 활동은 어떡하지? 이대로 귀국하면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은사랑 씨, 미리 말씀드린 대로 공연을 진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건 심각한 무대 사고입니다. 계약서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겠습니다. 회사 쪽에는 따로 얘기드렸고 위약금은 며칠 뒤 협상이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한 집사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네? 제가요?”이때 은사랑이 소은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소은정, 설마 네가...”일그러진 은사랑의 표정에 소은정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내가 뭘요?”소은정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팔짱을 꼈다.“은사랑 씨, 순진이 지나치면 멍청한 게 되는 거예요.”차갑고 아
소은정과 김하늘은 다시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은정의 신분이 밝혀지자 다들 그저 가식적인 인사를 건넬 뿐 그 누구도 그녀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지 않았다.왠지 피곤해진 소은정은 발코니로 다가갔다. 조용하고 우아하게 발코니 창문 너머로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가 보였고 은은한 꽃향기가 소은정의 코끝을 자극했다.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던 그때,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은정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강서진이었다.여유롭던 소은정의 얼굴에 불만이 비치고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강서진을 노려보았다.“내가 어디를 가든 강서진 씨 허락까지 받아야 합니까?”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고 어서 꺼지라는 뜻이었다. 소은정의 태도에 머쓱해진 강서진이었지만 그래도 친구인 박수혁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아 그건 아니지만... 은정 씨, 그 시계 형 선물로 준비한 거 아니었어요? 생일날에도 형이 밤새 은정 씨를 기다렸는데 결국 오지도 않고...”박수혁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반면 소은정은 강서진의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시계가 박수혁을 위한 선물이라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김칫국부터 마시긴.“강서진 씨, 내가 왜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 파티에 가야 하죠? 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생일선물까지 준비해야 하냐고요?”뻔뻔하긴.망설이던 강서진이 입을 열려던 순간, 커튼 뒤의 그림자가 살짝 흔들렸다. 익숙한 그림자였다...이런, 하필 이때...깜짝 놀란 강서진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넌 정말 내가 싫어?”남자의 질문에 소은정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박수혁은 바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긴 커튼이 그의 모습을 가려주었나 보다.복잡미묘한 눈빛과 달리 박수혁의 목소리만은 아주 덤덤했다.소은정은 시선을 피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 동안 티는 충분히 낸 것 같은데. 정말 몰라서 물어?”이왕 엿들었으니 더 이상 숨길 생각도 없었다. 이참에 확실
왜 다 지난 일을 또 끄집어내는 걸까? 왜 굳이 그녀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걸까?박수혁, 당신 참 독하다...하지만 수많은 상처를 받은 소은정은 이제 상처 위에 덧씌워진 굳은살들로 단단하게 변해버렸다. 박수혁이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성강희가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은정 여왕님...”닭살스러운 호칭에 소은정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흑역사와도 같은 과거사로 인해 찝찝해진 기분도 다시 가벼워졌다.과거에 빠져있는 사람은 고통스럽기 마련이다.성강희는 자연스럽게 소은정의 어깨를 감싸더니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박수혁을 노려보았다.“은정아, 지금 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널 위해 만든 자리인데 어서 가자.”10분 전이었다면 흔쾌히 따라나섰겠지만, 지금은...“됐어. 좀 피곤하네. 나 집에 갈래.”소은정이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데려다줄게.”집으로 가겠다는 말에 성강희가 바로 대답했다.“됐어. 집사 아저씨가 오실 거야.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잖아. 주인공이 먼저 자리를 비우면 되겠어?”“괜찮아. 저 자식들보다 네가 훨씬 더 소중하니까.”소은정 앞에서는 친구에 대한 의리고 뭐고 없는 서강희였다. 앞으로 몇 발자국 걷던 소은정은 뭔가 생각난 듯 멈춰 섰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백지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적더니 박수혁에게 다가갔다.다정한 성강희와 소은정의 모습을 노려보던 박수혁은 다시 그를 향해 다가오는 소은정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 듯 뒤로 한 발 물러섰다.소은정은 수표를 박수혁의 정장 앞주머니에 넣어주었다.“30억, 이 정도면 당신 마음에 드는 차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이제 빚은 다 청산한 거다?”소은정은 활짝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일을 빌미로 또다시 들러붙을까 무서워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높게 책정해 주었다.거성그룹에서 우연히 엿들은 임춘식, 박수혁 두 사람의 대화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 죄책감 때문에? 두 가문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미친 자식.망설임 없이 돌
SC그룹이 새로 출시한 남성용 액세서리 CF 모델을 찾는다는 소식이 퍼지고 수많은 엔터회사에서 소속 연예인을 추천하기 시작했다.SC그룹은 제품 모델을 선정함에 있어 그 조건이 까다롭기로 업계에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지만 반대로 뽑힌다면 그 실력과 인기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므로 도전 열기는 끊이지 않았다.연예인들의 프로필을 진지하게 확인하는 소은정 곁을 지키던 우연준이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항진그룹 함세연이 결국 가석방으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은사랑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요.”그의 말에 소은정은 살짝 눈썹을 꿈틀거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비록 이빨 빠진 호랑이라지만 그 정도 일쯤이야 어렵지 않겠지. 게다가 함세연이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니 말이다.프로필 파일을 덮은 소은정이 두 눈을 반짝였다.“항진그룹 인수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별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항진그룹은 현재 자금원이 전부 끊긴 상태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1달도 못 버티고 파산하게 될 겁니다.”“좋아, 잘했어.”소은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함진을 헐값에 인수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한다면 SC그룹의 성장에 더 유리할 테니까.”이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도준호였다.“대표님, 요즘 신제품 모델을 찾고 계신다면서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고민해 보시겠어요?”도준호가 직접 누군가를 추천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던지라 소은정도 두 눈을 반짝였다.“누군데요?”“유준열이요. 마스크도 좋고 매력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제 저희 회사 소속 아티스트인데 대표로서 이 정도 노력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예상치 못한 이름에 미간을 찌푸리던 소은정은 첫 만남 이후로 스폰을 받았다는 루머에 휘말렸을 때 별다른 변명도 하지 않고 소은정의 화제성에 힘입어 스스로를 홍보하지도 않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결국 원만하게 해결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은정이 유준열에게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 어떻게든 보상을 해주고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