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성강희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억지로 방해하는 박수혁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어차피 이혼한 사이, 이제 성강희는 절대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박수혁은 성강희의 말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소은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시계에서 반짝이는 빛이 유난히 박수혁의 눈에 거슬렸다. 파텍 필립은 박수혁의 가장 좋아하는 시계 브랜드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소장하고 있는 시계에 전부 불태워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박수혁의 큰 손을 뿌리쳤다.“뭔데?”박수혁의 꾹 다문 입술이 열리려는 순간, 소은정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할 말 있으면 다음에 해. 오늘 강희 생일이야. 다른 사람 생일파티에서 이게 무슨 추태야?”말을 마친 소은정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성강희에게 다가가 준비한 시계를 직접 해주었다. 이리저리 훑어보던 소은정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강희야, 생일 축하해.”성강희는 손목을 들더니 일부러 박수혁에게 보여주었다.“고마워. 내가 받은 최고의 생일선물이야. 평생... 평생 간직할게...”성강희가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강희의 따뜻하고도 열렬한 눈빛에 소은정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박수혁의 눈빛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박수혁에게는 생일파티를 해준 적도 선물을 준 적도 바이올린 연주를 보여준 적도 없다. 그런데 성강희가 무슨 자격으로...!생일 파티에서 보여준 소은정의 모습은 예리한 비수처럼 박수혁의 가슴을 난도질했다. 결혼생활 동안 두 사람이 쌓은 추억 하나 없다는 게 허무하면서도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소은정은 싱긋 웃더니 장난스레 말했다.“그래.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은 더 올라갈 거야. 재테크한다고 생각해.”한편, 김하늘은 두 남자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있는 소은정과 면박을 받고도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박수혁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일부러 핑계를 대며 소은정
박수혁의 말에 강서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내... 내가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박예리가 쓸데없는 말만 안 했어도 애초에 그쪽으로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소은정은 왜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구는 걸까?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로 체면 정도는 세워줘도 되지 않나?강서진은 의아했다.한편, 김하늘과 소은정은 수다를 떨며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분장실로 들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때, 누군가 옷을 갈아입고 드레스룸에서 나왔다.은사랑이었다.역시 소은정을 발견한 은사랑이 그녀를 향해 다가갔지만 갑자기 한 집사가 분장실로 들어왔다.“은정 아가씨, 죄송한데 제가 따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자리 좀 피해 주실 수 있을까요? 몇 분이면 됩니다.”한 집사가 공손한 태도로 양해를 구했다. “네, 그러세요.”소은정과 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한 집사가 뒤를 따르던 보디가드들에게 눈치를 주자 두 장정이 은사랑의 팔목을 덥석 잡더니 분장실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한 집사님, 무슨 오해라도 있으신 게...”한 집사는 성씨 일가의 실세와도 같은 존재, 그의 행동이 곧 성씨 일가의 뜻임을 은사랑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성씨 일가에서 이렇게 거칠게 그녀를 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앞으로 활동은 어떡하지? 이대로 귀국하면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은사랑 씨, 미리 말씀드린 대로 공연을 진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건 심각한 무대 사고입니다. 계약서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겠습니다. 회사 쪽에는 따로 얘기드렸고 위약금은 며칠 뒤 협상이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한 집사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네? 제가요?”이때 은사랑이 소은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소은정, 설마 네가...”일그러진 은사랑의 표정에 소은정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내가 뭘요?”소은정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팔짱을 꼈다.“은사랑 씨, 순진이 지나치면 멍청한 게 되는 거예요.”차갑고 아
소은정과 김하늘은 다시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은정의 신분이 밝혀지자 다들 그저 가식적인 인사를 건넬 뿐 그 누구도 그녀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지 않았다.왠지 피곤해진 소은정은 발코니로 다가갔다. 조용하고 우아하게 발코니 창문 너머로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가 보였고 은은한 꽃향기가 소은정의 코끝을 자극했다.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던 그때,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은정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강서진이었다.여유롭던 소은정의 얼굴에 불만이 비치고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강서진을 노려보았다.“내가 어디를 가든 강서진 씨 허락까지 받아야 합니까?”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고 어서 꺼지라는 뜻이었다. 소은정의 태도에 머쓱해진 강서진이었지만 그래도 친구인 박수혁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아 그건 아니지만... 은정 씨, 그 시계 형 선물로 준비한 거 아니었어요? 생일날에도 형이 밤새 은정 씨를 기다렸는데 결국 오지도 않고...”박수혁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반면 소은정은 강서진의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시계가 박수혁을 위한 선물이라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김칫국부터 마시긴.“강서진 씨, 내가 왜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 파티에 가야 하죠? 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생일선물까지 준비해야 하냐고요?”뻔뻔하긴.망설이던 강서진이 입을 열려던 순간, 커튼 뒤의 그림자가 살짝 흔들렸다. 익숙한 그림자였다...이런, 하필 이때...깜짝 놀란 강서진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넌 정말 내가 싫어?”남자의 질문에 소은정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박수혁은 바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긴 커튼이 그의 모습을 가려주었나 보다.복잡미묘한 눈빛과 달리 박수혁의 목소리만은 아주 덤덤했다.소은정은 시선을 피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 동안 티는 충분히 낸 것 같은데. 정말 몰라서 물어?”이왕 엿들었으니 더 이상 숨길 생각도 없었다. 이참에 확실
왜 다 지난 일을 또 끄집어내는 걸까? 왜 굳이 그녀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걸까?박수혁, 당신 참 독하다...하지만 수많은 상처를 받은 소은정은 이제 상처 위에 덧씌워진 굳은살들로 단단하게 변해버렸다. 박수혁이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성강희가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은정 여왕님...”닭살스러운 호칭에 소은정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흑역사와도 같은 과거사로 인해 찝찝해진 기분도 다시 가벼워졌다.과거에 빠져있는 사람은 고통스럽기 마련이다.성강희는 자연스럽게 소은정의 어깨를 감싸더니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박수혁을 노려보았다.“은정아, 지금 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널 위해 만든 자리인데 어서 가자.”10분 전이었다면 흔쾌히 따라나섰겠지만, 지금은...“됐어. 좀 피곤하네. 나 집에 갈래.”소은정이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데려다줄게.”집으로 가겠다는 말에 성강희가 바로 대답했다.“됐어. 집사 아저씨가 오실 거야.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잖아. 주인공이 먼저 자리를 비우면 되겠어?”“괜찮아. 저 자식들보다 네가 훨씬 더 소중하니까.”소은정 앞에서는 친구에 대한 의리고 뭐고 없는 서강희였다. 앞으로 몇 발자국 걷던 소은정은 뭔가 생각난 듯 멈춰 섰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백지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적더니 박수혁에게 다가갔다.다정한 성강희와 소은정의 모습을 노려보던 박수혁은 다시 그를 향해 다가오는 소은정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 듯 뒤로 한 발 물러섰다.소은정은 수표를 박수혁의 정장 앞주머니에 넣어주었다.“30억, 이 정도면 당신 마음에 드는 차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이제 빚은 다 청산한 거다?”소은정은 활짝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일을 빌미로 또다시 들러붙을까 무서워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높게 책정해 주었다.거성그룹에서 우연히 엿들은 임춘식, 박수혁 두 사람의 대화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 죄책감 때문에? 두 가문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미친 자식.망설임 없이 돌
SC그룹이 새로 출시한 남성용 액세서리 CF 모델을 찾는다는 소식이 퍼지고 수많은 엔터회사에서 소속 연예인을 추천하기 시작했다.SC그룹은 제품 모델을 선정함에 있어 그 조건이 까다롭기로 업계에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지만 반대로 뽑힌다면 그 실력과 인기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므로 도전 열기는 끊이지 않았다.연예인들의 프로필을 진지하게 확인하는 소은정 곁을 지키던 우연준이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항진그룹 함세연이 결국 가석방으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은사랑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요.”그의 말에 소은정은 살짝 눈썹을 꿈틀거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비록 이빨 빠진 호랑이라지만 그 정도 일쯤이야 어렵지 않겠지. 게다가 함세연이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니 말이다.프로필 파일을 덮은 소은정이 두 눈을 반짝였다.“항진그룹 인수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별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항진그룹은 현재 자금원이 전부 끊긴 상태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1달도 못 버티고 파산하게 될 겁니다.”“좋아, 잘했어.”소은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함진을 헐값에 인수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한다면 SC그룹의 성장에 더 유리할 테니까.”이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도준호였다.“대표님, 요즘 신제품 모델을 찾고 계신다면서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고민해 보시겠어요?”도준호가 직접 누군가를 추천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던지라 소은정도 두 눈을 반짝였다.“누군데요?”“유준열이요. 마스크도 좋고 매력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제 저희 회사 소속 아티스트인데 대표로서 이 정도 노력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예상치 못한 이름에 미간을 찌푸리던 소은정은 첫 만남 이후로 스폰을 받았다는 루머에 휘말렸을 때 별다른 변명도 하지 않고 소은정의 화제성에 힘입어 스스로를 홍보하지도 않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결국 원만하게 해결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은정이 유준열에게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 어떻게든 보상을 해주고
다음 날, 기자회견 당일.유준열이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소은정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유준열과 소은정이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는 큰 볼거리였다.소은정이 기자 회견장에 도착하자 디자이너들과 회사 임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은 뒤 구석 쪽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럼에도 센터처럼 반짝였다.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자 댓글창 역시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은정 언니 너무 이뻐요. 연예인으로 데뷔하시면 안 돼요?”“두 사람 너무 어울려요!”“제품들 전부 매진이라 겨우 구매했어요. ㅜㅜ”한편, 태한그룹.박수혁은 사무실 스크린으로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은정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라이브 시청자 수가 바로 2배로 뛰었고 신제품인 남성용 팔찌도 바로 매진되었다.스크린 속, 유준열은 소은정을 향해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다. 성숙한 남성미를 풍기는 섹시한 박수혁과 달리 유준열은 깨끗하고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가 매력적이었다.이때, 자리에 모인 수많은 기자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유준열 씨, 소은정 대표님을 왜 좋아하시나요?”전에 소은정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유준열의 말 앞뒤를 다 잘라버린 질문이었다. 순간, 기자 회견장에 적막이 감돌고 회사 직원들은 초조한 얼굴로 손에 땀을 쥐었다.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시 불빛 사리에서 사람들은 유준열의 답을 기다리며 동시에 소은정의 표정을 주시했다.유준열은 잠깐 망설이다 구석자리에 앉은 소은정을 힐끔 바라보았다.“이쁘니까요...”솔직하고 당당한, 그리고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이유였다. 농담인 듯, 진담인 듯한 유준열의 센스 있는 대답에 무겁게 가라앉았던 현장 분위기가 다시 뜨거워졌다.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수혁은 차갑게 웃더니 중얼거렸다.“천박하긴...”옆에서 듣고 있던 이한석도 바로 거들었다.“맞습니다. 요즘 젊은애들이 뭘 잘 몰라요. 여자들은 저렇게 대놓고 좋아하는 거 안 좋아
갑작스러운 공격에 함세연은 중심을 잃고 한참을 비틀거렸다. 하지만 은사랑은 여기서 멈출 생각 따위 없다는 듯 바로 달려들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소은정이 SC그룹 달이라고 왜 말 안 했냐고! 겨우 SC그룹과 일할 기회를 잡았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어! 네가 창창하던 내 미래를 전부 망쳐버렸다고!”은사랑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흥미로운 가십거리에 기자들은 끊임없이 셔터를 클릭했다.여전히 진행되고 있던 라이브 방송 덕분에 항진그룹의 신제품은 물론 주가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다.한참 뒤에 달려온 경비원들이 아직도 함세연에게 엉겨 붙어 있는 은사랑을 떼어냈다. 그 잠깐 사이에 함세연은 머리는 산발에, 옷은 이리저리 쥐어뜯기고 얼굴에는 할퀸 흔적까지 비참 그 자체였다.항상 고고하던 여배우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것보다 더 치명적인 게 있을까? 함세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주위의 기자들을 둘러보았다.완벽하게 계획을 세웠건만 갑자기 나타난 은사랑이라는 변수에 오히려 그녀가 웃음거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네가 뭘 안다고 떠들어! 너 나랑 친해?”함세연이 은사랑을 노려보며 소리쳤다.한편,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상황을 지켜보았다.이때 기자들 중 한 명이 소은정에게 질문을 던졌다.“소은정 대표님 함세연 씨가 최근 일으킨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소은정은 진지하게 고민하다 난처하다는 듯 두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함세연 씨가 댓글 알바까지 고용해 저희 오빠 루머를 퍼트린 건 맞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까지 함세연 씨를 공격하는 건 아닌 것 같네요...”말을 마친 소은정은 보디가드들의 경호를 받으며 기자들 사이를 지났다.한편, 소은정의 대답을 들은 함세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하, 이제 와서 걱정해 주는 척 하긴.그녀가 갑작스레 은퇴한 것도 모두 소은정을 건드려서였다. 이번 기회에 여배우 이미지를 벗고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탈바꿈하려 했는데 그
200억? 도대체 무슨 제품이기에 200억이나 하는 걸까? 네티즌들은 열심히 자판을 클릭했지만 누구도 구매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한참 뜸을 들이던 쇼호스트는 드디어 오늘 판매할 제품을 발표했다. 200억의 가치를 가진 제품은 바로 남반구에 있는 작은 섬, “타이거 아일랜드”의 소유권이었다.인터넷 방송으로 섬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쇼호스트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섬 소유권을 첫 제품으로 내세운 것뿐이었다.그런데, 다른 제품으로 넘어가기 전에, 스크린에 “매진”이라는 글귀가 반짝였다. 구매자 ID는 바로 “플렉스”!80억을 투척해 유럽 쇼핑몰 명품들을 싹쓸이해 인터넷 쇼핑계의 전설로 남은 플렉스님이 오늘 200억을 투척해 섬을 구매하다니.부자들에게 돈은 더 이상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닌 데이터일 뿐이라더니. 새로운 전설을 쓴 진정한 “플렉스”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소은정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소호랑이 폴짝폴짝 뛰어왔다.“엄마, 저 호랑이 샀어요!”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확인한 소은정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했다.“200억이 인출되었습니다.”때마침 전송된 은행의 출금 메시지, 생각지도 못하게 섬 하나를 얻게 된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호랑은 잔뜩 흥분한 채 방방 뛰더니 소은정의 품에 폴짝 안겼다.200억, 자식 같은 소호랑을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돈이었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작은 섬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소은정이 새로 생긴 섬의 용도를 고민하고 있던 그때, 주방에 있던 소은해가 비명을 질렀다.“뭐야! 내 돈 200억!”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한 소은정은 미소를 지었다. 아, 소은해의 카드로 결제된 거였구나.주방에서 뛰쳐나온 소은해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소은정을 노려보았다.“너... 너 뭐야?”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했다.“요즘 우리 회사 매출 100억이나 오른 거 알잖아? 그래서 섬 하나 질러봤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랄까?”100억을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