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그룹이 새로 출시한 남성용 액세서리 CF 모델을 찾는다는 소식이 퍼지고 수많은 엔터회사에서 소속 연예인을 추천하기 시작했다.SC그룹은 제품 모델을 선정함에 있어 그 조건이 까다롭기로 업계에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지만 반대로 뽑힌다면 그 실력과 인기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므로 도전 열기는 끊이지 않았다.연예인들의 프로필을 진지하게 확인하는 소은정 곁을 지키던 우연준이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항진그룹 함세연이 결국 가석방으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은사랑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요.”그의 말에 소은정은 살짝 눈썹을 꿈틀거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비록 이빨 빠진 호랑이라지만 그 정도 일쯤이야 어렵지 않겠지. 게다가 함세연이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니 말이다.프로필 파일을 덮은 소은정이 두 눈을 반짝였다.“항진그룹 인수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별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항진그룹은 현재 자금원이 전부 끊긴 상태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1달도 못 버티고 파산하게 될 겁니다.”“좋아, 잘했어.”소은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함진을 헐값에 인수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한다면 SC그룹의 성장에 더 유리할 테니까.”이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도준호였다.“대표님, 요즘 신제품 모델을 찾고 계신다면서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고민해 보시겠어요?”도준호가 직접 누군가를 추천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던지라 소은정도 두 눈을 반짝였다.“누군데요?”“유준열이요. 마스크도 좋고 매력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제 저희 회사 소속 아티스트인데 대표로서 이 정도 노력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예상치 못한 이름에 미간을 찌푸리던 소은정은 첫 만남 이후로 스폰을 받았다는 루머에 휘말렸을 때 별다른 변명도 하지 않고 소은정의 화제성에 힘입어 스스로를 홍보하지도 않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결국 원만하게 해결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은정이 유준열에게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 어떻게든 보상을 해주고
다음 날, 기자회견 당일.유준열이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소은정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유준열과 소은정이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는 큰 볼거리였다.소은정이 기자 회견장에 도착하자 디자이너들과 회사 임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은 뒤 구석 쪽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럼에도 센터처럼 반짝였다.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자 댓글창 역시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은정 언니 너무 이뻐요. 연예인으로 데뷔하시면 안 돼요?”“두 사람 너무 어울려요!”“제품들 전부 매진이라 겨우 구매했어요. ㅜㅜ”한편, 태한그룹.박수혁은 사무실 스크린으로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은정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라이브 시청자 수가 바로 2배로 뛰었고 신제품인 남성용 팔찌도 바로 매진되었다.스크린 속, 유준열은 소은정을 향해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다. 성숙한 남성미를 풍기는 섹시한 박수혁과 달리 유준열은 깨끗하고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가 매력적이었다.이때, 자리에 모인 수많은 기자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유준열 씨, 소은정 대표님을 왜 좋아하시나요?”전에 소은정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유준열의 말 앞뒤를 다 잘라버린 질문이었다. 순간, 기자 회견장에 적막이 감돌고 회사 직원들은 초조한 얼굴로 손에 땀을 쥐었다.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시 불빛 사리에서 사람들은 유준열의 답을 기다리며 동시에 소은정의 표정을 주시했다.유준열은 잠깐 망설이다 구석자리에 앉은 소은정을 힐끔 바라보았다.“이쁘니까요...”솔직하고 당당한, 그리고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이유였다. 농담인 듯, 진담인 듯한 유준열의 센스 있는 대답에 무겁게 가라앉았던 현장 분위기가 다시 뜨거워졌다.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수혁은 차갑게 웃더니 중얼거렸다.“천박하긴...”옆에서 듣고 있던 이한석도 바로 거들었다.“맞습니다. 요즘 젊은애들이 뭘 잘 몰라요. 여자들은 저렇게 대놓고 좋아하는 거 안 좋아
갑작스러운 공격에 함세연은 중심을 잃고 한참을 비틀거렸다. 하지만 은사랑은 여기서 멈출 생각 따위 없다는 듯 바로 달려들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소은정이 SC그룹 달이라고 왜 말 안 했냐고! 겨우 SC그룹과 일할 기회를 잡았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어! 네가 창창하던 내 미래를 전부 망쳐버렸다고!”은사랑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흥미로운 가십거리에 기자들은 끊임없이 셔터를 클릭했다.여전히 진행되고 있던 라이브 방송 덕분에 항진그룹의 신제품은 물론 주가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다.한참 뒤에 달려온 경비원들이 아직도 함세연에게 엉겨 붙어 있는 은사랑을 떼어냈다. 그 잠깐 사이에 함세연은 머리는 산발에, 옷은 이리저리 쥐어뜯기고 얼굴에는 할퀸 흔적까지 비참 그 자체였다.항상 고고하던 여배우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것보다 더 치명적인 게 있을까? 함세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주위의 기자들을 둘러보았다.완벽하게 계획을 세웠건만 갑자기 나타난 은사랑이라는 변수에 오히려 그녀가 웃음거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네가 뭘 안다고 떠들어! 너 나랑 친해?”함세연이 은사랑을 노려보며 소리쳤다.한편,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상황을 지켜보았다.이때 기자들 중 한 명이 소은정에게 질문을 던졌다.“소은정 대표님 함세연 씨가 최근 일으킨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소은정은 진지하게 고민하다 난처하다는 듯 두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함세연 씨가 댓글 알바까지 고용해 저희 오빠 루머를 퍼트린 건 맞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까지 함세연 씨를 공격하는 건 아닌 것 같네요...”말을 마친 소은정은 보디가드들의 경호를 받으며 기자들 사이를 지났다.한편, 소은정의 대답을 들은 함세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하, 이제 와서 걱정해 주는 척 하긴.그녀가 갑작스레 은퇴한 것도 모두 소은정을 건드려서였다. 이번 기회에 여배우 이미지를 벗고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탈바꿈하려 했는데 그
200억? 도대체 무슨 제품이기에 200억이나 하는 걸까? 네티즌들은 열심히 자판을 클릭했지만 누구도 구매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한참 뜸을 들이던 쇼호스트는 드디어 오늘 판매할 제품을 발표했다. 200억의 가치를 가진 제품은 바로 남반구에 있는 작은 섬, “타이거 아일랜드”의 소유권이었다.인터넷 방송으로 섬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쇼호스트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섬 소유권을 첫 제품으로 내세운 것뿐이었다.그런데, 다른 제품으로 넘어가기 전에, 스크린에 “매진”이라는 글귀가 반짝였다. 구매자 ID는 바로 “플렉스”!80억을 투척해 유럽 쇼핑몰 명품들을 싹쓸이해 인터넷 쇼핑계의 전설로 남은 플렉스님이 오늘 200억을 투척해 섬을 구매하다니.부자들에게 돈은 더 이상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닌 데이터일 뿐이라더니. 새로운 전설을 쓴 진정한 “플렉스”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소은정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소호랑이 폴짝폴짝 뛰어왔다.“엄마, 저 호랑이 샀어요!”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확인한 소은정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했다.“200억이 인출되었습니다.”때마침 전송된 은행의 출금 메시지, 생각지도 못하게 섬 하나를 얻게 된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호랑은 잔뜩 흥분한 채 방방 뛰더니 소은정의 품에 폴짝 안겼다.200억, 자식 같은 소호랑을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돈이었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작은 섬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소은정이 새로 생긴 섬의 용도를 고민하고 있던 그때, 주방에 있던 소은해가 비명을 질렀다.“뭐야! 내 돈 200억!”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한 소은정은 미소를 지었다. 아, 소은해의 카드로 결제된 거였구나.주방에서 뛰쳐나온 소은해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소은정을 노려보았다.“너... 너 뭐야?”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했다.“요즘 우리 회사 매출 100억이나 오른 거 알잖아? 그래서 섬 하나 질러봤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랄까?”100억을 번
한편, 한유라와 소은정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바텐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 세상에서 박수혁의 몸값을 1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소은정뿐이겠지.잠깐...다시 고개를 든 바텐더는 어두운 조명 속에 남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워낙 어두워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박수혁 대표 같은데?당황한 바텐더의 손이 떨리고 들고 있던 컵이 바닥에 떨어졌다.쨍그랑!“박... 박 대표님?”바텐더의 말에 소은정과 한유라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젠장,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 다더니. 하필 이때.등 뒤에서 그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곧 소은정은 생각을 바꾸었다.왜 내가 겁을 먹어야 하는 건데? 박수혁이 직접 물었다고 해도 분명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스스로에 대한 설득을 끝낸 소은정이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어두운 조명뿐이었다.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텐더를 노려보았다.“아니, 제가 정말 똑똑히 봤습니다. 분명 박 대표님이셨는데... 갑자기 사라지셨네...”설마 내가 잘못 본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날카로운 눈빛, 평범한 사람은 결코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한편, 한유라도 괜히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때, 스테이지 쪽에 소란이 일더니 드럼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소리의 주인공은 그녀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는 자신만의 음악세계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성강희?”한편, 한유라는 진작 알고 있었다는 듯 싱긋 미소를 짓더니 소은정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송지현이 곧 귀국할 거래...”송열그룹 대표, 안연시를 주름잡고 있는 기업가인 송지현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자연스럽게 송열그룹을 물려받게 되었다. 어린 나이인 그녀에 대한 의심의 소리도 많았지만 그녀는 완벽한 사업 수완으로 송열그룹을 성장시킨 능력자였다. 하지만 송지현이 성강희를 짝사랑한다는 사실은 극소수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설마
이른 아침, 소은정은 심플한 디자인의 원피스를 걸치고 화장을 마친 뒤 거울을 비춰보았다. 며칠 쉬어서인지 워낙 아름다운 얼굴이 미모로 더 반짝였다.SC그룹, 소은정이 도착하자 우연준이 바로 파일 꾸러미를 건넸다.“오후에 입찰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해당 토지를 노리고 있는 상대로는 태한그룹이 있습니다.”소은정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태한그룹에서 이런 보물을 놓칠 리가 없지. “이게 최저가라고?”파일을 펼친 소은정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에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네.”오후, 입찰회 현장, 소은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럭셔리한 룸을 비추고 있었다. 다들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척 상대가 생각하는 가격을 추측하려 애썼다.회장에 들어선 소은정은 바로 박수혁의 비서인 이한석을 발견했다. 오늘은 박수혁이 직접 오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수려한 이목구비에 차분한 분위기의 여자가 서 있었다. 온화해 보이는 미소에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는 듯한 심상치 않은 여자였다.소은정은 단번에 여자의 존재에 시선을 빼앗겼다.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 어디서 봤더라?밝게 미소를 짓던 여자도 소은정을 발견하고 두 여자는 시선을 마주쳤다. 소은정의 미소에 여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먼저 손을 내밀었다.“소은정 대표님 맞으시죠? 송지현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송지현? 그 이름에 흠칫하던 소은정 역시 미소를 지으며 악수에 응했다.“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바지 정장을 입어 더 깔끔해 보이는 송지현, 원피스를 걸쳐 더 청순해 보이는 소은정, 그 누가 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모습이었다.“은정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이때 누군가 다가와 자연스레 소은정의 어깨를 감쌌다. 성강희였다.소은정은 자연스럽게 성강희에게서 벗어나며 물었다.“뭐야? 성일그룹도 그 땅에 관심 있었어?”“글쎄. 그룹 일은 모르겠고 내가 관심 있는 건 은정이 너뿐이야.”성강희가 장난스레 웃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이상 송지현이 낙찰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진 상태, 소은정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했지만 마음은 어느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아무 수확 없이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4500억.”경매장에 무서운 적막이 감돌고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임을 모두들 예감했다. 소은정을 힐끗 바라본 송지현은 망설임 없이 외쳤다.“4800억.”어느새 소은정이 생각한 최대 가격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몇천억이라는 천문학적 단위의 자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구매 후 향후 몇 년간은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할 땅에 그 이상의 자금을 부어 넣을 필요는 없었다.잠깐 고민하던 소은정이 우연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4900억.”SC그룹의 마지노선이었다. 이에 송지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 저쪽에서 생각한 마지노선도 이 정도겠지.송지현이 이한석에게 무언가를 속삭이자 이한석은 바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문자를 받는 쪽은 아마 박수혁이겠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4900억!”경매사가 두 번째로 가격을 외친 순간, 송지현이 무거운 얼굴로 다시 번호판을 들었다.“4930억.”더 이상 입찰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던 소은정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자, 4930억!”소은정이 따르지 않자 송지현의 표정에도 잠깐 여유가 생겼다. 경매사가 낙찰을 외치려던 순간, 소은정 옆에 앉아있던 성강희가 갑자기 번호판을 들었다.“5000억.”쿠궁!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성강희가 갑자기 나서자 소은정의 눈도 커다래졌다.“너 미쳤어?”하지만 성강희는 씩 웃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송지현도 갑작스레 끼어든 성강희의 존재에 꽤나 당황스러운 듯했다.“5000억. 5000억. 5000억. 성일그룹 성강희 대표님 축하드립니다.”경매장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고 성강희는 일어서 사람들을 향해 손을 저은 뒤 무대로 올라갔다.이런 경쟁에 참여하지 않던 성일그
만약 결혼이라도 한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줄 수 있는 성강희였다. 한편, 소은정은 성강희의 모든 돌발행동이 그녀를 위한 것임을 깨닫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100억을 더 얹어 원가에 살 수도 있었지만 이건 그녀의 개인 자금이 아니라 회사 돈이다. 100억이 아니라 10원 한 푼도 허투루 결정할 수 없었다. 소은정은 성강희의 호의에 왠지 버거움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던 그때, 송지현이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이렇게 공사 구분 못하는 사람이었어? 여자 때문에 그룹을 말아먹을 생각인 거야?”어느새 선을 넘은 송지현의 말에 성지현의 기분도 조금 언짢아졌다. 하지만 그는 송지현이 아닌 소은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은정이를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소은정에 대한 마음이 이 정도였나? 송지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녀의 눈시울이 살짝 붉게 변하더니 결국 그대로 자리를 떠버렸다.“야, 너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고 성강희를 나무랐다.“네가 갖고 싶었던 거잖아.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건 싫어.”그게 박수혁이라면 더더욱. 성강희는 마지막 말을 억지로 삼켰다.소은정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우연준에게 말했다.“4900억 성일 쪽에 입금해 줘요.”“네.”“그리고 남은 100억은 내 개인 계좌로 줄 거야.”소은정이 말했다.성강희와는 분명 절친한 사이였지만 어디까지나 소은해처럼 혈연으로 묶인 사이가 아니다. 100억이란 큰돈을 빚지고 싶지 않았다.“은정아, 그게...”“싫으면 안 살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그 땅에 5000억이나 퍼부은 거 너희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혼나는 걸로 안 끝날 거야.”불만스러운 성강희의 표정에 소은정은 이렇게 대꾸한 뒤 돌아섰다. 성강희는 잠깐 망설이다 그 뒤를 따랐다.“난 어디까지나 널 위해서...”“아 됐다고...”한편, 태한그룹.박수혁은 무거운 얼굴로 이한석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차라리 소은정이 낙찰을 받았다면 이렇게 화가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