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는 소은정이 좋아하는 꽃잎 모양으로 되어있었고 누우면 자동으로 안마까지 할 수 있어 무척 편안했다.그녀는 눈을 감고 따뜻한 물에 감싼 느낌을 즐기기 시작했다.순간, 그녀는 자신이 전동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잊었다.카메라는 습기에 금방 가려졌다.전동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맛을 본 뒤로 그는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을 자제하기 힘들었다.편안하게 누워 즐기고 있는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신과 함께 할 때의 표정을 한 그녀가 떠올랐다.소은정이 적극적으로 굴 때마다 전동하는 충분히 괴로웠다."너무 힘든데..."전동하가 깊게 숨을 들이키더니 말했다.그의 낮은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이 아차 싶었다.그녀는 한쪽에 세워둔 휴대폰을 보더니 얼굴을 붉혔다."아직도 보고 있는 거예요?"전동하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나만의 복지인데 당연히 보고 있어야죠."그리곤 대범하게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봤다.소은정은 얼굴이 더욱 뜨거워졌다, 그녀는 물이 뜨거워서라고 생각했다.결국 소은정은 자세를 바꿔 두 손을 겹치더니 엎드려서 전동하를 바라봤다. 덕분에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소은정은 여전히 그를 보며 웃고 있었다."전 대표님, 혼자 해결하실 거예요?"소은정이 약간 이성을 잃은 전동하를 재밌다는 듯 바라봤다."도와줄 거예요?"전동하가 소은정을 보며 웃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잠시 망설이다 속옷을 물속에서 벗어 밖으로 던졌다.그리고 그 순간, 휴대폰에 잠깐 스쳐 지나간 그녀의 몸에 그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그의 마음과 몸은 이미 모두 소은정에게 단단히 붙잡혔다.이튿날, 전동하는 개운한 얼굴로 호텔을 나섰다. 시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듯한 얼굴이었다.하지만 윤이한은 적응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는 알람 덕분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아침 드시러 갈래요?"윤이한이 기분 좋아 보이는 전동하를 보며 물었다."아니요, 일단 회사로 가죠, 지금 밥이 넘어갈 사람도 얼마
윤이한은 말을 하다 입을 다문 전동하를 보며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동하의 결정이 그에게 손해라는 느낌이 들었다.이는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투자자였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머지않아, 차에 오른 두 사람은 회사로 향했다.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피하긴 힘들었다.그때, 전동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사람들을 남겨둔다면 그룹이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기섭이 사적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한 뒤로 하소그룹은 이미 위험해졌어요. 내가 지금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밀어내려는 거예요, 다른 사람 때문에 밀려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나은 것 같아서.""하지만 저희 쪽 대가가 너무 큰 거 아니에요?""대가?"윤이한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우리의 대가가 아니라 전 씨 집안의 대가입니다. 이 그룹이 전기섭의 손에 있을 때도 나눠가질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내가 그들의 이익을 위해 타협하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죠."전동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윤이한은 전동하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그는 전동하가 전 씨 성을 가졌지만 오늘의 업적을 이룬 것도 모두 전 씨 집안이 그를 핍박한 결과라는 것을 잊을 뻔했다.전 씨 집안은 그에게 너무나도 잔인하게 굴었다. 그가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었다.윤이한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지금 하소그룹의 실제 주주는 소은정이었지만 전동하가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도 소은정의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는 전 씨 집안의 이익이 아닌 소은정의 이익을 위하고 있었다.그랬기에 그룹의 사람들이 떠나든 말든 그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오히려 새로운 인재들을 들이는 것이 몇 년 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그는 전동하가 그런 능력을 지녔다고 믿었다.하소그룹에 도착한 두 사람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
전동하는 커피를 마시고 주식을 보며 휴게실 밖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리고 한 시간 사이, 이미 열몇 명이 넘는 사람이 성진형을 찾아왔다.어떤 이는 그에게 잘 보여 사직서를 회수하려고 했다, 이런 이들은 대부분 금방 회사로 들어온 사람들이었다.그리고 어떤 이는 그를 회유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어떤 방법을 쓰든 성진형이 장부를 조사할 때 눈을 감아줄 수 있기를 바랐다.......전동하는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두 시간 뒤, 성진형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그는 피곤함에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전동하는 여유롭게 휴게실에 앉아 마치 휴가를 온 듯했다.성진형은 힘들게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자신을 보니 상실감이 느껴졌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가 전동하에게 다가가 한숨을 쉬었다."전 대표님, 보셨죠? 어제 그 회의로 인해 그룹 내부에서 이미 난리가 난 거.""앞으로 더 복잡해질 겁니다, 성 대표님,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셔야죠."그 말을 들은 성진형이 손에 얼굴을 묻었다."저 월급 올려주세요."이런 골칫덩이를 해결하는데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다면 그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네, 알겠어요. 그럼 월급 3배로 올려줄 테니까 시간은 2년으로 단축하죠. 2년 뒤, 새로운 SF그룹을 보고 싶습니다."전동하의 말은 유혹적이었지만 그만큼 위험도 컸다.3배의 월급을 받는 대신 시간이 2년으로 줄어들었다.이는 그가 더 복잡한 문제를 맞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잠시 고민하던 그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 일을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그저 시간이 문제였다.하지만 이 또한 도전이었다.그가 일단 해내기만 한다면 앞으로 그는 대리 대표님 뿐만 아니라 몸값도 배로 오를 것이 분명했다.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다."네, 그럼 그렇게 하죠. 전 대표님, 이 일은 은정 씨한테도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내가 은정 씨한테 말할게요."성진형이 그제야 마
전동하는 사실 진작 떠나고 싶었다. 새로운 직원을 고르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떠났을 것이다.인재는 현재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곤경이었다.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은 일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전 대표님 다 생각하고 계셨으면서 왜 말하지 않은 겁니까?"성진형이 전동하에게 물었다."성 대표님 말씀을 들어야죠, 대표님께서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저도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저 대표님을 도와주는 사람이잖아요."하지만 성진형은 자신이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전동하가 일부러 자신에게 배상금을 내놓으라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지금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었다.전동하는 컴퓨터 화면을 돌려 성진형에게 보여줬다."오늘 하소그룹의 주식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들이 사직을 하고 나면 더 심하게 떨어질 거예요, 저는 사람들의 주의를 전이시켜서 주식부터 올릴게요."그 말을 들은 성진형이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전 대표님, 저보다 대표님이 이 자리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하지만 전동하는 하찮다는 듯 웃었다."저는 하소그룹을 위하여 목숨을 걸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SF그룹은 기대가 되네요."전동하가 말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성 대표님, 다음에 다시 뵙죠."성진형이 일어서서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이렇게 정중하게 서로를 대했다.성진형은 전동하를 다시 보게 되었다.전동하는 소은정 밖에 몰랐지만 그의 선택은 모두 정확했다.그는 처음에 전동하를 얕잡아봤던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전동하는 윤이한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전 대표님, 호텔로 갈까요? 내일 오전 9시 비행기입니다."윤이한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물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무수히 많은 빌딩들이 시선을 가로막자 그의 기분은 괜히 답답해졌다.소은정이 무척 보고 싶어졌다.그는 자신이 여기에서 겪었던 모든 순간들을 그녀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소은정도 그를 이렇게 그리워
원장님의 말을 들은 전동하의 눈 밑으로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형제의 우애가 깊다니?하긴, 밖으로 알려진 사실로는 전기섭이 전인국의 동생이었고 전동하의 삼촌이었다.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입에 올리기조차 역겨운 일들이 너무 많았다."나갈 생각은 안 하던가요?"그 말을 들은 원장님이 멈칫했다."당연히 했죠, 그런데 저희 경호원이 이렇게 많은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며칠에 한번씩 병실을 바꿔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원장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그저 소리없이 웃었다."다른 외부인이 와본 적은 없나요?""네, 전부 못 만나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자꾸 사람을 보내 얘기를 나누려고 하던데 제가 발견하고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저번에는 간호사까지 위장시켜 들여보냈더라고요, 아쉽게도 그 간호사를 놓치긴 했지만..."그는 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전동하가 이미 물었으니 무언가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전동하가 내는 돈만으로도 그는 두 개의 요양원을 더 차릴 수 있었다.이곳은 요양원이었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들도 오는 곳이었다. 그래도 일반 정신병원보다 잘 보살펴줬기에 평판이 그나마 괜찮았다.하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들이 이곳을 벗어나기란 무척 어려웠다.전기섭과 전인국이 바로 그 부류의 인간들이었다.전동하는 침묵하며 그 어떤 반응이나 불만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하소그룹에서 발생한 일이 그 간호사를 통하여 전해졌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엘리베이터가 제일 꼭대기에 도착했고 경호원들이 일반 병동보다는 3배나 더 많이 서있었다.원장님은 그 중의 방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대표님, 사람은 저기에 계십니다, 지금 두 분께서 같이 계십니다."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가다 그를 바라봤다."앞으로 그 어떠한 낯선 사람도 두 사람 곁에 나타나서는 안 됩니다, 그게 간호사든 경호원이든."원장님은 알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제
전동하는 담담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웃었다."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들었어요."이곳에 금방 왔을 때만 해도 전인국의 몸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중년이 된 나이에 제일 사랑하던 아들은 식물인간이 되었고 자랑으로 여기던 사업은 남의 것이 되었으니 그 누가 충격을 이길 수 있었을까?하지만 전인국은 일반인이 아니었다.그는 미국에서 한 건 해낸 사람이었다.전인국이 어두운 눈빛으로 전동하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너를 실망시켰구나, 내가 죽으려면 아직 멀었어."일이 이렇게 된 이상, 두 사람도 이익을 위하여 겉으로 부자의 정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전동하는 승자임이 틀림없었다.전동하도 그 모습을 보곤 소파에 앉았다. 소파의 절반을 차지한 두 다리는 순간 사람에게 위압감을 선사했다.전인국도 어렸을 때부터 얕잡아보던 아들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니면 그의 능력으로 이 요양원을 벗어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하지만 현실은 그는 이 병실의 문도 나설 수 없었다.이 얼마나 웃긴 상황인가.전동하가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본부에서 연락했다는 거 알아요, 요즘 하소그룹에서 일어난 일, 다 아버지가 지시하신거죠?"전동하는 분명 묻고 있었지만 말투는 단호했다.그 말을 들은 전인국은 득의양양해졌다.전동하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나를 여기에 가둬두면 내가 손 놓고 죽기만을 기다릴 줄 알았나 보지? 전동하, 내가 네 아버지라는 거 잊지 마. 네목숨을준건나라고,네가그여자랑전씨집안을차지하면아무걱정도하지않을 수 있다고생각해?그여자가전씨집안을위해서너를이용하고있을거라는생각은안해봤어?나랑기섭이한테이렇게대하는거전씨집안한테미안하지도않아?"전인국이씩씩거리며 말했다.그는오래전부터전동하를욕하고싶었던듯했다.역시천한것이낳은자식이었다,그는처음부터전동하를땅에던져죽였어야했다고생각했다.무덤덤하게전인국의욕을듣고있던전동하가그를바라봤다."은정 씨가 절 이용한다해도 그이용가치에 영광스럽게생각할거예요."전동하가웃으며소은정
얼음장 같은 전동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다들 제 잘못이라고 하셨죠. 제가 엄마를 밀어버렸다고요. 절 지금까지 살려주신 것도 혈육의 정 때문이 아니라 그 추악한 진실을 덮기 위한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 아닙니까?”전씨 일가 사람들은 말끝마다 전동하를 배은망덕한 자식이라고 불렀다.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말이다.‘키워준 은혜? 당신들이 나한테 준 상처는? 그렇게 쉽게 잊혀질 줄 알았어?’낳아준 생모의 얼굴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지만 그날 그 장면은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게 전동하의 꿈에 나타나곤 했다.사실 엄마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여자였다.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은 것도 전동하를 방패삼아 전씨 일가 안방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이었다.하지만 사생아 따위 버려도 상관없다는 전인국의 태도에 받은 충격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졌고 죽는 날까지 그 그림자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느라 아들을 제대로 바라볼 여유 조차 없었다.그럼에도 그녀의 죽음에 전동하가 절망스러웠던 건 엄마가 죽은 뒤로 그의 앞에 더 끔찍한 지옥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약 20년 동안 전동하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난 도대체 왜 태어난 걸까? 이리저리 치이고 버림받고 미움받을 바에야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그런 그에게 동생인 전동준은 삶의 희망을, 마이크는 그에게 삶의 동력이 되어주었었다.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주 오래전 스스로 비루한 목숨을 끊어냈을 것이다.그런 그가 최근 처음 살아있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그의 앞에 나타난 소은정 덕분에 이 세상의 따뜻함이라는 걸 처음 느끼기 시작했고 그녀 옆에 있으면 틈 날 때마다 그를 심연으로 끌어당기던 우울감도 사라지는 듯했다.하지만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가 차분한 척, 친절한 척 하는 얼굴 뒤에 징그러운 악마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아들의 말에 방금 전까지 분노로 타오르던 전인국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네... 네가 그걸
“전동하!”전인국이 짐승처럼 울부짖었다.목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그가 냉정을 되찾기 위해 한참 동안 심호흡을 이어갔다.‘어떻게 일군 회사인데. 이대로 다 잃을 순 없어.’“내가, 내가 도와줄게. 내가 대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이사들 설득하마. 하지만 전인그룹을 네가 통째로 가지는 건 절대 안 돼!”이에 여유롭게 손목을 돌려 시간을 확인한 전동하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소파에서 일어섰다.“아버지, 협상도 자격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겁니다. 누구보다 더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세요? 이제 며칠 뒤면 이 세상에서 전인그룹을 사라지게 될 겁니다. SF그룹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그리고 그 그룹에 당신들 자리는 없을 겁니다.”“뭐... 뭐라고?”전인국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전인그룹으로서 일궜던 모든 걸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니?다 키운 숲을 전부 불태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묘목을 심는 거나 다름없는 결정이었다.‘독한 놈...’하지만 전동하의 눈동자는 자신감으로 빛났다.“앞으로 또 허튼 짓 하시면 당신께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 산소호흡기 떼어버릴 테니 알아서 하세요.”전기섭의 목숨으로 협박하자 전인국이 벌떡 일어섰다.“지... 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방금 전까지 그렇게 화를 내던 사람이 기가 팍 죽었네. 전기섭 목숨이 그렇게 소중한가 보지?’이런 생각에 전동하의 눈동자가 혐오감으로 물들었다.“네, 협박 맞습니다. 이보다 더 잘 통하는 협박이 있을까요? 신중하게 행동하세요. 당신한테 남은 마지막 아들입니다.”전인국의 얼굴이 추악하게 일그러졌다.협박? 애원? 구걸?‘내가 어떻게 해야 저 아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전인국은 왠지 전동하가 낯설게 느껴졌다.한때 전인국은 전동하의 소식을 전부 차단했었다. 아니, 그 이름 조차 귀에 담고 싶지 않았다.사생아이자, 살인의 목격자.전동하는 그에게 인생의 커다란 오점 같은 존재였고 무시하다 보면 언젠가 지워질 거라 생각했었는데...그의 방치로 인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