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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1화 이체 기록

얼음장 같은 전동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제 잘못이라고 하셨죠. 제가 엄마를 밀어버렸다고요. 절 지금까지 살려주신 것도 혈육의 정 때문이 아니라 그 추악한 진실을 덮기 위한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 아닙니까?”

전씨 일가 사람들은 말끝마다 전동하를 배은망덕한 자식이라고 불렀다.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말이다.

‘키워준 은혜? 당신들이 나한테 준 상처는? 그렇게 쉽게 잊혀질 줄 알았어?’

낳아준 생모의 얼굴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지만 그날 그 장면은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게 전동하의 꿈에 나타나곤 했다.

사실 엄마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여자였다.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은 것도 전동하를 방패삼아 전씨 일가 안방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생아 따위 버려도 상관없다는 전인국의 태도에 받은 충격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졌고 죽는 날까지 그 그림자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느라 아들을 제대로 바라볼 여유 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죽음에 전동하가 절망스러웠던 건 엄마가 죽은 뒤로 그의 앞에 더 끔찍한 지옥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약 20년 동안 전동하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난 도대체 왜 태어난 걸까? 이리저리 치이고 버림받고 미움받을 바에야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그런 그에게 동생인 전동준은 삶의 희망을, 마이크는 그에게 삶의 동력이 되어주었었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주 오래전 스스로 비루한 목숨을 끊어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처음 살아있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앞에 나타난 소은정 덕분에 이 세상의 따뜻함이라는 걸 처음 느끼기 시작했고 그녀 옆에 있으면 틈 날 때마다 그를 심연으로 끌어당기던 우울감도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가 차분한 척, 친절한 척 하는 얼굴 뒤에 징그러운 악마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들의 말에 방금 전까지 분노로 타오르던 전인국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네... 네가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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