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니 소은호는 전동하가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번에 전동하가 없었다면 지금 수술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소은정이 되었을 것이다. 더 나쁜 결과를 그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어렸을 때부터 온갖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소은정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을 전부 겪게 되었다.스위스의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전부 끊기는 바람에 수술은 한 원장의 제자와의 화상전화를 통해 이루어졌다.한 원장님이 직접 나선 수술은 새벽 한 시에 시작되어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한 원장과 함께 수술실에 들어섰던 이들이 피곤한 얼굴로 수술실을 나섰다. 평소 튼튼해 보이던 한 원장님도 이틀간의 소란을 거쳐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원장님, 어떻게 됐어요?"소은호가 중환자실로 돌아가는 전동하를 보며 물었다. 그는 깨어나지도 않았고 전보다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한 원장님은 미간을 문지르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지도하에 수술은 잘 끝나서 내장 출혈은 막은 상태야. 하지만 우리 기술이 과학의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해서 아직 조금 모자라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야."한 원장이 잠시 망설이다 다시 말했다."내일 선진적인 치료 기계를 들고 오기를 기다리면 돼, 하지만 시간이 급박해서 세관에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네 도움이 필요해."그 말을 들은 소은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이에요."한 원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를 떴다.소은호는 얼른 세관 쪽에 연락을 해 전문가 한 분을 모실 준비를 하라고 했다.새벽녘이 되었을 때, 창밖에 안개가 가득 끼었다.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소은호가 확인해 보니 우연준이었다."여보세요?""대표님, 박 대표님이랑 국정원 쪽 관계를 조사해 보라고 하신 거 거의 다 알아냈습니다. 안진이 박수혁의 아버지를 잡아서 박봉원을 다치게 만들었던 겁니다. 박수혁은 겉으로 결혼을 허락한 척했지만 사적으로 국정원이랑 연락을 해 안진이 무기상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대
우연준의 말이 끝났지만 소은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담담하고도 차가웠다.우연준에게 조사를 해보라고 한 것도 자신의 추측을 검증하기 위함이었다.그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그리고 지금, 그의 모든 추측이 들어맞았다.죽을 놈의 박수혁이 왜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은 것인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소 대표님,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우연준이 물었다.소은정이 안전하게 돌아온 사실을 알고 난 뒤로 우연준은 정신을 차렸다.마치 모든 것이 의의를 되찾은 듯했다.정말 박수혁을 대항하라고 해도 그에게 용기와 목적이 생겼다."안진은 지금 어디에 있지?"소은호가 담담하게 물었다.그는 이것이 가장 궁금했다.도혁이 처음으로 인질 교환을 제기했을 때, 박수혁 스스로 간 것은 시간이 급박해서 그랬던 거라고 이해할 수 있다.하지만 담판이 실행한 뒤에도 박수혁은 그다지 급해 보이지 않았다.그렇다면 다른 인질은 어디에 있는 걸까?왜 처음부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걸까?"아직 조사중입니다."우연준이 멈칫하다 대답했다.소은호가 미간을 찌푸렸고 우연준이 한마디 덧붙였다."안진은 한국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박수혁이 떠나기 전, 안진을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담판이 실패한 뒤, 박수혁은 도혁이 자신의 자리에서 사람을 빼앗을까봐 걱정이 되어 안진을 동남아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우연준이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소은정의 비서로 오랫동안 일을 하는 동안 그는 소은정이 겉으로 보기에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지만 사실은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명확한 규칙이 있었다.하지만 겉으로 순애보인 척하던 박수혁은 그런 소은정을 어떻게 대했는가?우연준은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소은정의 진심만 버려진 셈이었다.우연준은 박수혁과 전동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었지만 지금 소은정의 비서로서 그는 영원히 전동하 쪽에 서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휴대폰속에는 계속 침묵이 이어졌다. 소은호도
소은호는 소찬식을 보곤 얼른 일어났다. 그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아버지…""아버지라고 부르지 마, 이렇게 큰일이 있었는데 감히 나를 속이려고 했어? 뭐 북극에 가서 스키를 타러 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소은호가 소찬식에게 했던 거짓말이었다.소은호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욕을 먹으면서도 반박하지 못했다.한시연도 옆에서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소찬식의 등을 두드리며 그의 화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은정 씨 아직 안에서 자고 있어요."소은정이 안에서 자고 있다는 말을 들은 소찬식이 그제야 분노를 억누르며 소은호를 한 눈 보더니 조심스럽게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소은정의 병실 밖에는 거실 하나가 더 있었기에 소은정은 문을 여는 소리에 깨지 않았다.소찬식이 문을 열고 들어서려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뒤를 따르던 이를 쏘아봤다."너는 들어오지 마, 은정이 쉬는 거 방해하지 말라고. 이따 한 원장 불러와, 은정이 어떻게 된 건지 내가 직접 물어볼 거니까."소찬식은 행여나 소은정이 깰까 봐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호가 한숨을 쉬었다."아버지, 한 원장님 새벽 5시까지 수술했으니까 쉬게 해주세요. 주치의한테 보고하러 오라고 할게요."그 말을 들은 소찬식이 미간을 찌푸렸다."수술이라니? 무슨 수술?""전동하가 다쳤어요."소은호의 목소리는 무척 작아 두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였다."은정이를 살리려다가 다쳤어요, 지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예요."그 말을 들은 소찬식이 놀란 얼굴을 하다 입을 다물었다."잘해줘, 가족도 없는 사람이니 마이크도 우리 집으로 데려오고."소은호가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는 이미 전 씨 집안사람들과 등을 돌렸다. 그가 지금 가지고 있는 회사도 사실은 소 씨 집안의 것이었다.그랬기에 그는 전 씨 집안사람들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불구가 되어버린 전기섭과 그를 미치도록 미워하고 있는 전인국은 그를 보러 오
소은호는 눈시울이 시렸다. 그는 얼른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한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병실 안의 소은정을 바라봤다.......공기속의 따뜻한 기운에 소은정은 편안함을 느꼈다.이런 환경은 그녀에게 안전감을 가져다줬다.전의 습하고 더운 느낌보다 훨씬 좋았다.소은정이 천천히 눈을 뜨니 깨끗한 천장에 매달린 화려한 등이 보였다.그녀는 한순간 기억을 잃고 자신이 왜 이곳에 온 것인지 잊을 뻔했다.하지만 머지않아 끔찍한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그녀는 다급하게 숨을 내뱉으며 정신을 차렸다.그때, 따뜻한 손이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 느낌은 익숙한 느낌이었다.소은정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소찬식이 눈물을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마치 아직 초등학생인 자신을 보살펴 주고 있는 듯했다. 잠을 재워주고 아침 일찍 깨우고 밥도 먹이고, 매일 그랬던 것처럼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소은정이 잠에서 깨 잠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아빠?"소찬식이 얼른 대답을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 때문에 깼어?"소은정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아뇨, 정말 엄청 오래 잔 것 같아요.""어제 늦게 잠들었으니 오래 잔 것도 아니지, 조금 더 자도 돼."소은정이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소찬식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등 뒤에 쿠션을 받쳐줬다.링거를 다 맞고 나니 그녀는 온몸이 가뿐해졌다.소은정은 힘이 들어간 몸이 느껴지자 기분이 좋아졌다."아빠, 걱정시켜 드려서 죄송해요.""어젯밤에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네가 아무 일도 없었지. 아니면 나를 속인 놈들 전부 다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은호가 두 사람을 보다 결국 소찬식의 몸에 시선을 멈추곤 물었다."아버지, 시연이가 은정이한테 먹일 죽을 가지고 왔어요."소찬식은 소은호를 한 눈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여전히 그에게 화가 나 있었다.이렇게 큰일을 속이려고 했다
반 공기 정도 먹은 소은정은 더 이상 넘기기가 힘들어졌다.소찬식의 안색도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아직 불편해? 더 잘래?"하지만 소은정은 고개를 저었다."동하 씨는 어떻게 됐어?"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소찬식이 소은호를 바라봤다.소은호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아직 관찰 중인데 괜찮아, 오늘 원장님께서 아는 의사 선생님이 최신 치료 기계를 들고 온다고 했으니까 나을 수 있어."소은호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의 불안을 떨쳐냈다."은정아, 일단 자기 몸부터 추스려, 전동하 일은 네 오빠한테 맡기고. 너를 살려줬으니 우리 집안에서도 잘 보살펴 줄 거다.""네, 저도 알아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다시 소은호를 보며 물었다."내가 사라졌다는 소식 아직 밖으로 전해지지 않았지?""응,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어. 밖으로는 외국으로 가 여행도 할 겸 시장탐방을 한다고 했으니 의심하는 사람도 없어.""그럼 됐어."소찬식은 소은정의 병실에서 떠날 줄 몰랐다. 결국 소은호는 회사의 일을 병원으로 들고 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의사 선생님이 전동하를 검사하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내놓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의사 선생님은 전동하의 상황에 대해 큰 희망을 품었다."제가 만난 환자 중에 이분보다 더 심한 분도 계셨어요, 환자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를 믿으세요."한 원장은 이 기쁜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려줬다.소은정이 조금 나은 모습을 확인한 소찬식은 소은호에게 병원과 병실 주위에 대량의 경호원을 배치하라고 했다.저녁이 되어 한시연이 소찬식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했고 소은호가 그를 집으로 데려다줬다.병실이 갑자기 조용해지니 소은정은 조금 적응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이 걸을 수 있으니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고 병실을 나섰다. 그녀는 전동하가 어느 정도로 회복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문을 연 순간, 문 앞에 경호원
소은호가 돌아온 것이었다."직접 보니 마음이 놓여?"소은정이 그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고마워, 오빠. 한 원장님한테 들었는데 오빠가 도와줘서 훨씬 빨리 해결할 수 있다고 들었어.""다 너를 봐서 한 거야, 아니면 저놈한테 이런 대접 안 해줘."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었다."네가 쓰던 휴대폰은 박살 나서 새거 샀어, 안에 있던 거 전부 다 옮겨놨고. 그리고 한유라가 너 많이 걱정하더라, 너한테 전화한 거 후회하고 있던데 기분 좋으면 전화라도…"소은호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머리를 탁 치더니 얼른 휴대폰을 받아들었다."오빠가 말 안 했으면 잊을 뻔했어, 유라 지금 엄청 걱정하고 있을 텐데."한유라의 전화 때문에 소은정이 이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소은정은 이 일을 한유라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유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혁은 다른 기회를 찾았을 것이다.한유라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소은정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얼른 한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한유라가 전화를 받았다."은정… 아니, 오빠, 은정이 소식은 좀 있어?"한유라가 조금 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나쁜 소식이라도 들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그동안 소은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소은호가 받았었다.그녀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소은호는 소은정을 대신해 그녀의 전화만 받았다.하지만 그녀가 너무 빈번하게 묻는 바람에 소은호도 짜증이 나 요즘은 한 통밖에 받지 않았었다.한유라는 소은호가 자신을 탓하고 있다고 생각해 더욱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그런 한유라의 목소리를 들으니 걱정되었다. 아마 한유라는 요즘 무척 괴로워했을 것이다.겉으로 털털한 척해도 안은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 바로 한유라였다."아냐, 유라 아가씨, 나 보고 싶었어?"소은정의 목소리를 들은 한유라는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소은정,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너 드디어 돌아왔구나
박수혁의 대부분 선택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하지만 이번 일에서 소은정은 그 어떠한 잘못도 없었기에 그녀는 박수혁을 동정할 필요가 없었다.물론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소은호도 소은정이 별로 부담을 가지지 않자 조금 마음을 놓았다."네가 죽기를 바란 건 아니고, 전에는 마음이 네가 아닌 곳을 향해서 도혁이랑 거래를 계속했던 거지. 하지만 네가 살았다는 소식을 알리지는 않았어, 박수혁이 모르고 있긴 하지만 내가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야.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두 사람은 그렇게 병실 앞에 도착했다."응, 앞으로 이 일에 참견하지 말아야겠어. 내일 마이크 데리고 와, 마이크도 분명 걱정하고 있을 거야."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가 오늘 데리고 오라고 하셨는데 네 몸이 회복되지 않았잖아. 여기 데리고 오면 돌봐줄 사람이 없을까 봐 안 데리고 왔어. 은해도 오늘 오려고 했는데 비행기가 늦는 바람에 내일 온대, 은해 올 때 데리고 오라고 하면 돼."소은정은 모든 것을 잘 안배한 소은호를 보며 반박하지 않았다.소파에 앉은 소은정이 회사의 메일을 둘러보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소은호를 바라봤다."오빠, 도혁이 하는 사업 하나도 깨끗하지 않아, 인신매매에 마약까지,"소은정은 그날 밤, 차를 타고 떠나기 전 봤던 여자의 절망으로 가득 찬 눈빛이 생각났다.소은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은호가 손짓하며 그녀를 저지했다."알아, 박수혁이 적지 않은 증거를 장악했으니 걱정하지 마. 그 일은 이제 생각하지 마."그녀가 돌아온 뒤로 소은호는 그녀에게 동남아에서의 일을 묻지 않았다.그 시간들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게 되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혹여나 소은정에게 트라우마로 남을까 두려웠던 것이었다.소은호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그때의 그녀는 자신을 보호할 힘조차 없었기에 다른 이를 보호한다는 건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다른 이에게 증거가 있다면 그녀도 굳이 움직이고 싶지
소은정이 고개를 숙인 한유라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네 탓 아니야,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 네 전화가 없었어도 다른 기회를 찾았을 거야.""정말 내 탓 안하는 거야?""당연하지."소은정이 웃으며 대답했다."하지만 네 오빠가 나를 탓하겠지, 전화해서 네 상황을 물어보려고 해도 전화도 안 받았어!""네가 너무 자주 해서 그런 건 아니고?"그 말을 들은 한유라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그럴 리가."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숙였다."나는 네가 걱정돼서 그랬던 거지.""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우리 오빠 원래 저런 사람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 이번에도 오빠가 먼저 너한테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한 거야.""그럼 다행이고."한유라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소은정이 다시 웃으며 한유라를 안았다."그래, 이제 곧 결혼식 다가오지 않아?"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한유라의 안색이 조금 이상해졌다.이를 감지한 소은정이 물었다."둘이 결혼 무르기로 한 건 아니지?""그건 아닌데 며칠 전에 싸웠어."한유라가 조금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말했다."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완전히 너 때문에 그런 건 아니야, 내가 동남아로 가서 너를 살려주겠다고 했는데 심강열이 못 가게 하는 거야, 내가 가면 도움이 못 될 거라고 하면서. 내가 안 가면 너 죽는 꼴 보고만 있으라는 거야 뭐야."소은정은 그 말을 들으니 감동되었다. 그녀는 친구가 많지 않았지만 모두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이들이었다."너무 충동적이었어, 심강열 말이 맞지, 너가 가서 뭘 할 수 있다고? 욕이나 퍼부으려고?"소은정이 한유라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흔들며 물었다.그러자 한유라가 벌떡 일어섰다."사람 깔보지 마!""알았어, 하지만 네가 가면 분명 도혁한테 기회만 더 주는 꼴이 되었을 거야. 심강열 생각이 맞지, 너를 걱정해서 한 말인데 너 이러면 안 돼.""나는 그냥 심강열이 너무 침착하다고 생각해서 그래, 자기 친구한테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한유라가 화가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