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지킨 조희찬은 여전히 의아했다.‘날고 기는 인재들은 쳐다도 안 보시더니. 왜 하필 사모님을? 설마... 우리 대표님도 드라마 보시나? 대표와 비서의 두근두근 비밀 사내연애 이런 걸 꿈꾸시는 거야?’심해그룹의 분위기는 뭐랄까.프리하면서도 엄숙했다.수석 비서가 바뀌었으면 적어도 같은 비서실 사람들은 술렁일 줄 알았는데. 간단한 자기소개를 제외하곤 다들 자기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굳이 한유라의 정체에 대해 수군대는 것도 없이 말이다.그렇게 어리둥절한 상태로 업무를 대충 익힌 한유라는 이미 어두워진 창밖 풍경을 발견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뭐? 8시?’한유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하, 야근은 절대 안 되지.’핸드백을 챙긴 한유라가 문을 벌컥 연 순간, 마침 그녀를 보러 오려던 심강열과 마주치고 그녀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5억? 하, 이 정도 업무량이면 10억은 줘야지!’“오늘 첫날이라 많이 힘들었지? 배 안 고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까?”입이 잔뜩 나온 한유라가 그를 밀쳐내고 사무실을 나섰다.“아, 몰라. 나 퇴근할 거니까 말리지 마.”뒤에 덩그러니 남은 심강열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 뒤를 따랐다.“왜 따라와.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한유라가 소곤댔다.“누가 본다고 그래. 다들 퇴근했구만.”그 말에 주위를 둘러본 한유라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진짜네. 우리 둘 빼곤 한 명도 없어.”“회사 규정이야. 매일 해야 할 일만 마치고 바로 집에 가기. 야근 하려면 부장 선에서 미리 보고서 올려야 해.”심강열의 설명에 한유라는 눈을 껌벅였다.“허, 진짜 좋은 대표님이네. 이렇게 자비로운 대표님은 처음 봐.”한편,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선 한유라는 복도 한 구석에 놓인 건축자재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뭐 어디 손 보게? 건물이 완전히 새 건 아니지만 손 보려면 돈 꽤 나갈 텐데.”“아니. 엘리베이터 하나 설치하려고.”심강열의 대답은 마치 하늘거리는 깃털처럼 한유라의 마음을
한유라와 함께 걷던 심강열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내가 이제 불편해서 그래. 그래도 명색이 대표인데 직원들한테 끼여서 출퇴근 하는 건 좀 모양 빠지잖아?”‘쳇, 어차피 돈도 많겠다. 하고 싶은대로 하라지 뭐.’한유라는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더 숙였다.잠시 후, 심강열은 한유라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계산대 앞에서 심강열이 우연히 지인을 만나고 한유라는 대충 자리를 피해 소은정과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소은정: 내일 쇼핑 안 할래?한유라: 시간 없어. 나 일해야 해.소은정: 미친. 뭐 잘못 먹었어?한유라: 그런 거 아니야. 아무튼 그렇게 됐어.소은정: 뭐 돈 부족하니?평소 워낙 베짱이 같은 삶을 살아오던 한유라라 소은정의 첫 반응은 바로 한유라의 회사에 큰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였다.소은정의 반응에 한유라는 왠지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나 이직했어. 오늘부터 심해그룹 심강열 대표 비서야.”“하... 아, 네.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한유라가 답장을 보며 헤실거리던 그때 룸 문이 열리고 당연히 심강열인 줄 알고 웃으며 일어서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민하준?’민하준은 전보다 훨씬 더 음울해진 모습이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에 더 날카로워진 눈은 한유라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마침 이곳에서 식사를 하다 심강열을 발견하곤 혹시나 싶어 룸으로 들어와봤더니 정말 한유라가 있을 줄이야.‘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이제 저 자식이랑 이렇게 대놓고 다닐 정도로 가까워진 거야?’앞으로 당연하다는 듯 심강열 옆에 서 있을 한유라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욱신거렸다.반면, 한유라가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네가 여길 어떻게... 나가.”하지만 민하준은 더 가까이 다가섰다.“왜 그래? 우리가 그렇게 내외할 사이는 아니잖아.”“그렇다고 친한 척 대화할 사이도 아니지. 이젠 다 끝났으니까.”“다 끝났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무섭게 한유라를 노려보는 눈과 달리
정정당당하게 그녀의 곁에 서고 싶어 이혼까지 강행했는데 결국 그는 한유라를 화나게 만들었고 질리게 만들었고 떠나게 만들었다.그래도... 그저 잠깐 동안의 이별이라 생각했다.어찌 보면 법보다 더 무서운 도덕적인 질타를 무시하면서도 한유라는 그의 곁에 있는 걸 선택했으니까.게다가 이제는 이혼까지 했겠다. 구설수도 언젠가 사라질 테고 한평생 한유라와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이제 당연하다는 듯 다른 사람과 함께인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느껴졌다.‘아, 이 여자는 내 인생을 비추는 태양이 아니라 그저 스쳐지나는 바람이었구나.’이제 그를 바라보는 한유라의 눈빛에선 더 이상 증오도 느껴지지 않아 더 공허하고 절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단 0.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다시 매달리고 싶었다.“아직도 나한테 화났어? 그 프로젝트는 왜 양보한 거야? 지채영 그 여자가 또 찾아와서 뭐라고 했어?”지채영이 무너져가는 걸 알고 있었지만 민하준은 돕지 않았다.그가 마지막 동아줄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그렇게 완전히 지채영의 몰락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한유라가 프로젝트를 양보했다는 소식에 민하준은 당황스러웠다.‘어쩌면 나보다 그 여자가 더 미울 텐데 왜?’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하나뿐이었다.민하준이 가장 회피하고 싶었던 그 사실.‘이젠 정말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기꺼이 도와줄 수 있을만큼?’“민하준, 너 왜 그래? 우리 두 사람이 그렇게 깊은 사이는 아니었잖아. 그냥 서로에게 끌려서 사귀었고 이젠 서로 질려서 헤어진 거야. 이 순간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 이 세상 남녀들이라면 다 한 번쯤 해볼법한 그런 연애였다고. 네 사랑만 특별했다고 착각하지 마. 너랑 계속 사귀었으면 나도 지채영 그 여자 꼴 났겠지. 이용만 당하고 폐기처리 당하는 그런 삶.”이에 민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럴 리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이제 내가 너 안 사랑한다고.”한유라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두 남자의 대치가 이어지고 날카로운 시선이 칼날이 되어 부딪혔다.서로 물러날 기색 없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한유라는 숨이 막혀왔다.“그냥 가.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한유라가 심강열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잡은 심강열이 싱긋 웃었다.“그래.”“심강열...”저승사자처럼 차가운 민하준의 목소리가 룸을 가득 채웠다.“쟤가 너한테는 진심인 것 같아? 나 처음에 만났을 때도 쟨 저랬어. 너도 이제 나처럼 버려질 거야.”민하준의 말에 한유라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눈앞이 어질어질했다.‘하, 정말 끝까지 나가는구나? 이렇게 추잡하게...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여자인데.’고개를 돌린 한유라가 어떻게든 쏘아붙이려던 그때, 심강열이 그녀의 등을 밀어 룸에서 내보냈다.그리고 곧이어 문이 굳게 다쳤다.다시 돌아선 심강열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다 지껄였어?”민하준이 그런 그를 도발하 듯 픽 웃어 보였다.“하, 도련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나 봐? 왜 쟤가 정말 좋아지기라도 했어?”지금 그가 하는 짓이 얼마나 추잡한지 민하준이 모를 리가 없었다.하지만 심강열에게서 한유라를 떨어트려 놓을 수만 있다면 더 심한 말도 충분히 더 할 수 있었다.‘어차피 정정당당한 승부? 그딴 건 나한테 안 어울려. 더럽고 추잡하게라도 이겨야겠어.’“유라를 정말 사랑했다면 말 가려서 해. 네 말 때문에 저 여자가 상처받을 거란 생각은 안 해?”민하준의 늑대 같은 눈이 번뜩였다.‘네가 뭔데 유라 상처를 걱정해. 네까짓 게 문데.’“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는 아니어도 대충은 알아. 적어도 유라는 두 사람 사이에서 최선을 다했어. 널 사랑했던 것도 진심이고 지금 마음이 떠난 것도 진심이야. 그러니까 이제 그냥 받아들여.”“뭐? 마음이 떠났어? 네가 뭔데. 네까짓 게 뭐라고 평가질이야.”민하준이 분노를 터트렸다.‘넌 뭐가 잘나서 우리 사이에 훈계질인 건데. 부모 잘 만나서 평생 호의호식한 주제에
불빛 아래.문틈으로 흘러나오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으나 다리가 바닥에 박힌 건지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문이 열리고 심강열이 입가를 매만지며 룸을 나섰다.벽에 기댄 채 서있는 한유라를 발견한 심강열이 미간을 찌푸렸다.“왜 여기 서있어? 안 추워? 자, 집에 가자.”심강열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한유라는 그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다.아니, 두텁고 따뜻한 그 손을 절박하게 더 꼭 잡았다.그 온기가 민하준이 그녀의 심장에 꽂은 얼음 비수를 녹이는 듯했다.‘역시 하느님은 공평하셔. 이렇게 절 구원해 주시네.’잠시 후, 집에 도착한 한유라는 따뜻한 온기에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집이다... 여기가 이 사람이랑 평생 살아갈 집. 아늑해....’말없이 소파로 다가간 한유라가 털썩 주저앉았다.이 상황을 어떻게 해명하면 좋을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지고 표정이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한유라가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핸드백을 주워 올려놓은 심강열이 다가왔다.“백이 무슨 죄야. 언제는 백이 인생의 즐거움이라면서.”이에 한유라가 눈썹을 치켜세웠다.‘뭐야? 내가 이 말을 이 사람에게 했던가...’그녀의 마음을 들여다 본 듯 심강열이 싱긋 웃었다.“너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 행복을 아주 많이 가지고 계시다는 것도.”싱거운 그의 농담에 한유라가 피식 웃었다.“그 사람이 갑자기 거기 나타날 줄은 몰랐어. 내가 원해서 대화한 거 아니야. 나 전 애인한테 질척대는 그런 여자 아니라고.”“알아.”심강열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 실수야. 괜히 거기로 갔다, 그치? 오늘 힘들게 일한 거 풀어주고 싶어서 간 거였는데 더 엉망이 돼버렸네?”다른 남자였으면 어떻게 된 거냐 화를 내도 백 번은 더 낼만한 상황인데 스스로의 잘못이라 말하며 오히려 그녀를 달래는 심강열을 바라보던 한유라는 갑자기 울컥 감정이 북받쳐오르기 시작했다.“이 결혼 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당신 배신 안
박수혁은 일부러 SC그룹을 누락한 것처럼 소은정만 빼놓았다. "신경 쓰지 마요, 제가 오빠랑 얘기해 볼게요."소은정이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우연준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한시름 놓았다.아마 박수혁이 전처인 소은정이 자신의 약혼식에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소은정을 빼놓은 듯했다.그런데 약혼식이라니?소은정에 대한 박수혁의 집착이 이렇게 사라졌다니.우연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어떤 일은 그가 알 수 없었다.소은정은 업무를 마치곤 소은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소은호의 사무실 안에는 부장님 하나가 전전긍긍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소은호의 심기를 건드린 게 분명했다."나가보세요, 다시 한번 이런 일을 벌였다가는 그만 둘 각오하시고요."소은정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소은호가 앞에 있던 부장님을 한 눈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부장이 나간 뒤, 소은정이 소은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오빠, 박수혁이 약혼한다는 소식 들었어?"그 말을 들은 소은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표정이 좋지 않은 소은정을 보더니 물었다."너 설마…" 소은정은 소은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박수혁이 약혼한다는 소식이 다 알려진 마당에 나한테 초대장을 안 보냈다는 거 알려지면 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마음대로 생각할 거 아니야, 그거 때문에 사업에 영향줄까 봐 그러는 거지."소은호는 그 말을 듣고서야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박수혁도 자기가 원해서 결혼을 하는 건 아닐 거야. 네가 그 모습을 보는 건 더더욱 바라지 않아서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 거야. 내가 회사 명의로 축하해 줄 거니까 다른 건 상관할 필요 없어.""그래, 그럼."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런데 너는?"소은호가 소은정을 보다 물었다."나 뭐?""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전동하랑 너 아주 실이랑 바늘처럼 붙어 다니던데,
소찬식을 발견한 전동하가 말없이 마이크에게서 손을 거두곤 그에게 다가왔다."소 회장님, 마이크가 그동안 여기에서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소찬식은 전동하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이크가 안타까웠기에 그저 그를 한 번 흘겨보곤 말했다."그런 말 할 필요 없어, 모두 저 불쌍한 아이를 위한 거니까."불쌍?전동하는 이 단어가 왜 마이크 몸에 나타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그때 소은정이 소찬식의 등 뒤로 다가오더니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마이크 학교에 이미 연락을 해서 며칠만 지나면 다시 숙소로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국제 학교라 교육 방면에서는 믿을 만해요."소은정은 때가 되어 소찬식이 아까워할까 봐 미리 그를 안심시켰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소찬식이 미간을 찌푸렸다."1년에 몇 천만 원 하는 학교가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거잖아. 그냥 평범한 교육을 받는 게 훨씬 나아, 다른 애들보다 딸리는 거 없어!""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마이크의 실력으로는 더 이상 적합한 학교를 찾을 수 없어요, 특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면 문제가 나기 십상이에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찬식의 안색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그는 마이크의 학업을 간섭할 권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전동하가 마이크의 진정한 보호자였기 때문이었다.그저 마이크가 어린 나이부터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마음이 아팠던 것이었다.세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마이크는 흥분한 얼굴로 그녀에게 안겨 떨어질 줄을 몰랐다."예쁜 누나, 나랑 할아버지가 누나 엄청 보고 싶어 했어요, 맞죠?"마이크의 말을 들은 소찬식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아이에게 화를 내지는 못했다."누가 보고 싶었다고 그래?""할아버지께서 제가 크면 누나랑 결혼하게 해주겠다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마이크의 뒷덜미를 잡더니 뒤로 끌고 가며 말했다."가자, 네 숙제검사하러.""살려줘요, 예쁜 누나…"......소은정은 위층으로
국내에서 가장 저조함을 보이고 있는 영역이 바로 무기 영역이었다.시비가 많을 뿐만 아니라 곤경에 빠지기 십상이었다.박수혁이 아무리 멍청하다고 하더라도 태한그룹을 그런 흙탕물로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이다.게다가 그는 돈도 세력도 모자라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안진과 결혼을 할 필요가 없었다.정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협박에 의한 결혼임이 확실했다.그리고 두 가지 상황을 결합해 볼 때, 두 번째 상황이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소찬식은 한참을 고민하다 다시 입을 뗐다."너랑 박수혁 사이가 무척 어색하다고 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거리를 유지해야 해, 화를 자처하지 말고."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머리를 끄덕였다.소은정도 그 도리를 알고 있었기에 안진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밥을 먹은 뒤, 전동하는 마이크를 데리고 돌아갔고 소은정은 본가에 남았다. 소찬식은 머지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하지만 소은정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꺼림칙한 느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잠을 이루지 못한 결과, 소은정은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각하고 말았다.그녀는 아침도 챙겨 먹지 못하고 회사로 향했다.한유라는 결혼 전 기회를 찾아 솔로 파티를 열 준비를 했다. 하지만 파티는 자선의 이름을 걸고 진행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소은정은 그저 간단한 파티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제법 규모가 큰 파티였다. 재벌 집의 아가씨들 절반이 얼굴을 비췄고 나머지 절반은 한유라의 눈에 들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었다.전동하는 일 때문에 조금 늦는다 했지만 한유라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소은정이 옆에 앉아 디저트를 먹고 있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이 그녀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런 곳에서의 그녀는 항상 핫한 인물이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은정 씨, 경험 전수 좀 해줘요. 사람들이 매일 저한테 밥만 축내고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은정 씨, 제가 요즘 작은 작업실 하나 열었는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