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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6화 잘 숨겨

사모님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지킨 조희찬은 여전히 의아했다.

‘날고 기는 인재들은 쳐다도 안 보시더니. 왜 하필 사모님을? 설마... 우리 대표님도 드라마 보시나? 대표와 비서의 두근두근 비밀 사내연애 이런 걸 꿈꾸시는 거야?’

심해그룹의 분위기는 뭐랄까.

프리하면서도 엄숙했다.

수석 비서가 바뀌었으면 적어도 같은 비서실 사람들은 술렁일 줄 알았는데. 간단한 자기소개를 제외하곤 다들 자기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굳이 한유라의 정체에 대해 수군대는 것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어리둥절한 상태로 업무를 대충 익힌 한유라는 이미 어두워진 창밖 풍경을 발견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8시?’

한유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 야근은 절대 안 되지.’

핸드백을 챙긴 한유라가 문을 벌컥 연 순간, 마침 그녀를 보러 오려던 심강열과 마주치고 그녀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5억? 하, 이 정도 업무량이면 10억은 줘야지!’

“오늘 첫날이라 많이 힘들었지? 배 안 고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까?”

입이 잔뜩 나온 한유라가 그를 밀쳐내고 사무실을 나섰다.

“아, 몰라. 나 퇴근할 거니까 말리지 마.”

뒤에 덩그러니 남은 심강열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 뒤를 따랐다.

“왜 따라와.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한유라가 소곤댔다.

“누가 본다고 그래. 다들 퇴근했구만.”

그 말에 주위를 둘러본 한유라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진짜네. 우리 둘 빼곤 한 명도 없어.”

“회사 규정이야. 매일 해야 할 일만 마치고 바로 집에 가기. 야근 하려면 부장 선에서 미리 보고서 올려야 해.”

심강열의 설명에 한유라는 눈을 껌벅였다.

“허, 진짜 좋은 대표님이네. 이렇게 자비로운 대표님은 처음 봐.”

한편,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선 한유라는 복도 한 구석에 놓인 건축자재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뭐 어디 손 보게? 건물이 완전히 새 건 아니지만 손 보려면 돈 꽤 나갈 텐데.”

“아니. 엘리베이터 하나 설치하려고.”

심강열의 대답은 마치 하늘거리는 깃털처럼 한유라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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