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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참지 않지

겨우 다시 중심을 잡은 한유라는 그저 길 가는 사람에게 도움이라도 받은 듯 무심하게 밀어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걸음을 옮겨봐도 같은 자리만 빙빙 도는 기분에 한유라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인사불성으로 취한 그녀의 모습에 심강열이 피식 웃었다.

“몇 번 룸이에요?”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한유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은정이한테 전화 좀 해줄래요? 나 좀 데리러 와달라고. 내가 폰을 룸에 두고 와서어...”

한유라는 웅얼대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진상으로 느껴질 법한 이 상황이 심강열은 딱히 싫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 진중하다 못해 무뚝뚝한 그의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로 가득했다.

“업무용 휴대폰 번호 밖에 없는데요? 지금 제 전화를 받을까요?”

심강열과 소은정은 그저 오며가며 회의나 파티에서 만난 것뿐, 사적으로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소은정 대표 비서 번호는 있는데... 이런 사적인 자리에 비서를 대동할 일은 없을 테고...’

한편 한유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럼 왜 왔어요?”

“휴...”

심강열은 깊은 한숨과 함께 한유라의 가는 손목을 잡았다.

반대쪽으로 움직이던 그가 말했다.

“어느 방인지 기억 안 나면... 바람이라도 좀 쐬죠? 술 좀 깨면 생각날지도 모르잖아요.”

복도 끝 창문 앞에 도착한 심강열은 한 번도 걸지 않은 번호를 눌렀다.

“아, 우 비서님 되시죠? 심해그룹 심강열입니다.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만... 소은정 대표님한테 잠깐 복도로 나와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한유라 씨가 많이 취했는지 룸이 어딘지를 못 찾고 있네요? 저랑 같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심강열이 다시 고개를 돌리니 한유라는 창문 앞에 선 채 바람을 맞고 있었다.

아직 찬 밤바람에 정신이 반쯤 돌아온 한유라는 심강열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강열...? 그래. 결혼까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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