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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이미 지난 일

다음 순간, 전동하의 입가에 피어오른 미소가 완벽히 사라졌다.

“웃기죠? 이거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거 처음이에요. 아마 아버지도... 제가 알고 있는 건 모를 걸요? 우리 엄마가 왜 완전히 미쳐버렸는 줄 알아요? 아버지가 절 없애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어요. 날 이용해서 아버지 마음을 돌릴 생각이었거든요.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지니까 모든 걸 놓아버린 거죠.”

이어지는 충겨적인 말에 소은정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의 사랑 없이 자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껏해야 구박데기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친아버지 손에 죽을 뻔했다니.

특히 어두운 과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저 덤덤함에 가슴이 찢어질 듯했고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걸 다 견디면서 살아온 걸까? 언급하기 조차 힘든 잔인한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바르게 자란 걸까?

말없이 그를 바라보는 소은정은 복잡미묘한 감정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내 행운을 반 정도라도 나눠줄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마지막 그림까지 떼어내고 혹시나 망가질까 조심스럽게 바닥에 그림을 내려놓은 전동하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의 시야에 어두운 표정의 소은정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 모습에 오히려 더 당황하던 전동하가 부랴부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많이 놀랐어요? 미안요. 다시는... 이런 얘기 안 할게요.”

여전히 그녀를 먼저 생각하는 전동하의 표정에 눈시울이 붉어진 소은정이 와락 그의 품에 안겼다.

당황한 듯 움찔하던 전동하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지만 소은정의 기분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어도 이렇게 불행해질 수 있구나... 난 어떻게 저렇게 단단한 사람을 만나게 된 걸까? 역시 난 운이 좋은 것 같아.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전동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이제 다 지난 일이에요.”

소은정은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

울지 마... 여기서 울면 동하 씨가 너무 비참해지잖아. 값싼 동정은 집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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