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 그 자식이 여자한테 미쳐선 내 등에 칼을 꽂았어! 배신자 새끼, 당장 전동하 불러와!”“소은정... 소은정 그 여자도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해봐. 바로 그 계집부터 죽여버릴 거라고.”“내가 여기서 무너질 줄 알아? 전인그룹은 내 거야. 전동하 그 자식이 뭔데 내 걸 빼앗아가는 건데!”아버지의 발악을 듣고 있던 전동하는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소은정과 함께 있을 땐 단 한 번도 담배에 손을 대지 않았던 전동하였다.소은정이 담배 연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이제 곁에 소은정도 없고... 혼자서 아버지를 마주하려니 왠지 지치고 힘이 풀렸다.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갈 때쯤 의사가 병실에서 나오고 진정제라도 투여한 건지 광기 어린 욕설이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전 대표님?”그제야 의자에서 일어선 전동하가 힐끗 병실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좀 괜찮아진 겁니까?”“네. 진정제를 투여했고 아마 곧 잠이 드실 겁니다. 이제 들어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고맙습니다.”전동하의 인사에 의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재벌가 자제임에도 조금의 거만함도 느껴지지 않는 전동하에게 병원 직원들 모두가 이미 푹 빠진 상태였다.잠시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간 전동하가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공허한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전인국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반면 조용히 의자에 앉은 전동하는 평소 소은정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어쩌면 그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는 차가운 표정을 드러냈다.약 10초 정도가 흐른 뒤에야 전동하가 들어왔다는 걸 눈치챈 전인국은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약기운에 결국 다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전동하를 바라보는 전인국의 눈은 누가 봐도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은 아니었다.“이 배신자 새끼... 감히 날 병원에 가둬? 날 평생 이곳에 가둬둘 셈이야? 난 네 아버지야. 네가 인정하든 안 하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마지막 이성
의사가 병실을 나선 전동하를 맞이했다.“대화는 마치셨습니까?”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요양병원에 연락해 뒀습니다. 잠 들면 그쪽으로 이송하세요. 아, 전기섭도 그쪽으로 옮기시고요. 두 사람은 매일 면회 1시간 이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겠습니다.”그의 말에 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전 대표님은 그렇다 치더라도 회장님은 워낙 상대하기 힘들다 보니...”하지만 전동하의 서늘한 눈빛에 의사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그럼 전기섭 그 자식이라도 잘 감시하세요. 그리고 전인국 회장이 요양병원을 나서는 순간, 전기섭에 대한 치료는 중단될 거란 말도 잊지 마시고요.”전기섭은 현재 식물인간 상태, 식사, 배설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여기서 약물 치료를 멈춘다는 건 죽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니 전인국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전동하는 확신했다.워낙 아들 사랑은 각별하신 분이니까.“네, 알겠습니다.”의사가 먼저 자리를 뜨고 전동하도 곧 병원을 나섰다.미리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전인그룹 정리를... 이렇게나 서두르시는 이유는 하루빨리 귀국하여 소은정 대표님을 만나기 위함입니까?”비서의 질문에 전동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3초간의 침묵 끝에 비서가 화제를 바꾸었다.“전 회장님은 어떠십니까? 회사도 빼앗기시고 마음이 많이 헛헛하실 것 같은데.”그제야 전동하가 입을 열었다.“그 와중에도 전기섭 걱정은 끔찍하시더군요. 아무리 미워도 형이 아니냐면서 전기섭만큼은 내버려두라던데요? 참... 전기섭 그 자식... 눈 달리고 귀 달린 사람이라면 다들 구제불능 양아치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왜 아버지는... 전기섭 그 자식한테만 그렇게 끔찍하신 걸까요?”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의아할 뿐인 질문이기도 했다.전인국은 뼛속까지 이기적인 인간이라 사생아인 그에게 차가운 건 충분히 이해가 갔다.아니, 어찌 보면 가장 떳떳한 아들인 마이크의 아버지에게도 그의 잔인함은 공평했다. 그런데 왜 전기섭한테만큼은
이에 전동하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지금 미국은 아침이에요.”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이 이마를 탁 쳤다.아, 아직 잠이 덜 깼나 보다. 시차가 있다는 걸 깜박했네.“꽤 오래 잤네요? 배고프겠다. 얼른 내려가서 밥 먹어요.”전동하의 달콤한 목소리에 소은정은 처음으로 이런 기분이 들었다.아, 이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다.“동하 씨는 언제 귀국할 수 있어요?”“은정 씨가 준 미션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한숨을 쉬는 전동하를 향해 소은정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지금 후회해도 이미 늦은 거 맞죠?”“당연하죠.”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소은정은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동하 씨한테 맡기지 말고 그냥 대충 아무한테나 맡길걸... 전인그룹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치고 오라고 할걸...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소호랑이 두 발로 그녀의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꼬리를 흔들며 소은정의 발치에서 애교를 부렸다.잠시 후, 드디어 통화를 마친 소은정이 소호랑을 안고 1층으로 내려갔다.“아빠는 주무셔?”“아니요. 엄마가 뭐 먹는 거 보고 주무신댔어요.”소호랑의 말에 소은정이 발걸음을 재촉했다.역시나 소호랑의 말대로 소찬식, 소은호 모두 식탁 앞에 앉아있다.두 과묵한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왠지 주방 분위기가 축 처진 것처럼 보였다.“으아,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요. 저녁에 이렇게 많이 먹으면 살찌는데.”배가 고픈 건 맞았지만 소은정은 몸매 관리가 더 중요했다.그녀의 말에 소찬식이 눈을 흘겼다.“우리도 먹어야 할 거 아니야. 나랑 은호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 줄 알아? 무슨 잠을 그렇게 오래 자.”“그럼 깨우지 그러셨어요.”어깨를 으쓱하는 소은정을 향해 소은호도 한방 날렸다.“안 깨웠겠어?”뭐야. 깨웠는데 내가 못 들은 거야?이때 집사 아저씨도 다가왔다.“깨셨어요? 배고프시죠. 어서 식사하세요.”식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소은정은 주저없이 식탁 앞에 앉았다.그녀가 국부터 한 술 뜨려던 그때, 소찬
아버지의 말에 소은정이 두 눈을 깜박였다.뭐지? 내가 평소 쪼잔하게 굴었다는 말씀이신가? 그럴 리가 없는데.“솔직히 동하 씨는 전인그룹을 이어받는 거에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요. 뭐 그 집안에서 좋은 꼴 못 봤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마이크를 내세우지 않았다면 진짜 저한테 넘겼을 걸요?”소은정의 말에 소찬식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명분으로 보나 뭐로 보나 마이크가 전인그룹을 이어받는 게 당연하긴 하지.”식사를 마친 소은호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냈다.“어차피 지금은 전동하 대표 아들이고 전동하 대표는 가문에서 제발로 나온 사람 아닙니까? 당연할 것까진 아니죠. 뭐... 일단 이 정도에서 끝내도록 하죠. 은정이한테 보험 하나 둘어둔 셈 치고요. 전동하 대표가 처리를 하든 안 하든 전인국도 한동안은 조용할 겁니다.”소은호의 말에 소찬식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식사를 마친 소은정은 영화방으로 향했다.너무 자서 잠도 안 오네. 영화나 봐볼까...하지만 영화를 채 고르기도 전에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소은찬이 현관으로 들어섰다.예상치 못한 이의 등장에 소은호도 당황한 듯 눈이 커다래졌다.“너 연구소로 복귀한 거 아니었어?”“휴가냈어.”소은찬이 말없이 금테 안경을 치켜올렸다.“하, 1년에 휴가를 몇 번이나 낸 거야. 그런데 왜 안 잘리지? 설마 오빠 연구소 인수했어?”“나리가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하자더라.”소은찬의 짧은 대답에 소은호와 소은정 두 남매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남의 연애사에 별 관심이 없어 바로 2층으로 올라간 소은호와 달리 소은정은 바로 눈을 반짝이며 계단을 내려갔다.어이구, 여기 더 재밌는 영화가 있었네.“오빠, 진짜 달라지긴 했구나. 여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뵙기 위해 휴가까지 내? 전에 아빠가 입원하셨을 때도 안 나오던 사람이... 설마 나리 씨가 또 헤어지자고 했어?”따발총처럼 질문을 쏟아내는 소은정을 힐끗 바라본 소은찬은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소은정이 아니었다
소은찬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은정의 눈이 커다래졌다.“그걸 왜 이제 말해. 진작 알았으면 선물이라도 준비했을 텐데.”하지만 소은찬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리네 친척들만 모인 자리고... 나도 그냥 잠깐 얼굴만 비추고 나왔어.”“음... 친척들 거의 다 모인 거 아니야? 그럼 나리 씨 남자친구라고 인사드렸어?”잠깐 고민하던 소은정이 물었다.“응. 나리가 그냥...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서 나리 남친구라고 했더니 어머님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이상하지 않아? 그전에 내가 나리 남자친구였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 거지?“저녁 내내 소은찬을 의아하게 만든 문제였다.인간관계는 참 너무 복잡하단 말이야...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은찬을 바라보던 소은정은 웃음을 터트리다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잘했어, 오빠. 하마터면 진짜 결혼 못할 뻔했어, 알아?”이에 소은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경을 치켜올렸다.“그게 무슨 소리야?”“친척들한테 당당하게 소개를 한다는 건 나리 씨랑 정말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말이잖아. 그리고 오빠 스펙이 워낙 좋기도 하고. 미래의 장모님 체면 세워드린 거나 마찬가진데 당연히 기뻐하시지. 역시... 나리 씨가 현명하네. 부모님 쪽은 대충 해결된 것 같으니까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소은찬의 눈이 반짝였다.“아, 허영심 같은 거구나?”“윽, 굳이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소은정의 입꼬리가 살짝 떨려왔다.“아... 그래.”궁금증을 해소한 소은정은 미련없이 돌아섰다.“그럼 잘해 봐, 오빠. 나 간다.”“그래, 잘가.”그리고 소은찬은 고개도 들지 않고 한 마디 덧붙였다.“아, 내일 나리 부모님이 우리 집에 놀러오실 거야.”이에 문고리를 잡으려던 소은정의 손이 멈칫했다.“내일?”“응.”“왜 그걸 이제 말해?”소은정이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내일 예비 장인어른, 장모님이 우리 집에 오신다는데 뭐가 저렇게 침착해?
다음 날 아침.아직 깊은 잠에 빠진 소은정의 방에 소호랑이 깡총깡총 뛰어왔다.“엄마, 일어나요!”잠결에 소은정이 소호랑의 팔을 내쳤지만 소호랑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이 짝퉁 호랑이를 그냥...!소호랑에게 응징을 날리기 위해 소은정이 일어난 순간, 집사 아저씨가 그녀의 방문을 살짝 노크했다.“아가씨, 깨셨습니까?”안쪽에서 대충 인기척이 들리자 집사 아저씨가 말을 이어갔다.“회장님께서 얼른 준비하고 내려오시랍니다. 너무 늦게 내려오면 손님들이 안 좋게 보신다고요.”결국 잠을 다 깬 소은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알겠어요, 아저씨.”정신이 맑아지니 그제야 소호랑도, 집사 아저씨도 왜 이렇게 부산스럽게 구는지 이해가 갔다.아, 오늘 나리 씨 부모님이 오신다고 그랬지. 아빠... 신경 많이 쓰이시나 보네.세수를 마친 소은정은 캐주얼하면서도 조신한 옷을 고르기 위해 옷방을 한참 뒤졌다.결국 그녀가 고른 건 베이지색 원피스였다.은은한 컬러가 그녀의 피부색을 더 밝게 부각시켜주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녀가 계단을 내려갔다.한편, 소찬식은 아침부터 뭔가를 구시렁대고 있었다.“아니, 지금 회사가 문제야. 은호 얘도 은근 고지식하다니까. 지금 자기 동생 인생이 걸린 일인데.”집사 아저씨가 미소를 지으며 소찬식을 달랬다.“그래서 새벽 일찍 나가셨습니다. 급한 일만 처리하고 바로 들어오신답니다.”계단을 내려온 소은정은 완전히 탈바꿈한 거실을 둘러보며 입을 떡 벌렸다.비록 전에도 깔끔하긴 했지만 지금 거실은 광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화가라는 두 사람의 직업을 인식한 건지 인테리어 소품들도 우아하고 심플한 걸로 교체되어 있었다.저쪽에 있었던 꽃병은 경매에서 10억으로 낙찰받았던 거 아니었나? 도대체 어디에 치운 거야.감탄을 이어가던 소은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이럴 거면 아예 다른 집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아요? 제가 지금 사는 오피스텔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웃으며 집으로 들어온 한시연이 소찬식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아버님, 좋은 아침이에요.”고개를 끄덕이던 소찬식의 표정이 훨씬 더 환해졌다.“왔어? 네가 아들보다 낫다.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어디서 뭘 하는지.”으이그, 아빠도 진짜 주책이야.“아빠, 지금 8시인 건 아시죠? 요즘 회사도 바쁘단 말이에요.”“하, 걔 하루 없다고 회사가 파산이라도 해? 걔도 하여간 강박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소찬식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구시렁대고 소은정은 한시연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아빠가 좀... 흥분을 많이 하셨네요.”그런 소은정을 싱긋 웃던 한시연이 물었다.“그런데 왜... 저렇게 긴장하셨죠?”이에 소은정이 큰 비밀이라도 얘기하려는 듯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이게 다 자격지심 때문이죠.”소찬식은 누가 뭐라 해도 능력있는 사람이었지만 결코 가방끈이 긴 사람은 아니었다.어린 시절 집안 사정 때문에 고등학교까지만 나온 게 지금까지도 소찬식에게는 상처이자 한으로 남아있었다.한시연이 챙겨온 디저트를 먹으며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우리 아빠 맨손으로 SC그룹을 설립하고 대표님, 회장님 소리를 들으면서도 고졸 출신이라고 다른 기업 회장님들한테 무시를 당하셨나 봐요.”“아이고... 상처를 많이 받으셨겠네요.”“물론이죠. 그래도 나름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뒤에선 고졸 출신이라고, 무식하다고 뒷담화나 하고 있었으니...”소찬식의 역사에 대해 말하다 보니 소은정은 왠지 서글퍼지기 시작했다.그게 어찌나 상처였으면 지금 누가 봐도 부러운 삶을 살고 있으면서 아직도 저렇게 전전긍긍하는 걸까?소은정을 비롯한 네 남매 모두 어떻게든 명문대에 유학까지 보낸 것도 자신의 한을 자식들이 대신 풀어주었으면 하는 소찬식의 작은 이기심이자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그중에서도 아인슈타인 뒤를 잇는 물리학 천재라고까지 불리는 소은찬은 누가 뭐라 해도 소찬식의 가장 자랑스러운 자식이었다.반면, 소은해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소찬식은 그 누구보다 반
한시연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뭐 이젠 그냥 워커홀릭 그 자체지만요...”지나가다 마침 그녀의 말을 들은 소찬식이 바로 거들었다.“걔가 글쎄 그렇다니까. 이제 결혼하면 가정도 좀 돌보고 그래야 할 텐데. 내가 참 걱정이 많다 많아. 시연이 네가 좀 뭐라고 해 봐.”“아버님, 이 디저트 좀 드셔보세요. 이제 겨우 아침이에요. 나리 씨 부모님이 오시려면 아직 한참도 더 걸릴 거예요.”“아니 난 아직 배가 안...”“꼬르륵...”배가 안 고프다는 말과 달리 배에서는 우렁찬 소리가 울리고 소찬식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그제야 한시연이 준비한 디저트 하나를 챙겨든 소찬식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이렇게 이쁜데 먹어도 되려나?”혈당 때문에 너무 단 건 안 되는데...이런 생각을 하며 디저트를 한 입 베어문 순간,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폭신한 촉감에 소찬식은 게 눈 감추 듯 하나를 전부 해치우고 말았다.그리고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는 소은정에게 괜한 화풀이가 시작되었다.“너도 좀 배워!”하, 아빠는 왜 나한테 그러신대...이때 한시연이 웃으며 소은정의 편을 들어주었다.“그래요. 아가씨도 같이 배워요. 남자친구한테 해주면 좋아할 것 같은데요.”그 말에 흠칫하던 소찬식이 괜히 툴툴거렸다.“됐어. 여자애라고 무조건 요리를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너 좋아하는 거 해. 아니다. 그룹 일만으로도 바쁜데 이런 거 배울 시간이 어디 있겠어! 뭐니 뭐니해도 머니야. 돈이나 많이 벌어.”말을 마친 소찬식이 다시 집안 정리를 하러 거실로 나가고 한시연이 소은정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방금 전까지 왜 뜬금없이 전동하를 언급하나 싶었던 소은정은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세상에... 우리 새언니... 눈치 되게 빠르네.잠시 후, 소은호와 소은찬이 선후로 저택에 도착했다.이미 집에 와있는 한시연을 발견하고 흠칫하던 소은호가 두 팔을 벌리고 한시연도 자연스레 그 품에 안겼다.옆사람은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