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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알아서 생각해

소은정의 거절에 전기섭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 들이댔으면 대충 넘어와야 하는 게 정상이거늘 여전히 도도한 소은정의 표정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소유욕을 넘어 오기가 생기기 시작한 전기섭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손 부끄럽게 정말 이럴 거예요? 우리도 나름 구면인데 술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묘한 분위기에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도도하게 팔짱을 낀 소은정이 차가운 눈동자로 전기섭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침묵에 전기섭도 꽤 창피했지만 이제 와서 돌아서면 그것이야말로 쪽 팔리는 일이니 일단 버티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색한 대치가 이어지고 전기섭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설마 동하 때문에 그래요? 하, 그깟 더러운 사생아가 뭐가 좋아요?”

사생아...

소은정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전기섭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

“사생아라... 말끝마다 더러운 사생아, 사생아. 제 귀에 딱지다 다 앉을 지경이네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대단한 전씨 집안에 사생아가 정말 동하 씨 한 명뿐인가요?”

소은정의 질문에 전기섭의 미소가 차갑게 굳었다.

“전 한 명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전 대표님 스스로가 더 잘 알고 계시겠죠?”

방금 전까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전기섭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죠?”

여유롭게 일어선 소은정이 턱을 살짝 치켜세웠다.

“글쎄요? 무슨 뜻일까요?”

전기섭... 그 비밀이 언제까지 지켜질 것 같아? 동하 씨 엄마는 정부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 천륜까지 져버린 더러운 사이에서 태어난 주제에... 어디서 감히 더럽다는 단어를 입에 올려?”

하지만 핵폭탄은 터지지 않을 때 가장 위협적이고 비밀은 터트리지 않았을 때 가장 위험한 법.

이런 자리에서 쉽게 밝힐 수야 없지...

소파에서 일어선 소은정이 전기섭을 스쳐지나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술잔을 바라보던 소은정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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