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내가 언제 잠들었지?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 짓던 전동하가 차문을 닫고 운전석에 탔다.“집에 데려다줄게요. 마이크는... 아마 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소은정은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마이크가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잠시 후, 오피스텔 앞에 도착한 소은정은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에 탔다.비몽사몽한 상태로 욕조에 몸을 담그니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참, 어제 박수혁도 왔었지? 설마... 이 일에 박수혁도 연루되어 있는 걸까? 전화라도 해봐야겠어.소은정이 욕조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누구지?소은정이 잔뜩 경계하던 그때, 전동하의 목소리가 욕실로 흘러들었다.“은정 씨, 내 목소리 들려요?”어? 동하 씨? 아직도 안 갔나?아까는 너무 졸려 뒤에 사람이 들어오는지도 몰랐던 소은정이었다.“네.”소은정의 대답에 전동하가 말을 이어갔다.“살다 보니까 정말 잊고 싶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일도 생기더라고요. 전기섭이 한국에 온 건... 아마 내가 영원히 고통속에서 살아가길 바랐기 때문이었겠죠. 그런 의미에서 전기섭은 완벽하게 성공했어요.”부드럽던 전동하의 목소리가 조금 쉬어있었다.밤샘으로 피곤함 때문인지 끔찍한 과거에 대한 회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이때 전동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은정 씨한테 말하지 않은 건... 은정 씨가 겁 먹고 도망갈까 봐 무서웠어요. 언젠가 은정 씨가 정말 나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때 말해 주려고 했어요. 그럼 적어도 바로 날 떠나진 않을 테니까.”전동하는 솔직하게 자신의 사심을 밝혔다.사랑으로 그녀를 묶어두는 게 전동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전동하가 거실 벽에 몸을 기댔다.굳이 이때 과거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단순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은정이 충격을 먹거나 그를 혐오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 눈빛을 바라보는 건 아마...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엄마는 처음에 아버지가 유부남인 줄
전동하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걸렸다.끼익.문이 열리는 소리에 전동하가 고개를 들었다.머리가 잔뜩 젖은 채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있는 소은정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조용히 그를 바라보는 소은정의 눈동자에는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왜 굳이 과거를 알고 싶다고 말했을까...소은정은 뒤늦게 죄책감이 밀려왔다.나 때문에... 그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다시 꺼내게 만들었다.사뿐사뿐 전동하의 앞까지 걸어간 소은정이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만지작거렸다.“미안해요.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었을 텐데... 나 때문에 괜히.”진실은 본디 잔인한 법이야. 하지만 이렇게 불행했을 것이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어.붉은 눈시울로 소은정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그녀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규칙적으로 들리는 심장소리마저 슬프게 느껴지고 소은정의 눈물이 뺨을 적셨다.“어떻게 이렇게 잘 자랐어요?”물질적으로 유복한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사생아가 엇나가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 주위에는 아이가 타락하길 바라는 못된 어른들로 가득할 테니까.하지만 전동하는 탈선하지도 가문의 권세에 의지하지도 않았다.힘들지만 자기 힘으로 모든 걸 이뤄냈고 마이크에게도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있다.얼마나 강하면 이렇게 자랄 수 있을까?소은정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전동하가 소은정의 말을 되새겼다.그러게,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더라 기억도 나지 않네...“어쩌면 당신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동안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지 모르겠어요.”소은정의 존재는 그의 모든 인내와 노력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이 세상의 더러운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이었으니까.벌레들이 밝은 빛에 꼬이 듯 전동하도 그런 고결한 빛에 이끌려 소은정에게 다가갔을지도 모른다.살짝 훌쩍이던 소은정이 전동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이렇게 내 옆에 있어요. 영원히.”아마 전동하가 지금까지 보여준 친절함은 전부 가식이었다고 말했어도 소은정은 기꺼이 용서했을 것이다.그 정도 가면 하나
소은정의 말에 헤어에센스를 발라주던 전동하의 손이 멈칫했다.그녀의 하얀 목선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는 윤기가 흐르는 까만 머리카락의 향기에 마음이 한 번 떨렸고 봄바람처럼 다가와 샘물처럼 그의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그녀의 목소리에 두 번 가슴이 설레었다.“네 잘못이 아니야.”이렇게 말해 준 건 소은정이 처음이었다.분명 엄마가 실수로 떨어진 걸 봤으면서 직원은 전동하가 밀어버렸다고 증언했고 아버지도 분명 자기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넘어진 거였으면서 전동하가 밀었다는 전기섭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그렇게 전동하는 존재 자체가 잘못인, 영원히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어쩌면 갑작스러운 비극에 다들 미워할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고라는 건 모두의 잘못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차라리 모든 걸 전동하에게 떠넘긴다면 알량한 죄책감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소은정의 말에 전동하는 과거의 끔찍했던 일들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뒤에서 소은정을 끌어안은 전동하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은정 씨,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해요...”돌아앉은 소은정 역시 그를 안아주었다.“네. 나도 알아요.”잠시 후, 대충 감정을 추스르고 나니 소은정은 바로 허기가 느껴졌다.주방에서 식빵을 두 장 꺼낸 소은정이 그 중 하나를 전동하에게 건넸다.“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을 거 아니에요.”싱긋 웃던 전동하가 일어서더니 빵을 빼앗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내가 요리해 줄게요.”소은정이 흠칫하는 사이에 전동하는 이미 소매를 걷고 주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식탁 의자에 앉아 분주히 움직이는 전동하를 바라보던 소은정의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걸렸다.“요리하는 남자는 참 멋있단 말이야. 나도 요리 잘했으면 좋겠다.”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웃던 전동하가 물었다.“뭐 더 궁금한 건 없어요?”소은정의 응원을 받으니 이제야 과거를 제대로 마주할 용기가 생긴 전동하였다.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
”그 집안에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자랑이자 초점이었던 전기섭보다 명분없는 전동하가 한 거라고 다들 믿고 싶었을 것이다.말문이 막힌 소은정이 이를 악물었다.전기섭, 절대 가만히 안 놔둘 거야.“그렇게 난 회사에서도 쫓겨났고 아버지도 절 견제하기 시작했어요. 회사, 집안의 결정권은 아버지 동생이었던 전기섭에게 넘어갔죠. 그때 마이크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고 마지막 순간 아내와 아들을 부탁한다는 말만 남긴 채 죽어버렸어요. 그러다 이 사고 또한 전기섭의 계획이었다는 걸 듣고 바로 제수씨와 결혼했었죠. 집안에서 아무 발언권도 없는 나와 결혼한다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을 테니까.”잠깐 멈칫하던 전동하가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았다.전동하는 평생 다른 사람의 질타와 혐오속에서 살아왔다.그 덕분에 이유 없는 증오에 이미 익숙해졌지만 소은정만큼은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다행히 소은정은 딱히 개의치 않는 눈치라 안심이었지만.“재벌가에서는 가장 중요하는 게 체면이죠. 마이크에게 전씨 성을 물려주는 걸 조건으로 난 가족들과 가문을 떠나기로 했어요. 그 추잡한 스캔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 테니 가문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거래였죠. 그리고... 아이 엄마가 죽던 날, 마이크는 은정 씨를 만난 거예요...”소은정은 마이크의 생명을 구했고 전동하의 인생을 구원했다.운명처럼 두 부자의 인생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며 소은정의 기분도 묘해졌다.그날이 아니었다면 전동하와 협력할 기회도 없었을 테고 전동하와 만나지도 못했겠지...“그런데 왜 굳이 마이크한테 전씨 성을 물려주려고 했던 거예요? 집에서 나온 이상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한 거 아닌가요?”“아니요. 성이라도 물려받아야 그 집안 사람들에게 마이크도 이 집안 아이라고, 함부로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전동하의 설명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게다가 마이크는 내 동생의 유일한 아이예
살짝 입을 삐죽거리던 소은정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동하 씨 말이 맞아요.”가스레인지 불을 켜던 전동하가 말을 이어갔다.“며칠 전에 왔을 때 냉장고가 너무 비어있길래 좀 사서 채워넣었어요. 그런데 은정 씨도 참 대단하네요. 그 동안 냉장고 한 번도 안 열어봤어요?”“워낙 바쁘니까... 딱히 냉장고에서 뭐 꺼내 먹을 일도 없고요.”소은정이 코를 만지며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게다가 소은정은 요리 실력도 별로니 돈에 시간까지 쓰고 맛없는 걸 먹느니 차라리 밖에서 맛있는 걸 먹고 오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외식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30분도 채 되지 않아 식탁 위에 된장찌개, 계란말이 등 정갈한 집밥이 차려졌다.음식 냄새에 소은정의 배가 꼬르륵 소리를 냈다.손가락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생겨서는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한식을 뚝딱 차려내다니.보면 볼 수록 의외인 면이 많은 남자다 싶었다.수저를 건넨 전동하가 말했다.“먹어요. 일단 먹고 푹 자요.”“동하 씨는요? 잠깐 눈 좀 붙여야 하지 않아요?”그러고 보니까 난 잠깐 차에서 졸기라도 했지. 동하 씨는 한숨도 못 잤잖아...“지금 같이 자자는 뜻이에요?”전동하가 눈빛을 반짝이자 소은정은 그를 흘겨보고는 바로 식사에 집중했다.따뜻한 된장찌개가 허한 속을 따뜻하게 적셔주었다.맛있다... 뭔가 따뜻한 맛이야...맛있게 먹어주는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난 조금 있다가 자려고요. 이제 곧 마이크 소식도 들려올 거예요. 내가 직접 가야죠.”마이크가 어디 있는지 곧 알아낼 수 있다고 거의 확신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마이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거예요?”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곧 알게 될 거예요.”전기섭 그 자식이 머리를 써봤자지... 입 꾹 닫고 있는다고 내가 못 찾을 줄 안다면 오산이야...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에 소은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얼른 찾아야 할 텐데. 그 어린 게 얼
당황스럽긴 했지만 소은정은 일단 침묵을 지켰다.곧 이 정보를 알려준 것에 대한 대가를 말할 거라 생각해서였다.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박수혁은 위치를 말한 뒤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내가 알던 박수혁 맞아? 무슨 꿍꿍이지?의아했지만 이게 설령 함정이라 해도 무조건 가봐야 마음이 풀릴 것만 같아 소은정 역시 오피스텔을 나섰다.태한그룹.전화를 끊은 박수혁이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그의 앞에 있는 재떨이에는 이미 담배꽁초가 빈틈없이 꽂혀있었다.“형, 그렇게 쉽게 알려주면 어떡해? 거래를 하든 협상을 하든 해야 할 거 아니야.”강서진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박수혁을 닦달했다.이 형 요즘에 정말 왜 이래...?사무실에서 어항의 물고기에 먹이를 주던 오한진이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았다.강서진의 말에 픽 웃던 박수혁이 담배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하지만 아무리 연기를 삼켜도 꽉 막힌 가슴은 점점 답답해져갔다.“거래? 협상?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어야 하는데?”“당연히 당장 전동하랑 헤어지고 형 곁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해야 할 거 아니야!”나였으면 이런 기회 절대 안 놓쳐!“아니. 은정이는 그런 허접한 미끼를 물 사람이 아니야.”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내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은정이는 아마 더더욱 전동하 그 자식 편을 들게 되겠지. 나랑 은정이 사이는 당연히 더 멀어질 테고...“그래도... 이건 너무 쉽게 넘겨주는 거잖아. 형한테 고마워하지도 않을 거라고!”강서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짙은 연기 너머의 박수혁이 말했다.“감사 인사 같은 건 필요없어.”그에 대한 태도가 조금이라도 따뜻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니까...“그런데 전기섭이 아이를 그곳에 숨긴 건 또 어떻게 알았어?”“전기섭 명의로 된 곳에 가서 찾았다면 진작 찾았겠지.”고개를 끄덕이던 강서진이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뭐야? 거기 형 명의로 된 곳이라고 했지? 그러다가 전기섭 그 자식이 다 형한테 뒤집어 씌우면 어떻게 할 거야?”강서
”그게 무슨 비밀이라도 돼? 쪽 팔릴대로 다 팔려가지곤...”박수혁이 대충 둘러댔다.하, 소문이 도대체 어디까지 퍼진 거야...“참, 형. 얼마 전에... 윤시라 그 여자에 관한 녹취파일이 퍼졌었잖아. 다들 형 사람이었다고 수군대던데? 왜 그걸 가만히 보고 있었어?”긴 손가락으로 담배불을 끈 박수혁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윤시라 그 여자는 내가 아니라 허지호 사람이었지. 허지호도 몸을 사리는 판에 내가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 리가 없잖아?”여유로운 박수혁의 목소리에는 그녀를 향한 무시가 그대로 묻어있었다.솔직히 강서진이 굳이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윤시라라는 이름은 까맣게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한편 소은정은 한참을 이동한 뒤에야 전동하에게도 연락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전동하의 전화는 통화 중.어쩔 수 없지 뭐. 우리 쪽 경호원들한테 연락할 수박에...박수혁이 알려준 곳은 아주 평범한, 아니, 어쩌면 낡았다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허름했다.전기섭도, 박수혁도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니 거주 목적으로 이런 집을 맡았을 리가 없을 터...수상한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경호원들과 아파트 앞에 도착한 소은정은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또 한 무리 모여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그들의 앞에 선 사람은 바로 전동하였다.그녀를 보는 순간, 전동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소은정이 다급하게 다가갔다.“13층이에요. 얼른 가요.”고개를 끄덕인 전동하가 바로 그 뒤를 따랐다.딱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잔뜩 모이니 자연스레 주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영화 촬영 중입니다!”“사진 찍지 마세요!”소은정이 데리고 온 경호원들이 주민들 앞을 막아섰다.한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소은정의 귓속으로 마이크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살려주세요! 여기 아이를 때리려고 해요!!”초조한 얼굴의 소은정이 바로 쳐들어가려고 했지만 전동하가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안에 분명
이 자식이...전동하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마이크를 바라보았다.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소은정의 품에서 마이크를 끌어내고 싶었다.분명 먼저 들어온 건 나였잖아. 아까도 ‘아빠’라고 잘만 부르더니. 이제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니까 바로 은정 씨한테 달려가는 것 좀 봐...한편, 유일한 인질을 빼앗긴 장정들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저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전... 전기섭 대표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겁니다!”역시... 급하게 알아본 사람이라 그런지 바로 배신하잖아...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전동하가 차갑게 웃었다.“그렇게 유치한 건 궁금하지 않아.”전동하의 태도에 장정들이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았다.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전동하가 물었다.“이 집... 박수혁 대표 명의라면서?”“네.”장정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대답했다.“네.”“내 아들한테 직접적인 상해는 가하지 않았으니 다른 벌은 주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마이크가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왜 가만히 내버려둔 거지?”장정 셋이서 아이 하나 제압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장정 중 한 명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물과 밥에 약을 타려고 했는데 죽어도 안 먹겠다고 난리를 피우더군요. 게다가 전기섭 대표님도 무조건 살려두라고 해서...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흥, 전기섭... 이렇게 쉽게 찾을 줄은 몰랐겠지... 지금쯤 목숨은 살려두라고 한 말 후회할지도 모르겠어...피식 웃던 전동하가 경호원에게 눈치를 준 뒤 소은정의 품에 꼭 안겨있는 마이크를 번쩍 안아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아빠, 이거 놔요! 난 예쁜 누나한테 안기고 싶다고요!”마이크가 작은 주먹으로 전동하의 어깨를 콩콩 두드렸다.누나한테서 나는 향이 더 좋단 말이야.“네가 얼마나 무거운데. 누나 힘들잖아.”전동하가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타이르자 그제야 마이크도 얌전해졌다.난 그냥 또래보다 좀 더 튼튼한 것뿐이라고! 아들 자존심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