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선생은 유진우를 힐긋 보더니 두 제자를 데리고 문밖을 나섰다.“진우 씨도 나가 있어요.”조선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진우에게 말했다.유진우는 알겠다며 곧바로 자리를 떴다.양쪽 모두 호흡이 척척 맞았다. 어쩌면 다들 제 속셈을 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어이, 그쪽이 바로 조선미 씨의 경호원이야? 뭐 별 거 없네!”두 쌍둥이가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마치 자신들의 사냥감을 훑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래? 두고 봐, 곧 알게 될 거야.”유진우는 더 말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정윤아, 세연아, 너희 둘 따라가서 기회 봐가며 저 녀석 처리해버려.”방 선생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유진우와 같은 어린 녀석은 굳이 그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두 제자가 가뿐히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여겼다.“알겠습니다!”정윤과 세연이 씩 웃으며 조용히 유진우를 따라갔다.유진우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한가롭게 산책하다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회사가 금방 설립되어 지하주차장을 아직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다. 주차장 안이 텅 비어 있어 고요한 정적만 흘렀다.“자식! 장소 한번 잘 잡네. 본인 무덤을 파는 거야 뭐야?!”이때 줄곧 뒤따라오던 정윤과 세연이 드디어 앞으로 나왔다.주위에 아무도 없어 손 쓰기 딱 좋았다.“너희들 눈앞의 이익만 탐하고 뒤에 닥칠 위험은 보이지 않지?”유진우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는 마치 이 상황을 진작 예상한 듯싶었다.“누가 할 소리! 뒤에 닥칠 위험은 너나 신경 써야지!”두 사람은 험상궂은 얼굴로 미소를 날렸다.다만 그들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주차장 입구에서 갑자기 떠들썩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손에 칼과 쇠파이프를 든 파이터들이 기세등등하게 뛰어왔다.“고작 이게 다야? 우리 두 형제 입가심하기도 부족한데!”정윤과 세연은 씩 웃을 뿐 자신들에게 몰려오는 파이터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뭐야?”유진우도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들 두 사람을 상대하는 데 유진우도 굳이 도움이
“미리 말하는데 먼저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후회해도 늦어.”유진우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양의성은 그에게 보잘것없는 피에로일 뿐이니까.“칫! 네가 주먹 좀 쓰는 거 알아. 하지만 홀로 이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내가 모셔온 분들은 전부 이 바닥 엘리트이고 무기도 쥐고 있어 네가 아무리 날렵해도 사지가 부러질 게 뻔해!”양의성이 쓴웃음을 지었다.맨주먹으로 싸우는 것과 손에 무기를 쥐고 싸우는 건 엄연히 다른 의미였다.양의성은 유진우가 절대 무기의 공격을 당해낼 수 없다고 여겼다!“이봐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오늘 우리의 사냥감이에요. 그러니까 옆으로 빠져 있어요!”이때 정윤과 세연이 입을 열었다.애초에 그들은 양의성이 유진우의 구세주인 줄 알았는데 한참 듣고 보니 둘은 서로 원수지간이었다.“이건 또 어디서 굴러온 바보들이야? 썩 꺼져. 안 그러면 너희들도 전부 토막 내버릴 테니까!”양의성이 두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우리도 함께 토막 낸다고?”정윤과 세연이 서로 마주 보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하하...이렇게 미쳐 날뛰는 사람은 또 오랜만이네. 자, 이리 와봐. 네 부하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볼게!”말을 마친 후 상대를 도발하듯 손가락을 꿈틀거렸다.“X발! 죽고 싶어 환장했어? 전부 다 잘라버려!”양의성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바로 명령을 내렸다!곧이어 쇠파이프와 칼을 든 건장한 사내들이 와르르 몰려들었다.“일단 몸부터 풀자.”정윤과 세연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앞으로 뛰쳐 갔다.이어서 양의성이 식겁할 상황이 벌어졌다.맨손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두 쌍둥이는 마치 용맹한 호랑이가 양 무리를 공격하듯 미친 듯이 살육을 펼쳤다.둘은 몸놀림도 빠르고 주먹의 힘도 어마어마했다.그들의 주먹에 맞은 사람들은 전부 바닥에 툭 쓰러졌다.운이 따라주지 않는 일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가장 섬뜩한 것은 두 사람의 주먹질
“너... 너 대체 정체가 뭐야?!”정윤이 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서 기어올랐다.그의 얼굴엔 더는 경멸의 뜻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공포와 충격으로 뒤바뀐 듯싶었다.필력으로 날린 주먹 한 방이 상대에게 전혀 먹히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본인이 중상을 입을 줄이야, 정윤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젠장, 이건 사람이 아니야!’사부님은 그들에게 상대가 보통 무사라고 했는데 대체 왜? 왜 이토록 강하단 말인가?!“형, 얼른 뛰어... 당장 도망가!”순간 벽에 꽂혀있던 세연이 목이 터질 듯 고함을 질렀다.유진우와 맞서 싸운 순간, 그는 이미 상대의 실력이 본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걸 알아챘다.단 한 방으로도 그의 경맥을 산산조각내고 폐인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였으니.“으악!”정윤은 내키지 않은 듯 포효했다.이어서 그는 제 동생을 버려두고 줄행랑을 쳤다.그는 아예 동생을 구할 수도 없고 죽을힘을 다해 맞서 싸울 자격조차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았다.만약 유진우가 큰 산이라면 그들은 산기슭의 두 마리 개미 새끼에 불과하다!좀전의 주먹 한 방으로 그는 아예 반항을 포기했다!“사부님께 반드시 알려야 해! 상대가 너무 막강해서 적으로 맞서 싸울 순 없어.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다고!”정윤은 살고 싶어 발악하며 미친 듯이 주차장을 뛰쳐나갔다.그의 머릿속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사부님께 알리고 당장 강능에서 도망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왜냐하면 유진우는 그들이 평생 건드리지 못할 섬뜩한 존재이니까!유진우는 허겁지겁 도망치는 정윤을 붙잡지 않았다.상대의 내장이 파열되어 죽음뿐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당신, 정체가 뭐야? 왜 고작 이렇게 작은 강능에 머물러있어?”세연은 귀신이라도 본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조선미의 옆에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들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와도 절대 덤벼들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아. 지금 바로 기회 줄게. 방 선생에 관련된 정보를 전부 말해
스카이 빌딩, 2층 휴게실.“진우 씨, 어디 다친 데 없죠?”유진우가 문을 열자마자 조선미가 재빨리 마중 나왔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걱정이 살짝 끼쳤다.“나 괜찮아요.”유진우가 머리를 내저었다.“그 쌍둥이는 이미 다 해결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에요?”“그 두 명은 강천호 씨의 오른팔, 왼팔이에요. 둘 다 숨졌으니 강천호 씨도 이젠 경계심이 생길 거예요. 잠시 놔두죠. 괜히 궁지로 몰아갔다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잖아요.”조선미가 대답했다.그녀는 아직 강천호와 끝장을 볼 생각은 없었다. 상대에게 교훈을 살짝 주어 알아서 물러나게 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그래요, 선미 씨가 알아서 해요.”유진우도 더 캐묻지 않았다.“아 참, 진우 씨, 요즘 최대한 피해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방금 소식을 접했는데 조훈의 큰형 조웅이 돌아왔대요. 사방에 공개수배를 내려서 살인범을 수색하고 있나 봐요.”조선미가 살짝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서민은 관료와 다투지 않는다.조웅은 적어도 작전 구역의 부장이니 조선미라 해도 조금은 꺼려지게 된다.“말씀 고마워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부장 관직은 확실히 큰 권력을 지니고 있다.서민들에겐 권력으로 모든 걸 다스리는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다!다만 유진우는 그다지 두려울 게 없었다....그 시각, 조씨 가문 별장 안에서.조웅은 관 앞에 서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거실 밖엔 조씨 일가의 멤버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모두가 머리를 푹 숙인 채 찍소리도 못했고 억압된 분위기가 소름 끼칠 따름이었다.조훈이 사망하고 배신자 조민은 감쪽같이 종적을 감췄으며 범인은 아직도 행방불명이었다.조씨 가문 전체가 이 일에 연루돼버렸다.“장군님! 찾았어요!”이때 부관 한 명이 재빨리 걸어왔다.“범인 누구야?”조웅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범인이 누군지는 아직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범인과 관련된 자를 이미 찾았어요.”부관이 대답했다.
“헉?!”와르르 몰려든 무장병사들을 보자 모든 이가 충격에 휩싸였다.다들 어리둥절하여 서로를 마주 볼뿐이었다.“장, 장관님, 무슨 일이시죠?”장경화가 눈을 질끈 감고 먼저 질문을 건넸다.일개 서민인 그녀가 언제 이런 웅장한 장면을 보았겠는가?잘못한 것도 없는데 여전히 심장이 빨리 뛰었다.“다시 한번 묻는다. 누가 이청아야?!”위관이 더 굵은 목소리로 사납게 쏘아붙였다.“전데요...”이청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한 척 되물었다.“장관님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죠?”“당신이 적을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고, 서방 세계에서 침입해 들어온 간첩이라는 유력한 정보를 입수했어! 지금 당장 우리와 함께 돌아가서 조사에 협력하도록 해!”위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적을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어?! 간첩?!”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이청아는 강능에서 나고 자란 영락없는 본 지방 사람인데, 그 어떤 불량 성분도 없는 아이인데, 심지어 조상 3대가 소박한 농민 출신인데 다짜고짜 간첩이라니?“장관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우리 딸은 이 사회의 엘리트이고 매년 바치는 세금만 해도 적잖은 액수예요. 게다가 자선활동도 자주 참가하는데 이런 애가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다니요?”장경화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맞아요! 우리 누나는 결백해요. 다들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이현도 식탁을 내리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진위 여부는 우리와 함께 돌아가서 조사해보면 다 나와!”위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뭘 더 조사해요? 우리가 다 입증할 수 있어요!”“그래요! 청아는 절대 간첩일 리가 없어요!”뭇사람들은 한마디씩 이어받으며 그녀를 옹호해주었다.이청아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그들이 제일 잘 알았다.비즈니스 업계에서 작은 꼼수를 부렸다면 모를까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건 아예 터무니없는 소리였다!“난 명령을 수행할 뿐이야. 감히 방해하는 자는 같은 죄명으로 처벌한다!”위관이 귀찮은
“네?!”조천룡의 지목을 당한 양의성은 그대로 넋이 나가버렸다.상대가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분명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영문도 모른 채 휘말려버리다니.“야 이 자식아! 솔직하게 말해. 우리 아빠의 죽음이 너랑 연관 있지?!”조천룡이 두 눈을 부릅뜨고 쏘아붙였다.“아니요... 난 모르는 일이에요!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요!”양의성은 놀라서 연신 고개를 내저으며 식은땀만 주르륵 흘렸다.“모르는 거야 일부러 안 말하려는 거야?”조천룡이 실눈을 뜨고 날카롭게 물었다.“천룡 도련님! 저 정말 몰라요! 전부 오해라고요!”양의성이 온몸을 벌벌 떨었다.상대가 개인적인 원한을 품고 이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는 결국 자신의 고충을 얘기할 수 없었다.“흥! 기어코 손을 대야 다 털어놓을래? 다들 이리 와서 이 녀석 짓밟아버려!”조천룡의 명령에 곧이어 두 명의 병사가 달려왔다.“잠깐!”이때 이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이분이 누군지 알아? 양씨 의약의 양의성 도련님이라고! 심지어 안 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야. 이분 털끝 하나 잘못 건드렸다가 안 회장이 당신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봐봐요! 큰아버지 이것 좀 들어봐요! 이 자식이 안병서와도 아는 사이래요. 범인 중 한 명일 게 분명해요!”조천룡은 무슨 꼬투리라도 잡은 듯 마구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러니까 네가 안병서를 꼬드겨서 외부인들을 데리고 내 동생을 죽였단 말이야?”조웅이 퉁명스럽게 물었다.조훈이 죽기 전 혐의가 제일 큰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안병서, 다른 한 명은 이청아였다.눈앞의 이 녀석이 지금 그 둘과 다 연관이 있으니 절대 벗어날 리 없었다.“아니요... 나 아니에요!”양의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저는 안 회장을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오해예요!”“의성 도련님! 왜 저들을 두려워해요? 안 회장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데 저들이 감히 도련님을 건드리겠어요?”이현이 당당하
설마... 유진우?!이청아는 문득 이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부정해버렸다.‘아니야! 말도 안 돼! 유진우는 이미 나랑 이혼해서 남남인데 왜 날 도와주겠어? 그리고, 설사 도와주려고 해도 걔가 그럴 능력이 돼?’“양의성 너 이 비겁하고 파렴치한 놈! 내가 눈이 멀었지, 어떻게 너 같은 놈을 믿을 수 있어!”“개자식! 너 같은 것도 매형이라고 봐주다니. 이거 완전 유진우 그 폐인보다도 못하잖아!”진실을 알게 된 후 장경화와 이현 모자는 더 사납게 욕설을 퍼부었다.전에는 누구보다 양의성을 굳게 믿었는데 상대가 파렴치한 사기꾼일 줄이야!“인간은 자고로 이기적인 법이야. 그러게 누가 바보같이 나한테 사기당하래?”양의성이 비난 조로 말했다.“다들 입 닥쳐! 귀 터지겠네 정말!”조천룡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장내가 순간 조용해졌다.“천룡 도련님, 그러니까 저는 저 집안 사람들과 일말의 연관도 없어요. 안병서도 모르는 사람이고 조훈 어르신의 죽음은 이씨 집안 사람들이 벌인 짓이에요. 저랑 아무 상관 없다고요!”양의성이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며 이씨 일가와 선을 그었다.“큰아버지, 이 녀석 어떻게 할까요?”조천룡이 고개 돌려 조웅에게 물었다.조웅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가 양의성 앞에 서더니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너랑 이씨 일가의 일은 내가 알 바 아니고, 범인이 누군지만 말해. 말하면 목숨은 살려줄게. 안 그러면 이씨 일가와 똑같이 처벌할 거야!”“말... 말할게요. 전부 다 말할게요!”양의성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대답했다.“누구인지 알겠어요! 유진우 그 자식이 틀림없어요! 그 자식이 조훈 어르신을 해쳤어요!”“유진우? 많이 듣던 이름인데.”조천룡이 턱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다.“도련님, 다 잊으셨어요? 애초에 그 자식이 도련님을 때렸잖아요!”양의성이 고자질을 해댔다.“그 녀석이었어!”조천룡은 불쑥 생각난 듯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큰아버지, 유진우 그 녀석이 혐의가 제일 커요!”“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
한바탕 소란 끝에 이청아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지금 그녀의 등은 살점이 뜯어져 이미 피로 물든 상태였다. 그 잔인한 상처에서 조금씩 피가 새어나왔다. 기절해서 쓰러졌지만 그녀의 몸은 무의식 상태에서 떨리고 있었다. “장군님, 이미 기절했습니다.” 부하가 보고했다. “물을 쳐서 깨우고 계속 때려라.”조웅이 차갑게 대답했다. “큰아버지, 이번에는 제가 직접 하면 안 돼요?”이때 조천룡이 날뛰기 시작했다. 남자구실을 못 하게 된 후로 그의 심리는 변태적으로 변했다. 예쁜 여인일수록 더욱 잔인하게 대하고 싶었다. “네가 좋아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라.”“감사합니다, 큰아버지!”조천룡은 사악하게 웃었다. 이청아가 깬 후 그는 긴 채찍을 여린 여자의 몸에 때렸다. “말해! 말 안 해?!”“날... 죽여... 얼른 날 죽여!”이청아는 고문당하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지금 그녀는 그저 이 고통을 끊어내고 싶었다, 그게 죽음일지라도. “죽고 싶어? 그렇게 쉽게는 못 죽이지. 내 화가 아직 안 풀렸거든.”조천룡은 사악한 미소를 띤 채 계속해서 이청아를 고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이청아가 또 기절했다. “장군님, 범인도 아직 못 찾았는데 더 때리다가는 죽을 겁니다.”부관이 귀띔해 주었다. “여자 주제에 입이 무겁군.”조웅은 조금 놀랐다. 일반적으로 이런 고문 앞에 일반인은 세 번도 못 버티고 모든 것을 이실직고했다. 특훈을 받은 전사라고 해도 열 번 이상 찍으면 안 쓰러지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몇십 번이나 맞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웅조차도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문에 걸어놓고 미끼로 써라. 주변의 사람들도 물리고 유진우인가 뭔가 하는 놈이 와서 구하나 보자.”“네!”조웅이 명령하자 부관이 대답하고는 아직 정신이 들지 않은 이청아를 높은 곳에 매달았다. “절대 죽지 말아. 유진우를 잡으면 천천히 더 놀아줄 테니.”조천룡은 입가에 튄 피를 혀로 닦았다. 표
“제가 이길 수 없어도 서경에는 왕이 계시잖아요. 그들의 세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왕보다 더 강할까요?”“이보게 친구,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들이 아니에요. 그 악당들의 아버지들은 전부 지위가 높은 사람들로 유명하며 대부분 서경 황족과 친분이 두텁고 개인적인 금융거래도 엉켜있어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어요.”유성은 울먹이면서 말했다.“이런 벌레 같은 놈들을 설마 어르신도 상관하지 않는다고요?”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르신 인품으로 보면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절대 가만히 있었을 수 없었을 것이다.“어르신께서 처리해야 될 일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찌 이런 작은 일까지 일일이 신경 써주시겠어요. 게다가 그 나쁜 관리자 놈들이 이런 추악한 일들이 생겨도 말이 전달되지 못하도록 입막음했으니, 어르신께서는 절대 알 리도 없고 우리를 위해 정의를 밝혀줄 기회도 없었어요.”유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서경이 이 정도로 난잡해졌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유진우는 서경에서 손가락에 꼽힐 수 있는 집안의 세자로서 시민들이 이런 압박을 받고 있으면서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분노가 차올라 낯색이 어두워졌다.게다가 장군의 아들인 유성마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일반 시민들은 또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지금의 서경은 겉보기엔 번화한 것 같지만, 인성은 예전 같지가 않아요. 어르신도 이젠 연세가 많으셔서 몸이 예전보다 못해지다 보니 많은 일들을 직접 처리할 수 없기에 관리자들에게 기회를 주어 처리하게 하는데 그들 또한 이런 추악한 일들은 어르신께 보고 없이 내부에서 숨기고 있어서 우리한텐 이런 불공평한 일들은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에요.”유성은 실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일들은 금시초문이에요. 이젠 제가 알았으니 절대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저한테 말만 해주시면 제가 반드시 되돌려 놓을 거예요.”유진우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
“어?”의외인 듯 미간을 찌푸리며 비석을 다시 똑똑히 쳐다본 유진우는 이 비석의 주인이 뜻밖에도 자신이랑 친분 있는 당시 흑용군의 선봉에 섰던 유림 부 장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선봉군은 모두 신중하게 고른 실력 있는 사람들로 부 장군까지 될 수 있었다는 건 그 누구보다 더 우수했을 것이다.유진우의 기억 속에 부 장군 유림은 천성적으로 신력을 가진 사람으로 전쟁터에서 매우 사납고 흉악했으며 무수한 적을 죽여 일생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었다.유림 장군은 또한 자신의 아버지 유만수를 위해 서경을 평정시키고 적들을 방어하는데 큰공을 세웠었고 희생된 후에도 관직이 바로 한 계급 올라 선봉군 주 장군으로 바뀌었다.그리하여 장례식도 매우 성대하게 치렀고 후손들은 덕분에 각종 우대를 받으며 생활했다.‘이대로라면 유림 장군의 후손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처참해진 걸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유진우는 혼자 생각하다 천천히 젊은 남자한테로 다가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려 했다.“누구냐!”젊은 남자는 인기척을 눈치챈 듯 살짝 경계하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긴장하지 말아요. 우리도 당신처럼 가족한테 제사를 지내러 왔어요.”경계심이 가득한 남자를 본 유진우는 급하게 대답했다.“가족한테 제사 지내러 오셨다고요?”젊은 남자는 아래위로 훑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경계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네, 저희도 방금 제사가 끝나고 돌아가려던 찰나 너무 슬피 우시길래 걱정되어 찾아왔어요.”“죄송해요. 방금 제가 감정이 조금 격했어요. 두 분이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라요.”유진우의 걱정 어린 말투에 젊은 남자는 그제야 사과의 말을 전했다.“괜찮아요. 저희도 다 이해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르고 있었다는 듯 눈앞의 비석을 쳐다보며 놀란 어조로 물었다.“어머! 여기는 위대한 유림 장군님의 묘지가 아니에요? 설마 귀하께서는 유 장군님의 후손이신가요?”“네, 제 이름은 유성이고 유림 장군은 바로 저희 아버지예요
유진우는 어머니의 비석 앞에서 무릎 꿇고 절을 올렸다.어머니를 살해한 주범 이원무는 살해되였고 호룡각도 무너졌으니 이젠 채원진과 사철수 일행만 남았다.이 사람들만 없애면 어머니의 피맺힌 원수는 완전히 갚을 수 있다.“어머니, 너무 보고 싶어요!”유진우는 눈앞의 비석을 바라보면서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유진우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일 년 내내 나랏일에만 힘쓰시며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으셨고 어머니 혼자 고생스럽게 자신을 키우셨다.어렸을 때 어머니가 너무 엄하게 다스린 탓에 반항심이 생겨 걸핏하면 엉덩이를 몇 대씩 더 맞곤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야 어머니의 고된 마음을 이해 할수 있었다.유진우는 서경 세자로서 어려서부터 부유했고 만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이런 환경에서 어머니가 잘 가르치지 않았다면 그는 남을 쉽게 깔보는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을 것이다.유진우의 오늘이 있게 된 것은 모두 어머니가 정성껏 길러주신 덕분이다.무술이든 군사든 의약이든 아니면 기이한 비술이든 모두 어머니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했다.어머니는 그에게 생명을 줬을 뿐만 아니라 장래의 모든 길을 열어 주셨다.“휴...”슬픔에 젖어 있는 유진우를 보며 이청성은 한숨을 내쉬며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그녀는 두 모자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을거로 생각했다.한 시간 뒤, 유진우는 하소연을 마치고 어머니의 비석 앞에서 정중하게 세 번 절을 한 후 일어섰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커다란 묘지에는 몇몇 사람들이 간혹 슬피 통곡하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도 없었다.“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유진우는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청성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괜찮아요. 전 진 왕비의 인품을 항상 매우 탄복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그녀의 수상을 보게 된 것도 저의 영광이에요.”이청성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날도 이미 저물었으니 우리 일단 쉴 곳이라도 찾아봐요.”유진우는 어머니의 말이 나오면 더 슬퍼질까 봐 다시 말을 돌렸다.“제가
유씨 가문 묘원, 일명 왕씨 가문 묘원은 약 800묘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묘원 내부는 경치가 아름답고 나무들이 우거져 있으며 널찍한 도로와 다양한 시설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묘원 곳곳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사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꽃바다가 펼쳐지고 여름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 흩날리며 감탄을 자아내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쌓여 은빛으로 뒤덮인다. 유씨 가문 묘원은 개방형으로 유씨 가문의 자손들뿐만 아니라 서경을 위해 공헌한 많은 장병들도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매년 추모 기간 때마다 묘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떤 사람들은 고인의 묘를 참배하러, 또 어떤 이들은 순국열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서경 사람들은 이 점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은 현재 누리고 있는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 모두 순국열사들이 목숨을 바쳐 쟁취한 결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시간 후, 유진우와 이청성은 차를 타고 유씨 가문 묘원의 정문에 도착했다.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은 간단히 변장을 했다. 이청성은 섬유 재질의 인조 얼굴 가면을 쓰고 평범한 얼굴로 변장했다. 이는 사전에 준비한 것이었다. 서경에 도착해 종일 망사 모자나 베일을 쓰고 다닐 수는 없었기에 오히려 주목을 끌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청성은 평범한 얼굴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매와 기품은 여전히 돋보였다. 묘원 안을 걷는 동안 그녀를 힐끗거리는 남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연지 랭킹 1위의 무게감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그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유진우는 기억을 더듬으며 묘원의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억이 맞는다면 어머니의 묘는 묘원의 가장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고 비교적 한적한 곳이었다. 약 10분 정도 걸었을 때, 유진우는 드디어 진왕비의 묘를 찾아냈다. 다른 묘소에 비해 진왕비의 묘는 훨
서경 왕성.유진우와 이청성은 비행기에서 내려 조용히 승합차에 올랐다. 그들은 매우 신중하게 행동했으며 아무의 주목도 받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두 사람만이 함께 떠난 것으로 그들의 밀사와 근위병은 이미 전날 밤에 서경에 도착해 있었다. 이렇게 하니 더욱 은밀하고 안전했다. 차 안에서 이청성은 창문 너머로 번화한 거리를 바라보며 새로운 것들에 흥미를 느꼈다. 연경의 번잡함과 비교하면 서경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역 풍경이든, 문화든, 연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평소 연경을 떠날 일이 거의 없었던 이청성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서경이 이렇게 많이 변했을 줄은 몰랐어요. 어렸을 때 이곳에 왔을 땐 대부분 낮은 건물들뿐이었는데 십여 년 만에 연경 못지않게 번화해졌네요.” 이청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그러게요. 서경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이제는 저조차도 길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유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에게 모든 것이 이미 변해버린 모습이었다. 왕부에 돌아가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당신 아버지는 정말 위대한 분이에요.” 이청성은 감동한 듯 말했다. “아바마마께 들었는데 20여 년 전 서경은 아직도 황폐하고 끊임없는 전쟁이 이어지는 곳이었다고 해요. 백성들은 고통 속에 살아갔고 정말 메마른 땅에 굶주린 시체가 들판을 덮은 그런 상태였죠.” 그런데 서경왕 유만수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유만수는 연경의 명문가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군사적 재능을 보였다. 군에 입대한 후에는 연전연승하며 많은 공을 세웠고 당시 그는 ‘세상에 비할 자 없는 명장’으로 불렸다. 어린 나이에 후작이 되고 장군의 자리에 올랐으니 정말 대단한 영광이었다. 모두가 유만수가 연경에 돌아가 발전하면 ‘천하의 권력을 쥔 이인자’가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결정을 내렸다. 바로 서경에 정착해 국경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다.
“일리가 있네요.”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경천 랭킹은 큰 변동이 있었어요. 이원무와 백준이 연이어 죽고 반유림은 행방불명이며 부규환은 한 칼에 쓰러졌죠. 작년 톱10 중 4명이 사라졌으니 정말 큰 손실이에요. 다행히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해 공백을 메웠어요. 정말 ‘강산은 인재가 계속 이어지고 신세대가 구세대를 대체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네요.” 이청성은 감탄하며 말했다. “새로 순위에 오른 이들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유진우는 갑자기 물었다. “5위, 채원진, 호룡각의 신임 각주죠. 이 사람은 아바마마께서도 전에 당신에게 언급하셨던 인물이에요. 송원호란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 중이에요. 이원무가 죽으면서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거죠.” 이청성이 대답했다. “채원진이란 사람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예전에는 경천 랭킹에 없었는데 이원무가 죽자마자 순위에 올랐고 그것도 그렇게 높은 위치인가요?” 유진우는 약간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게 말이죠. 채원진이라는 사람은 아주 깊이 숨어 있던 인물이에요. 이원무가 억누르고 있던 시절에는 채원진의 존재를 눈치챌 수 없었죠. 하지만 이원무가 죽고 나서 채원진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엄청난 수단으로 호룡각 잔당들을 정리했어요. 그러면서 천기각이 그제야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5위라는 평가는 보수적인 것이고 그의 실제 실력은 삼대파의 종주들과 견줄 만하다는 평이 많아요.” 이청성의 말투는 점점 진지해졌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군요?” 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경천 랭킹의 강자는 순위마다 큰 격차가 있었다. 예전에 백준은 혼자서도 경천 랭킹 강자 3명과 싸워 완벽히 우위를 점했으니 말이다. 또한 자신이 부규환과 싸웠을 때 서로 막상막하였고 술법을 써야 겨우 승리했었다. 그렇다면 부규환보다 더 상위에 있는 채원진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와 맞닥뜨린다면 이길 수 있을지는커녕 목숨을 건지는 것조차 어려울 수도 있었다. “호룡각 부각
“어쨌든 이 진무열이 천교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라면 분명 비범한 능력을 가졌을 겁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보세요. 그래도 친척이잖아요.” 이청성은 반쯤 농담 식으로 말했다. “적일지 아군일지 아직 모릅니다. 난 진씨 가문에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어요.”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온화하고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진씨 가문에 의해 가문을 떠나야만 했고 이후 한 번도 그곳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진씨 가문이 결코 좋은 집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진무열이 어떻든 유진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물론 진씨 가문이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가진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공주님은 그 정도 실력을 가졌으니 천교 랭킹에도 올라야 정상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이름이 없죠?” 유진우가 문득 물었다. “이건 무림인들의 세계의 순위표예요. 황실 인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천기각이 아무리 강력한 정보기관이라 해도 모든 걸 완벽히 알 수는 없어요. 이 순위표는 단지 참고용일뿐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용국은 땅이 넓고 숨은 고수들이 많으니 우리가 모르는 곳에 더 강한 인물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건 맞는 말이네요.”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고 사람 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법. 천교 랭킹에 들지 않은 강자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마지막 순위표를 발표할게요. 이번에는 경천 랭킹입니다.” 이청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경천 랭킹은 용국 최정상 강자들의 순위표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각 지역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먼저 경천 랭킹 1위는 여전히 변함없는 존재, 용호산의 장선기입니다.” “그리고 2위와 3위는 큰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호룡각 각주 이원무와 서경검선 백준이 차지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2위가 검종의 종주, 홍흥조예요.” “3위는 천하회의 종주, 소
“신병 랭킹 4위는 취설검, 소유자는 홍흥조.” “신병 랭킹 5위는 패왕도, 소유자는 소명.” “신병 랭킹 6위는 추성검, 소유자는 한서.” “신병 랭킹 7위는 천뢰도, 소유자는 진무열.” “신병 랭킹 8위는 황천검, 소유자는 홍군림.” “신병 랭킹 9위는 창궁검, 소유자는 유장혁.” “신병 랭킹 10위는 폭우이화침, 소유자는 당흠.” 이청성은 신병 랭킹의 순위를 차례로 읊으며 그에 관련된 정보를 전달했다. 신병 랭킹에는 신병의 이름뿐 아니라 그 소유자의 정보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신병 랭킹 상위 10위에 두 자루나 이름을 올리다니, 이게 기쁠 일인지 걱정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군.” 유진우는 리스트를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병 랭킹에 오른다는 건 겉으로는 영광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동시에 커다란 위험을 동반한다. 이른바 ‘옥이 무거우면 지키는 자가 고생한다’는 말처럼 신병을 손에 넣은 이상 이를 지킬 만한 강한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지의 고수들이 신병을 노리고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두 자루나 가졌으니 속으로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청성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무도 고수들이 제대로 된 병기를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혼자서 두 자루를 차지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부러워할지 상상이 가네요.” “저는 번거로운 일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신병 랭킹이 발표된 이상 앞으로 제 무기를 노리는 고수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겠군요. 일일이 방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유진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청성은 웃으며 대꾸했다. “사람들이 당신의 검을 빼앗으려면 먼저 자신의 실력을 고려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만 잃게 될 테니 그런 멍청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오호? 무슨 뜻이죠?” 유진우는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곧 알게 될 겁니다. 이제 나머지 두 개의 리스트를 들려줄게요.” 이청성
“당신이?” 유진우는 놀란 눈으로 이청성을 바라보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공주 전하, 당신은 귀족 중의 귀족이고 신분이 고귀합니다.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건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당신을 끌어들일 순 없습니다.” “뭐죠?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순간, 날카로운 백색 강기가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와 창문을 뚫고 날아가더니 정원에 있는 바위산을 강타했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위산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마스터 강기?” 유진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당신이 무도 마스터란 말입니까?” 여성이 무도를 수련하는 것은 남성보다 훨씬 어렵다. 그중에서도 여성이 마스터 경지에 이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유진우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해 보이는 이청성이 이미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 놀라운 점은 그와 오랫동안 함께 있었음에도 그녀의 정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여자는 정말 철저히 감추고 있었구나.’ “제 실력은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부담을 덜어줄 정도는 됩니다.” 이청성은 평온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당신이 남자였다면 황제 자리는 틀림없이 당신 것이었을 겁니다!” 유진우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친제감 사람들이 대체로 무력을 추구하지 않고 점복술, 기문둔갑에 더 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청성이 마스터 경지에 이를 정도로 무술에 능통하다면 그녀가 익힌 술법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녀가 이전에 사용했던 호신 부적만 보더라도 이는 명백했다. “빈말 그만하고요.” 이청성은 손을 흔들며 대화를 끊었다. “당신을 돕겠다고는 했지만 조건이 있어요.” “어떤 조건이죠?” 유진우가 물었다. “간단합니다. 저를 도와 용원의 기를 찾아주세요.” 이청성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물론 찾으면 공평하게 나누죠.”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도 아니면서 용원의 기는 왜 찾으려고 하는 겁니까?” 유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