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가 화살처럼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올랐다. “빨리! 빨리 죽여!”유진우가 움직인 것을 본 조천룡은 아연실색해서 비명을 질렀다. 엘리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유진우는 이미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발차기 한 번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장한 엘리트들이 트럭에 치인 것처럼 튕겨 났다. 방탄조끼마저 구멍 나 흉골이 부서졌다. 사람이 튕겨 나 바닥에 닿기도 전에 유진우는 또 다른 사람 앞에 나타나 목을 끊어버렸다. 연속 두 사람을 해치운 유진우는 전혀 힘든 기색도 없었다. 절대적인 속도와 힘 앞에 엘리트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잠깐 숨 쉴 사이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그들의 총구가 움직이는 속도조차 유진우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은 총을 한 번도 쏘지 못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유진우는 계속 이청아를 안은 채로 공격해 왔다는 것이었다. “어?”이 광경을 본 조천룡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귀신을 본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은 수많은 전장을 누빈 엘리트들이었고 다들 손에 총이 있었다. 유진우 한 명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왜 도리어 당하고 있지?‘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무술 고수였나? 이렇게 강하다니!”조웅은 눈을 가늘게 뜨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이 자리에 온 것도 매우 남달랐다. 무술 방면에서 그는 높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실 군대의 엘리트들은 모두 무술을 연마해야 했다. 머리만 쓰는 참모를 빼놓고는 무술 실력의 높낮이가 관직의 높낮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 유진우가 보여준 실력으로는 경험만 많으면 고급 군관 정도는 문제없었다. “장군님, 이 사람의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부대를 다 불러올까요?”부관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다. 어쩌다가 만난 고수인데 내가 직접 상대하지.”조웅은 몸을 풀었다. 커다란 몸집 안에 호랑이 같은 힘이 숨겨져 있었다. “네 차례다!”마지막 엘리트가 쓰러지자 유진우는 또다시 조천룡을 쳐다보았다. “큰, 큰아버지, 살려주세요!
유장혁이 어떤 사람인가. 중주에 피바람이 불게 한 살아있는 재난 그 자체였다. 수많은 사람을 벌벌 떨게 만든 괴물이었다. 10년 전, 도시에 재난을 몰고 온 장본인이었다. 그전까지는 누구도 열다섯밖에 안 되는 소년이 세상을 발칵 뒤집을 줄 몰랐다. 어쩐지 장군이 이 사람을 보고는 놀라더라니. 그들의 앞에 서 있는 이 자가 10년 동안 잠적한 천재, 유장혁이었다. “쿵!”부관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희망을 잃었다. 유진우는 고개를 돌려 조웅과 두 사람을 본 후 무시하고는 그대로 조천룡 앞으로 걸어갔다. “큰아버지, 살려주세요! 큰아버지!”조천룡은 부러진 다리를 감싼 채 몸을 웅크리고 뒤로 물러나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내가 말했지, 시체도 안 남게 만들어 주겠다고.”유진우는 바닥의 채찍을 집어 들고 조천룡의 얼굴에 대고 힘껏 휘둘렀다. “악!”조천룡이 고통 섞인 비명을 질렀다. 얼굴의 살점이 뜯겨 나가고 피가 사방에 튀었다. 유진우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또 한번 힘껏 채찍을 휘둘렀다. “퍽!”채찍의 소리와 함께 조천룡의 피부가 옷처럼 발가벗겨졌다. “악!”조천룡이 또 한번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큰아버지! 살려주세요!”조웅은 듣고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하며 그대로 굳어있었다. 유진우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조천룡의 몸에 채찍을 휘둘렀다. 사방에 피와 살점이 튀었다. 고통 섞인 비명이 고막을 찢을 듯했다. “그, 그만!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조천룡이 바닥에 꿇은 채 울면서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진우는 귀가 먹은 것처럼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이청아가 받은 고통의 열 배, 백 배는 돌려줄 작정이었다. “잘한다! 죽여버려!”구석에 숨어있는 양의성은 속으로 기뻐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조천룡 같은 뛰는 놈도 유진우라는 나는 놈을 만나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유진우가 복수를 이어가고 있을 때 길게
고요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한복을 입은 노인이 유진우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때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입을 벌렸다. 안병서가 고개를 숙이게끔 하는 노인이 유진우의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게다가 하인이 주인을 만난 상황이라니. 이게 진짜 무슨 상황인가. “어...”양의성은 믿을 수 없어 입만 딱 벌렸다. 유진우가 그저 무술 실력만 좋은 줄 알았는데 이토록 강한 뒷배가 있었다니. 안병서의 지위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한복을 입은 노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러니 한복을 입은 노인은 지위가 더 높을 것이었다. 그런 인물이 유진우 앞에서 꿇다니! 누군가가 뒤통수를 세게 친 느낌이었다. 평소에 아무 것도 아니던 유진우가 이런 뒷배를 가지고 있다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이때의 조천룡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노인이 유진우 앞에서 무릎을 꿇은 그 순간부터 그의 정신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유일한 희망마저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희망 대신 절망과 공포가 자리 잡았다. 구세주인 줄 알았던 사람이 유진우의 아래 사람이라니? 젠장! 보통 괴물을 건드린 게 아니었다. 양의성과 조천룡과는 다르게 조웅은 이미 죽을 각오를 마친 상태였다. 유진우의 신분을 안 그 순간부터 그는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만약 반항한다면 죽는 것은 그뿐이 아니라 그의 전체 가족일 것이었다. “도련님, 10년만입니다... 소인, 드디어 도련님을 찾았습니다!”용복 어르신은 바닥에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전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유진우는 미동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꺼져!”두 글자를 내뱉은 유진우는 용복 어르신을 무시하고 그대로 조천룡 앞에 걸어갔다. 그는 살기로 가득한 상태였다. “죽, 죽이지마... 제발 죽이지마... 날 살려준다면 뭐든지 다 할게!”조천룡은 놀란 나머지 소변을 지린 상태로 머리를 조아렸다.
이틀 후, 평안 의원. 기절해 있던 이청아는 드디어 깨어났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평범한 방이었다.테이블 하나, 의자 두 개 그리고 침대까지.살짝 익숙했다. 마치 전에 와 본 것처럼.“일어났어?”이때 유진우가 손에 쇠고기 야채죽을 든 채 들어왔다.별거 아니었지만 이틀을 연속 굶은 이청아에게는 꽤 유혹적이었다.그리고 그녀의 배에서도 꼬르륵 소리가 났다. “네가 날 구해준 거야?”이청아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물었다. “네가 다친 채로 길가에 있는 것을 주워 왔을 뿐이야.”유진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 “주워 와?”이청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묻다가 그제야 또 물었다. “아, 나 얼마나 쓰러져 있었어? 조씨 가문은 지금 무슨 상황이야? 내 부모님은 괜찮으시고?”연이은 질문 폭탄에 유진우는 골치가 아팠다.그저 일일이 대답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넌 이틀을 기절해 있었고 가족은 다 괜찮아. 조씨 가문은 이미 불에 타서 다 사라졌어.”가족이 무사하다는 소리에 이청아는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곧 놀라서 되물었다. “불에 탔다고? 무슨 일이야?”“자세히는 모르는데 가스가 샜나 봐. 조씨 가문의 이삼십 명 되는 사람들이 다 화재에서 죽었다고 하더라고.”유진우가 대답했다. “가스가 새? 이렇게 타이밍 좋게?”이청아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다 자업자득이야. 그동안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이렇게 된 거지.”유진우가 대답했다. 그러자 이청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시름을 놓았다. 조씨 가문이 없어지면 보복당할 위험도 없었다. “됐어. 그만 생각하고 죽부터 먹어.”유진우는 쇠고기 야채죽을 건넸다. “고마워.”배가 고픈 이청아는 거절하지 않고 죽을 건네받은 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따뜻한 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데도 아쉬운 것인지 이청아가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내가 가서 한 그릇 더 가져올게.”유진우는 가서 또 한 그릇 떠왔다. 이청아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두 번째 그릇도 다 먹어버렸다. 뜨끈한 죽이 위를
한바탕 소동 끝에 이청아는 얼굴이 붉어지고 땀에 흠뻑 젖게 되었다.그 원한에 가득 찬 눈빛은 유진우를 소름이 끼치게 했다. ‘단지 약을 발랐을 뿐이잖아? 왜 모욕을 당한 것처럼 그러는 건데.’“다 봤냐고, 다 봤으면 빨리 나가!”이청아는 이불로 몸을 가렸다. 저 가는 허리 라인과 탐스러운 엉덩이는 사람을 유혹시키는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었다.“이 약은 네가 가져가. 닷새 정도 바르고 나면 흉터가 사라질 거야.”유진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약병을 내려놓고는 문밖으로 나갔다.시간이 얼마 흐른 뒤, 옷을 정리하고 입은 이청아도 방문을 열고 나왔다.불과 아까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그녀는 다시 도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핸드폰 좀 빌려줘, 전화 좀 하게.”이청아는 죽을 먹고 있던 유진우에게 손을 뻗었다.유진우도 아무 말 없이 순순히 핸드폰을 그녀에게 바쳤다.“잠금 비번은?”이청아가 물었다.“네 생일.”유진우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말을 들은 이청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입꼬리가 작게 올라갔지만 이내 다시 그 모습을 감췄다.“흥!”이청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잠금을 해제한 뒤, 그녀는 먼저 집에 연락해 안부를 전했다.이어서 그녀는 장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대표님! 드디어 연락이 되는군요! 요 며칠 도대체 어디에 계셨어요? 왜 아무런 소식도 없으셨던 겁니까?!” 장 비서의 말투는 꽤나 격동되어 있었다.“일이 좀 있어서 연락을 못 했어. 회사는 어때?” 이청아가 물었다.“새 회사는 괜찮아요. 금방 개업한 데다가 조씨 가문이 뒤에서 받쳐주고 계시고, 아무튼 여러 방면에서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청성 그룹에 조금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장 비서가 대답했다.“무슨 문제?” 이청아는 조금 불안했다.“자금을 회수하는 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러 사업 파트너들이 돈을 갚지 않으셔서 회사가 금융위기에 놓였습니다. 다행히 대표님이 가지고 계신 160억 비상 자금
“천한 년! 죽여버릴 거야!”따끔거리는 볼을 만지던 정영준 은행장이 노발대발하며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민첩한 이청아는 곧장 다리를 뻗어 정영준 은행장의 가랑이를 힘껏 걷어찼다.“으악!”정영준 은행장이 비명을 지르며 가랑이를 붙잡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찌나 고통스러웠던지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역겨운 것!”이청아가 나가려던 그때 마침 문 앞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유진우를 발견하고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여기서 뭐 해?”“아니야. 혹시라도 네가 괴롭힘당할까 봐.”유진우가 어깨를 들썩였다. 바닥에 누운 채 비명을 지르는 정영준 은행장을 본 그의 두 눈에 싸늘함이 스쳐 지나갔다.조금 전 다행히 이청아가 완승했길래 망정이지, 그가 나선다면 두 손을 영영 못 쓰게 만들어버렸을 것이다.“일 다 봤어. 그만 가자.”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이청아는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기분이 말이 아니게 다운되었다.“거기 서, 이 년아!”그때 정영준 은행장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람을 쳐놓고 도망치려고? 우리를 무시해?”그의 분부와 함께 몇몇 경비원이 달려와 두 사람이 못 나가게 문을 막아섰다.“천한 년! 감히 나한테 발길질을 해? 죽여버릴 거야!”정영준 은행장이 노기등등하게 다가오며 손찌검을 하려 했다. 그런데 유진우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넌 또 누구야? 감히 내 일에 끼어들어? 죽고 싶지 않으면 썩 꺼져!”정영준 은행장이 매섭게 쏘아붙였다.“청아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그 입 찢어버리겠어!”유진우의 낯빛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사과는 개뿔.”분노가 치밀어 오른 정영준 은행장이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유진우는 민첩하게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먼저 내리쳤다.“찰싹!”커다란 체구의 정영준 은행장이 그대로 맥없이 튕겨 나갔다. 맞은 얼굴이 살짝 비틀어졌고 입을 벌리자 이가 우르르 빠졌다.“뭐?”튕겨 나간 정영준 은행장을 본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유진우가
“대체 어떤 놈이 감히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나 봐?”조민이 시가를 물고 위세를 부리며 걸어 들어왔다.혹시라도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사람들은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저절로 길을 비켜주었다. 이청아마저도 낯빛이 잔뜩 어두워졌다.조훈이 죽은 후에 모든 세력을 물려받은 조민은 전보다 훨씬 더 위풍당당해 보였다. 게다가 강천호까지 뒤를 봐주고 있어 그를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다들 옆문으로 가. 여긴 내가 막고 있을게.”이청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유진우 앞을 막아섰다. 그녀가 나름 신분이 있어 조민이 아무리 미쳐 날뛴다고 해도 그녀를 어찌하진 못할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달랐다. 신분도 배경도 없는 그가 조민의 손에 잡힌다면 죽음 아니면 평생 장애가 남을 정도로 두들겨 맞을 것이다.“간다고? 어딜?! 조민 회장님이 온 이상 오늘 누가 와도 너희들을 못 구해! 그냥 얌전히 죽길 기다려.”비웃음과 함께 정영준 은행장이 조민에게 뒤뚱뒤뚱 걸어갔다.“회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제 얼굴 좀 보십시오. 잔뜩 얻어맞았습니다.”“응?”조민이 그를 흘겨보았다.“대체 무슨 일이야?”“어떻게 된 거냐면요. 아까 저 여자가 대출하겠다면서 절 찾아왔는데 신용이 별로 좋지 않아서 제가 거절했거든요. 그런데 글쎄 파렴치한 년이 절 꼬시지 뭐예요? 그것도 다른 남자들이랑 다 같이 놀재요. 제가 싫다고 거절하니까 대뜸 손찌검부터 날렸어요. 정말 극악무도한 여자예요!”정영준 은행장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사실을 왜곡했다.“그래? 그렇게나 나댔어? 내 이름 얘기 안 했니?”조민의 표정이 무척이나 싸늘했다.“당연히 얘기했죠. 그런데 회장님을 전혀 안중에 두질 않더라고요. 회장님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쥐어패 버리겠다나 뭐라나!”정영준 은행장이 거짓말을 잔뜩 부풀려 말했다.“그래, 아주 좋아!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아주 등신으로 아나 보지?”조민이 흉물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대박 그룹의 회장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아니야! 말도 안 돼!’이청아는 그 생각을 바로 접었다.유진우는 그냥 일반인이다. 얼굴이 잘생긴 것 말고는 별다른 재주도 없는 사람이다.그와 달리 조민은 조훈 어르신의 뒤를 이었고 대박 그룹의 회장인 데다가 부하도 수백 명에 달한다. 그런 그가 유진우를 두려워할 리가 있겠는가?‘내가 괜한 생각한 걸 거야.’조민은 아직도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심하게 얻어맞은 정영준 은행장은 피까지 토하며 고통스러워했다.그는 정영준 은행장을 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유진우가 화를 내어 그의 목숨을 앗아가면 큰일이니까.“회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만 때리세요... 제발 그만요!”정영준 은행장이 울며불며 처량하게 빌었다.조민은 유진우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유진우의 낯빛이 조금 풀린 걸 확인하고 나서야 주먹을 멈추었다.‘화풀이할 놈이 있었길래 망정이지, 안 그러면 큰일 날뻔했어.’“나한테 사과해서 뭐 해! 이 대표님이 널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너 오늘 여기서 죽어.”조민이 으름장을 놓았다.“이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제발 용서해 주세요.”정영준 은행장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이야 발이야 하고 빌었다. 전의 오만방자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됐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이청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네네, 바로 꺼지겠습니다.”정영준 은행장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고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어찌나 급히 도망치는지 벗겨진 신발을 주울 새도 없었다.“이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다 제가 잘못 가르친 탓이에요. 이번 일을 제대로 반성하겠습니다.”조민이 한껏 자세를 낮추었다. 머리가 좋은 조민은 유진우가 평소에도 겸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의 정체를 까발리지 않았다.“조민 씨가 이토록 정의로운 분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조민 씨를 다시 보게 되었네요.”이청아가 덤덤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요, 뭐.”조민이 제 발 저린 듯 말했다.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