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 씨가 널 초대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참 뻔뻔한 사람이란 말이지.”양의성이 코웃음을 쳤다.“유진우 씨는 내가 초대했어요. 왜요? 불만 있어요?”조선미가 갑자기 나서서 한마디 했다. 그녀의 엄청난 카리스마에 양의성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흥! 사내대장부가 여자 뒤에 숨기나 하고. 쓸모없어, 정말!”양의성이 하찮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그리고 당신, 이런 못난 놈이랑 붙어있으면 언젠가 후회할 겁니다!”“내가 후회하든 말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내 앞에서 썩 꺼져요!”조선미는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진우의 팔짱을 낀 채 성큼성큼 들어갔다.“재수 없는 여편네! 센 척하기는. 언젠가는 후회하게 할 거야!”양의성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왜 능력도 없고 못난 유진우에게 여자 복이 이렇게나 많은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양의성, 너도 구경하러 왔어?”그때 화려한 옷차림의 한 남자가 마이바흐에서 내렸다.“어머, 도련님, 도련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양의성의 두 눈이 삽시간에 반짝이더니 이내 쪼르르 달려갔다. 방금 도착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안 회장의 아들 안도현이었다.“조씨 가문에서 새 회사를 설립한다는데 당연히 참석해야지.”안도현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신분에 오늘 개업식에 참석하셨으니 조씨 가문의 체면을 제대로 살려주시겠네요.”양의성이 아부하기 시작했다.“그런 소리 하지 마! 조씨 가문의 상업 퀸 앞에서 우리 아버지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는데 내가 뭐라고.”안도현이 솔직하게 얘기했다.“참으로 겸손하시네요.”양의성이 멋쩍게 웃더니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전 조신 그룹의 퀸을 아직도 뵌 적이 없어요. 정말로 소문대로 그렇게 아름다우신가요?”“강능의 4대 미녀 중에 조선미가 가장 예뻐! 그런데 만만치 않은 여자라 감당할 수 있는 남자가 별로 없어.”안도현이 아쉬워하며 말했다.“도현 도련님도 감당 안 돼요?”양의성이 살짝 놀란 눈치였다.“뭔 개 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손님들이 축하 인사를 보냈다.연회장 안의 좌석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한창 멋진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무대 아래에는 손님들끼리 한데 모여 술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청아야, 여기 정말 괜찮구나. 앞으로 네가 바로 여기 주인이란 말이지?”장경화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엄마, 전 단지 조씨 가문의 사업 파트너일 뿐이에요. 아무리 함께 새 회사를 설립했다고 해도 제2 주주예요.”이청아가 설명했다.“제2 주주도 대단한 거지. 조씨 가문과 한배를 타면 앞으로 걱정할 일이 없어.”장경화가 흐뭇하게 웃었다.“누나 사업이 나날이 번창해서 돈 꽤 많이 벌었지? 나 언제 좋은 차로 바꿔줄 거야?”옆에 있던 이현이 히죽 웃었다.“내가 너한테 매달 용돈을 얼마나 많이 주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이청아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무리 친동생이라고 해도 자꾸만 손을 벌리는 건 싫었다.“전에는 충분했는데 모은 돈을 전부 양씨 의약에 투자하는 바람에 지금은 일전 한 푼도 없어.”이현이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그냥 양씨 의약의 배당금이나 기다려.”이청아는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서던 그때 유진우와 조선미를 발견했다.“누나, 유진우도 초대했어? 재수 없게!”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던 이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나 초대 안 했어.”이청아가 부인했다.“초대 안 했는데도 와?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어.”이현이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조선미에게 닿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어머... 유진우 옆에 있는 저 미인은 누구야? 너무 아름답잖아!”“미인은 무슨. 그냥 여우야!”장경화가 분노를 터뜨렸다.“지난번에 청성 그룹에서 난리를 친 게 바로 쟤야. 하마터면 나까지 때릴 뻔했다니까!”“아, 저 여자였어?”이현의 낯빛이 확 싸늘해졌다.“젠장, 유진우는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야. 오늘 엄청 중요한 자리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여자라고 경고했었다.“과찬입니다.”이청아가 예의 바르게 웃었다.“청아 씨, 좋은 소식 하나 더 알려줄게요.”그때 양의성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아까 도현 도련님이 그러는데 오늘 개업식에 조씨 가문의 아가씨도 직접 오신대요.”“그래요? 너무 잘됐네요!”이청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기뻐했다. 계약을 체결하든 새 회사에 관한 일을 상의하든 전부 조신 그룹의 이사가 나서서 처리한 바람에 아직 조씨 가문의 아가씨를 만난 적이 없었다.물론 조선미의 이름을 들은 적은 있었다.조 어르신이 물러난 후로 그녀가 조씨 가문 전체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조씨 가문을 나날이 번창하게 했고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이루었다.어찌 보면 두 사람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그녀는 조선미를 자신이 따라잡아야 할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어 늘 아쉬웠다.그런 조선미가 오늘 직접 현장에 온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기대되었다. 상업 퀸의 카리스마가 어떤지 제대로 보고 싶었다.“누나, 조선미 씨가 강능의 4대 미녀 중 한 명이라던데 엄청 예쁘겠지? 두 사람 만나면 나한테 좀 소개해 줄 수 있어?”이현이 기대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았다.“그래그래. 이현이 나이도 적지 않은데 장가갈 때가 됐어. 조씨 가문의 아가씨라면 데릴사위로 보낸다고 해도 좋아!”장경화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만 같았다.“엄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조선미 씨가 이현이를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있겠어요?”이청아가 가차 없이 딱 잘랐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 이현이가 어때서? 젊고 힘도 세고 잘생겼잖아. 그 아가씨랑 딱이네, 뭐.”장경화가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말이야. 내 몸매 좀 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내 근육질 몸매에 반했는지 몰라.”그러더니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다짜고짜 팔근육을 보여줬다.두 사람의 모습에 이청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들을 이곳에 괜히 데려온
“저 여자였어?!”무대 위로 올라온 조선미를 보자마자 이청아는 그대로 넋이 나갔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늘 만나길 기대했던 조신 그룹의 아가씨가 그녀와 맞서던 여자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엄마, 그 여우 년 아니야? 저 여자가 왜 올라가?”두 눈을 부릅뜬 이현이 아직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설... 설마... 저 여자가 바로 조신 그룹의 아가씨야?”장경화는 화들짝 놀란 나머지 입까지 파르르 떨었다. 눈앞의 여우가 조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왜? 왜 저 여자냐고!”그때 양의성도 벼락을 맞은 것처럼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유진우 옆에 있던 여자가 강능의 상업 퀸이자 많은 이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존재라는 걸 전혀 예상치 못했다.전에 자신이 저질렀던 짓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어떡하지? 이미 조선미 씨한테 밉보였어.’“의성아, 전에 조선미 씨를 만난 적이 있었어?”그때 옆에 있던 안도현이 수상함을 눈치채고 물었다.“있... 있어요. 게다가 불쾌한 일도 있었어요.”양의성이 부들부들 떨며 침을 꿀꺽 삼켰다.“감히 조선미 씨를 건드려? 너도 참 대단하다!”안도현은 마치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선미가 오늘 이 자리에 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겠는가, 절대 만만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도련님, 전에는 제가 눈이 멀어서 아가씨를 건드리고 말았어요. 이따가 아가씨한테 제 말 좀 잘해주실 수 있어요?”양의성이 부들부들 떨며 안도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양의성, 이런 일은 나도 못 도와줘. 스스로 살길을 도모해.”안도현은 양의성을 매정하게 뿌리치고는 자리를 떠났다. 한낱 볼품없는 사람 때문에 조선미를 건드린다는 건 바보나 할 짓이었다.“망했어...”안도현의 단호한 뒷모습에 양의성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조선미가 넓은 아량으로 너그러이 용서해 주면 모를까, 만약 복수라도 한다면 말 한마디만으로도
“아주 좋아. 그럼 하루빨리 해결해. 더는 다른 예상치 못한 일이 있어선 안 돼!”강천호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걱정하지 마. 내 두 제자가 직접 나서면 저 사람은 무조건 죽은 목숨이야!”방 선생이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휴대 전화를 꺼내 문자를 보냈다.그 시각, 시끌벅적한 무대 아래와 달리 무대 위의 조선미는 무척이나 침착했다.“일단 저희 회사 개업식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조선미는 마이크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침착하고 엄청난 카리스마와 도도한 눈빛이 더해지니 한 나라를 다스리는 여왕과도 같았다.“다들 아시다시피 저희 조신 그룹에 새로운 사업 파트너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조신 그룹의 일부 사업은 새 파트너의 손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주변을 쭉 살피던 조선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조신 그룹의 새 파트너가 대체 누구인지 다들 궁금하시죠? 조급해하지 말아요. 곧 여러분께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청아 씨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여러분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조선미가 먼저 손뼉을 치기 시작하자 곧바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청아야, 네 차례야!”가장 먼저 반응한 장경화가 그녀를 툭툭 쳤다. 이청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비록 조선미의 정체에 여간 놀란 건 아니지만 지금의 그녀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한 걸음 한 걸음 무대 위로 올라갔다.“어머! 또 미녀네? 오늘 안구 정화 제대로 하는구나!”“두 분 다 예쁘지만 스타일이 달라. 양쪽에 저런 여자를 끼고 잘 수만 있다면 수명 10년과 바꾼다고 해도 기꺼이 바꿀 수 있어!”“젠장! 어떤 남자여야만 저런 미인을 차지할 자격이 있을까?”이청아가 무대에 오르자 현장이 다시 한번 들썩거리기 시작했다.조선미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끄는데 이청아가 나타나자 현장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두 미녀가 동시에 무대 위에 있는 모습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또 만났네요, 이청아 씨.”조선미가
무대 위 두 여인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당당하고 차분하게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몇몇 눈치 빠른 사람들은 두 사람이 몰래 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두 여인은 마치 아름다움을 다투는 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웠다.조선미와 비교하면 이청아의 신분이 한참 딸리긴 했지만 전혀 자괴감에 빠지거나 실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투지가 더 불타올랐다.늘 도도한 그녀는 매사에 쉽게 지는 법이 없었다.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일일이 헤쳐 나가는 성격이었다.조선미면 어떠한가? 강능의 상업 퀸이면 또 어떠한가?언젠가는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고 심지어 그녀를 넘어설 거라고 다짐했다.“이청아 씨의 풍채를 다들 보셨죠? 이어서 여러분께 다른 젊은 인재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분은 저를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저희 조신 그룹에 많은 도움을 준 귀인입니다.”그 순간 무대 아래가 다시 한번 들끓었다.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에 경악과 호기심이 가득했다.조선미의 눈에 들고 귀인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의성 도련님, 조선미 씨가 말한 귀인이 설마 도련님은 아니죠?”이현이 슬쩍 한마디 했다. 그는 양의성처럼 뛰어난 청년이어야만 조선미가 말한 인물과 매칭이 된다고 생각했다.“의성아, 네가 바로 조씨 가문의 귀인이었어? 정말 축하해!”장경화는 환하게 웃으며 그 귀인이 바로 양의성이라고 단정 지었다.말문이 막힌 양의성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고작 그 주제에 조신 그룹의 귀인이라니,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만약 그런 재주가 있었더라면 회사도 부도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설마 그 자식은 아니겠지?”양의성의 뇌리에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이내 부정해 버렸다.‘아니! 그 자식일 리가 없어. 그 쓸모없는 놈이 어떻게 조신 그룹의 귀인이야?’긴장과 기대 가득한 눈빛 속에 잠깐 멈칫하던 조선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자, 그만 뜸 들일게요. 유진우 씨를 무대 위로 모시
“이 대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유진우는 일부러 모르는 척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단연코 공을 세워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이 아니었다.이청아와 끝난 사이라 그도 더는 그녀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진짜 너 아니라고?”이청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대표, 뭔가 오해했나 본데 나 같은 폐인이 어떻게 이 대표를 도울 수 있겠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봐.”이청아의 눈가에 살짝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하긴, 네가 아무 이유 없이 왜 날 돕겠어? 우린 이젠 다 끝난 사이잖아. 게다가 너도 그럴 만한 능력이 없을 테고.”“맞아, 난 돈도 없고 권력도 없으니 양의성과 비할 바가 못 되지. 또 뭐 분부할 거 있어?”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없어, 그만 가서 조선미 씨나 돌봐.”이청아가 차갑게 말했다.“그래, 그럼 이만 나가볼게.”유진우도 더 말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일부러 느리게 걷는 조선미를 곧장 따라갔다.“진우 씨, 청아 씨가 아직 진우 씨한테 미련이 남아있나 봐요.”조선미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미련이요?”유진우는 저 자신을 비웃듯이 대꾸했다.“서로 원한을 맺고 등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여자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아 어떤 일은 이청아 씨 본인도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조선미가 미소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아참, 전에 희귀 약재가 조금 모자란다고 했었죠?”“네, 선미 씨가 다 찾았어요?”유진우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건 아니고요. 제가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아마 진우 씨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의학 가문 출신이라 수많은 귀한 약재를 소장하고 있거든요. 어쩌면 그중에 유진우 씨가 필요한 약재가 들어있을지도 모르죠.”조선미가 대답했다.“그래요? 그분이 누구신데요?”유진우가 캐물었다.“나 따라오면 알아요.”조선미는 말을 돌리며 유진우의 손을 잡고 2층 휴게실로 들어갔다.그 시각 휴게실 안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
“어르신, 저는 따로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안도균은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자리를 뜨려 했다.그는 신의를 보려고 일부러 찾아왔는데 돌팔이를 만나니 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삼촌, 진우 씨 충고대로 요 며칠 되도록 강능에 남아있으세요. 의외의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요.”조선미가 좋은 뜻으로 말했다.“선미야, 내 일은 걱정할 필요 없다. 너 자신이나 잘 신경 써.”안도균은 문득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너랑 선우희재 씨의 약혼이 코앞인데 그 선우 집안의 도련님 성격으로 네가 딴 남자랑 가까이 있는 걸 싫어할 거야.”조선미는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듣기 싫은 말만 콕 집어서 하네.’“삼촌, 단지 약혼일 뿐 결혼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기껏해야 파혼하면 그만이에요.”조선미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파혼? 상대는 선우 일가야. 너 파혼하면 뒷감당은 할 수 있겠어?”안도균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뒷감당할 게 뭐가 있어요? 그 집에서 날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요?”조선미가 담담하게 되물었다.“선우 일가에서 너한테는 당연히 어쩌지 않겠지. 다만 네 옆에 있는 이 사람은 과연 내버려 둘까? 너도 선우 일가의 수단을 잘 알 거야. 네가 유진우 씨와 더 가깝게 지낼수록 진우 씨는 위험해져.”안도균이 유진우를 흘겨보며 비꼬듯이 말했다.“칫! 선우희재가 감히 함부로 할까요!”조선미는 싸늘한 말투로 쏘아붙였다.“난 그저 미리 일깨워 줄 뿐이야. 어떻게 할지는 너한테 달렸어.”안도균은 더 말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선미야, 도균의 말이 맞아. 너랑 선우 일가의 일은 미리 결단내는 게 좋아.”조 어르신이 그녀를 타일렀다.“할아버지, 내가 알아서 할게요.”조선미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녀는 어릴 때 선우희재와 혼약을 정했지만 단 한 번도 그를 좋아한 적이 없다.좋아하지도 않는데 어찌 결혼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협력을 위한 결혼은 더 질색이었다!“아가씨, 강천호 씨가 뵙자고 하십니다.”이때 경호원 한 명이 노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