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옥주는 무림의 3대 성물 중 하나로 천영 구슬과 함께 수많은 사람이 탐내는 가장 귀한 보물이었다.황옥주는 신비한 힘을 지녀 다양하게 쓰였다.모든 환상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교한 포메이션도 부술 수 있다.예를 들어 실수로 환영에 들어갔거나 포메이션에 갇혔을 때 황옥주로 즉시 빈틈을 찾아낼 수 있다.그뿐만 아니라 황옥주는 상대와의 대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적의 약점이나 필살기 등 모든 공격 수단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심지어 보물을 찾고 감정하는 것에도 독특한 기능이 있었는데 보물이 맞는지, 그 가치는 얼마인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황옥주를 한눈에 알아본 유진우는 황태자 저택에 이런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역시 장혁이야. 눈썰미가 좋네.”이문재가 웃으며 말했다.“이건 황옥주가 맞아. 내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오늘 자네와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되었으니 선물로 이걸 주지.”“절대 안 됩니다!”유진우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이렇게 귀한 물건은 제가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부디 거두어 주세요.”“보물은 영웅에게 줘야 그 쓸모를 다하지. 내 손에 있으면 먼지만 쌓이고 전혀 쓸모가 없어. 너에게 줘야 진정한 힘을 발휘할 거야. 예의 차리지 말고 받아.”이문재가 보물 상자를 앞으로 밀었다.“전하,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보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유진우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내가 너보다 몇 살이나 더 먹었고 항상 너를 동생처럼 대했는데, 형이 동생에게 선물을 주는 게 뭐 어때서?”이문재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직접 보물 상자를 유진우의 품에 밀어 넣고는 일부러 정색하며 말했다.“받아, 또 거절하면 화낼 거야.”“이건...” 유진우는 딜레마에 빠진 표정이었다.“장혁, 이 황옥주가 많은 도움을 줄 거야.”이문재가 문득 비밀스럽게 말했다.“용맥이 파괴되어 용원의 기가 다섯 갈래로 천지에 흩어져 있는데 그걸 다 찾는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병약해서 고생하며 돌아다니는 건 더더욱 견디지 못해. 게다가 나는 문인인데 수행에 필요한 용원의 기를 찾아서 뭐 하겠어. 망설이지 말고 받아. 너는 장차 서경왕이 되어 나라의 기둥이 될 몸이야. 네가 강해져야 나라도 번창하지. 내게 왕위를 물려받을 기회가 생긴다면 훗날 너와 함께 천하를 다스리며 영광을 누리겠다.”미소를 지으며 유진우의 어깨를 토닥이던 이문재의 마지막 한마디에 담긴 의미는 매우 분명했다.자기가 건넨 선물을 받았으니 왕좌에 오르는 걸 도우라는 거다.“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소인 감사히 받겠습니다.”이렇게까지 말하니 유진우도 더 거절할 수가 없었다.용원의 기를 찾는 데 황옥주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용원의 기로 내공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고 심지어 단번에 랜드 신선의 경지에 발을 들일 수도 있었다.무사에게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치명적인 유혹이었다.양심에 어긋나더라도 그는 이 선물을 받아들여야만 했다.두 사람은 대청 안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동맹을 맺은 거나 다름없었다.이청성이 보물을 다 고르고 다시 문 안으로 들어온 뒤에야 유진우는 자리를 떠났다.너무 졸려서 인사를 나눌 겨를이 없었고 지금 당장 집에 가서 푹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이문재의 저택을 나섰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은 새벽 1시였다.유진우는 너무 졸려서 눈도 뜨지 못하고 하품을 연발했다.차에 타자 이청성은 유진우의 품에 안긴 보물 상자를 흘깃 쳐다보며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보아하니 이미 오라버니와 거래를 달성했나 보네요?”“어쩔 수 없죠. 너무 큰 걸 줘서 뭐라고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천재도 재물에 넘어갈 때가 있네요.”이청성의 말투는 다소 장난스러웠다.“큰 오라버니를 왕위에 올리기로 약속하면 다른 황자들이 당신을 눈엣가시로 여길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당연히 알죠. 그래서 비밀리에만 도우면서 대놓고 편드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면 너
“무슨 일이죠?”유진우는 멍한 상태에서 코끝으로 은은한 향기를 느꼈다.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이청성의 품에 안겨 있었다.이청성은 헐렁한 옷을 걸쳐 언뜻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직접 닿고 보니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이 분명한 몸이 숨겨져 있었다.“지금 뭐 해요?”이청성은 부끄럽고 화가 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마차가 멈추니까 몸을 가누지 못해서 그만...” 유진우는 조금 당황했다.“충분히 만졌죠? 빨리 손 치워요!” 이청성이 새침하게 말했다.“미안해요.”유진우는 화들짝 놀라서 바로 손을 뗐다.역시 사람이 너무 피곤하면 반응이 평소보다 느려진다.“밖에 무슨 일이죠?” 이청성이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마마, 누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마부가 대답했다.“한밤중에 길을 막다니, 자객인가요?”이청성이 마차의 커튼을 걷어 올리고 먼저 발을 내디뎠다.유진우는 얼굴을 툭툭 치며 정신을 가다듬은 뒤 뒤따라 마차에서 내렸다.이때 앞쪽 교차로에서 중무장한 호위병들이 나타났다.은빛 갑옷을 입은 호위대는 날카로운 눈빛과 강력한 아우라를 풍기는 게 엘리트 중의 엘리트임이 분명했다.“은갑병? 저 사람들이 왜 여기에...”이청성은 의아했다.“은갑병? 무슨 사람들이죠?”유진우가 호기심에 물었다.“제 둘째 오라버니인 이광우의 호위병이에요.”이청성이 설명했다.“둘째 오라버니는 어렸을 때부터 무예를 익혔고 용맹하고 사나워서 전장에서도 많은 공을 세웠죠. 그래서 자신의 밑으로 유명한 호위병 군사들을 거느리고 있어요.”“이황자의 사람이라고요?”유진우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전 이황자와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왜 군사들을 보내 저를 잡으러 온 거죠?”“잡는 게 아니라 모시러 왔겠죠.”이청성이 빠르게 정신을 차렸고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앞에 은갑병 중 건장한 장군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장군은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 “무사 윤조, 공주마마와 세자
“제가 돌아가야 한다면요?” 유진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저희는 명령을 따를 뿐이니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는 말아 주십시오.”윤조는 꼿꼿하게 선 채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의 뒤에는 수백 명의 은갑병이 비장하게 서 있었다.기세를 봐서 유진우가 제 발로 가지 않으면 강제로 끌고 갈 기세였다.“세자 전하,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만나보는 것도 괜찮죠. 친구 한 명 더 사귀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이청성이 유진우를 툭 건드리며 귀띔했다.지금은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었기에 졸리고 피곤해도 참고 견뎌야 했다.대황자의 거처에 갔으면서 이황자에게 가지 않으면 그의 체면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이황자의 강압적인 성격을 봐선 아무런 패악질을 부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그래요. 그럼 윤 장군이 길을 안내하세요.”유진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더 반기를 들지 않았다.통쾌하게 거절하는 건 한순간이지만 이후에 끊이지 않는 문제가 생길 거다.“감사합니다, 세자 전하! 가시죠.”윤조는 비켜서서 정중하게 유진우와 이청성을 차로 에스코트했다.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차는 웅장하고 화려한 저택 입구에 멈췄다.대황자 저택의 화려함에 비하면 이황자 저택은 훨씬 더 위엄이 있었다.전쟁의 신 동상, 무술 경기장, 무기가 전시된 무기고까지 있었다.유진우 일행은 차에서 내려 윤조를 따라 들어갔는데, 지나가는 곳마다 군사들이 끊임없이 늘어져 있어서 경비가 매우 삼엄했다.많은 장벽을 통과한 후 두 사람은 마침내 대청에 도착했다.그 시각 대청 안에서는 갑옷을 입은 여러 장군이 한 젊은 남자와 군사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서 왕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이황자 이광우였다!이광우는 유진우와 이청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대화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어서 와요. 환영합니다. 우리 장혁 군과 청성이가 이렇게 와줘서 너무 기쁘네요.”“이황자님을 뵙습니다.”이청성이 허리를
유진우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이광우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장혁,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나는 무인이라 전장에서 상대를 죽일 순 있어도 권모술수에는 능하지 못해요. 특히 소식을 접하는 건 큰형님보다 훨씬 뒤떨어지죠. 그래서 많은 걸 다 알지는 못해요.”“그렇군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사실 폐하와 대황자님께서는 별다른 일 없이 그저 오랜만에 담소나 나누려고 저를 부른 겁니다.”이 말이 나오자 이광우는 다소 불쾌한 듯 눈꼬리가 씰룩거렸다.옆에 있던 수염 난 장군이 발끈하며 호통을 쳤다.“이봐! 그게 무슨 뜻이지? 한밤중에 담소를 나눠? 우리 전하를 바보로 아는 거야? 내가 네 목을 베어버리겠다!”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금방이라도 칼을 빼 들고 공격할 것 같은 기세를 보였다.“무엄하다!”이광우는 그를 노려보더니 화를 내며 꾸짖었다.“장혁은 서경 세자이고 더구나 우리 집의 귀한 손님이니 예의를 갖춰야지!”“전하! 이 자식이 전하를 우습게 보고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으니 한바탕 두들겨 맞아야 바른대로 고할 것 같습니다.”수염 난 장군이 목소리를 높였다.“닥쳐라!”이광우는 격분하여 그의 얼굴을 거칠게 때리면서 소리쳤다.“또다시 무모한 짓을 하면 군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흠!”수염 난 장군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엔 잠자코 있었다.유진우를 노려보는 한 쌍의 이글거리는 눈동자엔 악의가 넘쳐났다.“장혁,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부하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무례를 범했네요. 용서해 주세요.”이광우가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솔직하게 말을 뱉는 걸 보니 성품이 올곧은 분인가 봅니다. 이해하죠.”유진우가 무심하게 말했다.“장혁, 우리가 남도 아닌데 사실대로 얘기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이광우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버지와 형님이 밤늦게 차를 마시고 수다나 떨자고 부르지는 않았겠죠. 분명 중요하게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일 처리 하나는 분명하게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게
“이황자님...”이청성이 그 상황을 보고 도와주려고 입을 열려는데 유진우가 앞장서서 말했다.“전하의 호의를 받지 않는 것도 무례이니 이 보물은 제가 다 가져가겠습니다.”“엥?”이청성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켰다.‘뭐지, 도대체 이놈은 무슨 꿍꿍이인 걸까?’처음에는 이성민의 부탁을 받아들여 은밀히 도와주겠다더니, 이제는 이광우의 보물을 마다하지 않는다.‘어엿한 서경 세자가 이렇듯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고?’“하하하... 좋아요! 아주 통쾌하네요!”유진우가 받아주자 이광우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여봐라, 얼른 이 보물들을 다 포장해서 장혁 군의 집으로 보내거라!”“선물 감사합니다, 전하!”유진우가 허리를 굽혔다.“이젠 형제인데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어요.”이광우는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말을 바꿨다.“그런데 오늘 밤 아버지가 밀담을 나눌 때 따로 특별히 하신 말씀은 없었나요?”이 말을 들은 유진우는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이광우는 금방 눈치를 채고 주변 사람들을 물러가게 했다.“다들 물러가. 나와 장혁 군이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네!”사람들이 대답하며 뿔뿔이 자리를 떠났다.“청성아, 잠시 가서 쉬어라.”이광우가 이청성을 돌아보았다.“네.” 이청성은 유진우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을 나갔다.“장혁, 여기 더 이상 외부인이 없으니까 할 말 있으면 해 봐요.” 이광우의 말에 유진우는 대청 문을 닫고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비밀스럽게 말했다.“전하, 사실 폐하께서 저에게 몇 가지 비밀을 말씀해 주셨는데 나라에 관한 일이고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 절대 누설하시면 안 됩니다.”“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비밀 지킬게요.”이광우는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약속했다.유진우가 아버지와 형과 비밀리에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지 못했다.그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밀담이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결정할 관건이라는 것뿐
이광우는 유진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얼굴에는 열정과 기대가 가득했다.원래 유진우는 단순히 유장혁의 입에서 중요한 정보를 끌어내려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관우가 예상외로 유장혁이 황제의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다시 말해 황위를 계승할 가능성에 있어 유장혁이 절반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었다.이 사실에 이광우는 속으로 미칠 듯한 기쁨을 느꼈다.“전하께서는 용맹하시고 여러 차례 공을 세우셨으니 당연히 가장 적합한 황태자 후보이십니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결국 폐하에게 있으니 저는 그저 한 가지 조언을 드린 것에 불과합니다.”유진우가 차분히 말했다.“괜찮습니다. 도련님께서 전적으로 저를 지지해 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이광우는 활기차게 대답하며 환히 웃었다.“전하께서 이렇게 넉넉하게 대하시고 또 저와 의기투합하셨으니 당연히 전하께서 황태자가 되시기를 지원하겠습니다.”유진우가 말했다.“좋습니다! 도련님의 말씀이면 저는 안심이 됩니다.”이광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장혁 도련님, 오늘부터 당신은 저의 친형제와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전하, 감사드립니다.”유진우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여기 술을 좀 가져오라!”이광우는 크게 외치며 시종들에게 술을 가져오게 했다. 이어 술잔을 들고 화끈하게 마시며 축하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전하,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오늘 하루 긴 여정으로 정말 피곤하여 혹시 먼저 돌아가 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석 잔의 술을 마신 유진우는 결단력 있게 말했다.“물론이죠. 당신도 하루 종일 수고하셨으니 푹 쉬셔야죠.”이광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에게 외쳤다.“세자 전하를 안전히 집으로 모셔다드리거라!”“전하, 이제 저는 물러가겠습니다.”유진우는 예를 다해 인사한 뒤 이청성과 함께 저택을 떠났다.오늘 밤 이 여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큰 성과를 거
“이런 계획을 하고 있었군요.”이청성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 깨달음을 얻었다.그녀는 유진우의 행동을 대체로 이해하게 되었다.유진우가 말한 대로 두 황자가 밤중에 초대했을 때 직접 거절하면 분명히 사람들을 화나게 할 것이고 결국 얻을 것 없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반대로 양쪽 모두 잘 다루어서 두 황자를 기쁘게 하면 혜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얼굴을 붉히는 일도 피할 수 있었다.표면적으로 보면 탐욕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유진우의 방식이 최선의 해결책이었다.어차피 공정하게 양쪽 모두를 다루면 어느 쪽도 원망하지 않게 된다.“어쩔 수 없잖아요. 나도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난 이런 보물들을 받지 않을 거예요. 이건 다 쌍날검처럼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무거운 책임이기도 해요. 큰 그림을 위해선 난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입가에 미소를 좀 거두고 말해요.”이청성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유진우, 점점 더 뻔뻔해지네. 이득을 보고는 오히려 얌전한 척하다니.’“공주님, 저는 독식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상자 안의 보물들 마음대로 고르세요. 마음에 드는 걸 바로 가져가세요.”유진우는 아주 호탕하게 말했다.“흥! 그래야죠.”이청성은 만족스럽게 웃었다.‘하룻밤을 함께 보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고생비를 받아야지.’“공주님, 저는 차에서 잠깐 쉬겠습니다. 도착하면 불러주세요. 정말로 버틸 수가 없네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을 할 힘도 없어서 한 마디 남기고 자리에 앉아 깊은 잠에 빠졌다.그런데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차가 갑자기 멈췄다.관성에 의해 유진우의 몸이 앞으로 쓰러질 뻔했지만, 이번에는 이청성이 재빠르게 반응하여 여린 손을 뻗어 유진우의 머리를 받쳐서 가까이 가지 않도록 했다.“무슨 일이에요? 벌써 집에 도착한 건가요?”유진우는 비몽사몽으로 눈을 떴다. 원래 쌍꺼풀은 세 겹으로 늘어나며 떨리고 있었다.그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