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됐네요. 마침 제가 직접 복수할 수 있겠네요. 송원호와 호룡각의 잔여세력들을 한 방에 없애버릴 겁니다.”유진우는 살기등등하게 말했다.“이 일은 서두르면 안 되고 멀리 봐야 해. 송원호 이 사람은 머리가 좋고 계략이 많아. 만약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쉽게 함정에 빠질 수 있어.”이성민이 근엄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유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그는 분노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송원호 같은 늙은 여우를 잡으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진우야, 송원호와 호룡각의 소식은 내가 항상 주의해서 봐줄게. 무슨 소식이 있기만 하면 빠르게 너한테 얘기할게.”이성민은 약속했다.“감사합니다, 폐하.”유진우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이성민은 10년 동안 와신상담하면서 반드시 거대한 세력을 모았을 것이다. 특히 호룡각이 무너지고 나서 그는 용국의 진정한 왕이 되었다.만약 이성민이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면 송원호를 잡고 호룡각을 말살시키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진우야, 만약 다른 의문이 없다면 미래에 관해 얘기해볼까?”이성민은 화제를 돌렸다.“폐하께서 무슨 말씀이신지요?”유진우는 정신을 가다듬었다.“진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니까 사실대로 말할게. 사실 나는 중병이 들어 남아있는 날이 많지 않단다.”“아바마마...”이청성은 깜짝 놀라 뭐라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이성민이 그녀를 제지했다.“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이미 비밀리에 궁 안의 어의한테 보였는데 다들 속수무책이라고 해. 내가 소식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긴 했지만 얼마나 숨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나는 내가 갑자기 죽기라도 한다면 이제 안정되어가고 있는 조정이 또다시 혼란이 일어날까 봐 걱정돼. 그때가 되면 불행한 것은 무고한 백성들이야. 그래서 나를 한번 도와줬으면 해.”“폐하께서는 저한테 병을 보이시려는 겁니까?”유진우가 물었다. 유진우의 실력으로는 이성민이 천인오쇠하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아낼 수
유진우는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대답했다.“폐하, 저는 황자들을 본적이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그러니 평가를 할 수 없으니 양해를 구하겠습니다.”“몰라서 괜찮아. 내가 자세하게 얘기해줄게.”이성민은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내 큰아들은 성격이 듬직해. 어렸을 때부터 나를 따라 공부를 했고 영토를 넓히는 일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영토를 지키는 데는 충분해. 그런데 아쉽게도 몸이 약해서 앓는 일이 많아 군주가 되기는 적합하지 않아.”마지막 말을 하면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의 큰아들은 성군이 될 수 있지만 그럴 운명을 타고나지 못했다.예전에 용한 점쟁이한테 본 점괘에서 얘기하길 큰아들은 서른여섯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만약 자리를 큰아들한테 넘겨준다면 힘들게 살다가 얼마를 못가 수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큰 황자 전하께서는 적합하지 않다면 둘째 황자 전하는요?”유진우가 되물었다.“둘째 아들은 건강하고 튼튼하지만, 너무 용맹해. 지나치게 용맹하면 누구도 눈에 들지 않게 되어 성군이라고 할 수 없어.”이성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둘째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워 용맹하기는 했지만, 머리가 좋지 않았고 무척 충동적이었다. 장군이 되는 건 문제없지만 제왕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셋째 황자 전하께서는 문무를 겸비하셨다고 들었는데 적합하지 않겠습니까?”유진우가 또 물었다.“그래. 많은 사람이 다 그렇게 얘기를 하지.”이성민은 한숨을 내쉬었다.“셋째는 머리가 좋고 계략도 많아. 여러모로 봤을 때 제일 적합한 후계자야. 그러나 유일하게 나를 머리 아프게 하는 점은 셋째가 그릇이 작아. 이런 사람은 좋은 군주가 될 수 없어.”셋째 아들은 문무를 겸비했지만, 속이 좁아 질투가 많고 의심이 많았다.이런 사람들은 좋은 소리를 듣기 좋아하고 나쁜 소리는 듣기 싫어한다. 그렇게 되면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쓰게 되고 진정한 인재는 용납하지 못하게 된다.오래도록 그렇게 나아가다가 용국은 쇠퇴하게 될 것이다.하
유진우는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이성민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호룡각이 무너지고 황실은 진정으로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호룡각의 영향으로 하여 황실의 뿌리가 단단하지 못해 황실을 대대적으로 지지하는 중간 기둥이 하나 필요했다.쉽게 보아낼 수 있다시피 이성민에게 서경왕부가 최고의 선택이었다.한편으로 서경왕부는 군대를 거느리고 조정과 지방에 모두 세력을 두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경왕부와 호룡각이 원수이므로 서경왕부와 황실의 협력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서경왕부의 지지만 있다면 황실은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이게 바로 이성민이 그를 부른 원인이었다. 유진우에게 황권의 귀속을 결정하라는 것은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얘기지만 그만큼의 진심을 보이는 것이다.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진우야, 부담가질 필요 없어.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누구를 선택하면 돼.”이성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폐하, 이 사안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서두를 필요 없어. 아직 내가 더 버틸 수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봐. 돌아가서 너희 아버지와 상의해도 좋아. 결정하게 되면 다시 와서 나한테 알려도 늦지 않아.”이성민이 웃으며 말했다.“폐하...”유진우는 난처해졌다. 그는 바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성민의 기세를 보면 거절할 기회를 줄 생각이 아니었다.“맞다, 진우야, 너 아직 혼자지?”이성민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마침 내가 좋은 상대를 하나 봐뒀어. 재능이 있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다정해서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은 정말 하늘이 맺어준 한 쌍 같아.”“폐하, 좋은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연이 중요한 일에서는 혼인을 맺어주거나 하는 건 필요 없을 듯싶은데요?”유진우는 완곡하게 거절했다.“인연이라고 하면 두 사람은 진작에 친분이 있었어. 잘 지내는 것도 같아. 네가 마음에 들
“폐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유진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폐하께서는 여러 여자를 곁에 두는 게 당연할지 몰라도 저는 일부일처제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애정 없는 결혼은 죽음과 다름없는데 저를 포함한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이청성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사뭇 달라진 눈빛으로 유진우를 바라보았다.연경 전체를 놓고 봐도 권력 있는 남자들은 대부분 곁에 여자를 많이 거느리고 있다.나머지 소수는 여자의 집안이 너무 대단해서 감히 대놓고 행동하지 못하거나 몸이 따라가지 못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였다.유장혁처럼 충분히 잘났으면서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 남자는 매우 드물었다.“장혁, 청성이 싫은 거냐? 아니면 얘가 너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이성민이 떠보듯 물었다. 그의 딸 이청성은 외모나 재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여자였다.당장 근처에만 해도 따라다니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얼마나 많은 잘난 청년들이 어떻게든 절세미인에게 다가가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지 모른다.유장혁 같은 정상적인 남자가 이렇듯 좋은 일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이청성 씨는 재능도 있고 아름다워서 그에 비해 오히려 제가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제 마음엔 이미 자리 잡은 이가 있으니 또 다른 사람을 품을 수가 없습니다.”유진우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자네가 이렇게까지 일편단심일 줄은 몰랐어. 그래, 억지로 강요해봤자 소용없지. 결혼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이성민은 강요하지 않았다.음식도 천천히 음미해야 깊은 맛을 내고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지 않았나.아마도 유장혁은 아직 자기 딸의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해 거절하는 것이리라.시간이 지나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테니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감사합니다, 폐하.”유진우가 허리를 굽혀 경의를 표했다.“장혁, 시간이 늦었으니 가서 쉬면서 후계자 문제를 생각해 봐. 난 자네 대답을 기다리지.”
유진우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그럼 형제들 중에 누가 이 나라의 왕이 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저를 떠보는 건가요?”이청성은 부드럽게 웃었다.“이것은 아바마마께서 당신에게 준 문제이니 당연히 본인 스스로 답해야죠. 저는 도와줄 방법이 없고 도와줘서도 안 돼요.”“천제감 제자답지 못하네요.”유진우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저었다.황태자 자리는 나라의 흥망성쇠가 걸린 문제인데 그 부담이 자신에게 떨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무엇보다 그가 누구를 선택하든 놀라운 권력을 거머쥔 다른 여러 황자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이었다.그러면 성가신 문제들이 생긴다.“서두를 필요 없어요. 아바마마께서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니 어떤 황자가 더 잠재력이 있는지, 서경왕부의 뜻에 더 부합하는지 지켜볼 수 있지 않나요?”이청성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음... 골치 아프네요.” 유진우는 머리가 아팠다.“아, 한 가지 더 있어요.”그때 유진우가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물었다.“왜 하루 종일 베일을 쓰고 다녀요? 경국지색인데 남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는 거라도 있나요?”“얼굴로 성가신 일이 많아서 가리는 게 좋아요. 물론 보고 싶으면 잠깐 보여줄 수는 있지만 그쪽이 볼 용기가 있을지 모르겠네요.”이청성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허허...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그쪽 얼굴 한번 못 본다고요? 웃기는 소리!”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정말 보고 싶어요?” 이청성이 다시 물었다.“물론이죠! 설마 머리 세 개 달린 메두사라도 되겠어요?”유진우는 고개를 기울였다.“좋아요, 그러면 그쪽이 직접 베일을 벗겨서 진짜 얼굴을 봐요.”이청성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이미 본인 손으로 베일을 들어 올리고 내 얼굴을 보는 사람이 누구든 그와 결혼하겠다고 맹세했어요.”“네?”그 말에 방금 내밀었던 유진우의 손이 놀란 듯 금세 움츠러들었다.“됐어요, 안 볼래요. 피곤해서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겠어요.”“한심하네요.” 이청성은 웃음을
“나리, 대황자님께선 이 늦은 밤에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지요?” 유진우는 모르는 척했다.“황자님께서는 세자 전하께서 연경으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담소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밤 달빛이 아름다워 술 한잔을 하기에 딱 좋다고 하시네요.” 전현진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나리, 다음에 뵙는 게 어떨까요?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자고 싶네요. 다음에 제가 꼭 찾아뵙겠습니다.” 유진우가 두 손을 맞댄 채 공손하게 말했다.거짓말이 아니었다.오늘 그는 몇 차례 큰 전투를 치렀고 심각한 부상은 회복되지 않았으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서 푹 쉬고 싶었다.그런데 이청성이 먼저 찾아오더니 곧이어 이성민이 그를 소환했고 이젠 대황자까지 사람을 보냈다.숨 돌릴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세자 전하, 주인님께서 이미 술과 음식을 준비해서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세자 전하께서 피곤하시면 주인님과 먼저 만나고 저택에서 쉬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전현진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유진우는 힘없는 얼굴로 상대방이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라며 이청성에게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보냈다.“대황자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술과 음식까지 다 준비했는데 얼굴은 비춰야죠. 타요. 내가 같이 가줄게요.”“감사합니다, 공주님, 세자 전하. 두 분 얼른 가시죠.”전현진은 곧바로 허리를 굽히며 안내했다.“그쪽 때문에 못 살겠네요.”유진우는 이청성을 노려보며 힘없이 마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지금 이 기세를 보니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었다.거절하면 대황자의 심기를 건드려 불필요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그도 성가신 게 제일 싫었다.“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지 않았어요? 오늘 밤 대황자를 만나고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이청성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그럴지도 모르죠.”유진우는 대꾸할 힘도 없어서 마차에 등을 기댄 채 흐릿한 정신으로 무거워지는 눈꺼풀과 싸우고 있었다.감히 정말로 잠들 엄
“오라버니...”그 순간 이청성과 유진우가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두 사람을 본 이문재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청성아, 오랜만이야.”곧 그의 시선이 유진우에게로 향했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이쪽이 장혁인가? 10년 만에 보니 몰라보게 달라졌네. 못 알아볼 뻔했어.”“소인 대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유진우는 고개를 숙여 경례했다.“형제끼리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잖아.”이문재는 곧바로 손을 뻗어 유진우의 굽힌 상체를 들어 올렸다.“자자, 두 사람 다 앉아. 격식 차리지 말고 내 집이라고 생각해.”“감사합니다. 전하.”“고마워요. 오라버니.”유진우와 이청성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차례로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장혁, 늦은 밤에 초대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주길 바라.” 이문재가 먼저 나서서 상대를 배려하며 사과를 건넸다.“전하, 천만에요.”유진우가 싱긋 웃었다.“전하의 저택에 손님으로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이문재는 입을 벙긋하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옆에 있던 이청성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청성아, 최근에 내 저택에 귀한 보석이 새로 도착했으니 가서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도록 해.”이청성은 유진우를 힐끗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니 성의를 봐서 나도 마다하지 않을게요.”상대방이 일부러 자신을 내보낸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거절할 수 없었다.“전현진, 공주를 보물창고로 데려가게.” 이문재가 손짓했다.“공주마마, 따라오십시오.”전현진은 허리를 굽히며 이청성을 데리고 재빨리 대청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이 나간 뒤 이문재는 유진우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장혁, 사실 내가 늦은 밤에 자네를 부른 것은 내 마음속 의혹에 대해 자네가 대답해 주길 바라서야.”“전하, 말씀하세요.” 유진우가 태연하게 말했다.“듣기론 방금 아바마마를 뵈었다고? 아바마마께선 무슨 말씀 없으셨나?”이문재가 떠보듯 물었다.
황옥주는 무림의 3대 성물 중 하나로 천영 구슬과 함께 수많은 사람이 탐내는 가장 귀한 보물이었다.황옥주는 신비한 힘을 지녀 다양하게 쓰였다.모든 환상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교한 포메이션도 부술 수 있다.예를 들어 실수로 환영에 들어갔거나 포메이션에 갇혔을 때 황옥주로 즉시 빈틈을 찾아낼 수 있다.그뿐만 아니라 황옥주는 상대와의 대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적의 약점이나 필살기 등 모든 공격 수단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심지어 보물을 찾고 감정하는 것에도 독특한 기능이 있었는데 보물이 맞는지, 그 가치는 얼마인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황옥주를 한눈에 알아본 유진우는 황태자 저택에 이런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역시 장혁이야. 눈썰미가 좋네.”이문재가 웃으며 말했다.“이건 황옥주가 맞아. 내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오늘 자네와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되었으니 선물로 이걸 주지.”“절대 안 됩니다!”유진우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이렇게 귀한 물건은 제가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부디 거두어 주세요.”“보물은 영웅에게 줘야 그 쓸모를 다하지. 내 손에 있으면 먼지만 쌓이고 전혀 쓸모가 없어. 너에게 줘야 진정한 힘을 발휘할 거야. 예의 차리지 말고 받아.”이문재가 보물 상자를 앞으로 밀었다.“전하,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보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유진우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내가 너보다 몇 살이나 더 먹었고 항상 너를 동생처럼 대했는데, 형이 동생에게 선물을 주는 게 뭐 어때서?”이문재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직접 보물 상자를 유진우의 품에 밀어 넣고는 일부러 정색하며 말했다.“받아, 또 거절하면 화낼 거야.”“이건...” 유진우는 딜레마에 빠진 표정이었다.“장혁, 이 황옥주가 많은 도움을 줄 거야.”이문재가 문득 비밀스럽게 말했다.“용맥이 파괴되어 용원의 기가 다섯 갈래로 천지에 흩어져 있는데 그걸 다 찾는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조무진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무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완전 무장을 한 군부가 보였는데 족히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았다.검은 갑옷을 입고 긴 칼을 허리에 찬 병사들은 기세가 매우 위풍당당했다.얼핏 보면 마치 강철로 되어 있는 호수 같았는데 멀리서부터 강한 압박감을 주는 이 부대는 바로 서경의 최강 정예 부대 흑용군이었다.“보아하니 사철수는 이미 체포된 것 같네요.”이청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흥용군의 리더는 바로 유천우였다.당시 유천우는 명령에 따라 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호룡각의 정예 부대를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만든 뒤 절대적인 병력 우세로 오천여 명의 적을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포로로 체포했다.쿵 쿵 쿵!수만 명의 흑용군이 가까워질수록 그 압박감은 점점 더 강해졌다. 성벽 위에 있던 백호군들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소문에 의하면 흑용군은 용국의 최강 군부로서 창시 이래 백전백승을 이뤘고 여러 차례 뛰어난 공을 세웠으며 어떠한 군부도 흑용군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고 했다.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소문은 거짓이 아닌듯했다. 흑용군의 강렬함과 살벌함은 충분히 다른 군부를 경시할 만했다.“형! 임무를 완성했어요. 호룡각의 남은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잡아들였어요.”유천우가 먼저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잘했어.”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은 어떻게 됐어요? 채원진은 죽었어요?”유천우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머리가 잘렸는데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조무진은 발로 채원진의 머리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채원진의 머리는 축구공처럼 땅바닥에서 굴러 유천우의 발밑에 멈추었다.“뭐야! 이렇게 못생겼다고? 어쩐지 맨날 가면을 쓰고 다니더라니.”유천우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고 서경을 해친 놈을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채원진은 이미 죽었고 밑에 있던 정예들은 모두 체포되었으니, 호룡각은 이제 완전히 멸망한 셈이에요.
채원진은 죽고 호룡각 기지는 함락되었다. 이로써 호룡각은 조직 전체가 완전히 멸망했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흩어져 있는 병사들뿐이라 크게 위험이 되지는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방심하지 않고 호룡각이 관련된 모든 사람은 전부 체포하라고 명을 내렸다. 만약 그들이 자진해서 항복한다면 죽음을 면할 수 있지만 끝까지 저항한다면 남은길은 죽음뿐이었다.“형, 드디어 이 재앙 같았던 놈을 처리했네. 축하해!”조무진은 앞으로 걸어가 채원진의 시신을 발로 차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다 네 덕분이야. 네가 20만 명의 백호군을 데리고 채원진의 퇴로를 끊어놓지 않았다면 채원진은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연명했을지도 몰라.”유진우가 말했다. 그는 채원진을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결국 채원진은 죽었고 그는 승리했다.“난 별로 한 게 없어. 고마워할 거면 공주마마께 고마워해야지.”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이청성을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공주마마께서 형을 돕는다고 엄청 바쁘셨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독촉하느라 발등에 불이 붙을 뻔했다니까.”“조무진 씨!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이청성은 앞으로 걸어 나오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공주마마께서 학식과 도리가 깊고 외모와 지혜가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요.”조무진은 아첨하며 웃음을 지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요.”이청성은 조무진을 흘겨보며 말했다.“공주마마, 감사합니다.”유진우는 공수하며 말했다.“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요?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도와줬을 뿐이에요.”이청성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게다가 채원진은 우리 공공의 적이잖아요. 유진우 씨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백성을 위해 나쁜 놈을 제거 한 거죠.”“공주마마의 대의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이 얘기는 그만하죠. 비록 채원진이 죽었다고 하
반면 채원진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팔 전체가 파열되었고 용담적염창도 튕겨 나갔으며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누워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홍복홍은 재빨리 달려가 떨고 있는 유진우를 부축했다.“괜찮아요.”유진우는 몸에 기혈이 들끓고 팔이 저리고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았다.비록 채원진이 중상을 입기는 했지만 방금 전력으로 내뿜은 일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고 결국 유진우도 피를 토하고 말았다.채원진의 몸에 있는 멸신독이 퍼지지 않았다면 오늘 그를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왜? 이럴 수 없어. 절대 이럴 수는 없어...”땅에 엎드려 맥 빠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채원진의 두 손은 긴 손가락 자국을 남긴 채 땅바닥에 푹 꺼져 있었다.안 그래도 흉측하던 얼굴이 더욱 흉측해 보였다.“남길 유언이라도 있나?”유진우는 창궁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채원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한 세대의 효웅이었던 채원진은 마치 죽음을 앞둔 늙은 개처럼 낭패와 처참함 그리고 빨리 죽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유진우! 이 비열한 새끼야! 네가 이런 모함을 꾸미지 않았다면 내가 패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고 이 지경까지 되지도 않았을 거야. 인정 못 해. 죽어도 인정 못 해!”채원진은 미친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의 상대는 용국의 지존인 서경 왕 유만수처럼 천하를 뒤흔든 거물이었는데, 젖비린내 나는 아이들 몇 명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채원진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비열?”유진우는 콧방귀를 뀌고 말을 이었다.“이런 단어가 네 입에서 나오니까 정말 어이없구나. 사람을 시켜서 내 아버지를 암살하고 이간질로 삼촌을 유혹하여 반역을 도모해 서경을 혼란에 빠뜨리고. 네가 했던 일 중에 어느 하나 비열하지 않은 일이 없어. 죽을 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도리를 따지는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 그리고 네가 인정하든 못하든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