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유진우! 너무 거만하게 굴지 마!" 조군표가 눈을 희게 뜨며 외쳤다. "강린파의 보스라고 뭐 대단한 줄 알아? 그깟 세력으로 천하를 제패하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아들이 범표사의 고위 장교란 걸 잊지 마!""맞아!" 조일명이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내 뒤엔 범표사와 홍연 여제가 있어. 나를 죽인다는 건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야!""이 자식아, 그만하면 됐어." 조군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우리 아들을 놓아주면, 오늘 일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반드시 전쟁을 해야겠다면, 우리도 절대로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아."강린파는 강력하지만, 조가 또한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동맹을 맺었고, 거대한 인맥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다시 말해 조가가 곤경에 처하면 많은 조직에서의 지원이 있을 것이다."너희의 뒷배가 누구든 난 관심 없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한 마디뿐이야. 조일명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유진우는 갑자기 손을 쭉 내밀고 조일명의 목을 잡아 올렸다. 만약 데리고 나가지 못한다면, 그를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이는 방법밖에 없다."윽..."조일명에게는 희미한 한 가득의 숨결밖에 남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가 온몸에 만연하고 있었다."그만!"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돌연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뒤로,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조윤지가 수백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들어왔다.이들은 모두 선우 가문의 정예병이었는데, 그중엔 두 그룹의 승냥 호위까지 포함되어있어 전투력이 어마어마했다!"윤지야, 드디어 왔구나!" 구세주라도 만난 듯 조군표의 얼굴에 환희가 어렸다. 선우희재와 연을 맺은 이후로 집안에서 조윤지의 지위는 높이 치솟았다. 가주인 조군해조차도 그녀의 눈치를 살핀 후 행동해야만 했다. "윤지야, 마침 잘 도착했구나. 네가 왔으니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겠어." 조군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린파와 정면으로 맞서려면 조가만의 병
장 영감은 옷을 툭툭 털고는 다시 유진우 뒤에 자리했다."유진우! 오늘은 내 아버지가 가주 자리에 오르는 좋은 날이야. 좋은 말로 경고할 때 난리 피우지 말고 돌아가!" 조윤지가 소리쳤다.지금의 그녀는 예전에 비해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선우 가문의 작은 사모님으로서, 선우 가문 절반 이상의 전력을 독단적으로 동원할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이것은 선우희재가 그녀에게 쥐여준 특권이자, 그녀가 본격 상류사회로 발돋움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난리 피우겠다면 뭐 어찌할 건데? 너희들이 날 막을 수 있겠어?" 유진우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조가로 부족하다고? 그럼 우리까지 합세한다면?"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울려 퍼졌다.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호기로운 모습의 정예 무장들이 당당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통일된 복장을 입고 나타난 그들은 모두 건장한 체격에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그 강력한 기운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감에 무의식적으로 후퇴하게 만들었다."황보 가문이에요! 황보 가문의 정예 무사들이에요!""무슨 일이죠? 왜 황보 가문까지 온 걸까요.""기세를 보니 황보 가문의 최정예 군대인 것 같네요!"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누구도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황보 가문이 나타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황보 가문은 옛 무세가 집안으로서, 그들이 키운 사람들은 대부분 인정받는 무도 고수였다.순수 전투력으로만 논한다면, 선우 가문의 정예군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다!"유진우, 우리 황보 가문까지 합세한 전력으로 너희 강린파를 친다면 어떻게 될까?"중년 남자 한 명이 사람들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의 뒤엔 황보곰 등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너는 또 누구야?"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나는 황보하, 황보 가문 2인자지." 황보하가 차분하게 말했다."네가 우리 황보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탓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어. 그것에 대해 해명 좀 해야 하지 않겠어?"그가 연경에서 활동하
"연합군의 합공을 받는다면 강린파 보스라고 해도 죽을 수밖에 없어요!"사람들 속에서 진성혁이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디. "이래서 사람은 겸손해야 하는 거예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거만하게 미쳐 날뛰었으니 죽어도 싸요!"연지유는 팔짱을 끼고 고소한 듯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오래된 선입견 때문에 그녀는 유진우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반감을 갖고 있었다. 하여 그에게 닥친 이 불행을 내심 반가워했다."정말 살길이 없겠네." 서인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큰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기 때문이다."이놈아! 이제 넌 독 안에 든 쥐야. 그만하고 항복해!" 조군해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다시 조금 전의 차분함과 침착함을 되찾은 것이다."유진우,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즉시 조일명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조윤지가 이미 승리를 거머쥐기라도 한 듯 오만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유진우! 더 이상 쓸데없는 저항 하지 마. 너한텐 이제 어떤 승산도 없어. 항복해!" 조군표의 얼굴에 살기가 번뜩거렸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유진우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저런 재앙 같은 놈은 즉각 처리해 후환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조일명을 구출해야 한다."흐흐흐..." 유진우의 손에 붙잡힌 조일명이 돌연 기이한 웃음을 터뜨렸다. "유진우야, 유진우, 네가 강린파의 보스라는 게 무슨 소용이야? 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한 들 뭐하겠어? 주위를 둘러봐, 모두 내 사람들이야. 나와 싸울 수 있겠어? 상황파악 됐으면 무릎 꿇고 잘못을 빌어. 그럼 내가 넓은 아량을 베풀어 용서해줄지도 모르니까.""날 용서한다고? 하하..." 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저들이 널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난 이미 널 죽일 거라 마음먹었어. 아무도 막지 못해!""허세 좀 그만 부려. 머릿수로 압도한다는 것이 뭔지 아직도 이해 못 한 것 같네. 멍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10m 높이의 산이 순식간에 산산조각나며 시커먼 재로 변해버렸다. 연못까지도 단번에 반으로 분리되었다. 심지어 그 안의 물은 잠시 조각나는 현상까지 보였다. 마치 칼로 잘린 두부처럼.그야말로 끔찍한 광경이었다!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한동안 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단 한 번의 간단한 손짓으로 몇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산을 파괴하고 연못까지 두 동강 내버렸다. 이게 사람이라고?!"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죠? 저놈 진짜 무도 마스터예요?""잠깐만! 생각났어요! 요즘 강호에 소년 무인 마스터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저 사람?""세상에! 저놈 괴물 아닌가요?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벌써 무도 마스터라니요. 정말 무서운 일이네요!"...잠시의 고요함이 지나간 뒤, 주변은 삽시간에 떠들썩해졌다. 놀람, 혼란, 두려움, 경외, 모든 표정이 다 섞여 있었다. 특히 연지유, 진성혁, 서인아 세 사람은 더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유진우가 저런 신분을 갖고 있을 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무도 마스터, 그들에게는 평생을 노력해도 불가능한 존재였다. 어쩌면 그들은 무도 마스터라는 존재를 올려다볼 자격조차 없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크나큰 충격에 조군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모두 가셨다. 평소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녀석이 천하무적 무도 마스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이제 일은 심각해졌다!조군해뿐만 아니라 조씨 가문 일원들 모두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강린파의 리더이기만 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도 마스터의 신분을 가진 이라면,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일반 사람들에게 있어 무도 마스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로, 천하무적이라는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다. 이들, 소위 정예병이나 고수로 불리는 사람들은 무도 마스터 앞에선 그야말로 개미 새끼에 불과하다."어때? 아직도 저들이 널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유진우
"이의 있어!" "무도 마스터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하느님이라도 돼?" 위엄있고 단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군복을 입은 건장한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에 새겨져 있는 별, 근엄한 표정... 성큼성큼 옮기는 발걸음 사이사이에서 태산 같은 강력한 파워가 느껴졌다.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사람들은 그를 쳐다볼 용기조차 낼 수 없었다. 그의 뒤에는 완전 무장한 정예병들이 따르고 있었다.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 갑옷을 입고, 허리에는 장검을 찬 채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압권이었다한눈에 봐도 치열한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병사들임을 알 수 있었다."조 장군님!" 중년 남자를 본 조일명은 얼굴에 구세주라도 본 듯 화색이 돌았다. 절망에 절여졌던 눈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셨어! 오셨어! 대단한 분이 드디어 오셨어!" 조군표는 너무 좋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하던 절망적인 순간, 지원군이 때마침 도착한 것이다. "세상에! 조유빈 장군님이시잖아요? 저분이 어떻게 이곳에?!" "잘 몰라서 묻는 건데, 조 장군님이 그렇게 대단한 분인가요?" "당연하죠! 조 장군님은 범표사 4대 장군 중 한 명이에요. 지위는 붉은띠 홍연 여제의 바로 밑이죠. 아래론 수십 만의 군대를 통솔하고 계세요!" "와! 그렇게 대단하다고요?" "조 장군님이 직접 오셨으니 이제 흥미진진하겠네요!" 조유빈이 문에 들어서자마자 현장이 떠들썩거렸다. 용국에는 다섯 개의 정예 부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범표사이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통솔자가 바로 용국의 가장 압도적인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조홍연이다. 그 밑에는 네 명의 장군이 있는데, 모두 전쟁에서 패한 적 없는 무적의 존재이다. 특히 조유빈은 강하면서도 현명한 군 통솔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조홍연의 직계 가족이기도 하기에 크나큰 권력을 거머쥐고 있다! 전체 범표사에서 한 사람을 제외하고
반면 그는 십만 대군을 장악하고 있다!무도 마스터든 뭐든 그의 손에선 가루가 될 뿐이다.이것이 바로 군부대의 힘이다!"유진우! 들었어? 네가 자신하던 그 힘은 조 장군님 앞에서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해. 총에 맞아 벌집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날 풀어줘!" 조일명이 히죽거리며 말했다.조유빈이 있고, 범표사가 등을 받치고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무도 마스터는 절대 군부대와 정면으로 맞설 수 없다."조유빈, 다시 경고할게. 네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 그렇지 않으면, 난 너희 가문의 체면도 봐주지 않을 거야." 유진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 조유빈이 이마가 찌푸려졌다. "고작 강호 나부랭이 따위가 감히 날 협박해? 죽고 싶어?""난 너한테 분명 기회를 줬어.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후회해도 소용없어." 유진우가 경고했다."후회?" 조유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 애송이 놈아! 아직도 상황파악 못 해? 너희들은 이미 포위됐어. 내 명령 한 마디면 너흰 끝이야!""날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유진우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몰아붙이겠다면 어찌할 건데?"조유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무도 마스터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 십만 대군이 움직이면 너 같은 건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어!""맞아요! 십만 범표사에 당해낼 사람은 없어요!""무도 마스터는 확실히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군부대 앞에서는 그저 오합지졸일 뿐이죠!"여러 사람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들이 보기에 개인의 출중함은 진정한 권력과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없었다.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총알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애송아! 지금부터 셋을 셀게!" 조유빈이 손가락 세 개를 내밀었다. "셋을 셀 때까지 항복하지 않으면 총공격할 거야!""하나...""둘...""셋..."셋 소리가 끝나자마자, 유진우는 돌연 모습을 감추더니 순식간에 조유빈 앞에 나타
"조유빈, 아직도 쓸데없는 일에 관여할 생각이야?"유진우의 손가락에 더욱 힘이 들어가 피부에 파고 들어갔다.조유빈은 숨이 턱턱 막혀오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애송아! 경고하는데 함부로 날뛰지 마!"조유빈은 이를 꼭 깨물고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장군을 해하는 것은 대죄야. 설사 군부가 너를 잡지 못하더라도, 진무사가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돼. 날 건드린다면 진무사가 결코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나라는 법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무인은 협의로 불순함을 제거한다.나라에선 무림 고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특별한 기관인 진무사를 만들었다!진무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많은 강자들을 보유하고 있다.하늘 아래 모든 무인들은 그 드높은 산을 쉬이 건너뛸 수 없다.진무사는 평소엔 강호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인이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거나 나라의 중신을 해한다면, 반드시 나타나 엄격히 그 죄를 묻는다.무림 고수들에게 있어 진무사는 절대적인 위협 그 자체이다! "날 협박한다고?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유진우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나는 단지 네게 경고하는 것뿐이야, 스스로 무덤을 파지 말라고 말이야." 조유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너는 어린 나이에 꽤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야. 난 네가 이후 더 높은 곳으로 날 수 있다고 믿어. 하지만 만약 지금 선을 넘는다면, 네 미래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이 자리에서 막을 내릴 수도 있어. 너 스스로 잘 생각해봐.""그래서, 여전히 날 막겠다고?" 유진우가 냉담한 표정으로 물었다."똑똑히 알아둬. 난 네게 기회를 주고 있는 거야. 지금 떠난다면, 더는 너와 싸울 생각 없어. 하지만 계속 고집부린다면, 널 기다리는 건 오직 죽음뿐이야!" 조유빈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범표사 장군으로서, 반드시 위엄을 유지해야 했다.인질로 잡혀 있더라도, 조금도 겁먹은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조유빈, 난 너랑 쓸데
조유빈이 막 입을 열려고 하던 찰나 조군해가 버럭하며 그의 말을 잘랐다.“빨리 쏘지 않고 뭐해! 이 자식이 조 장군님을 죽이려고 하잖아. 당장 움직여!”안달복달하는 그의 모습은 행여나 조유빈이 살려달라고 애원할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철컥.이 말을 들은 범표사 사병들은 즉시 총알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X발, 쏘긴 뭘 쏴. 당장 멈추지 못해?”조유빈은 깜짝 놀라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쳤다.말리지 않으면 유진우가 죽기 전에 본인이 먼저 저승길을 밟는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탕, 탕, 탕.조군해가 신호를 보내자, 사람들 속에 숨어있던 조씨 가문의 사격수 몇 명은 결국 몇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유진우를 맞힐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오발로 조유빈을 죽였다 한들 이 모든 건 그를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사람들이 이해를 해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때가 되면 모든 책임을 유진우에게 돌리면 되니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이다.“어이가 없네.”총소리가 울리는 순간에 유진우는 이미 조유빈과 함께 몸을 피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덩치가 컸던 조유빈은 총알을 피하지 못했고 곧바로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다.“X발, 누가 쏘라고 했어?”조유빈은 노발대발하며 화를 냈다.범표사 사병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으나 총을 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조씨 가문에서 움직인 게 틀림없습니다.”유진우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 인간들이 당신을 죽이고 그 죄를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데, 아직도 도와주고 싶어요?”“조씨 가문이?”조유빈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별안간 조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조 장군님, 저놈이 헛소리하는 겁니다.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조군해는 찔리는 듯 재빨리 변명을 늘어놓았다.“맞습니다. 장군님을 죽이려고 하는 건 저 자식이라고요. 저희는 돕고 싶은 마음뿐입니다.”보복이 두려웠던 조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맞장구를 쳤다.조유빈은 섬뜩한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더니
소창명과 안송진이 침묵했다. 두 사람은 죄책감에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언제부터인가 그들은 권력과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있었다. 큰 권력을 쥐고 세상을 좌지우지할 때 그들은 본래의 뜻을 잊고 자신들이 한때 가장 혐오했던 모습으로 타락해버렸다.후회하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어떤 일은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니까.“소창명, 안송진, 이런 큰 죄를 지은 자네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유만수가 문득 물었다.“소인은 죄가 깊음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죽음으로 죄를 갚겠습니다. 다만 어르신께서 소씨 가문만은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소창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무고한 이들은 추궁하지 않겠다. 하지만 악행을 저지른 자는 죽어 마땅해.” 유만수가 등을 돌렸다.“어르신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소창명은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다시 엎드려 공손히 세 번 절을 했다. “어르신을 모시게 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생에는 반드시 떳떳하게 살겠습니다!”“어르신께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소인은 이제 속죄하러 가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소창명은 친위병의 칼을 빼앗아 자신의 목을 그었다. 순식간에 대청에 피가 튀었고 소창명은 해방된 듯한 표정으로 뒤로 쓰러졌다.“소 대인!”소창명이 이렇게 과감할 줄은 몰랐던 안송진은 깜짝 놀랐다. 자결을 말하자마자 실행에 옮기다니,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무관이 아닌 문관이었고 전장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당연히 죽음을 각오할 수 없었다. 소창명처럼 한마디에 자결하는 건 그로서는 정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한 배짱이 없었으니까.“꽤 체면 있게 갔군.”유만수는 한숨을 쉬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옛 부하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늘 또 한 명이 가니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안송진, 이제 자네 차례야.”유만수의 시선이 온몸을 떨고 있는 안송진에게로 향했다.“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안송진은 겁에 질려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소인은
‘참수형에 처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안송진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 순간에야 그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았다. 보통의 죄라면 기껏해야 연봉을 깎거나 꾸지람을 듣는 정도였을 것이고 조금 더 심해봐야 강등이나 권한 축소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순무직인 그를 어찌 이리 쉽게 처형한단 말인가?“어르신! 어르신, 억울하옵니다!”잡혀갈 위기에 처하자 안송진은 당황한 나머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비록 제가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목숨까지 바쳐야 할 만큼 큰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고? 흥! 너무 가볍게 말하는 것 아닌가?” 유만수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소인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진노하시는 것입니까?” 안송진이 울상을 지었다.“이 여러 해 동안 자네가 저지른 추잡한 짓들, 설마 잊진 않았겠지?”유만수가 따져 물었다.“소인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르신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안송진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좋다! 그럼 알려주지!”유만수는 책상 위에서 편지 뭉치를 집어 들어 다시 안송진의 발치에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이것들은 모두 내가 밀사들을 통해 수집한 증거야. 자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자네 가문이 도대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안송진이 편지들을 주워 읽어보더니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졌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는 죄목이 하나뿐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유만수가 이렇게나 많은 증거를 모아놓았던 것이다.이 확실한 증거들을 보며 안송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르신! 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소인이 죽어 마땅합니다! 하오나 소인이 수년간 어르신을 충심으로 모셨던 정을 보아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 안송진은 이제 더 이상의 고집 없이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은덕을 베풀어 주소서!”소창명 역시 지지 않고 머
중앙 대청에 들어서자마자 안송진은 눈앞의 광경에 얼어붙었다. 서경왕 유만수는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서 있었고 그의 표정은 매우 불쾌해 보였다. 왕비는 한쪽에 서서 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인도살자 홍복홍은 비록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친위대장 석태혁은 더욱 심각했는데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언제든 검을 뽑을 태세였다.물론 가장 놀라운 것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소창명이었다.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는데 큰 재앙이 닥친 듯한 모습이었다.“왕께 인사를 올립니다!”잠시 멈칫한 후, 안송진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즉시 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을 올렸다. 보통 때라면 유만수가 일어나라고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안 가주, 내가 왜 한밤중에 자네를 불렀는지 아는가?”유만수는 똑같은 말로 운을 뗐다.“모르옵니다. 어르신께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안송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꼈다.“모른다면 직접 보게!” 유만수는 더 말하지 않고 책상 위에서 편지 한 통을 골라 안송진의 발치에 던졌다.안송진이 자세히 보더니 순간 안색이 변했다.“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안송진은 편지를 들고 바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어르신, 이 고발장은 절대 위조된 것입니다! 분명 누군가가 고의로 저를 모함한 것입니다! 부디 자세히 살피시옵소서!”이 말을 들은 옆에서 무릎 꿇고 있던 소창명의 눈가가 씰룩거렸다.‘이봐, 그 수법은 내가 이미 써봤는데 전혀 통하지 않아. 차라리 다른 말을 해보지 그래.’“위조라고? 모함이라고?”유만수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보아하니 자네도 소창명과 마찬가지로 관 뚜껑이 닫혀야 정신을 차리겠군.”“어르신! 제 자식이 비록 쓸모없긴 하지만 절대로 이런 죄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며 더군다나 무슨 영웅회 같은 패거리를 만들 리도 없습니다. 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것입니다.” 안송진
갑자기 격노한 유만수를 보며 소창명은 거의 실금을 쌀 뻔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의 기억 속에서 유만수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늘처럼 크게 진노하는 모습은 전례가 없었다. 자신의 아들이 그저 평범한 여자 하나를 욕보였을 뿐인데 이 정도까지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어르신, 아들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만약 그 녀석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소창명은 땅에 엎드려 정의로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책임을 진다고? 자네가 질 수 있을 것 같나?” 유만수가 갑자기 책상 위의 편지들을 한 움큼 집어 소창명의 얼굴에 내리쳤다. 엄청난 힘에 소창명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고 얼굴이 화끈거렸다.“이건 무엇입니까?” 소창명은 약간 멍한 채로 바닥에 떨어진 편지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볼수록 소창명의 안색은 더욱 당황스러워졌고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으며 공포 때문에 그의 몸이 멈추지 않고 떨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아니... 불가능합니다!” 소창명은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편지들에는 소씨 가문의 모든 죄상이 열거되어 있었다. 아들 소현무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의 많은 핵심 인물들, 심지어 자신의 죄상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작게는 횡령과 뇌물수수부터 크게는 살인과 방화까지 모든 죄상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자신도 잊어버린 많은 일들이 이제 유만수의 책상 위에 놓여 있다니.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유만수가 왜 갑자기 밀사를 동원해 소씨 가문을 조사한 것일까? 최근에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던가?“소창명! 이제 똑똑히 보았나? 아직도 할 말이 있나?” 유만수가 호통을 쳤다.“어르신,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소창명은 꿈에서 깨어난 듯 당황하며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목숨을 구걸했다.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쿵쿵’ 소리가 나고 피가 흘러도 멈추지 않았다. 이제야 그는 왜 유만수가 진노
“네가 안송진과 친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오늘 이 일은 절대 순순히 넘어갈 수 없을 거야.”유만수가 차갑게 경고했다.“천자라도 법을 어기면 서민과 같은 죄를 받아야 하듯 소씨와 안씨 두 가문이 저지른 많은 악행은 마땅히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이의진이 정의롭게 말했다. 그녀는 유만수가 진심으로 분노했다는 것을 간파했다. 이런 때 사정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 있었다. 그녀는 영리한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네가 그걸 안다니 다행이구나.”유만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고, 이때 한 친위가 갑자기 들어와 허리를 굽혀 보고했다.“소창명 대인이 도착했습니다.”“흥! 들여보내라!”유만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네.”친위는 대답하고 곧바로 물러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창명이 벌벌 떨며 친위의 안내를 받아 들어왔다. 이의진과 홍복홍 두 사람을 보자 그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의진은 왕비로서 평소에는 서경의 군무에 관여하지 않았고 인도살자 홍복홍은 왕부의 형벌을 담당하는 자로 모든 이가 만나기를 꺼리는 흉신이었다.“왕께 절을 올립니다.” 소창명은 마음속 불안을 누르며 즉시 땅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을 올렸다.“내가 왜 이 늦은 밤에 자네를 부른 줄 아는가?”유만수가 차갑게 입을 열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모르옵니다. 왕께서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소창명은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마음속 불안감이 더욱 커져갔다.“직접 보게!”유만수는 더 말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편지 한 통을 소창명의 발치에 던졌다.소창명이 편지를 집어 들어 자세히 보더니 순간 안색이 변했다.“억울하옵니다!”소창명은 즉시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 이, 이것은... 분명 누군가의 모함일 것입니다. 제 아들은 성품이 선량한 아이입니다. 어찌 이런 강간과 납치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새벽 다섯 시, 서경왕부의 중앙 대청에서 유만수는 용포를 걸치고 중앙에 앉아 있었다.왼편에는 친위대장 석태혁이, 오른편에는 ‘인간 도살자’라는 흉명으로 널리 알려진 홍복홍이 서 있었다.밝은 등불 아래에서 유만수는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편지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이 편지들은 모두 왕부의 밀사들이 조사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다.각각의 편지는 하나의 살인 사건을 의미했고, 책상 위에 쌓인 편지는 수백 통에 달했는데 그중 절반은 소씨 집안의 죄상이고 나머지 절반은 안씨 가문의 죄상이었다.두 대가문은 범죄 면에서 거의 막상막하였다.유만수는 편지를 읽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조사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조사해보니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관할 구역에 이토록 사람 목숨을 경시하는 탐관오리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 누적된 죄상들은 분명 하루 이틀에 저질러진 것이 아니었다.“어르신, 잠시 쉬시는 게 어떨까요? 건강이 우선이십니다.”이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홍복홍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쉴 수가 있나?”유만수는 분노로 책상을 내리치며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소창명과 안송진 놈들, 정말 간덩이가 부었어! 자기들한테 권세가 있다고 온갖 횡포를 부리고 심지어 내 눈앞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거야!”“어르신, 무슨 일로 그리 크게 화를 내시나요?”이때 화려한 옷차림의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우아하게 걸어 들어왔다.바로 서경왕비 이의진이었다.“직접 보게!”유만수는 손에 든 편지를 옆으로 던졌다.이의진은 편지를 집어 들고 보더니 동공이 미세하게 수축되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이게 소 대인의 죄상인가요?” 이의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창명뿐만이 아니야, 안송진도 마찬가지지!”유만수는 산더미처럼 쌓인 편지들을 모두 이의진 앞으로 밀어놓으며 차갑게 말했다. “이 두 놈은 탐관오리에 사람 목숨을 경시하고 자식들의 범행을 비호했으니 악행이 가득 차 있어! 네가 보는 이것들은 그저
“주인님, 셋째 도련님이십니다!” 집사가 문 밖에서 대답했다.“준석이라고?” 안송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녀석이 또 무슨 사고를 친 거냐?” 세 아들 중에서 안준석이 가장 다루기 힘들었다.“사고가 아니라 셋째 도련님이 폭행을 당하셨습니다!”집사가 급히 설명했다.“뭐라고? 맞았다고?”이 말을 듣자마자 안송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다그쳤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아들이 사고를 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맞았다는 건 참을 수 없었다.“누군지는 아직 모릅니다. 방금 차 한 대가 셋째 도련님을 대문 앞에 버리고 갔는데, 저희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도련님이 중상을 입으신 상태였고 범인은 도망간 뒤였습니다.”집사가 답했다.“가자! 준석이를 봐야겠어!”안송진은 아들이 걱정되어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급하게 방을 뛰쳐나갔다.집사를 따라 저택 내 의료실에 도착했을 때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안준석은 거의 죽어가는 상태였다. 얼굴은 창백하고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며 전신의 뼈가 반 이상 부서졌고 사지는 모두 꼬여 있어 처참한 모습이었다.“준석아! 준석아!”이 광경을 본 안송진의 눈에서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싸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심하게 다쳐있을 줄은 몰랐다.“주인님, 방금 의사가 진찰해 보니 도련님이 중상을 입으셨지만 당장 생명의 위험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도련님을 때린 사람이 어느 정도 치료도 해준 것 같습니다.” 집사가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준석이가 어떻게 이렇게 됐지? 도대체 누가 이런 건가?”안송진은 붉어진 눈으로 분노에 차 외쳤다.“이미 사람들을 보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집사가 말했다.“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해? 그 누구라도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당장 인원을 소집해. 언제든 체포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안송진이 엄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네!”집사는 즉시 대답하고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모르겠어요. 그 남자는 본 적이 없어요.” 소현무는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대답했다. “근데 분명히 유씨 가문과 관련이 있어요. 이번에 나를 이렇게 만든 이유가 유희주라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유씨 가문? 유희주?” 소창명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뒤를 돌아 명령을 내렸다. “한 시간 내로 유희주와 그 가족을 전부 잡아 오도록 해라. 반드시 그놈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예!” 소씨 가문의 부하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소씨 가문은 왕성 서경에서 세력이 막강했다. 가문이 번창했을 뿐만 아니라 소창명은 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지휘하는 서경의 총병으로서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셈이었다. 이번에 소현무가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보았으니 소창명이 쉽게 넘어갈 리 없었다. 범인은 물론이고 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의 운명이었다. “현무야! 걱정하지 말아라.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든 난 그들에게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소창명은 단호하게 약속했다. 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전화 화면을 확인한 소창명은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 그는 의료진에게 손짓으로 소현무를 병실로 옮기라고 지시한 후 급히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 가주님, 도련님께서 저택으로 오라 하십니다.” “도련님께서요?” 소창명은 눈가가 미세하게 떨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석 장군님, 이 늦은 밤중에 도련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도련님의 뜻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서둘러 주십시오. 도련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소창명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이마를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최근 도련님은 외출도 극도로 드물게 하며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왜 갑자기 나를 부르셨을까?’‘혹시 내가 실수라도
...깊은 밤 소씨 가문 저택 앞. 검은색 비즈니스 차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이어 차 문이 열리더니 커다란 마포 자루 하나가 길바닥에 던져졌다. 마포 자루는 피가 가득 묻어 있었고 안에는 분명 사람이 들어 있는 듯했다. “이봐! 너희들 뭐 하는 짓이야!” 문을 지키고 있던 소씨 가문의 경비원 몇 명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소리쳐 제지했다. 그러나 검은색 차량은 엔진을 거칠게 울리며 그대로 사라졌다. 경비원들은 조심스레 자루에 다가가 발끝으로 살짝 다쳐봤다. 자루가 움직이더니 안에서 피투성이 얼굴 하나가 삐져나왔다. 다름 아닌 급소를 절단당하고 이미 반쯤 죽어 있는 소현무였다. “살... 살려줘... 제발.” 소현무는 미약한 목소리로 흐느꼈다. 그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경비원들은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경악했다. “도련님이다! 빨리! 도련님을 병원으로 모셔야 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중상을 입은 소현무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다. 곧이어 소씨 가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새벽 왕성 지역 병원. 몇 시간의 수술 끝에 소현무는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수술실에서 밖으로 실려 나왔다. 이때 수술실 밖에는 이미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소씨 가문의 족장 소창명은 집안의 고위 인사들을 이끌고 수술실 밖에서 서성이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됐어요? 내 아들은 괜찮은 겁니까?” 소현무가 수술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창명이 달려와 물었다. “소 가주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 응급조치를 한 결과 다행히 아드님의 생명은 건졌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뭐요?” 간신히 안도했던 소창명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아드님의 생식 기관이 심각하게 손상되었습니다. 앞으로 정상적인 부부 생활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요? 그럼 고자란 말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