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어리둥절했다.‘내가 잘못한 건가?’“혹시 윤 대표님을 보낼 생각이 없으셨던 거예요?”만만은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코를 만지며 겸연쩍게 말했다.“윤 대표님께서 아직 멀리 가지 않으셨으니, 제가 당장 찾으러 갈게요.”‘이미 보낸 사람을 다시 불러올 수는 없지.’이진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먼저 나가 봐.”한 시간이 지났지만, 이진은 여전히 이기태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이진은 잠시 생각을 거두고 행동을 개시하였다.이진은 더 이상 마음 약하게 먹지 않고, GN 그룹을 압박하는 강도를 높였다.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GN그룹이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GN그룹은 애초에 이기태가 이진의 어머니에게서 빼앗은 것이기에, 이진은 이대로 GN그룹을 없애 버리는 건 마음이 아팠다.‘이기태가 이영에 대한 사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나 봐.’ 분명 GN그룹으로 협박하였는데도, 이기태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이영을 이곳으로 끌고 오지 않았다.‘부녀지간의 사이가 정말 좋은가 보네.’이렇게 된 이상, 이진은 이기태에게 GN그룹이 파산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선물해 주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 하락했던 GN그룹의 주식이 또 5% 폭락했다.GN그룹의 기술자들은 온갖 방법을 써보았는데도, 이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결국 책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이기태 쪽의 상황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이기태가 아무리 꾸짖어도 이영은 시종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이기태는 이영의 고집에 화가 나다 못해 미쳐버릴 직전이다. 이때 책임자가 안 좋은 소식을 보고해오자, 이기태는 완전히 미쳐버리고 말았다.“쓸모없는 놈들, 월급은 제때에 받아 가면서 고작 이 정도 일도 처리 못해? 잘 들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주식이 폭락하는 건 막아야 돼.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너희들 모두 해고야!”이기태는 마지막 한마디를 마치고는 핸드폰을 세게 집어던졌다.
백윤정은 오랫동안 이기태와 함께 지내왔는데, 젊었을 때의 뜨거운 사랑이 사라졌어도 그들은 여전히 가족이었다.이기태의 말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백윤정은,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의 옷깃을 붙잡으며 말했다.“이기태,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나와 이영이가 지금까지 당신과 보낸 세월이 얼만데, 지금 그 썩은 년 때문에 이영이를 내쫓으려는 거야?”“당신이 뭘 알아!”이기태는 참다못해 백윤정을 소파에 세게 내동댕이치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영이가 그딴 짓들을 벌이지만 않았다면, 이진이가 굳이 GN그룹에 손을 댔겠어? 당신의 딸 때문에 지금 GN그룹의 주식이 폭락하고 있다는 건 알기나 해? 이진이가 멈추지 않으면 우리 모두 끝장날 거야!”세 사람은 모두 주식이 폭락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백윤정은 그제야 이성을 되찾고는 물었다.“당신 지금 한 말이 모두 사실이야?”‘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왜 쓸데없이 화를 내겠어?’이기태는 눈을 홉뜨며 백윤정을 쳐다보았다.이때 이기태는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더니 백윤정을 보며 말했다.“이영이 사과 안 해도 되긴 해.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GN그룹의 주식이 폭락할 것이니, 우리에게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할 거야.”마침 백윤정의 개인 계좌에는 엄청난 액수의 자금이 있었다.백윤정은 듣자마자 이기태가 지난번에 가져온 자료 한 뭉치가 생각났다.그 자료에 나타난 것들은 그저 일부분에 불과했다.이기태가 물었을 때 백윤정이 두세 마디로 얼버무렸기에, 이기태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백윤정은 이기태가 정확한 자금이 얼마인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한숨을 쉬며 수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여보, 안 그래도 지난번에 이영의 일 때문에 60억을 배상하느라, 나한테는 더 이상 남은 돈이 없어. 진짜 회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내 목걸이와 가방들을 팔면 조금이라도.”“백윤정, 내가 네 계좌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모를 것 같아?”이기태는 가방에서 서류 한 뭉치를 꺼내고는, 백윤정
만만은 얼른 눈치를 채고는, 이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코를 비비며 재빨리 물러났다.사무실의 문이 닫히 후, 이진은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이건이 자신의 일을 시시각각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진은, 감동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이건에 비해 이진은 늘 여러 가지 일에 얽매어, 이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적었다.이진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고는, 목을 가다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런 작은 일은 임 비서한테 말하면 되지,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으셔도 돼요.”이진의 목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기에 이건은 그 말을 아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이건은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임 비서보다는 내가 같이 있어주는 게 더 낫잖아, 안 그래?”“하지만 내일도 바쁘실 거잖아요.”‘왔다 갔다 하느라고 바빴을 텐데, 이러다가는 언제 제대로 쉴 수 있겠어?’이건은 한눈에 이진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는 눈썹을 가볍게 찡긋거렸다.“그럼 내가 갔으면 좋겠어?”이진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이건이 함께 있어 주기를 바라긴 했지만, 괜히 자신 때문에 이건의 일을 방해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이때 이건은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더니, 디저트를 숟가락으로 뜨고는 이진에게 먹여주려고 했다.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에게 먹여주는 것 같았다.“제가 혼자 먹을 게요.”이진은 얼굴을 붉히더니 얼른 이건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빼앗았다.사무실 안에서 두 사람이 디저트를 맛보고 있을 때, 밖에서 기다리던 만만은 이건이 보내온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메시지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던 만만은 머리가 아팠다.결국 만만은 오랫동안 고민하더니, 또다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무슨 일이야?”이진은 마침 디저트를 다 먹던 참에, 만만이 갑자기 들어오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만만은 감히 이진을 쳐다보지 못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대표님, GN그룹 쪽에서는 분명 당분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할 겁
늙은 개구쟁이인 배서준은, 그동안 줄곧 이진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보였다.그러나 단 한 번도 오늘처럼 단호한 태도를 보인 적은 없었다.이진은 배서준이 급하게 떠나려는 건, 분명 뭔가를 숨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배서준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자, 이진은 계속해서 말했다.“사부님,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쉬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정말 급하시다면, 제가 내일 시간을 내서 사부님과 함께 병원에 다녀오도록 하죠.”‘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다면, 내가 힘들게 숨긴 것들이 들통나겠지?’배서준은 이런 생각에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네 이 녀석, 지금 스승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거야? 이제는 스승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아무리 저한테 화를 내셔도, 제가 사부님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배서준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이진을 다그쳤다.“네가 걱정을 하든 말든 상관없어. 아무튼 난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 절대로 검사를 받으러 가진 않을 거야.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가볼게.”배서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트렁크를 챙겼고, 이진은 얼른 그를 막아 나섰다.배서준은 트렁크를 어깨에 올리고는 도망가려는 기세를 보였다.이때 이진이 눈빛을 보내자 하인 두 명이 입구를 막아 나섰다.“이진!”배서준은 이진의 행동에 더욱 화가 났다.이때 고개를 돌리자 마침 이건이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배서준은 마치 구원자를 본 듯이 재빨리 걸어갔다.“윤 대표, 마침 잘 왔어. 빨리 이진이 좀 데리고 가. 제자가 스승의 인신 자유를 멋대로 간섭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난 그냥 여행을 가려는 것뿐인데, 이진이가 자꾸 건강 검사를 해야 된다고 못 가게 잡아두고 있어!”이때 배서준뿐만 아니라 이진도 고개를 돌려 이건을 쳐다보았다.이건은 머리가 아팠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명하게 이진의 생각을 따르기로 결정 내렸다.“이진은 당신의 제자이니 당연히 사부님이 걱정이 되겠죠.”이건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배서준과의 거리를 벌리고는 계속
두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사를 시키기로 마음먹었다.배서준이 아무리 반대해도, 두 사람은 시종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배서준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갔다.“이진아, 기껏해야 작은 병일뿐이니, 굳이 병원까지 와서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어. 게다가 난 이미 오늘 저녁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는데, 비행기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돈 낭비잖아, 안 그래?”배서준은 병원 입구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이진을 설득하려고 했다.이진은 그저 배서준을 힐끗 쳐다보고는 머리 아파했다.“사부님, 이미 병원에 도착했는데 제가 이대로 사부님을 놔주실 것 같아요? 정확히 어떤 곳이 아픈 건지 제대로 검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더 이상 배서준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이건과 함께 강제로 그를 데리고 검사를 마쳤다.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의사는 배서준더러 가능한 한 빨리 입원 치료를 하라고 당부했다.반면 이진은 검사 결과는 보며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도 모자라, 위암 말기라고?’이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결과를 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표정은 점점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그런 이진의 모습을 본 배서준은 그녀보다 몇 배나 더 괴로웠다.배서준은 입을 오므린 채 눈물을 머금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거봐, 내가 병원에 안 오겠다고 말했는데, 네가 괜한 고집을 부려서 이렇게 된 거잖아. 결국 너만 더 괴로워지게 생겼네.”배서준은 젊었을 때 피아노 연습에 빠져, 늘 불규칙한 식사를 하며 밤을 새웠다.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장기간 이런 불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배서준은 진작에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이미 마음을 놓은 상태였다.어느덧 제 시간에 약을 먹는 것도 어느덧 그의 습관이 되어버렸다.이진이 오늘 갑자기 말하지 않았더라면, 자기가 아프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을 것이다. 배서준은 이진을 위로해 주고 싶었지
이건은 이진을 품에 안고는, 손바닥으로 끊임없이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이진이 마음을 다스릴 때까지 천천히 다독여주며 기다려주었다. 한참이 지나자, 이진이 흐느끼는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이진이 울음을 그친 후 고개를 들자, 이건의 흰 셔츠는 이미 그녀의 눈물로 젖어 축축해지고 말았다.이진은 쑥스러워하며 코를 훌쩍거렸다.“이건 씨,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이진이 말을 하며 뒤로 물러서려 하자, 이건은 또다시 이진을 품에 안았다.“이진아, 사과할 필요 없어. 네가 눈물을 흘리면 난 마음이 너무 아프기만 할 뿐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말해줄 수 있어?”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혹시 배서준 씨 때문이야?”“네.”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그의 품에 얼굴을 묻혔다.배서준이 이미 입원을 한 이상, 이진이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이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은 남은 시간들을 병실에서 보내는 게 아니라, 여행을 가고 싶으시대요. 하지만 전 사부님이 이대로 떠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보고 싶어요. 이건 씨,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요?”“자신의 사부님을 곁에 좀 더 오래 두고 싶은 게 잘못일 리는 없잖아, 안 그래?”이건은 이진이 이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믿었다.AMC그룹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가, 사석에서 이렇게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다행히도 이진의 이런 모습은 이건만이 볼 수 있었다.이건은 곧 이진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진아,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일은 당사자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더 좋을 거야. 배서준 씨가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네가 강제로 병원에 가두어도 협조하지 않으실 거야.”‘게다가 병원에서 배서준 씨를 제대로 잡아두지도 못할 거야. 그러니 병원에 남겨두는 것보다는 별장으로 데려가 돌보는 것이
만만은 회사 문어귀에서 이진을 기다리다가, 이진을 보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맞이했다.“대표님.” “내가 직접 확인해 볼 테니 더 말할 필요 없어.”이진은 기세등등하게 한마디를 마치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사무실에 도착한 이진은, 책상 앞에 앉아 빠른 속도로 컴퓨터를 켜고는, GN그룹과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았다.만만이 전화에서 말했듯이, 원래 그들의 여러 차례의 압박으로 GN그룹은 자금 사슬이 끊어져 엄중한 결손을 봤어야 했는데, 갑자기 거대한 자금이 주입되어 제때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GN그룹을 위해 자금을 투자한 배후는 분명 큰 회사는 아닐 것이다.AMC그룹은 그동안 줄곧 조용히 행동해 왔으며, 적을 만들지 않았다.그래서 공공연히 AMC그룹과 맞서려고 나서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이 거액의 자금이 정말 아무 이유 없이, GN그룹에게 주입되었을 리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이진은 갑자기 며칠 전에 알아냈던 일이 떠올랐다.백윤정이 이기태 몰래 회사를 차렸는데, 아마 이번에 주입된 자금은 이기태가 백윤정에게서 받아낸 것일 수도 있다.“대표님, 그럼 계속 진행할까요?”이진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하지 않자, 만만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이진은 컴퓨터 스크린을 스쳐보더니 대답했다.“일단 멈추고 상황을 지켜봐.”이진은 GN그룹을 파산시키는 것을 서두르진 않았다.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GN그룹은 수십억의 결손을 보았기에, 이기태는 분명 이진을 죽도록 미워하고 있을 것이다.애초에 백윤정이 이기태 몰래 회사를 차렸다는 것은, 그 돈들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기태는 이 돈을 얻기 위해 틀림없이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이진은 차갑게 웃고는 GN그룹에 대한 공격을 멈추었지만, 이기태에 대한 감시는 멈추지 않았다.이기태가 또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이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GN그룹을 파산시킬 것이다.이와 동시에, 이씨 별장은 한차례의 싸움을 거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커다란 거실은 기괴할 정도로 조용했고,
백윤정의 폭탄급 위력의 말에 이영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엄마, 이게 다 사실이예요? 날 위해 회사를 차렸다고요?”“우리 딸, 엄마가 언제 널 속였어?”백윤정은 딸이 우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 그동안 이기태 몰래 한 일을 모두 숨기지 않고 모두 이영에게 말했다.이기태에게 빼앗긴 돈은 그녀 계좌의 10분의 1도 안되었다.다시 말해 이기태 없이 GN그룹이 망한다고 해도 남은 돈으로 모녀가 평생 먹고 살기에 충분하다.이영은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마침내 백윤정의 긍정적인 눈길에서 점차 안정을 찾았다.이렇게 많은 돈이 있으니 이진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이 돈으로 사람을 찾아 몰래 이진을 처리하면…….’“이영아!”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백윤정이 이영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불렀다.이영이가 너무 고집불통이라 어쩔 수 없었다.백윤정은 어쩔 수 없이 어조를 올리며 다소 엄하게 말했다.“내가 뭐라고 했어? 왜 말을 안 들어, 지금은 이진을 잊어, 이진 곁에 윤이건이 있다는 거 잊었어? 쉽게 해결할 상대가 아니야.”윤이건을 꺼내자 이영의 눈에 원망의 빛이 빠르게 스쳤다.오늘 그녀가 당한 모든 것뿐만 아니라, 그녀에 대한 윤이건의 증오도 포함해서 모두 이진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이진만 없으면 이건의 곁에 서 있는 건 그녀이다!이영은 백윤정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억지로 분노를 참았다.“알았어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게요.”백윤정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이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일에는 계획이 필요한 법이야, 이진 차에 손대는 일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돼, 알았지?”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대답했다.어차피 돈만 있으면 못할 일은 없다.조만간 그녀는 이진을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할 것이다!밤새 돌아가지 않은 이진은 너무 졸려서 아예 사무실에서 잠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일찍 이진은 전화 한 통에 잠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