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백정아를 힐끗 보더니 다시 백세진에게 눈길을 돌렸다.윤이건은 끝내 하려던 말을 삼켰다.아무래도 백씨 네 어르신의 생일 파티라 그도 너무 날을 세워선 안 됐다.윤이건은 술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 번 두드렸는데 그 소리는 시끄러운 연회장 소리에 그대로 묻혔다.“비서가 데리러 올 것이니 괜찮아요.”백정아가 수단을 써가며 윤이건을 잡아 두려 하자 윤이건은 얼버무리며 거절했다.두 사람은 모두 상대방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옆에 앉아있던 백세진은 딸을 도와 뭐 라도 말하려고 했지만 파티 주인공이라 이곳저곳에서 그를 찾았다.윤이건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은 모두 백씨 가문과 잘 아는 사람들이라 젊은이들이 이야기를 하자 자리를 떴다.결국 테이블에는 윤이건과 백정아만 남아 있었다.백정아는 나이프와 포크로 접시 안의 요리를 만지작거렸는데 눈빛은 줄곧 윤이건을 향했다.오랜만에 만난 윤이건은 점점 잘생겼는데 동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멋있었다.백정아는 자기 주위를 맴돌던 남자 연예인들을 떠올리자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비록 긴장되었지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백정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윤이건에게 술을 권하려고 했다.결국 백정아의 손이 술잔에 닿자마자 윤이건은 차가운 표정으로 거절했다.“안 마실 거니 따르지 마세요.”백정아도 윤이건이 이렇게 거절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 어쩔 줄 몰랐다. 다행히도 백정아도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일했기에 이런 상황은 충분히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그녀는 술병을 들고는 자기의 잔에 따르더니 어색함을 감춘 뒤 입을 열었다.“이건 오빠, 비서가 데리러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한 잔 더 마셔도 되지 않아요?”백정아는 말을 하며 몸을 윤이건 쪽으로 살짝 기대었다. 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들자 윤이건의 차가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이건 오빠, 왜,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백정아는 윤이건의 이런 눈빛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한 마음에 말하던 목소리마저 떨렸다.“전 당신이
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웃음을 터뜨렸는데 정말 어이가 없어서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백정아조차도 자신이 이 말을 한 후에 윤이건이 이렇게 웃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이때 백정아는 윤이건이 웃는 모습을 넋 놓고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자신의 볼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윤이건은 집에 있는 이진이 생각나 웃었던 거다. ‘우리 부인은 왜 이렇게 말하지 않는 걸까.’원래 집에 가고 싶던 마음이 이진을 생각하자 더 참을 수 없었다.윤이건은 남은 샴페인 반 잔을 다 마신 후 일어나서 떠날 준비를 했는데 백정아가 잽싸게 그의 손을 잡았다.“이건 오빠, 어디 가세요…….”백정아의 행동에 아까만 해도 설렜던 기분이 갑자기 더러워지고 말았다.백정아는 그가 부끄러워하기에 이런 태도를 보인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윤이건의 행동들을 되새겨보자 그는 줄곧 자신을 차갑게 대했고 자신과는 한 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윤이건이 이런 태도를 보일수록 백정아가 이진에 대한 증오는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만약 윤이건이 이진을 데리고 왔다면 백정아의 표정은 더 흉악할 것이다.윤이건의 차가운 태도에 백정아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건 오빠, 어렸을 때 어른들끼리 저희 혼인을 약속했는데 기억나요?”이 말을 들은 윤이건은 백정아를 힐끗 쳐다봤다.‘정말 정신 나간 여자였어.’방금 백정아가 한 말은 백세진이 생일 파티를 열기 전에 백정아에게 알려준 거다.백세진은 이 정도 인연이라면 그들 사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윤이건은 고작 이런 인연을 신경 쓸 사람은 아니다.백정아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쓰고 말았다.“이건 오빠,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난 늘 오빠를 그리워했어요.”윤이건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백정아의 말이 진짜인지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너무 지루하다고 느꼈을 뿐이다.한편 백정아는 단 한 번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해 본 적이 없어 무척 긴장되
유연서의 아파트에 도착하자 백정아는 바로 소파에 틀어박혀 울먹거렸다.“왜 그래요? 누가 괴롭혔어요?”“누구겠어요? 당연히 윤이건이죠!”윤이건의 이름을 듣자 유연서는 표정이 굳어버렸는데 바로 표정을 되찾고는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윤 대표님께서 뭘 하셨길래 이렇게 속상해하시는 거예요?”이 말을 듣자 백정아는 책상에서 휴지 한 장을 꺼내 겨우 짜낸 눈물 한 방울을 닦았다.이어 백정아는 방금 연회에서 발생한 모든 일들을 유연서에게 터놓았다.유연서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윤이건한테 가차 없이 차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게다가 이진에 대한 증오심도 점점 치밀어 올랐다.유연서는 속으로 몰래 백정아를 비웃은 뒤 그녀의 곁에 앉아 불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정아 씨, 저도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릴게요.”그러자 백정아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유연서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연서는 아니나 다를까 그 당시 화재 일을 얘기하였다.이 일은 유연서가 수도 없이 입 밖으로 꺼냈기에 자면서도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유연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줄줄 외웠다.“그때 윤 대표님을 구하기 위해 제 몸에 영구적인 화상을 입혔는데…….”유연서는 말을 하며 눈물을 닦는 척을 했는데 사실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이전 일을 다시 꺼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이해가…….”백정아는 유연서를 보자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무슨 일 있었어요?”“전 윤 대표님이 이진 씨를 위해 무자비하게 저를 내쫓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유연서가 자신보다 더 비참해 보이자 백정아는 오히려 기분이 좀 나아졌다.하지만 겉으로는 동정하는 척하며 대신 화를 내주기도 했다.두 사람은 이렇게 얘기를 나누더니 모든 일의 원인을 이진에게 돌렸다.반면 이진은 다른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이진은 지금 인터넷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다.이전에 그녀의 메이크업, 노래와 댄스 동영상이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팬이 되었다.게다가 많은 소
케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진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녀가 웃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절대로 단순한 의미는 아니다.아니나 다를까, 이진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가지고 놀며 무언가는 생각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계약서를 보내온 쪽에게 말해. 투자할 수는 있지만 추가 조건이 있다고.”케빈은 이진의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보스가 제발 너무 일을 크게 만들지만 않으셨으면 좋겠네.’“조건은 내가 이 예능에 참가하는 거야.”이 대답을 듣자 케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렀다.“네, 바로 대표님의 뜻을 전달할게요.”사무실로 돌아온 후 케빈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조건을 말하자 매우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그럼요! 이 대표님께서 참여해 주신다면 저희야말로 영광이죠!”지금 가장 인터넷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이진이기에 그녀가 예능에 참가한다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바로 폭발할 것이다.이진이 프로그램을 출연하기로 한 것이 확정된 지 얼마되지도 않아 한시혁과 윤이건도 알게 되었다.이 두 사람이 소식을 알아내는 속도는 기자들보다 빨랐다.이진이 예능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바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두 사람의 비서들은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도 없는 일들이었다.반면 백정아도 그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연락하고 있었다.백정아는 원래 이 프로그램에서 정한 게스트였기에 그녀가 누군가를 추천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정상이었다.결국 유연서도 백정아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다.YS 그룹과 AMC에서 모두 투자를 해오자 프로그램의 자금이 예산보다 두 배나 많아졌기에 촬영 날짜를 앞당길 수 있었다.제작진들은 사전에 준비를 어느 정도 했기에 일주일 만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모든 리얼리티 예능은 처음에 간단한 소개를 진행한다. 먼저 사회자가 자기소개를 하고 난 후 게스트들을 소개하는 것이다.사회자는 눈앞에 있는 이 다섯
이진은 일부러 화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차라리 제작진이 그녀를 찍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 제작진 대신 백정아가 그녀에게 다가왔다.“이진 씨, 오랜만이에요.”카메라가 있어서 그런지 백정아는 능청스러운 말투를 보였고 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진 씨…….”백정아가 또 한 번 가볍게 부르자 이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눈을 떴다.‘날 좀 가만 내버려 두면 안 되는 거야?’“무슨 일 있어요?”이진의 무관심한 표정을 보자 백정아는 몰래 이를 악물었다.예능을 찍고 있는 중이라 백정아는 다시 가볍게 입을 열었다.“사실 이진 씨가 이런 예능에 참가하실 줄은 몰랐어요. 제가 연예계 쪽 선배로 한마디 충고를 드리자면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신경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할 거예요.”진실을 모르는 네티즌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백정아가 매우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이진은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이런 것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실수하기 쉽기 때문이다.이진은 백정아의 말에 숨긴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사실 이진은 윤이건과 한시혁이 갑자기 나타나 조금 짜증이 났다.게다가 예능에 참가하는 것은 이진 스스로의 일이기에 백정아한테 알려줄 이유조차 없었다. 이진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계속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으려던 찰나 유연서도 다가왔다.“이진 씨, 오랜만이에요.”이진은 유연서를 힐끗 보았는데 확실히 유연서와는 오랜만에 만난 거였다.지난번 만났을 때 유연서는 윤이건의 비서로 일했는데 지금은 연예인이 되어 있었다.‘정말 세상 일은 예측 불가야.’“이진 씨가 정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실 줄은 몰랐어요. 설마 한시혁 씨가 참가해서 같이 오신 거예요?”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유연서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지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기에 유연서는 지금이 아니라면 이진한테 말을 걸 기회를 놓칠 것이다.그러나 유연서가 물어도 이진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서 카드 키에 적힌 층수를 누른 후 이진과 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 후, 방에 들어가고 방문이 닫히고 나서야 이진은 몸을 돌렸다.“윤 대표님께서 이런 예능에 참가하실 줄은 몰랐네요. 이왕이면 잘 협조해요.”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생각에 잠겼는데 이진은 채 끝나지 않은 나머지 말을 계속했다.“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서로 좋게 끝내요.”‘좋게 끝내자고?’이진의 말을 듣자 윤이건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최근 이진이 그에게 좀 쌀쌀맞은 태도는 두 사람이 외국에서 돌아왔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윤이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이 아파 앞으로 나아가 이진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이진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윤 대표님, 지나친 행동은 삼가 해주세요.”눈앞의 여자의 동작과 표정을 보자 윤이건은 눈살을 찌푸렸다.좋게 끝내는 것은 둘째 치고 일단 프로그램이 끝난 후 그녀와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이다.두 사람이 방 안에서 대충 물건을 정리한 후 제작진이 그들의 방으로 찾아왔다.“윤이건 씨, 이진 씨. 이건 두 분의 미션 카드예요.”윤이건이 인사를 건네고는 손을 뻗어 미션카드를 열자 이진이 슬쩍 옆으로 다가와 함께 보았다.“요리하기.”윤이건은 옆에 있는 이진을 보더니 홀가분한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물론 요리하는 경비도 안에 함께 들어 있어.”미션 봉투에서 지폐 두 장을 꺼내자 윤이건과 이진은 서로 마주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밥을 짓는 전제는 주위의 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는 것인데, 이것도 임무 중의 하나이며,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다.두 사람은 그래도 호흡이 좀 맞는 편이다. 결국 윤이건은 전혀 끼어들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이진에게 맡겼다.다른 한 팀은 비교적 참혹했다. 백정아와 한시혁은 서로를 엄청 싫어했다.전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서로 말조차 섞기 싫은 사이였는데 지금은 또 재수 없이 한 팀이 되어버렸다.한시혁은 카메라가 다른 곳을 찍고 있는 틈을 타 백
이진이 가게 주인과 가격을 논하는 모습을 보자 백정아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한쪽에 서있는 윤이건을 힐끗 보더니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원래 그녀는 한시혁을 알았을 때 그가 꽤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고 그의 가수 신분을 주의 깊게 봤었다.그리고 여러모로 한시혁의 조건은 연예계의 많은 사람들을 압도했다.그래서 백정아는 자연히 한동안 한시혁을 좋아했었다. 지금 윤이건을 다시 만나자 백정아는 한시혁에 대해서는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비록 지난번 아버지의 생일파티에서 다소 불쾌한 일들이 생겨 윤이건한테 불만이 있었다.그러나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여전히 윤이건이 너무 좋아 그를 갖고 싶었다. 이번 프로그램이 바로 가장 좋은 증명이다. 최선을 다해 이진을 압박하고 자신을 돋보이는 게 그녀의 목적이다.백정아는 연예계에서의 오랜 경험 덕분에 수단과 능력이 꽤나 출중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백정아는 지금 눈앞의 상대가 평소에 상대했던 사람들과 다른 급이라는 것을 잊었다.이진은 마침내 싸게 사고는 다름 가게로 가서 토마토를 샀는데 방금 썼던 패턴을 계속 반복했다.“사장님, 이거 어떻게 팔아요? 직접 재배하신 거예요?”“좀 싸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많지 않은데 아직 사야 할 것이 좀 많거든요.”뒤에서 카메라가 번쩍이는 것을 보자 백정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한 걸음 한 걸음 이진 앞에 다가가 그녀의 카메라를 막았다.“이진 씨, 제가 알기로는 당신은 두 기업의 대표인데 이렇게 쪼잔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백정아는 말을 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웃는 것을 잊지 않았다.“만약 당신의 고객이 이 동영상을 보게 된다면 당신 회사의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백정아의 말에 그녀를 찍고 있던 작가조차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눈앞에 있는 이 아가씨는 너무 막무가내로 말을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감히 저런 말을 꺼내는 거야?’그러나 현재의 이 상황에 대해 윤이건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한시혁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손에 쥐게 된 잔돈 더미를 보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목을 기웃거리더니 얼마나 되는지 한번 세어 보았다.“우리 아직 8천 원이나 남았어.”윤이건은 될수록 자신이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정말 이진이 어떻게 해냈는지 알 수 없었다.“네, 만약 시간이 충족했더라면 좀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거예요.”이진은 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비록 그녀도 오랜만에 시장에 온 거지만 방금 그녀가 쓴 기술은 그녀가 어렸을 때 배운 것이다.그때 이진은 항상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왔는데, 횟수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알게 된 것이다.사실 이진은 시장을 꽤나 좋아했는데 시장에 올 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호텔로 돌아오자 제작진은 이미 호텔의 뒤뜰에 야외 주방을 배치했다.첫째는 호텔의 정상적인 운영에 피해 주지 않기 위해서고, 둘째는 더 좋은 촬영 효과를 보이기 위한 것이다.두 사람은 가장 먼저 호텔로 돌아와 직원의 안내를 따라 야외 주방으로 갔다.이진은 이 주방 시설들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윤이건은 크고 작은 재료들을 모두 도마 위에 놓았는데 표정은 아주 즐거워 보였다.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진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그저 요리를 하는 것뿐인데 굳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주방기구들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모두 겉만 번지르르했지 실용적은 아니네요.”“난 네 실력을 믿어.”윤이건이 바로 말을 하자 이진은 고개를 돌려 윤이건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시작해요.”많은 요리를 완성하려고 하니 채소를 씻고 물을 거르는 과정에 드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그러나 윤이건이 앞치마를 두르는 것을 보니 오히려 신선했다.“그럼 이제 뭘 하면 돼?”백화점에서 위세를 떨치던 남자는 지금 뜻밖에도 어쩔 줄 모르는 아이 같았다.사실 윤이건은 제작진들과 프로그램을 보게 될 네티즌들의 발언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