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비서의 어색한 모습을 보자 이진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비록 이진은 해외의 지점에 자주 오진 않지만 회사 내부의 직원들은 모두 믿을 수 있었다.송 비서의 이런 관심도 그녀는 좋았지만 아직 쉴 때가 되진 않았다.사실 송 비서가 건넨 자료는 이진이 국내에 있을 때 이미 봤던 자료지만 이진은 다시 한번 대조해 보았다.이번에 AMC는 해외 최고의 의료기기를 인수하기로 했다.그것들은 모두 최고급 기기들인데 수량도 어마어마했다.바로 이런 큰 프로젝트이기에 이진이 직접 온 것이다.“그쪽과는 이미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어?”“네, 오늘 오후 1시에 만나기로 했어요.”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 비서를 향해 칭찬하는 눈빛을 보냈다.그 후 이진은 반년 동안 회사의 일부 큰 장부들을 점검하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휴게실로 갔다.“그럼 이만 쉬러 갈게.”송 비서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오후 1시가 되자 이진은 약속한 목적지에 도착했다.그러나 만나기로 했던 사람은 족히 1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이진은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차갑게 쳐다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전 이번 프로젝트 협상을 맡게 된 루이스라고 해요.”“다른 것은 둘째 치고 먼저 쓰고 계신 시계의 시간부터 제대로 맞추시죠.”이진은 농담 섞인 말투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는데 반면 눈빛은 엄청 차가워졌다.이진은 회사 대표로 협상하러 나오면서 상대방이 늦은 것은 본 적이 없었다.루이스는 이진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는 두 번 가볍게 웃고 나서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이건 무슨 뜻이지? 공장이 뒤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이진은 옆에 있던 송 비서에게 물었다.그러나 루이스는 또 한 번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사실 며칠 전에 기기들을 다른 공장으로 옮겼거든요.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그러자 이진의 얼굴은 갑자기 어두워졌다.이진의 원래 성격대로라면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12시간이나 써
루이스는 이진처럼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총알을 피할 정도로 강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게다가 그녀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을 줄은 더욱 생각지도 못했다.이진이 총을 꺼낸 속도는 매우 빨라 루이스는 아예 눈치채지도 못했다.루이스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진은 이미 총을 그의 목에 갖다 댔다.“루이스 씨, 제대로 된 설명을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이때의 이진은 이미 화가 엄청난 상태였다.그녀는 정면 승부를 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암암리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이진의 차가운 말투가 목에 닿은 총보다 더 차가웠다.루이스는 예상 못 한 상황에 너무 놀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루이스는 몸을 살짝 떨며 침을 삼킨 뒤 입을 열었는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이 대표님, 오해, 오해예요. 저희는 단지 위험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예요.”“꼭 이렇게 고객의 안전을 위협해야 만이 당신들이 안전해지나요?”이진은 말을 하며 총구를 다시 루이스의 목덜미에 갖다 댔다.“그래서요? 지금 저희가 안전한가요?”루이스는 이진의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차리자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는 앞에 있는 이들에게 총을 내려놓으라고 슬며시 손짓을 했다.“이 대표님, 이젠 괜찮아요.”이 말은 얼핏 들으면 위로 같았지만 루이스가 조금이라도 빨리 도망치기 위해 한 말이다.그러자 이진은 차갑게 웃으며 권총을 거두고 주머니에 넣었다.이진이 총을 거두자 루이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재빨리 일어서서 격식을 차렸다.“이 대표님께서 이런 능력도 있으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정말 대단하십니다!”루이스가 이진에 대한 첫인상은 예쁜 것 외에는 없었다.하지만 방금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자 루이스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그가 이진을 보는 눈빛조차도 심상치 않아졌다.루이스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손을 흔들어 부하들을 돌려보냈다.‘이 사람들이 이렇게 거슬릴 줄이야.’주변이 조용해진 후에 루이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혹시
“이 대표님!”루이스는 거의 모든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이진은 루이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원래 그녀는 루이스를 아니꼽게 보았는데 그가 이렇게 행동하자 더욱 싫증이 났다.이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려 루이스를 쳐다보았다.이진은 루이스가 조금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그의 이런 반응에 더욱 어이가 없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것은 본인이면서 무슨 자격으로 화내는 거야? 자기가 어린아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이진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루이스는 이진의 카리스마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선 뒤 다시 조심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루이스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던 건지 뜻밖에도 이진을 향해 위협을 했다.“이 대표님, 제대로 생각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이진은 그전의 행동은 참을 수 있었지만 이번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팔짱을 끼고는 가볍게 웃으며 루이스를 향해 눈썹을 찡긋거렸다.“그게 무슨 말이죠?”“만약 이번 거래를 포기하신다면 분명 후회하실 거예요.”루이스는 말을 하며 턱을 살짝 들어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제 허가가 없이는 절대로 비슷한 의료기기를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요.”“그래요.”루이스의 말에 대해 이진은 그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루이스가 협박으로 이진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했다면 결과는 분명 실패하고 말았다.그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장사나 돈 버는 일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지.’하지만 그녀더러 한 곳에서 목메어 기다리라고 하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이진은 루이스에게 사람을 잘못 보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굳이 입을 열고 싶진 않았다.이때 송 비서는 이미 차를 이진의 앞에 대기시켜 차 문을 열었다.루이스는 좀 당황한 마음에 더 말하려고 했으나 이진은 더 이상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진은 차에 올라타고는 루이스를 힐끗 보았는데
“왜요? 회사에 처리해야 될 일이라도 있어요?”예전 같으면 이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을 텐데 엄청 화가 난 지금 마침 윤이건이 묻자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회사 일은 이미 모두 처리했어. 이 시간에 연락하면 너한테 방해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전화했어.”이때 윤이건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는데 그의 입술은 마이크에 바싹 붙어 마치 이진의 귓가에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윤이건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그는 특별히 이진의 항공편과 비행기를 조회하고는 대충 시간을 추측했었다.그리고 마침 시간이 알맞다고 생각되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이건은 이진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서재에서 두 시간 동안 자료를 보고 침실에서 술을 마시면서 기다렸다.하지만 그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진이 잘 안됐다고 말하자 그는 엄청나게 걱정되었다.윤이건은 그의 부인이 가장 우수하기에 절대로 협상을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윤이건도 이번 프로젝트의 내용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잘 알진 못했다.이진이 의료기기를 사기 위해 외국에 갔다는 것과 이 일이 그와 조금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상황을 보자 윤이건은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한편 이진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미소를 지었다.방금 윤이건의 한 말을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이진은 반드시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그러나 윤이건이 말하자 완전히 달랐다.윤이건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방금 한 말은 분명 진심일 것이다.이진도 꽤 오랫동안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윤이건이 이렇게 관심을 해오자 경계심이 바로 풀려버렸다.이진은 마치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을 찾기라도 한 듯이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이런 일들을 시시콜콜 말하는 것보다는 마음속으로 쌓아 두는 편이었다.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에 이진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윤이건이 제대로 듣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방금 발생한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이 부정적인 감정은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았다.
루이스가 속한 WK 그룹은 세계 각지에 세력을 떨치고 있는 협력업체다.대부분의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WK 그룹도 많은 주주들이 지배하고 있었다.마침 윤이건은 그중의 한 주주였는데 주식이 현임 대표보다 조금 낮을 뿐이다.하지만 WK 그룹의 일은 그가 거의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그가 주주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루이스는 갑작스러운 일에 너무 당황스러워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루이스는 혹시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얼른 손을 뻗어 의자 손잡이를 잡았다.‘오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유난히 까다로운 고객을 만난 것도 모자라 대주주의 전화를 받다니.’루이스는 한참 동안 망설이더니 매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만약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윤 대표님, 왜 갑자기 저를 찾으신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AMC 대표가 오늘 우리 회사와 협상을 하기로 했던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나요?”“네?”루이스는 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말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대주주가 왜 갑자기 협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지? 오늘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뿐이네.’이때 루이스의 얼굴을 새하얗게 질렸는데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힘껏 긋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을 했다.“네, 윤 대표님. 하지만 이 계약 중간에 약간의 오해가 생겨서…….”“그래서요?”윤이건은 이를 악물며 이 네 글자를 말했다.윤이건은 심지어 이진이 자기의 부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진에게 피해를 줄까 봐 참았다.“그래서 이번 협상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른 좋은 고객들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다른 파트너는 필요 없어요.”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말에 루이스는 울고 싶을 정도였다.원래 협상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정상적인 일인데 오늘따라 문제가 복잡했다.물론 루이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윤 대표님,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 일은…….”“만약 계속 자리를 유지하고 싶으시다면 자기가
루이스의 목소리는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다.바로 이것 때문에 이진은 다소 이상하다고 느꼈다.WK 그룹과 계약하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기에 굳이 이진을 찾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루이스의 반응은 마치 협상 파트너가 이진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보였다.‘잠깐 사이에 반응이 이렇게 달라지다니.’“이 대표님, 방금 있었던 일은 모두 제 잘못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이진은 좌석에 기대어 루이스의 의도에 대해 의심했다.한편 루이스는 이진이 계속 말을 하지 않자 더욱 조급했다.“이 대표님, 듣고 계신 가요?”“당신의 사과는 받아들일게요. 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이만 끊을 게요.”“안 돼요!”루이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이진은 깜짝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짜증이 섞인 표정을 보였다.“이 대표님, 제발 저에게 기회를 한 번만 저 주세요. 저랑 다시 거래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잘 준비할게요.”이진은 손가락으로 핸드폰의 뒷면을 두드리며 루이스가 장담하는 것을 듣자 웃음을 금치 못했다.사실 그녀도 이번 의료기기에 확실히 관심이 있었다.안 그러면 굳이 비행기를 타고 이곳까지 직접 올 리는 없을 거다.이렇게 시간을 썼는데도 인수를 못했다면 분명 밑지는 장사다.이진은 이런 생각에 가볍게 입을 열어 여전히 쉴 새 없이 지껄이는 루이스의 입을 막았다.“좋아요, 어디서 만날까요?”이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루이스에게 물었다.이 말을 듣자 루이스는 잠시 멈칫하고 말았다. 그는 애초에 이진이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루이스는 얼른 기회를 잡아 입을 열었다.“그럼 제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WK 그룹에서 만납시다. 제가 회사 앞에서 기다릴게요.”이진은 가볍게 대답한 뒤 경호원에게 WK 그룹으로 방향을 돌리라고 했다.WK 그룹 본사에 도착하자 루이스는 정말 입구에 서서 기다렸고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WK 그룹의 본사에 제가 볼 기기들이 있나요?
“네, 안 믿어요.”이진이 담담하게 입을 열자 루이스는 한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마도 루이스는 이진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는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이 문제는 이진이 보기에 전혀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었다.단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니 그저 서로 계약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다른 문제들은 상관없었다.지금 이진이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루이스의 태도가 갑자기 이렇게 달라진 원인이다.만약 루이스가 줄곧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면 이진도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정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이진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하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루이스 씨, 저희는 어린아이가 아니잖아요. 정말 무슨 문제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저에게 알려주시죠.”그녀가 의심을 해도 루이스는 억지를 부린다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렇게 직설적으로 묻는다면 그도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루이스는 이진을 보며 눈을 깜박이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버티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루이스는 몸을 돌려 책상 위의 물컵을 들고 크게 한 모금 마신 후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그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진지해 보였다. “이 대표님과 윤이건 씨는 매우 가까운 사이시죠?” 이진은 루이스의 입에서 윤이건의 이름을 들을 것이라고는 아예 예상하지도 못했다. 이진은 눈을 깜박거리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저랑 윤이건 씨는 부부입니다.”이진은 이 말을 하자마자 기분이 조금 묘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조금 의아했다. 루이스는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 이진이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은 오늘 겪었던 모든 일보다 더 그를 놀라게 했다.“그렇군요.”루이스는 한동안 충격을 받고는 오늘 일어난 일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이 대표님께서는 아직 모르시나 봐요. 윤 대표님
윤이건은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가볍게 문지르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유난히 부드러웠다.윤이건은 겨우 2, 3일 만에 이진이 보고 싶어졌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런 생각에 윤이건은 핸드폰을 열어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곧 멈추었다.‘외국은 지금쯤 새벽일 텐데 이진이 자고 있진 않을까? 괜히 메시지를 보냈다가 깨우기라도 하면 어떡하지.’한편 미국의 기업들과 마피아들은 WK 그룹이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듣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사실 WK 그룹에서 내놓은 이 의료기기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그래서 계약이 체결되자마자 소문이 빠르게 전파되었다.루이스와 이진이 계약을 체결하자 미국 전체가 바로 난장판이 되었다.가장 의아하고 놀란 것은 미국의 한 마피아 조직이다.그들은 이 화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가격 문제 때문에 줄곧 망설이다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WK 그룹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마피아라고 해도 얼마든지 계약을 했었다.그러나 가격 문제 때문에 마피아조차도 어쩔 수 없었다.모든 사람들이 돈을 구할 방법이거나 협상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조직의 일부 사람들은 화를 냈지만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기뻐했다.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이 기기들은 이미 WK 그룹의 것이 아니기에 그들은 구매자의 손에서 화물을 빼앗으면 될 것이다.많은 사람들은 간단히 회의를 열고는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들에게 있어서 구매자를 찾는 것은 엄청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큰 계약을 따낸 사람을 찾는 것은 더 쉬웠다. 결국 그들은 하루 만에 이진의 사진과 이름을 알아내어 빼앗을 준비를 시작했다.이 소식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은 역시 WK 그룹의 직원들이다.소문은 엄청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루이스마저 알게 되었다.사실 이런 일은 미국에서 흔한 일이었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예전 같으면 루이스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을 거다. 그는 쓸데없는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