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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눈치가 없다

나는 그 사진첩을 보며 정신이 멍해졌다. 머릿속에는 예전에 내가 배인호를 쫓아다녔던 장면뿐이었고, 심지어 전생에 죽어서까지도 배인호를 놓아주지 못했었다.

근데 지금까지도 이걸 남겨두고 있을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매 한 장의 사진도 엄청 깨끗했고, 아마 정성껏 보관한 듯하다.

“배인호 씨가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그 사진첩을 보면서 멍때리곤 했어요. 제가 봤을 땐 속으로 허지영 씨를 엄청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지금 이런 상황이니 허지영 씨에게 행복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 같아요.”

임원희가 문 앞에 서서 나에게 말했다.

“인간이란 물체는 진짜 이상한 것 같아요. 전에 내가 인호 씨를 사랑할 때는 보는 체도 안 해서 그 뒤에 내가 놓아줬는데, 그 뒤에는 인호 씨가 다시 날 따라졌어요. 그러다 지금은 또 내가 다시 인호 씨를 따라다니게 된 상황이고요. 너무 웃기죠?”

나는 사진첩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임원희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인간이란 원래 복잡한 거예요. 특히 감정적인 문제에서요.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언제든지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환생까지 하고 나니 나는 삶의 의미에 대해 알 것 같았다. 한 포인트에서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닌 각자 다른 시기에 자신의 그 심리상태와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기 선택을 비웃지 않는 것, 이게 삶의 의미가 아닐까?

“이젠 씻고 허지영 씨도 휴식해요. 내일 배인호 씨가 오기 전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녀는 내 행동을 이해하는 듯 말했다.

임원희가 나간 뒤 나는 샤워를 하고 머리까지 말린 뒤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아침 8시 좌우에 나는 잠에서 깨었고, 임원희가 나를 깨울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았다.

아래층에 내려가니 죽을 끓이는 향이 났고, 임원희는 나더러 아침을 먹으라더니 이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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