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원희 씨가 일을 그만두는 것은 원치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왔던 길을 돌아가야 했다. 배인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원희 씨 저 대신 전달해 주세요, 그와 얘기하고 싶으니 만약 진짜 냥이를 사랑한다면 나랑 엮이기에 싫으면 나한테 똑바로 말해달라고요,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미련을 안 남길 거니까요.”임원희 씨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제가 전달할게요.”그리고 나는 빠져나왔다. 나는 너무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집에 돌아오자, 그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쫓겨났나요?”“이우범 씨, 전화하게 핸드폰 좀 빌려요.”배인호는 지금 나의 번호를 차단하였기에 연락할 수 없었다.이우범은 거절하지 않았고 전화를 건네주면서 말했다.“인호가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을 알 거예요, 전화 받지 않을 거예요.”나는 이를 알고 있었지만 한번 시도해 보고는 싶었다.나는 배인호의 번호를 찾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 속에서 통화음이 들려왔고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는 꼭 내 전화를 받아야 해, 나랑 잘 설명해야 해’우범의 예상대로 전화는 끊어졌고 내가 다시 걸자고 하자 이우범이 입을 열었다.“다시 걸면 나도 차단당할 것이에요.”나는 뜨끔하고 전화하기를 포기했다.지금 상황에서 임원희 씨가 전달해 주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기다리는 시간은 아주 힘들었다. 나는 반나절 동안 안절부절못해있었다. 이우범이 나의 초조함을 발견하고는 묵묵히 곁에 있어 해 주었다.“나는 나에게 삼일이라는 시간을 줄 거예요, 만약 이 사흘간 그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나에게 명확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면 그가 알았다는 셈 치고 나는 서울에 갈 거예요, 그리고 다시는 그를 찾지 않을 거예요.”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실은 자아 위로를 한 것뿐이었고 이우범이 나를 대응했으면 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말하지 않아 조각상 같았다.내가 나의 결정을 네 명의 단체방에 얘기했더니 박정아는 삽
“그래, 기다릴게.”내가 답했다. 나는 내 마음속의 호기심을 억제할 수 없었고, 냥이가 과연 나한테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했다.이왕 배인호가 그녀더러 나와 이야기해 보라고 한 거면, 그게 즉 배인호의 뜻일 것이다.나는 마음속으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인호가 내 앞에서 직접 말하기는 싫고, 내가 포기하게 만들고 싶으니 냥이더러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하게 한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내가 그를 깔끔히 포기하고 제주도를 떠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이런 가능성까지 생각해 보니 나는 원래 짜증 났던 심정이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분명히 떠날 준비를 하긴 했는데, 직접 그런 말까지 들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 한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공항에 도착 후, 나는 공항입구에서 냥이가 오기를 기다렸고, 이우범도 나와 같이 기다려주었다.약 10분 뒤, 냥이가 배인호의 차로 공항에 도착했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냥이는 내 위치를 확인 후 바로 내 쪽을 향해 걸어왔다.“지영 언니.”“차에 타서 얘기하자.”나는 냥이에게 애써 미소 지어 보이며 말했다.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탔다. 냥이가 차에 타니, 이우범은 얼른 차에서 내렸다.“둘이 얘기해요.”아마 본인까지 차에 있으면 우리가 이야기하기 불편할 거라고 생각한듯했다. 하지만 확실히 그러하다. 어쨌든 감정상으로 얽힌 문제라, 제삼자가 옆에 있으면 말하기도 어색할뿐더러, 나 또한 이우범 앞에서 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이우범이 차에서 내린 뒤, 차 안은 금세 조용해졌고 냥이의 표정 또한 복잡했다. 아마 어떻게 말을 해야 내가 상처를 덜 받을지 고민하고 있는 듯 보였다.“냥이야, 할 말 있으면 바로 해도 돼. 배인호 씨가 너 보고 여기 오라고 한 거 아니야?”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입을 열었고, 그녀 앞에서 불쌍하게 보이기 싫었다.“네, 맞아요. 원래는 어제 나보고 언니한테 말하라고 했는데, 제가 하루 미룬 거예요.”냥이도 애써 웃
배인호가 나를 1년이나 피했다. 나는 내가 여기 며칠은 더 있어도 괜찮을 거라 믿고 있다. 배인호는 일단 어떤 사실을 하나 인정하면 그를 이해시키기 어렵다.이 때문에 일단은 그의 그 고지식한 생각부터 고쳐놔야겠다고 생각했다.냥이가 공항을 떠난 뒤 이우범은 다시 차로 돌아왔다. 조금 전 담배를 피웠는지 그의 몸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전에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사람은 원래부터 변하는 동물이니 나 또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어떻게 됐어요? 뭐래요?”이우범이 물었다.“저 여기 한동안 남아있으려고요. 혹시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비록 나 스스로 어이없긴 하지만 유일하게 생각난 가장 좋은 방법이 이것뿐인 것 같았다.이우범은 살짝 눈빛을 반짝이더니 낮은 소리로 나에게 물었다.“어떤 도움이요? 말해봐요.”나는 내 계획을 이우범에게 말해주었다. 그는 일단 침묵하더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나 또한 조금 전 했던 그 말이 후회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그에게 해명했다.“솔직히 안 들어줘도 괜찮아요. 그냥 현재로서는 이 방법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 이우범 씨한테 있어서는 불공정한 거니까 너무 자신을 강요할 필요 없어요.”이우범은 시선을 거두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몇 초간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에요, 조금 전 어떻게 하면 효과가 가장 좋을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그러면 저 도와주는 거예요?”사실 마음속 한쪽으로는 이우범이 날 도와줄 거라고 믿고는 있었다. 이기적인 소리지만 나도 내 마음속의 그 이기심은 부정할 수가 없다.단지 그가 침묵할 때 나는 내가 괜히 생각이 많은 건 줄 알았는데 그래도 결국은 그래도 내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제가 전에도 말했잖아요.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는 언제든지 들어줄 거라고요.”이우범의 말투에는 별 큰 요동이 없었고, 나는 거기에서 부드러움을 느꼈다.나는 속이 말이 아녔다. 일단 이우범에게 그가 원하는 결과를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그를 이용하고
문을 안 잠갔나?나도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까먹은 것 같았다. 나는 배인호가 냥이를 데리고 다시 이우범의 집으로 돌아와 우리를 찾을 줄은 몰랐다.“같이 밥 먹을래?”이우범은 아주 담담했다. 그는 한편으로 요리하면서 배인호에게 말했다.배인호의 태도는 많이 차가웠지만 남아서 함께 밥을 먹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냥이는 배인호를 밀고서 거실에 가서 기다렸다. 나는 이우범과 함께 요리를 준비했고 조금 지나서 요리들을 완성했다. 나는 예쁜 접시에 담아 식탁으로 옮겼다.배인호는 이미 식탁 옆에 앉아 있었고 냥이도 그의 옆에 있었다. 두 사람은 내가 바쁘게 요리를 옮겨오는 것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우범 씨, 밥 먹어요.”나는 밥을 그릇에 담은 뒤 고개를 돌려 주방을 향해 외쳤다.내가 ‘우범 씨’라고 부를 때 배인호는 나를 조금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못 본 척하며 의자를 가져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이우범은 나의 옆에 앉았다. 긴 식탁에 한쪽에는 배인호와 냥이가 앉았고 반대편에는 나와 이우범이 나란히 앉았다. 분위기는 조금 굳어 있었다.가장 큰 이유는 배인호의 차가운 표정이었다. 그는 많이 먹지 못했다. 대부분 냥이가 그에게 반찬들을 짚어주었지만 그는 거의 먹지 않았다. 샐러드를 두 입 정도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나는 이우범에게 고기를 짚어주었다.“많이 먹어요. 지금 너무 마른 것 같아요.”이우범은 가난한 나라에 가서 1년 동안 훈련했기에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아마도 해외 음식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이우범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짚어준 고기 한 조각을 먹은 뒤 생선 살을 세심하게 발라 나의 그릇에 놓아주었다.“지영 씨도 많이 먹어요, 아직도 너무 말랐어요.”“네, 먹으면 금방 살쪄요. 그것도 복이죠?”나는 이우범을 향해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그릇에 놓은 생선 살을 먹었다. 1년 동안 나는 전보다 더 살이 빠졌다. 아마도 신경 쓸 일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잘 먹지
아프든 안 아프든 치료하고 밴드를 붙여야 했다.나는 서랍에서 밴드를 찾아 이우범의 손가락에 붙여준 뒤 주방을 청소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계획을 시작했다.이번에는 우리 부모님과 정아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도 부모님이 도와주실지 안 도와 주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두 분에게 전화로 이쪽 상황을 말씀드렸다.제주도에서 온 지 며칠 동안 나는 두 분에게 배인호의 상황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기에 두 분은 현재 배인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마비?”엄마는 나의 입에서 나온 두 글자에 깜짝 놀라셨다.“네, 그때 절 구하려다가 지금 하반신에 아무런 감각이 없대요. 걸을 수조차 없어요.”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 배인호가 나를 향해 뛰어오던 장면이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엄마도 그 결과가 이렇게 심각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나는 엄마가 아무 말도 없는 틈에 배인호가 현재 나를 만나려 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모두 엄마에게 말씀드렸고 엄마의 대답을 묵묵히 기다렸다.지금 엄마와 아빠는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전보다 태도가 조금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나를 도와주러 올지는 모르겠다1분 정도 지난 뒤 엄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네 아빠하고 조금 있다가 애들 데리고 갈게. 내일쯤 도착할 거야.”엄마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랐다.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부모님의 동의를 얻었으니 정아와 친구들 설득은 조금 간단했다. 나의 계획을 안 뒤 그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동의했다.모든 일을 다 처리한 뒤 나는 이우범에게도 말했다. 그도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그런 다음 핸드폰으로 드레스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핸드폰 화면을 본 뒤 궁금해서 물었다.“이건 왜 보는 거예요?”“연기지만 제대로 해야죠. 지금 가장 빠르게 드레스를 제작할 수 있는 가게를 찾고 있어요.”이우범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대충 사 입
빈이가 요즘 나를 보러 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는데 작은 문까지 막아놓고 대문도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서울로 돌아갔다는 거짓말까지 했다.빈이는 지금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매일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하는 평범한 한국 학생들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에 나도 거의 빈이를 보지 못했다. 이우범의 말을 들으니 배인호가 빈이에게 숙제를 꽤 많이 내준다고 했다. 거기에 과외까지 잡아주었다고 한다.빈이는 전에 외국에 있었기에 한국의 교육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해 진도가 많이 뒤처져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힘들게 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빈이는 똑똑한 아이였기에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빈아.”배인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빈이의 행동을 제지했다.빈이는 배인호의 차가운 목소리에 작은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마치 또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아련한 표정으로 나를 놓아주며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바라보았다.“아저씨, 지영 아줌마하고 로아와 함께 놀고 싶어요.”빈이 뿐만 아니라 로아도 나의 품에서 허리를 숙여 장난스럽게 빈이의 모리를 잡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로아가 머리를 세게 잡아당길까 봐 아예 내려놓았다. 로아는 바로 빈이에게 달려갔고 잘생긴 오빠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승현이도 그 모습에 이우범의 품에서 내려오겠다고 버둥거렸다.“비 내릴 것 같은데 빈이야, 집에 가서 놀자.”나는 빈이에게 말했다.빈이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배인호가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길 바라고 있을 때 냥이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인호 씨 빈이한테 가서 좀 놀라고 해요.”배인호는 무거운 표정을 하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냥이는 계속 말했다.“인호 씨가 가서 보고 싶은 거 아니에요? 요 며칠 동안 작은 문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면 매일 거기서 듣고 있었잖아요.”알고 보니 요 며칠 동안 배인호는 계속 작은 문 쪽에 앉아 로아와 승현이가 장난치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나는 배인
그 사진은 나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배인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냥이가 이미 말해줬기에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배인호는 심리적인 장애가 더 큰 것 같았다. 그는 자기의 하반신 마비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나를 밀어내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그의 마음속 매듭을 풀어주고 싶을 뿐이다.나는 당연히 빈이에게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빈이는 반드시 배인호에게 가서 말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나는 쪼그리고 앉아 빈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빈이야, 나와 아저씨 일은 이미 지나갔어. 나와 아저씨는 인연이 아닌 거야. 빈이도 봤겠지만 동생들에게는 아빠가 필요해. 그리고 우범 아저씨는 아이들과 아줌마한테도 엄청 잘해주니까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 그래서 아줌마는 이미 결정했어.”“하지만...’빈이는 조금 아쉬워하며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마침 이우범이 걸어 나왔다. 그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빈이는 그를 보자마자 얌전히 입을 닫았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눈치가 빨랐다. 자연스럽게 이우범의 앞에서 배인호의 칭찬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빈이는 환하게 웃으며 나와 이우범을 향해 손을 저었다.“아줌마, 아저씨 저 먼저 갈게요. 다음에 동생들하고 또 놀아주러 올게요.”“그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원희는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나를 향해 웃으며 빈이를 데려갔다.문을 닫은 뒤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를 본 이우범은 다정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우범 씨 날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매번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을 이용했다. 비록 솔직하게 말하고 모든 걸 상의했지만 방금 빈이의 말에 나는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만약 이우범과 내가 함께 한다면 더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여전히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그는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되어 줄 것이다.이우범은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트렸다.“내
“흥분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배인호가 날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나 대신 똑똑히 전해요.”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노성민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사람 정말...”나는 그이 말을 더 듣지 않고 거실로 돌아와 계속 정아 그리고 애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정아는 내가 돌아온 것을 보더니 귓가에 대고 물었다.“이제 어떻게 해? 설마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뭘 어떻게 하긴 계획대로 진행하는 거지.”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배인호는 내가 솔로일 때만 나에게 연락하지 않고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질투할 것이다. 강산은 변해도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정아와 애들은 여기서 일주일 정도 머물기로 했다. 우리는 서둘러 결혼식을 준비했다.위치는 선택하기 쉬웠다. 바닷가는 여기서 멀지 않았다. 하지만 드레스 맞춤 제작에 시간이 오래 결려 결국 기성 드레스를 선택했다.웨딩 플래너팀을 고용해 밤낮으로 바닷가에서 결혼식 현장을 준비했다. 정아와 애들도 모두 가서 도왔고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로아야, 너 나가면 안 돼.””승현아 그 물건은 네가 만지면 안 되는 거야. 여기서 쓰는 물건이야.”“승현이 배고픈가 보다. 지영아, 네가 돌아가서 분유 좀 타와.”결혼식 하루 전날이었다. 결혼식 현장 준비는 거의 다 끝나갔다. 부모님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셨지만 급하게 나오시느라 분유를 가져오시는 걸 깜빡하셨다. 엄마는 나에게 부탁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스쿠터를 타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두 아이의 분유를 한 병씩 탄 뒤 다시 바닷가로 돌아가려고 했다.이때 옆집에 대문이 열리더니 냥이가 나왔다.빨갛게 부은 그녀의 눈을 보니 운 것이 분명했다. 나를 마주치자 그녀는 멈칫했다. 하지만 바로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지영 언니, 바빠요?”“아이들 분유 타러 왔어. 무슨 일이야?”나는 무의식적으로 정원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언니 시간 되면 인호 씨 좀 설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