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우는 나의 병문안을 오겠다고 고집부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지영 누나, 또 살 빠졌어요?”나를 보자마자 기선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요즘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우리 집에 일이 생긴 걸 기선우도 알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도 기선우에게 답장하지 않았다. 그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 피했다.나는 팔을 들어 살폈다. 확실히 살이 빠지긴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백골처럼 보일 것 같았다.“나는 먹어도 살이 안 쪄. 너는, 요즘 어때?”나는 침대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기선우는 한숨을 쉬었다. 어리고 잘생긴 얼굴이 조금 우울해 보였다.“저 다른 도시로 가서 일자리 알아보려고요. 서란이 절 물고 놔주지 않아요. 제가 일하던 곳도 서란이 다 망하게 했어요.”나는 경악했다. 기선우의 일자리를 서란이 모두 뺏어 갔다고?서란은 정말 기선우에게 독하게 대했다. 생존이 걸린 일자리까지 망쳐버린 것은 명백히 기선우를 서울시에서 살아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계획은 있어?”나는 신경이 쓰여 물었다.“아직 모르겠어요. 하나하나 해결해 보려고요. 단지 이제부터 누나 자주 못 볼 것 같아서요.”기선우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나는 위로를 건넸다.“지금 교통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얼굴 보는 건 쉽지. 네가 잘되면 내가 너 찾아갈게. 너도 지금 나한테 많은 일이 생겼다는 거 알잖아.”나는 참지 못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기선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모든 건 다 좋아질 거예요. 누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꼭 잘될 거예요. 제가 누나를 도울 수 있도록 꼭 힘을 키울게요. 누나는 절 남동생처럼 생각해 주고 저도 누날 친누나처럼 생각해요.”기선우의 말에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의 인품과 능력이면 어디로 가든지 꼭 잘될 것이다.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이것이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는 걸.3일 후,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고 서란은 악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여자 귀신 같았다.이 여자 귀신은 끊임없이 내게 질척거릴 것 같았다. 전생에서 내가 미친 듯이 서란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란이 도대체 어떤 수를 써서 배인호를 자기에게 미친 듯이 빠지게 만들었는지 보고 싶었다.“허지영 너 거기서!”서란은 갑자기 화를 내며 나를 불렀다.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서 다행이었다. 안 그러면 또 그녀의 말도 안 되는 말을 또 들어야 했다.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혹시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주칠까 봐 나는 빠른 발걸음으로 호텔을 빠져나왔다.회사에 도착하니 핸드폰에 울렸다. 배인호에게서 온 전화였다.“가면서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내가 왜 당신한테 연락해야 하는데요?”나는 의아했다.“나 차 안 가지고 왔어. 네 차 타고 돌아야 가야 한다고.”배인호의 말투는 나를 꼭 자기 개인 기사로 대하는 것 같았다.“나, 네 차 타고 왔잖아. 이해가 안 돼?”나는 그의 당당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 침묵하다가 물었다.“당신 기사 없어요? 아니면 우지훈한테 데려다 태워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배인호는 차갑게 대답했다.“사람이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지. 네가 날 태워 왔으면 다시 데려다줘야 할 거 아니야.”시작과 끝 좋아하시네. 나는 그가 말도 안 되는 말을 이렇게 잘한다는 것을 예전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나는 더는 배인호의 헛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어 바로 전화를 끊었다.나는 힘든 하루 업무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회사를 나와 엄마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지영 아가씨, 이틀 동안 어떤 남자가 어머니 뵈러 오셨어요. 예전에 여기서 근무하던 의사인 것 같았습니다.”간병인 아주머니가 내게 말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우범일 것이다.상처는 괜찮은지 궁금했다. 그날 밤 배인호와의 싸움으로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었지만, 이우범이 조금 더 심하게 다쳤다.나는 궁금한 것을 참았고 그가 나
내가 전화를 받았을 때 배인호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그의 회사는 여기서 멀지 않았고 꽤 빠르게 도착해 있었다.“얼음 왕자님, 드디어 왔네요. 난 당신이 정말 의리가 없는 줄 알았어요!”배인호를 본 진예림은 신이 나서 달려와 그의 팔을 껴안았다.배인호는 혐오감에 손을 밀어냈다. “좋은 말로 할 때 놔.”진예림의 친구 중 몇몇은 인제야 그녀의 친구가 배인호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매우 놀라고 있었다. 이 소문난 쓰레기를 보고 수군거렸다.진예림은 못마땅해하며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못 만지게 하면 안 만지면 되잖아요. 오늘 당신이 쏠 거죠?”배인호에게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배인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긍정의 뜻과 같았다. 진예림은 즉시 몇몇 친구들에게 말했다.“좋아,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셔도 돼. 이 사람이 쏠 꺼야!”나는 이 자리를 떠날 이유를 어떤 것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며 침묵을 지켰다. 진예림이 나에게 인사하러 왔을 때 나는 입을 열었다.“냥이야, 우리 회사에 갑자기 볼 일이 있어서, 빨리 처리하러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생일을 축하해!”“네? 케이크도 먹지 않고 가려고요?”진예림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많이 급한 일이에요? 아니면 잠시 놀다가 가요. 사람도 많고 재밌는데.”진예림은 정말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은 흥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었고, 전혀 거짓은 없었다.배인호의 표정이 구겨졌다. 내가 일부러 그를 피하려고 핑계를 찾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다음 생일에 또 올게. 선물도 준비하고 케이크도 먹을게.”나는 웃으며 대답했다.진예림은 입술을 삐죽거렸습니다.“쳇, 알겠어요.”오늘의 주인공이 동의했으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배인호가 입을 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내가 계산할 테니, 먼저 먹어요.”진예림이 말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이미 내 뒤를 따라 나왔다.배인호가 직접 계산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을 불러 계산해 달라고 하면 될 것을
이우범이 준 다이아몬드 반지가 생각나서 조금 안타까웠다.그와 다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가 전에 있었던 일을 놓아주기 전까지는 불가능했다.“왜, 이우범이 안타까워요?”배인호는 갑자기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아니요.”나는 생각을 접어두고 침착하게 대답했다.“허허.”배인호는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마음 아프면 마음 아픈 거지. 아니라고 할 게 뭐 있어? 우범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격 있어. 불행하게도 그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뿐이야.”이우범과 나 사이의 문제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가장 없는 사람은 배인호다.나는 화를 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 세상에 당신보다 나한테 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또 있어요?”배인호는 바로 고개를 돌려 나를 흘끗 보았고, 그의 눈빛이 조금 무서워서 못 본 척하고 조용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그 후 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병원 입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차 안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날 잡아.”나를 안에 차에서 내리며 배인호는 나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했다.나는 거절했다. “당신이 안을 필요 없어요. 간호사를 불러줘요.”"발목 접질린 걸로 의료진들까지 고생시켜야겠어?”배인호는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배인호가 나를 안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목에 팔을 느슨하게 감아 그가 불만이 있어도 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양쪽 발목이 삐어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며칠 동안 움직임에 지장이 있었다. 의사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배인호를 보고 말했다. “아내분 잘 보살펴야 해요. 앞으로 며칠은 화장실 가고 샤워하는 것도 불편할 수 있으니까 부부 사이에 도와주는 게 제일 좋습니다.”“선생님, 이 사람은 제 남편이 아니에요.” 나는 의사의 말을 가로막았다.의사는 깜짝 놀랐다.배인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
물론 돈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었고, 집사들은 배인호로부터 넉넉한 금전적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나는 눈을 감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집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집사도 현명하게 더 말하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집사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고 헐렁한 홈웨어로 갈아입었는데, 속옷이든 홈웨어든 모두 내 사이즈에 아주 잘 맞았다.“씻었어?” 배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네, 이제 날 다시 데려다줘도 돼요.”나는 침대에 앉아 대답했다.배인호는 나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내가 얘기했잖아. 밥 먹고 다시 얘기하자고.”내가 말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그는 이미 나를 안으려고 다가왔다. 옆에 있던 집사는 이를 보고 알 수 없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침실을 떠났다.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고,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다.아래층 식탁에는 호화로운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는 식사를 할 수 마음이 전혀 없었다.배인호는 나를 내려놓고 내 옆에 앉았다.“오늘 고마웠어요.”나는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늘 당신 도움을 원하지 않았는데, 사실 당신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냥 서로를 퉁친 정도로 생각해요.”“뭘 퉁친 거야?”배인호는 나에게 물었다.“당신이 나에게 준 상처를 조금 퉁쳤다고 생각하라고요.”나는 배인호의 시선을 침착하게 마주하며 말했다.“너무하진 않죠?”배인호는 나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찬 몇 점을 짚어 주었다.나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배인호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어떤 상처들과 퉁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금방 수학을 배운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느라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저녁 식사 후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배인호는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우르르 쾅!”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밤하늘에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
“쯧, 점점 더 협박하기 좋아한다니까.”배인호가 갑자기 일어나 앉더니 몸을 돌려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나는 숨을 참았다.그가 먼저 나를 협박하니 나도 반격을 한 거지 나는 잘못한 게 없었다.1, 2분간 대치하다가 배인호는 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켜지자 바꾸지 않은 배경 화면이 내 눈에 보였다.이혼하기 전의 겨울, 내가 배인호를 협박해 눈사람을 만든 날 밤, 정원의 시시티브이에 찍힌 장면이었다.바탕화면을 바꾸지 않은 건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했고 배인호와 핑크빛 물결이 감도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오래전인데 아직도 안 바꾼 거야?”배인호가 캐물었다.“그냥 배경 화면일 뿐이에요.”내가 담담하게 말했다.“바꾸지 않았다는 건 이미 다 내려놓았다는 거예요. 더 이상 일부러 추억을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배인호는 듣자마자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핸드폰을 던지며 말했다.“난 허락 안 했어.”그건 배인호의 일이었고 내가 상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배인호가 키스를 해왔다. 그는 일부러 내 입술을 힘껏 깨물었고 나는 아파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나는 손을 들어 배인호를 때리고 싶었지만, 배인호가 한발 빠르게 내 손을 움켜잡았고 두발도 다쳐 움직일 수 없는 터라 반항은 할 수 없었다.배인호의 키스는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고 부드러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복수와 징벌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고 이러다간 숨 막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드디어 그가 키스를 멈추었지만, 뜨거운 촉감은 목으로 그리고 가슴 쪽으로 번져갔고 나는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짐승!”“보다 못해?”배인호는 일부러 동작을 멈추고 내 말을 받아쳤다. 나는 약이 올라 숨이 턱턱 막혔다.“너 지금 반신불수 상태라 하기가 불편하잖아. 근데 계속 나 자극하면 너도 같이 기분 나빠지게 하는 수밖에.”배인호의 말은 파렴치하고 비겁했다.만약 전생에
문자를 보내고 나니 배인호가 껍질을 다 깐 새하얀 계란을 내 앞에 놓아 주고는 다시 팔을 거두었다.“먹어.”“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나는 내가 언변의 왕 기질이 있다는 걸 느꼈다. 배인호가 무엇을 하든 간에 한 번씩은 꼭 반항을 하고 싶었다.배인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직접 까서 먹어. 먹고 혼자서 걸어나가.”배인호는 내가 손발이 불편한 틈을 타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를 괴롭히고 있다.나는 혼자서 걸어 나갈 수 없는데 이 기사님은 들어올 수 없으니 결국 나는 배인호가 없으면 안 되었다.나는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그 계란을 집어 들어 두 입 만에 먹어 치웠다. 그러자 배인호는 샌드위치를 내 쪽으로 밀며 말했다.“잘 먹네. 더 먹어.”“켁켁...”나는 목이 메어 자기도 모르게 기침이 나갔다.배인호의 감시하에 나는 아침을 많이 먹었다. 마지막엔 따듯한 우유까지 한 잔 마셨더니 조금 더부룩한 느낌이었다.어젯밤 나한테 배인호의 좋은 점을 얘기해주던 아줌마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애매함과 야유가 섞여 있었다.“다 먹었어요. 빨리 나가요.”나는 일부러 그 도우미 아줌마의 시선을 무시하고 배인호를 재촉했다.배인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사람의 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안아 올리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밤새 내린 비 때문에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옷깃을 타고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추위에 목을 움츠렸다. 배인호는 물웅덩이를 밟으며 나를 자신의 차까지 데려다주었다.차가 청담동 밖으로 나오자, 내 차가 보였다. 이 기사님이 차 밖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인호의 차가 서서히 멈춰서자, 이 기사님이 바로 차 문을 열어주었다.“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휠체어가 필요하신 거예요?”“발을 삐끗해서 걷기가 조금 불편해서요.”나는 이 기사님을 향해 손을 뻗었다.“저 좀 잡아주세요. 차에서 내려 볼게요.”이 기사님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나를 잡아주려고 하는데 배인호가
“어떤 여자들 인생에는 여자들끼리 경쟁하는 것만 있나 봐요. 쯧, 남자 쫓아다니는 건 사실 쪽팔리는 게 아닌데 어떤 여자들은 꼭 사람들 보기에 저급한 수단을 쓰니까 역겨운 거죠.”냥이가 턱을 괴며 말했다.“잉? 근데 전에 폭로된 녹음 파일 들어보니까 서란 씨 너무 잔머리 많이 굴렸다고...”“닥쳐요!”서란이 발끈하더니 이를 악물고 냥이에게 경고했다.냥이는 나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눈을 찡긋했다. 일부러 서란을 약 올리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냥이는 보면 볼수록 재밌는 여자 같았다. 그러니 배인호도 귀찮아하면서 차단하지 않는 거겠지.민예솔이 서란의 팔을 잡아당겼다. 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민예솔은 서란과 좋은 친구 사이가 된 다음부터 전체적으로 우울해진 것 같았고 하루 종일 축 처진 상태로 보였다.민예솔은 나를 경계하며 서란을 타일렀다.“허지영한테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자.”“그래, 지훈 오빠도 우리 기다리고 있잖아. 가까운 사람이 기회도 많다고 나도 있는데 인호 씨랑 얘기 나눌 수 있게 기회 많이 찾아줄게. 인연은 꼭 이루어지니까 걱정하지 마.”유정이 가슴을 치며 약속했다.유정의 말이 맞았다. 우지훈이라는 관계가 있는 한 서란은 배인호를 만날 기회가 있다.배인호와 우지훈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라 큰 모순이 없는 한 이 우정을 끊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전에 우지훈이 배 씨 그룹의 라이벌 회사 책임자를 만난 걸 배인호는 알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우지훈은 수상한 점이 많았지만 나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다.“가자.”서란이 아무 표정 없이 대답하고는 돌아서더니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고 비명을 질렀다.이때 배인호와 우지훈 그리고 박준 세 사람이 문 앞에 나타났다. 우리 자리는 꽤 눈에 띄는 자리라 그들은 서란이 쓰러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우지훈이 제일 급해 보였고 제일 처음으로 달려왔다. 먼저 유정에게 괜찮은지 확인하고는 서란을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서란 씨,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