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는 음악이 시끄럽게 울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배인호를 빼곤 듣는다고 해도 무슨 뜻인지 모를 것이다.그의 눈빛이 유감스러움과 애달픔으로 깊게 물들었다. 그는 손을 올려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대신 닦아 주었다.“미안해.”“오늘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근데 내 집은? 어디 있어요? 그 차갑고 텅텅 빈 그 집? 아니야...”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배인호 씨. 우리 결혼 했을 때, 매일 나 혼자 그 생기 없는 빌라를 지켰잖아요. 거기가 내 집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당신하고 이혼해도 난 여전히 만신창이이고 부모님의 집도 잃고 여전히 난 혼자예요. 정아 말이 맞았어. 당신이 날 망치고 있는 거야.”배인호의 손짓이 멈췄다. 그는 나의 턱을 조금 힘주어 잡았다. 나의 고개를 들어 자기와 시선을 맞추게 하고 미련이 흘러넘치는 말을 뱉었다.“난 네가 계속 나한테 매달렸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펜 하나가 안 보여도 날 귀찮게 해줬으면 좋겠다고.”“난 더 이상 당신한테 안 매달려요. 배인호 씨.”나는 취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날 속여서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 말아요. 난 이미 벌어진 모든 걸 받아들였어요.”배인호의 눈빛은 바로 깊어졌고 얼굴에 먹구름이 낀 것 같았다.“계속 날 화나게 하지 마.”“우리 부모님도 이미 저렇게 되셨는데, 당신이 뭘 갖고 날 더 협박할 수 있는데요?”“네 어머니가 평생을 바쳐서 일궈낸 회사를 포기할 거야?”배인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잔인하게 웃었다.“내가 즐거울 땐 널 도와줘도, 기분 나쁘면 설상가상으로 널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고. 알겠어?”나의 얼굴에 미소가 굳었다. 맞다. 엄마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회사를 무너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내가 요즘 일에 목을 맨 것도 모두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 아니었던가?배인호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든지 나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잡아냈다.“지금은 나하고 가. 아니면 결과는 네가 책임져야 할 거야.”배인호는 몸
나는 바로 입을 꾹 닫았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순순히 나를 안고 들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 술기운을 빌어 손을 들어 배인호의 뺨을 세게 때렸다.“짝!”손바닥이 뺨에 부딪히는 소리가 청량하게 울렸고 배인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품 안에 안겨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었다.“역시 술은 사람을 담대하게 만드네. 조금 있다가 후회하지 마!”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이미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예전과 똑같았다. 심지어 공기까지 익숙했다. 익숙하게 배치된 가구들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내가 멍을 때리고 있을 때 배인호는 긴 다리로 나를 안고 2층 침실로 향했다.다시 내가 직접 꾸민 침실에 돌아오니 아픈 기억 들이 떠올랐다.그때 나는 배인호와의 달콤한 신혼 생활을 기대하며 설레는 환상을 가지고 신혼 침대를 거금을 들여 특별히 제작했었다.결국 나 혼자서 몇 년간 잘 잤다. 킹사이즈 침대가 싱글 침대가 되었다.“날 왜 여기로 데려와요?”나는 침대에 눕혀졌고 술기운에 나는 힘이 없어 그저 누운 채로 물었다.배인호는 코트를 벗더니 또 나의 앞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에 입은 스웨터와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결국 배인호의 다 벗은 건장한 상반신을 보게 되었다. 더러워진 옷은 빨래통에 넣고 일부러 나에게 야릇하게 물었다.“뭐가? 남녀가 한 침대에서 자는데 뭘 하겠어?”“우리가 잠자리를 안 가져 본 것도 아니고, 지금 억지로 할 건 아니죠?”나는 냉정하게 물었다.“넌 그러면 지금 뭐로 내 상처를 보상해 줄 건데?”배인호는 침대 옆으로 서서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까만 눈동자로 나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어보았다.그 눈빛의 원초적인 욕망이 가득해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배인호와 다시 어떠한 관계도 발생하고 싶지 않았다.아까 그를 이용해 이우범을 자극 한 걸 내가 몸으로 갚아야 한다고?나는 갑자기 후회되었다. 누구를 이용하더라도 배인호를 이용하면
“너 죽고 싶어?”배인호가 고함을 질렀다. 손을 뻗어 서란의 목을 졸랐다. 온몸에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서란은 목이 졸리며 몸이 공중에 떠져 호흡할 기회조차 없었다.하지만 배인호는 빠르게 서란을 한쪽으로 던지고 두세 걸음에 나의 옆으로 다가와 내가 상처를 입지 않았는지 살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왼쪽 볼에 염산이 한두 방울 튀었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아픔을 무시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바로 마른 타월을 가져와 나의 볼을 닦아 주려고 했다. 그리고 젖은 타월로 살살 닦아 주었다.“병원에 가 보자!”배인호는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려다가 서란을 쳐다보았다. 그는 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준은 바로 달려와서 서란을 감시하기로 했다.서란의 눈에는 조금의 후회도 없었고 오히려 복수를 해 통쾌해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도우미 두 사람을 불러 서란을 감시하게 하고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서 검사받고 치료를 받았다. 상황은 괜찮았다. 최악인 것은 이후에도 뺨에 작은 상처 두 개가 남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다.약을 바르는 데 나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의 침대에서 바로 잠이 들었다.잠에서 깨니 미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배인호가 점심 식사를 가지고 병실로 들어왔다.“너 심각한 영양실조래, 한동안 입원해서 치료받아야 해.”배인호는 점심 식사를 테이블에 차려 놓으며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회사로 출근하려고?”“나 건강해요, 영양 부족은 많이 먹으면 괜찮아질 거고요.”지금 나는 회사 일이 걱정되었다.배인호는 나를 막았다.“밥부터 먹어.”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배인호를 바라보았다.“나한테 관심 좀 꺼줄래요?”“3일 동안 입원해. 화진 그룹과의 계약은 내가 대신 미팅할 테니까.”배인호는 인내심을 갖고 나를 달랬다.“너 요 며칠 동안 계속 화진 그룹하고 계약하려던 거 아니야?”배인호는 나의 일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하고
기선우는 나의 병문안을 오겠다고 고집부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지영 누나, 또 살 빠졌어요?”나를 보자마자 기선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요즘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우리 집에 일이 생긴 걸 기선우도 알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도 기선우에게 답장하지 않았다. 그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 피했다.나는 팔을 들어 살폈다. 확실히 살이 빠지긴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백골처럼 보일 것 같았다.“나는 먹어도 살이 안 쪄. 너는, 요즘 어때?”나는 침대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기선우는 한숨을 쉬었다. 어리고 잘생긴 얼굴이 조금 우울해 보였다.“저 다른 도시로 가서 일자리 알아보려고요. 서란이 절 물고 놔주지 않아요. 제가 일하던 곳도 서란이 다 망하게 했어요.”나는 경악했다. 기선우의 일자리를 서란이 모두 뺏어 갔다고?서란은 정말 기선우에게 독하게 대했다. 생존이 걸린 일자리까지 망쳐버린 것은 명백히 기선우를 서울시에서 살아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계획은 있어?”나는 신경이 쓰여 물었다.“아직 모르겠어요. 하나하나 해결해 보려고요. 단지 이제부터 누나 자주 못 볼 것 같아서요.”기선우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나는 위로를 건넸다.“지금 교통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얼굴 보는 건 쉽지. 네가 잘되면 내가 너 찾아갈게. 너도 지금 나한테 많은 일이 생겼다는 거 알잖아.”나는 참지 못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기선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모든 건 다 좋아질 거예요. 누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꼭 잘될 거예요. 제가 누나를 도울 수 있도록 꼭 힘을 키울게요. 누나는 절 남동생처럼 생각해 주고 저도 누날 친누나처럼 생각해요.”기선우의 말에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의 인품과 능력이면 어디로 가든지 꼭 잘될 것이다.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이것이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는 걸.3일 후,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고 서란은 악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여자 귀신 같았다.이 여자 귀신은 끊임없이 내게 질척거릴 것 같았다. 전생에서 내가 미친 듯이 서란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란이 도대체 어떤 수를 써서 배인호를 자기에게 미친 듯이 빠지게 만들었는지 보고 싶었다.“허지영 너 거기서!”서란은 갑자기 화를 내며 나를 불렀다.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서 다행이었다. 안 그러면 또 그녀의 말도 안 되는 말을 또 들어야 했다.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혹시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주칠까 봐 나는 빠른 발걸음으로 호텔을 빠져나왔다.회사에 도착하니 핸드폰에 울렸다. 배인호에게서 온 전화였다.“가면서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내가 왜 당신한테 연락해야 하는데요?”나는 의아했다.“나 차 안 가지고 왔어. 네 차 타고 돌아야 가야 한다고.”배인호의 말투는 나를 꼭 자기 개인 기사로 대하는 것 같았다.“나, 네 차 타고 왔잖아. 이해가 안 돼?”나는 그의 당당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 침묵하다가 물었다.“당신 기사 없어요? 아니면 우지훈한테 데려다 태워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배인호는 차갑게 대답했다.“사람이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지. 네가 날 태워 왔으면 다시 데려다줘야 할 거 아니야.”시작과 끝 좋아하시네. 나는 그가 말도 안 되는 말을 이렇게 잘한다는 것을 예전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나는 더는 배인호의 헛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어 바로 전화를 끊었다.나는 힘든 하루 업무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회사를 나와 엄마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지영 아가씨, 이틀 동안 어떤 남자가 어머니 뵈러 오셨어요. 예전에 여기서 근무하던 의사인 것 같았습니다.”간병인 아주머니가 내게 말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우범일 것이다.상처는 괜찮은지 궁금했다. 그날 밤 배인호와의 싸움으로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었지만, 이우범이 조금 더 심하게 다쳤다.나는 궁금한 것을 참았고 그가 나
내가 전화를 받았을 때 배인호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그의 회사는 여기서 멀지 않았고 꽤 빠르게 도착해 있었다.“얼음 왕자님, 드디어 왔네요. 난 당신이 정말 의리가 없는 줄 알았어요!”배인호를 본 진예림은 신이 나서 달려와 그의 팔을 껴안았다.배인호는 혐오감에 손을 밀어냈다. “좋은 말로 할 때 놔.”진예림의 친구 중 몇몇은 인제야 그녀의 친구가 배인호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매우 놀라고 있었다. 이 소문난 쓰레기를 보고 수군거렸다.진예림은 못마땅해하며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못 만지게 하면 안 만지면 되잖아요. 오늘 당신이 쏠 거죠?”배인호에게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배인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긍정의 뜻과 같았다. 진예림은 즉시 몇몇 친구들에게 말했다.“좋아,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셔도 돼. 이 사람이 쏠 꺼야!”나는 이 자리를 떠날 이유를 어떤 것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며 침묵을 지켰다. 진예림이 나에게 인사하러 왔을 때 나는 입을 열었다.“냥이야, 우리 회사에 갑자기 볼 일이 있어서, 빨리 처리하러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생일을 축하해!”“네? 케이크도 먹지 않고 가려고요?”진예림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많이 급한 일이에요? 아니면 잠시 놀다가 가요. 사람도 많고 재밌는데.”진예림은 정말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은 흥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었고, 전혀 거짓은 없었다.배인호의 표정이 구겨졌다. 내가 일부러 그를 피하려고 핑계를 찾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다음 생일에 또 올게. 선물도 준비하고 케이크도 먹을게.”나는 웃으며 대답했다.진예림은 입술을 삐죽거렸습니다.“쳇, 알겠어요.”오늘의 주인공이 동의했으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배인호가 입을 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내가 계산할 테니, 먼저 먹어요.”진예림이 말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이미 내 뒤를 따라 나왔다.배인호가 직접 계산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을 불러 계산해 달라고 하면 될 것을
이우범이 준 다이아몬드 반지가 생각나서 조금 안타까웠다.그와 다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가 전에 있었던 일을 놓아주기 전까지는 불가능했다.“왜, 이우범이 안타까워요?”배인호는 갑자기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아니요.”나는 생각을 접어두고 침착하게 대답했다.“허허.”배인호는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마음 아프면 마음 아픈 거지. 아니라고 할 게 뭐 있어? 우범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격 있어. 불행하게도 그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뿐이야.”이우범과 나 사이의 문제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가장 없는 사람은 배인호다.나는 화를 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 세상에 당신보다 나한테 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또 있어요?”배인호는 바로 고개를 돌려 나를 흘끗 보았고, 그의 눈빛이 조금 무서워서 못 본 척하고 조용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그 후 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병원 입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차 안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날 잡아.”나를 안에 차에서 내리며 배인호는 나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했다.나는 거절했다. “당신이 안을 필요 없어요. 간호사를 불러줘요.”"발목 접질린 걸로 의료진들까지 고생시켜야겠어?”배인호는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배인호가 나를 안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목에 팔을 느슨하게 감아 그가 불만이 있어도 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양쪽 발목이 삐어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며칠 동안 움직임에 지장이 있었다. 의사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배인호를 보고 말했다. “아내분 잘 보살펴야 해요. 앞으로 며칠은 화장실 가고 샤워하는 것도 불편할 수 있으니까 부부 사이에 도와주는 게 제일 좋습니다.”“선생님, 이 사람은 제 남편이 아니에요.” 나는 의사의 말을 가로막았다.의사는 깜짝 놀랐다.배인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
물론 돈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었고, 집사들은 배인호로부터 넉넉한 금전적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나는 눈을 감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집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집사도 현명하게 더 말하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집사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고 헐렁한 홈웨어로 갈아입었는데, 속옷이든 홈웨어든 모두 내 사이즈에 아주 잘 맞았다.“씻었어?” 배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네, 이제 날 다시 데려다줘도 돼요.”나는 침대에 앉아 대답했다.배인호는 나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내가 얘기했잖아. 밥 먹고 다시 얘기하자고.”내가 말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그는 이미 나를 안으려고 다가왔다. 옆에 있던 집사는 이를 보고 알 수 없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침실을 떠났다.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고,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다.아래층 식탁에는 호화로운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는 식사를 할 수 마음이 전혀 없었다.배인호는 나를 내려놓고 내 옆에 앉았다.“오늘 고마웠어요.”나는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늘 당신 도움을 원하지 않았는데, 사실 당신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냥 서로를 퉁친 정도로 생각해요.”“뭘 퉁친 거야?”배인호는 나에게 물었다.“당신이 나에게 준 상처를 조금 퉁쳤다고 생각하라고요.”나는 배인호의 시선을 침착하게 마주하며 말했다.“너무하진 않죠?”배인호는 나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찬 몇 점을 짚어 주었다.나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배인호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어떤 상처들과 퉁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금방 수학을 배운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느라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저녁 식사 후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배인호는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우르르 쾅!”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밤하늘에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