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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애인을 둔 사람의 각오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여기는 서울시 교외의 한 낡은 동네다. 90년대 말에 지은 직원 복지 아파트 단지 옆에 이미 폐업한 대형 화학공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서중석은 이 화학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여기의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다.

10년 전, 화학공장에 부도가 났고 배 씨 가문에 인수되었다. 하지만 그 뒤 별다른 계획 없이 계속 이곳에 방치해두고 있었다. 만약 어느 날 계획이 생긴다면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단지들을 모조리 철거해야 한다.

자본가는 피도 눈물도 없다. 배인호 같은 천생 장사꾼은 더 계략에 능했다. 그가 허락한 철거 보상금은 딱 표준선을 맞췄고 한 푼도 더 주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배인호가 서란을 위해 자선가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말이다.

서중석이 대표로 배인호와 면담했고 충돌을 예상했지만 배인호는 의외로 배중석에게 매우 친절했다. 곧이어 배상 표준을 바꿨고 입주민들 모두 표준선을 훌쩍 넘는 금액을 보상받게 되었다.

이러한 행보는 서란을 화나게 하면서도 감동받게 했다. 화나는 건 이러한 상황을 애초에 배인호가 만들었다는 거고 감동받은 건 배인호가 그녀를 위해 이렇게 많은 걸 해줬다는 거였다.

나는 차 안에 앉아 단지에 켜진 불들을 올려다보며 사색에 잠겼다.

전생에 나는 배인호가 철거 보상 방안을 바꾼 사실을 알고 아빠한테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막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배인호가 여자 하나를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계산해 보니 그때는 배인호가 서란을 쫓아다닌지 반년쯤 되던 때였다. 반년밖에 안되었는데 이렇게 그녀에 미쳐있었다는 거다.

서란이 몇 동 몇 호에 사는지까지는 모르는 터라 나는 차를 운전해 크지 않은 단지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담장도 없고 경비도 없는지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에는 편했다.

마침 한바퀴를 다 돌았을 때 익숙한 부가티 한대가 보였다.

배인호가 올블랙 차림으로 차 앞에 기대어 있었다. 긴 다리로 차에 편안하게 기대어 있었고 머리는 살짝 아래로 떨구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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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분 뒤, 기선우가 전화를 걸어왔다. 말투는 몹시 황송했다.“누나, 이 돈 뭐예요? 학비쯤은 제가 마련할 수 있어요.”“너 아직 학생이고 공부가 본분이야. 학점 때문에 졸업 못하면 어떡해?”침대에 누운 채로 전화를 받아서 그런지 나는 목소리가 조금 풀려있었다.“누나 말 들어. 서울대 좋은 학교야. 시간을 알바에만 쏟아붓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졸업해서 좋은 직장 얻으면 그때 갚아도 돼.”“그래도 저는...”기선우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목이 메는 듯했다.내 마음도 씁쓸해졌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간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단순한 애를 잘 이용하고 있다. 기선우는 내가 착한 줄로만 알고 있다. 사실은 양의 탈을 쓴 승냥이인데 말이다.기선우 같은 출신으로 서울대에 입학하고 서울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더 큰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서란만 빼면 나는 기선우와 같은 불굴의 성품을 가진 사람을 진심으로 좋게 보고 있다.“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앞으로 돈 부족하면 나한테 얘기해. 후원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졸업해서 직장 찾으면 그때 갚으면 돼. 그래도 마음에 걸리면 이자 조금 보태서 갚으면 돼.”나는 이렇게 덧붙였다.이 정도 돈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기선우를 도우면서 내 마음도 조금은 편해질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였다.기선우도 많이 쪼들렸을 게 뻔했다. 아니면 개강 전날까지 알바할 리가 없었다.전화를 끊고 기선우는 돈을 받았다. 그러고는 카톡을 보내왔다.「고마워요 누나. 앞으로 꼭 갚을게요.」 답장은 하지 않았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잠에 들었다.이튿날 일찍 잠에서 깬 나는 정성껏 치장을 했다. 하얀 드레스는 우아함을 자아냈고 연한 화장으로 미모를 더 뽐냈다. 첼로를 챙겨 이기사와 서울대로 향했다.학교로 다시 돌아오니 감개무량했다. 생기발랄한 신입생들을 보아하니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가 떠올랐다. 엊그제 같았다.그때의 나는 기쁨에 들떠있었다. 배인호가 다니는 학교에 합격해 그와 학우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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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 우린 먼저 가볼게.”배인호가 화를 꾹꾹 누르며 이우범한테 이렇게 말하고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이우범은 그렇게 계속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이미 내 목적을 간파한 듯했다.배인호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 끌려가다가 넘어질 뻔했다.“인호 씨 뭐 잘못 먹었어요? 화장실 가서 옷 바꿔 입을 시간은 줘야죠.”나도 화가 나서 배인호에게 막말을 해댔다.배인호는 그제서야 내가 왜 이우범을 시켜 생리대를 사다 달라고 했는지 생각난 듯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빨리 바꿔 입고 나와!”나는 손목을 문질렀다. 배인호는 진짜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손목에 멍이 들 지경이었다.서란은 나와 몸무게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데 그녀가 과연 배인호를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배인호와 서란이 침대에 같이 있는 상상을 했다. 처음에 배인호는 무조건 억지로 밀어붙일 테지만 서란도 점점 그에게 빠져들 것이다. 그에 따라 잠자리도 점점 부드러워질 것이다.‘미쳤지, 미쳤어. 왜 이런 야릇한 상상을 하고 그래!’나는 신속히 옷을 갈아입고 이상한 상상을 머리속에서 지우고는 화장실에서 나갔다.배인호가 나를 보더니 말했다.“가자.”화가 많이 가라앉은 듯했다.나는 친구들이 있는 채팅방에 문자를 했다. 그러고는 배인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생각과는 달리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를 운전하는 조각상 같았다.집에 도착했고 배인호는 혼자서 서재로 향했다. 나는 바로 쉬고 싶어 얼른 샤워하러 갔다.머리를 말리고 나오는데 배인호가 들어왔다. 무슨 눈빛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허지영, 얘기 좀 하자.”배인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는 머리를 끄덕였다.10분 뒤, 나는 배인호의 뜻을 대략 정리했다.어떻게 놀든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이 조항에 부가적인 요구가 더 생겼다. 그와 친구 사이인 사람과는 절대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에 말했던 인스타에 올리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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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 얼굴도 보여준 적 없는 배인호가 나한테 비굴해지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전생에 수모를 겪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내가 배인호의 천생연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기선우는 달랐다. 그는 환생을 하지 않았으니 서란이 왜 이렇게 충동적으로 헤어지자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는 빨리 취하고 싶은지 쉬지 않고 술을 들이부었다.옆에 앉은 나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한번 환생한 사람으로서 배인호에게 처참하게 당하고 싶지 않으면 헤어지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배인호가 이렇게 빨리 뜻을 이루는게 싫었다.“누나. 저 진짜 라니 많이 사랑해요. 우리 집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라니보다 부족한 남자인 건 알지만 노력하려고 했어요...”기선우는 이미 많이 마셨고 주사를 부리기 시작했다.“알지, 다 알지.”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경쟁자가 많긴 했지만 라니는 끝내 저를 선택했어요. 그때는 진짜 째질 듯이 기뻤고요. 후회하지 않게 하겠다고 맹세했어요. 그런 라니가 왜 변한 걸까요? 저 이제 어떡해요? 가슴이 진짜 너무 아파요...”기선우는 눈이 빨개서 울분을 토해냈다.너무 불쌍했다. 기선우가 계속해서 술을 들이부으려고 하는 걸 막았다.“너무 슬퍼하지 마. 변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생각해 봐. 그 문자는 그냥 대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고 근데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거잖아. 성공했으면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지는 않겠지.”기선우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축 처진 채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이번엔 달라요. 전에도 이런 상황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오해할 가봐 저한테 먼저 남김없이 다 말해줬었거든요.”“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 거야. 이럼 어때? 시간 봐서 밥 먹자고 라니랑 약속 잡아볼게. 얘기도 좀 해보고.”나는 기선우를 애써 달랬다.“고마워요 누나.”기선우가 애써 웃어 보였다.“고마울 것까지. 우리 친구잖아.”얼마 뒤 기선우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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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씨 그룹 3% 지분이 나에게 유혹이 큰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빈털터리로 나간다고 해서 굶어죽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이 시비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생활을 꿈꿀 수 있다.“안돼.”배인호의 망설임 없는 대답은 매우 의외였다.“인호 씨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내가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나는 끝내는 못 참고 그에게 귀띔했다.서란을 보름 정도 쫓아다녔으니 그녀의 남다른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여자 연예인들한테도 이렇게 마음을 쓴 적이 없었다.배인호의 눈까풀이 축 처져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지나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진 않을 거야.”배인호처럼 총명한 사람이 왜 감정에서는 이렇게 무디고 기어코 끝을 보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는 한숨이 쉬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튿날 기선우가 문자를 보내왔다.「누나. 저 라니랑 잘 풀었어요. 좋은 말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 꼭 밥살게요.」잠깐의 생각에 잠겼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 배인호의 기분이 안 좋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샤워를 마치고 아침 먹으러 내려왔다. 배인호는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윤 집사님, 아침 메뉴는 뭐예요?”그를 지나쳐 다이닝룸으로 갔다.“소고기 탕면이에요. 어제 계란 조림을 좀 했는데 좋아하시면 탕면에 하나 놓아 드릴게요. 맛있어요.”윤 집사가 이렇게 말하며 면을 담기 시작했다. 푹 곤 제비집과 과일도 준비했다.구미가 당긴 나는 앉아서 먹기 시작했고 얼마 뒤 배인호도 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윤 집사가 똑같은 아침을 대령했다.밥을 먹던 중 배인호의 전화기 울렸다. 확인한 그의 얼굴이 티 나게 어두워졌고 두 숟가락쯤 뜬 탕면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내일 오전 9시 우리 집으로 가는 거 잊지 마요.”나는 배인호가 까먹지 않게 귀띔했다.배인호는 대꾸하지 않고 거실에서 사라졌다.서란의 문자일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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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배인호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배인호는 여전히 내키는 대로 할 것이다. 그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이 서란을 손에 넣지 않고서는 포기란 없을 것이다.서란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죄책감에 때문에 나를 보기가 힘들어 배인호를 더 거세게 피하고 거절하겠지만 돌아오는 건 배인호의 더 강력한 수단일 것이다.기선우는 배인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기선우에게 알려준다고 한들 그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나랑 원 나이트를 보내 배인호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거, 아마 그뿐일 것이다.“그럼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예요?”이우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이제 알겠죠. 나는 속고 있는게 아니라 이혼하고 싶은데 인호 씨가 안 해주는 거예요.”마음속에 씁쓸함이 피어올랐다.“그래서 이우범씨가 더이상 배인호씨 막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이우범은 내가 배인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는 배인호와 같이 자랐고 그만큼 우리의 10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이우범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보였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확신해요?”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힘차게 말했다.“네. 확신해요!”이우범이 그 뒤로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헤어질 때가 되어사야 그가 한마디 했다.“체념하는 것도 좋아요.”예전에 나는 너무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잡고 놓지 않으면 반드시 호응이 있을 줄 알았다.이우범은 방관자로서 이 결혼이 나만의 일방적인 고집임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나는 전례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도 끝내 내가 배인호를 내려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고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아빠 생신을 축하드리러 가봐야 해서 이튿날 조금 빨리 잠에서 깼다. 선물을 준비하고 배인호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우리 집 가는 거 잊지 마요.”저번생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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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란의 전화였다.배인호는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다. 언제 어디서든 서란의 전화는 바로 받는 것 같았다. 아무리 허울뿐인 아내라지만 내가 옆에 있어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무슨 일이야? 울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배인호는 얘기했다.“거기서 기다려. 지금 당장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배인호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나에게 내리라고 재촉했다.“택시 타고 가. 아니면 기사 부르던지. 여기서 기다리면 금방 올 거야.”“왜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급한 일이라 가 봐야 해.”배인호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어디로 가는데요? 나도 같이 가요. 다른 일도 없는데.”나는 일부러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나는 배인호가 거절할 줄 알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잔인한 눈빛을 하고 웃었다.“정말로 같이 갈 거야?”서란에게 곤란한 일이 생겨 도와주러 가는 것 같았다. 가서 배인호가 다른 여자를 도와주는 장면을 보면 분명 질투가 날 것 같았다.배인호는 아마 내 마음이 불편해 지길 바랄 것이다. 그래야 내가 그와의 결혼을 후회 할 테니.”나는 간단하게 말했다.“그래요. 가죠.”배인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악셀을 밟아 빠르게 출발했다.차는 한 쇼핑몰 앞에 도착했다. 내가 차에서 내려 둘러 보고 있는 사이 배인호는 쇼핑몰 안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나도 급하게 뒤따라 6층에 도착하니 레스토랑들이 있었다. 한 일식집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5분쯤 지나 배인호와 서란이 함께 나왔다. 서란은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다.배인호는 손으로 서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겨우 정신을 다잡으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대략 서란이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일식집의 식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연어에 기생충 알이 있어 사장님에게 말했지만 일이 커져 주방에 갇히게 된 것 같았다

최신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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