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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헤어질까

“들어가, 우린 먼저 가볼게.”

배인호가 화를 꾹꾹 누르며 이우범한테 이렇게 말하고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이우범은 그렇게 계속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이미 내 목적을 간파한 듯했다.

배인호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 끌려가다가 넘어질 뻔했다.

“인호 씨 뭐 잘못 먹었어요? 화장실 가서 옷 바꿔 입을 시간은 줘야죠.”

나도 화가 나서 배인호에게 막말을 해댔다.

배인호는 그제서야 내가 왜 이우범을 시켜 생리대를 사다 달라고 했는지 생각난 듯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빨리 바꿔 입고 나와!”

나는 손목을 문질렀다. 배인호는 진짜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손목에 멍이 들 지경이었다.

서란은 나와 몸무게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데 그녀가 과연 배인호를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배인호와 서란이 침대에 같이 있는 상상을 했다. 처음에 배인호는 무조건 억지로 밀어붙일 테지만 서란도 점점 그에게 빠져들 것이다. 그에 따라 잠자리도 점점 부드러워질 것이다.

‘미쳤지, 미쳤어. 왜 이런 야릇한 상상을 하고 그래!’

나는 신속히 옷을 갈아입고 이상한 상상을 머리속에서 지우고는 화장실에서 나갔다.

배인호가 나를 보더니 말했다.

“가자.”

화가 많이 가라앉은 듯했다.

나는 친구들이 있는 채팅방에 문자를 했다. 그러고는 배인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생각과는 달리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를 운전하는 조각상 같았다.

집에 도착했고 배인호는 혼자서 서재로 향했다. 나는 바로 쉬고 싶어 얼른 샤워하러 갔다.

머리를 말리고 나오는데 배인호가 들어왔다. 무슨 눈빛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허지영, 얘기 좀 하자.”

배인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10분 뒤, 나는 배인호의 뜻을 대략 정리했다.

어떻게 놀든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이 조항에 부가적인 요구가 더 생겼다. 그와 친구 사이인 사람과는 절대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에 말했던 인스타에 올리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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