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도 보여준 적 없는 배인호가 나한테 비굴해지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전생에 수모를 겪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내가 배인호의 천생연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기선우는 달랐다. 그는 환생을 하지 않았으니 서란이 왜 이렇게 충동적으로 헤어지자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는 빨리 취하고 싶은지 쉬지 않고 술을 들이부었다.옆에 앉은 나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한번 환생한 사람으로서 배인호에게 처참하게 당하고 싶지 않으면 헤어지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배인호가 이렇게 빨리 뜻을 이루는게 싫었다.“누나. 저 진짜 라니 많이 사랑해요. 우리 집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라니보다 부족한 남자인 건 알지만 노력하려고 했어요...”기선우는 이미 많이 마셨고 주사를 부리기 시작했다.“알지, 다 알지.”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경쟁자가 많긴 했지만 라니는 끝내 저를 선택했어요. 그때는 진짜 째질 듯이 기뻤고요. 후회하지 않게 하겠다고 맹세했어요. 그런 라니가 왜 변한 걸까요? 저 이제 어떡해요? 가슴이 진짜 너무 아파요...”기선우는 눈이 빨개서 울분을 토해냈다.너무 불쌍했다. 기선우가 계속해서 술을 들이부으려고 하는 걸 막았다.“너무 슬퍼하지 마. 변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생각해 봐. 그 문자는 그냥 대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고 근데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거잖아. 성공했으면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지는 않겠지.”기선우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축 처진 채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이번엔 달라요. 전에도 이런 상황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오해할 가봐 저한테 먼저 남김없이 다 말해줬었거든요.”“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 거야. 이럼 어때? 시간 봐서 밥 먹자고 라니랑 약속 잡아볼게. 얘기도 좀 해보고.”나는 기선우를 애써 달랬다.“고마워요 누나.”기선우가 애써 웃어 보였다.“고마울 것까지. 우리 친구잖아.”얼마 뒤 기선우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고 나
배씨 그룹 3% 지분이 나에게 유혹이 큰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빈털터리로 나간다고 해서 굶어죽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이 시비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생활을 꿈꿀 수 있다.“안돼.”배인호의 망설임 없는 대답은 매우 의외였다.“인호 씨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내가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나는 끝내는 못 참고 그에게 귀띔했다.서란을 보름 정도 쫓아다녔으니 그녀의 남다른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여자 연예인들한테도 이렇게 마음을 쓴 적이 없었다.배인호의 눈까풀이 축 처져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지나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진 않을 거야.”배인호처럼 총명한 사람이 왜 감정에서는 이렇게 무디고 기어코 끝을 보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는 한숨이 쉬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튿날 기선우가 문자를 보내왔다.「누나. 저 라니랑 잘 풀었어요. 좋은 말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 꼭 밥살게요.」잠깐의 생각에 잠겼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 배인호의 기분이 안 좋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샤워를 마치고 아침 먹으러 내려왔다. 배인호는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윤 집사님, 아침 메뉴는 뭐예요?”그를 지나쳐 다이닝룸으로 갔다.“소고기 탕면이에요. 어제 계란 조림을 좀 했는데 좋아하시면 탕면에 하나 놓아 드릴게요. 맛있어요.”윤 집사가 이렇게 말하며 면을 담기 시작했다. 푹 곤 제비집과 과일도 준비했다.구미가 당긴 나는 앉아서 먹기 시작했고 얼마 뒤 배인호도 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윤 집사가 똑같은 아침을 대령했다.밥을 먹던 중 배인호의 전화기 울렸다. 확인한 그의 얼굴이 티 나게 어두워졌고 두 숟가락쯤 뜬 탕면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내일 오전 9시 우리 집으로 가는 거 잊지 마요.”나는 배인호가 까먹지 않게 귀띔했다.배인호는 대꾸하지 않고 거실에서 사라졌다.서란의 문자일 가능성이 컸다
내가 배인호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배인호는 여전히 내키는 대로 할 것이다. 그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이 서란을 손에 넣지 않고서는 포기란 없을 것이다.서란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죄책감에 때문에 나를 보기가 힘들어 배인호를 더 거세게 피하고 거절하겠지만 돌아오는 건 배인호의 더 강력한 수단일 것이다.기선우는 배인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기선우에게 알려준다고 한들 그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나랑 원 나이트를 보내 배인호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거, 아마 그뿐일 것이다.“그럼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예요?”이우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이제 알겠죠. 나는 속고 있는게 아니라 이혼하고 싶은데 인호 씨가 안 해주는 거예요.”마음속에 씁쓸함이 피어올랐다.“그래서 이우범씨가 더이상 배인호씨 막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이우범은 내가 배인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는 배인호와 같이 자랐고 그만큼 우리의 10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이우범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보였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확신해요?”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힘차게 말했다.“네. 확신해요!”이우범이 그 뒤로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헤어질 때가 되어사야 그가 한마디 했다.“체념하는 것도 좋아요.”예전에 나는 너무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잡고 놓지 않으면 반드시 호응이 있을 줄 알았다.이우범은 방관자로서 이 결혼이 나만의 일방적인 고집임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나는 전례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도 끝내 내가 배인호를 내려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고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아빠 생신을 축하드리러 가봐야 해서 이튿날 조금 빨리 잠에서 깼다. 선물을 준비하고 배인호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우리 집 가는 거 잊지 마요.”저번생의 오늘
서란의 전화였다.배인호는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다. 언제 어디서든 서란의 전화는 바로 받는 것 같았다. 아무리 허울뿐인 아내라지만 내가 옆에 있어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무슨 일이야? 울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배인호는 얘기했다.“거기서 기다려. 지금 당장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배인호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나에게 내리라고 재촉했다.“택시 타고 가. 아니면 기사 부르던지. 여기서 기다리면 금방 올 거야.”“왜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급한 일이라 가 봐야 해.”배인호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어디로 가는데요? 나도 같이 가요. 다른 일도 없는데.”나는 일부러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나는 배인호가 거절할 줄 알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잔인한 눈빛을 하고 웃었다.“정말로 같이 갈 거야?”서란에게 곤란한 일이 생겨 도와주러 가는 것 같았다. 가서 배인호가 다른 여자를 도와주는 장면을 보면 분명 질투가 날 것 같았다.배인호는 아마 내 마음이 불편해 지길 바랄 것이다. 그래야 내가 그와의 결혼을 후회 할 테니.”나는 간단하게 말했다.“그래요. 가죠.”배인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악셀을 밟아 빠르게 출발했다.차는 한 쇼핑몰 앞에 도착했다. 내가 차에서 내려 둘러 보고 있는 사이 배인호는 쇼핑몰 안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나도 급하게 뒤따라 6층에 도착하니 레스토랑들이 있었다. 한 일식집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5분쯤 지나 배인호와 서란이 함께 나왔다. 서란은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다.배인호는 손으로 서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겨우 정신을 다잡으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대략 서란이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일식집의 식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연어에 기생충 알이 있어 사장님에게 말했지만 일이 커져 주방에 갇히게 된 것 같았다
“사모님,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윤 집사는 배인호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식탁으로 걸어갔다. 밥을 다 먹고 샤워를 한 다음 잠에 들었다. 그와의 일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민정이 와 드레스를 맞추러 가야겠다. 마침 어머님께서 내게 문자를 보내셨다. 문자에 이삼십 가지 한약재 이름이 쓰여 있었다. 「지영아. 너 사람 보내서 한의원에 가서 이렇게 지어서 인호 먹여. 하루에 두 번 먹이면 될 거야」나는 잠결에 문자를 보냈다.「어머니 어떤 약이에요?」「인호 몸보신 좀 시키려고, 이렇게 지내다간 나랑 너희 아버지는 언제 손주 손녀 한번 안아 보겠니?」나는 바로 거절 하고 싶었다. 배인호는 아무 문제 없었다. 그리고 내가 먹으라고 한다고 먹을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망설이다가 알겠다고 문자를 했다.「네. 그런데 마실지 안 마실지는 모르겠어요.」어머님은 아주 큰 오케이 이모티콘을 보내셨다 「걱정하지 말아. 너는 가서 지어오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렴.」다음날 나는 윤 집사를 보내 한약을 지어 오게 했다. 그녀는 약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사모님, 혹시 어디 편찮으세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어머님께서 인호 씨 약 지어주신 거에요. 빨리 손주 보고 싶으시다고요.” 나는 윤 집사의 물음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윤 집사도 알고 있어야 이다음 배인호와 서란이 허락해 달라고 할때, 이 불쌍한 전처를 떠올릴 것이다. “사모님, 저희 친척 중에 한의사 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의 약이 그렇게 용하다고 합니다. 제가 한번 물어봐 드릴까요?”윤 집사는 좋은 마음으로 내게 말했다. “그래요? 잘됐네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며칠 뒤에 가서 몇 첩 지어다 주세요. 먹어볼게요.”나는 기쁜척 얘기했다.“정말 효용이 있으면 제가 월급 올려 드릴게요.” “사모님 아닙니다. 제거 오늘 가서 알아볼게요.”윤 집사는 조금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래요.
내가 서란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건 대부분의 사람의 삶이었다. 나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아버지의 노력 성과를 나도 같이 누리며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더 좋은 경제 기반을 가졌다. 나도 서란의 삶을 한번 겪어보고 싶었다. 그녀가 하는 일, 좋아하는 음식, 그녀의 옷 스타일. “맛있네!”민정이는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초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도 야끼토리를 더 시켰다 민정이는 결혼하고 만약 자기가 일찍 결혼하면 집에서 태교하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음악가의 꿈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네가 고집만 피우지 않았어도 너희 집에서 조금 도와줬다면 벌써 유명한 가수가 됐을 거야.”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한 게임에서 만약 내가 무조건 이긴다면 난 시작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민정이는 입을 삐쭉였다.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나는 분명 마지막엔 배인로와 서란이 함께 할 것이러는 걸 알면서도 뒤에서 이렇게 수작을 부리니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쇼핑을 즐기고는 크고 작은 쇼핑백들을 갖고 집에 갔다. 나의 페라메라는 정비를 맡겨 이 기사 보고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는 오늘 검은색 링컨 차량을 몰고 왔다. 나는 쇼핑백들을 뒷자리에 겨우 다 넣고 조수석에 앉았다“ 집으로 가죠!” 윤 집사의 일 처리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윤 집사는 이미 친척이 하는 한의원에 가서 10첩을 지어왔다. 테이블에 정연하게 놓여 있었다“사모님 매번 한 첩씩 하루에 두 번 드시면 된다고 했어요. 제다 달여 드릴게요“윤 집사는 주동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 “네, 괜히 윤 집사님이 고생하시네요. 얼마죠? 제가 드릴게요.”나는 지갑을 꺼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사모임. 저번에 제가 화장품 깨트리고 배상도 못 했는데. 이건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윤 집사는 손을 저었다. 나는 더 건네지 않고 고맙
정력제의 효과가 이렇게 빨리 나타나나? 윤 집사 친척이 설마 비아그라를 넣은 건 아니겠지?나는 손으로 배인호의 가슴 대고 막았다. 머리가 윙윙 울렸다. 물로 샤워 먼저 해봐요!”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비록 배인호의 몸을 수년간 원했지만 우리는 곧 이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몸을 섞을 필요가 없었다. 배인호는 두 팔을 나의 어깨 옆에 놓고 가뒀다. 이런 각도에서 그를 놀려다 보아도 그의 미모는 여전히 완벽했다. 그는 아직 이성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눈빛에서 한순간 고민하는 게 보였다“씻었는데 소용이 없어. 계속 말해봐.” “그럼, 텐프로 아가씨라도 부를래요?”나는 입을 열었다. “기다릴 수 없어.”배인호는 이 말을 마치고 욕망에 사로잡힌 짐승으로 변했다. 내가 거부할 수 없었다. 성냥개비 처럼 마른 팔이 끊어질 것 같았고 힘으로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배인호한테는 그저 약의 작용 때문이다. 그는 그저 빨리 약효를 배출하고 싶어 어떤 전희도 고려하지 않았다. 삽입하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멈추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긴장했다 눈빛은 한층 더 깊어져 떨렸다 “너…처음이야?”배인호는 생각지도 못한듯했다.“…”나는 사랑도 없고 그저 아프기만 한 첫 경험에 화가 났다.”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안 할 거면 꺼져! 배인호는 미간이 점차 풀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여 내게 키스했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눈빛에는 좋아하는 것 같았다.“할 거야.” 다들 남자는 여자의 순결에 약하다고 한다. 사랑하지 않더라도 처음이면 그도 성취감이 들것이다. 자기 사람이 되었다는 미묘한 감정이 들것이다.내 느낌에 배인호는 십중팔구 그런 사람이다. 그는 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괜히 한마디 뱉었다.“나는 네가 진짜 바람이라도 피운 줄 알았어.” “당신은 양심이 없어도 난 있어요.”나는 바로 그 말을 받아쳤다. 예전에 내 스캔들 진짜인지 가짜인지 너 몰라?”배인호는 이미 온몸에 땀이었다. 탄탄한 근육에 투명한 땀방울 흘러내려 호르몬이 폭발하는 것
정아의 전투력은 확실히 강했다. 만약 노성민과 박준이 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정아한테 반쯤 죽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정아를 끌로 말했다.“정아야. 상여자는 남자하고 싸우지 않아 우리 가자” “흥, 노성민 너 이 새끼 내가 기억했어. 담에 또 걸리면 여자가 얼마만큼 무서워질수 있는지 보여줄 거야!”정아는 노성민을 째려보았다. 나는 정아의 의리에 마음속 깊이 감동했다. 이제부터 그녀에게 밥을 사야겠다. 정아는 평소 밤을 새우며 놀기 때문에 피부관리에 신경 쓴다. 나는 그녀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피부에 가장 좋은 거라고 얘기했더니 비웃으며 말했다.“지영아, 가끔은 호르몬 분비가 피부에 제일 좋아. 우리 이제 30대가 거의 되는데 섹스는 필수라고.!”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머릿속이 어젯밤 배인호와 뒹군 장면이 떠올랐다.그도 그럴 것이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 그래도 오늘 집을 나설 때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꼭 긴 가뭄에 단비를 맞은 느낌이다. “나 요즘 아는 연예인 있는데. 꽤 잘생겼어. 이제 곧 드라마 몇 개 찍으면 꼭 뜰 거라던데 소개해 줄까? ”정아는 내가 말이 없으니 또 앞서나가 말했다. “나 아직 이혼 안 했어.”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곧 할거잖아? 미리 애인도 만들어 놔야지!”정아는 호탕하게 대답했다. 나도 멀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양다리를 걸친다면 기준은 기선우일 것이다. 그의 신분이 나에게 심리적 평형을 가져다준다. 그런 게 아니라면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 “맞다. 민정이 이번 주말에 약혼식 올린다고 해서 우리 시간 맞춰서 여행 가기로 했는데. 나랑 세희는 좋다고 했어. 너는 갈 거야?”정아가 물었다. “어디로 갈 건데?”내가 물었다.“잠시 몰디브로 정했어. 소네바 자니 섬이 좋아서. 거기 가서 며칠 쉬고 오자.”정아는 빨리 놀러 가고 싶은지 들떠있었다. 그녀는 내게 경고했다.“너 꼭 와야 해,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