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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차 얻어타기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20 18:52:26
내가 배인호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배인호는 여전히 내키는 대로 할 것이다. 그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이 서란을 손에 넣지 않고서는 포기란 없을 것이다.

서란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죄책감에 때문에 나를 보기가 힘들어 배인호를 더 거세게 피하고 거절하겠지만 돌아오는 건 배인호의 더 강력한 수단일 것이다.

기선우는 배인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기선우에게 알려준다고 한들 그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나랑 원 나이트를 보내 배인호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거, 아마 그뿐일 것이다.

“그럼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예요?”

이우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제 알겠죠. 나는 속고 있는게 아니라 이혼하고 싶은데 인호 씨가 안 해주는 거예요.”

마음속에 씁쓸함이 피어올랐다.

“그래서 이우범씨가 더이상 배인호씨 막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우범은 내가 배인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는 배인호와 같이 자랐고 그만큼 우리의 10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이우범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보였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신해요?”

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힘차게 말했다.

“네. 확신해요!”

이우범이 그 뒤로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헤어질 때가 되어사야 그가 한마디 했다.

“체념하는 것도 좋아요.”

예전에 나는 너무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잡고 놓지 않으면 반드시 호응이 있을 줄 알았다.

이우범은 방관자로서 이 결혼이 나만의 일방적인 고집임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나는 전례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도 끝내 내가 배인호를 내려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고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아빠 생신을 축하드리러 가봐야 해서 이튿날 조금 빨리 잠에서 깼다. 선물을 준비하고 배인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우리 집 가는 거 잊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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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란의 전화였다.배인호는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다. 언제 어디서든 서란의 전화는 바로 받는 것 같았다. 아무리 허울뿐인 아내라지만 내가 옆에 있어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무슨 일이야? 울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배인호는 얘기했다.“거기서 기다려. 지금 당장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배인호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나에게 내리라고 재촉했다.“택시 타고 가. 아니면 기사 부르던지. 여기서 기다리면 금방 올 거야.”“왜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급한 일이라 가 봐야 해.”배인호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어디로 가는데요? 나도 같이 가요. 다른 일도 없는데.”나는 일부러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나는 배인호가 거절할 줄 알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잔인한 눈빛을 하고 웃었다.“정말로 같이 갈 거야?”서란에게 곤란한 일이 생겨 도와주러 가는 것 같았다. 가서 배인호가 다른 여자를 도와주는 장면을 보면 분명 질투가 날 것 같았다.배인호는 아마 내 마음이 불편해 지길 바랄 것이다. 그래야 내가 그와의 결혼을 후회 할 테니.”나는 간단하게 말했다.“그래요. 가죠.”배인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악셀을 밟아 빠르게 출발했다.차는 한 쇼핑몰 앞에 도착했다. 내가 차에서 내려 둘러 보고 있는 사이 배인호는 쇼핑몰 안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나도 급하게 뒤따라 6층에 도착하니 레스토랑들이 있었다. 한 일식집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5분쯤 지나 배인호와 서란이 함께 나왔다. 서란은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다.배인호는 손으로 서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겨우 정신을 다잡으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대략 서란이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일식집의 식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연어에 기생충 알이 있어 사장님에게 말했지만 일이 커져 주방에 갇히게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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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2화 우연한 만남

    “사모님,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윤 집사는 배인호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식탁으로 걸어갔다. 밥을 다 먹고 샤워를 한 다음 잠에 들었다. 그와의 일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민정이 와 드레스를 맞추러 가야겠다. 마침 어머님께서 내게 문자를 보내셨다. 문자에 이삼십 가지 한약재 이름이 쓰여 있었다. 「지영아. 너 사람 보내서 한의원에 가서 이렇게 지어서 인호 먹여. 하루에 두 번 먹이면 될 거야」나는 잠결에 문자를 보냈다.「어머니 어떤 약이에요?」「인호 몸보신 좀 시키려고, 이렇게 지내다간 나랑 너희 아버지는 언제 손주 손녀 한번 안아 보겠니?」나는 바로 거절 하고 싶었다. 배인호는 아무 문제 없었다. 그리고 내가 먹으라고 한다고 먹을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망설이다가 알겠다고 문자를 했다.「네. 그런데 마실지 안 마실지는 모르겠어요.」어머님은 아주 큰 오케이 이모티콘을 보내셨다 「걱정하지 말아. 너는 가서 지어오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렴.」다음날 나는 윤 집사를 보내 한약을 지어 오게 했다. 그녀는 약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사모님, 혹시 어디 편찮으세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어머님께서 인호 씨 약 지어주신 거에요. 빨리 손주 보고 싶으시다고요.” 나는 윤 집사의 물음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윤 집사도 알고 있어야 이다음 배인호와 서란이 허락해 달라고 할때, 이 불쌍한 전처를 떠올릴 것이다. “사모님, 저희 친척 중에 한의사 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의 약이 그렇게 용하다고 합니다. 제가 한번 물어봐 드릴까요?”윤 집사는 좋은 마음으로 내게 말했다. “그래요? 잘됐네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며칠 뒤에 가서 몇 첩 지어다 주세요. 먹어볼게요.”나는 기쁜척 얘기했다.“정말 효용이 있으면 제가 월급 올려 드릴게요.” “사모님 아닙니다. 제거 오늘 가서 알아볼게요.”윤 집사는 조금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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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3화 무슨 약을 먹인 거야

    내가 서란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건 대부분의 사람의 삶이었다. 나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아버지의 노력 성과를 나도 같이 누리며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더 좋은 경제 기반을 가졌다. 나도 서란의 삶을 한번 겪어보고 싶었다. 그녀가 하는 일, 좋아하는 음식, 그녀의 옷 스타일. “맛있네!”민정이는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초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도 야끼토리를 더 시켰다 민정이는 결혼하고 만약 자기가 일찍 결혼하면 집에서 태교하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음악가의 꿈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네가 고집만 피우지 않았어도 너희 집에서 조금 도와줬다면 벌써 유명한 가수가 됐을 거야.”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한 게임에서 만약 내가 무조건 이긴다면 난 시작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민정이는 입을 삐쭉였다.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나는 분명 마지막엔 배인로와 서란이 함께 할 것이러는 걸 알면서도 뒤에서 이렇게 수작을 부리니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쇼핑을 즐기고는 크고 작은 쇼핑백들을 갖고 집에 갔다. 나의 페라메라는 정비를 맡겨 이 기사 보고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는 오늘 검은색 링컨 차량을 몰고 왔다. 나는 쇼핑백들을 뒷자리에 겨우 다 넣고 조수석에 앉았다“ 집으로 가죠!” 윤 집사의 일 처리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윤 집사는 이미 친척이 하는 한의원에 가서 10첩을 지어왔다. 테이블에 정연하게 놓여 있었다“사모님 매번 한 첩씩 하루에 두 번 드시면 된다고 했어요. 제다 달여 드릴게요“윤 집사는 주동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 “네, 괜히 윤 집사님이 고생하시네요. 얼마죠? 제가 드릴게요.”나는 지갑을 꺼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사모임. 저번에 제가 화장품 깨트리고 배상도 못 했는데. 이건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윤 집사는 손을 저었다. 나는 더 건네지 않고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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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4화 약 효과는 강력했다

    정력제의 효과가 이렇게 빨리 나타나나? 윤 집사 친척이 설마 비아그라를 넣은 건 아니겠지?나는 손으로 배인호의 가슴 대고 막았다. 머리가 윙윙 울렸다. 물로 샤워 먼저 해봐요!”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비록 배인호의 몸을 수년간 원했지만 우리는 곧 이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몸을 섞을 필요가 없었다. 배인호는 두 팔을 나의 어깨 옆에 놓고 가뒀다. 이런 각도에서 그를 놀려다 보아도 그의 미모는 여전히 완벽했다. 그는 아직 이성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눈빛에서 한순간 고민하는 게 보였다“씻었는데 소용이 없어. 계속 말해봐.” “그럼, 텐프로 아가씨라도 부를래요?”나는 입을 열었다. “기다릴 수 없어.”배인호는 이 말을 마치고 욕망에 사로잡힌 짐승으로 변했다. 내가 거부할 수 없었다. 성냥개비 처럼 마른 팔이 끊어질 것 같았고 힘으로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배인호한테는 그저 약의 작용 때문이다. 그는 그저 빨리 약효를 배출하고 싶어 어떤 전희도 고려하지 않았다.  삽입하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멈추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긴장했다 눈빛은 한층 더 깊어져 떨렸다 “너…처음이야?”배인호는 생각지도 못한듯했다.“…”나는 사랑도 없고 그저 아프기만 한 첫 경험에 화가 났다.”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안 할 거면 꺼져! 배인호는 미간이 점차 풀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여 내게 키스했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눈빛에는 좋아하는 것 같았다.“할 거야.” 다들 남자는 여자의 순결에 약하다고 한다. 사랑하지 않더라도 처음이면 그도 성취감이 들것이다. 자기 사람이 되었다는 미묘한 감정이 들것이다.내 느낌에 배인호는 십중팔구 그런 사람이다. 그는 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괜히 한마디 뱉었다.“나는 네가 진짜 바람이라도 피운 줄 알았어.” “당신은 양심이 없어도 난 있어요.”나는 바로 그 말을 받아쳤다. 예전에 내 스캔들 진짜인지 가짜인지 너 몰라?”배인호는 이미 온몸에 땀이었다. 탄탄한 근육에 투명한 땀방울 흘러내려 호르몬이 폭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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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5화 함께 가자

    정아의 전투력은 확실히 강했다. 만약 노성민과 박준이 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정아한테 반쯤 죽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정아를 끌로 말했다.“정아야. 상여자는 남자하고 싸우지 않아 우리 가자” “흥, 노성민 너 이 새끼 내가 기억했어. 담에 또 걸리면 여자가 얼마만큼 무서워질수 있는지 보여줄 거야!”정아는 노성민을 째려보았다. 나는 정아의 의리에 마음속 깊이 감동했다. 이제부터 그녀에게 밥을 사야겠다. 정아는 평소 밤을 새우며 놀기 때문에 피부관리에 신경 쓴다. 나는 그녀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피부에 가장 좋은 거라고 얘기했더니 비웃으며 말했다.“지영아, 가끔은 호르몬 분비가 피부에 제일 좋아. 우리 이제 30대가 거의 되는데 섹스는 필수라고.!”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머릿속이 어젯밤 배인호와 뒹군 장면이 떠올랐다.그도 그럴 것이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 그래도 오늘 집을 나설 때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꼭 긴 가뭄에 단비를 맞은 느낌이다. “나 요즘 아는 연예인 있는데. 꽤 잘생겼어. 이제 곧 드라마 몇 개 찍으면 꼭 뜰 거라던데 소개해 줄까? ”정아는 내가 말이 없으니 또 앞서나가 말했다. “나 아직 이혼 안 했어.”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곧 할거잖아? 미리 애인도 만들어 놔야지!”정아는 호탕하게 대답했다. 나도 멀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양다리를 걸친다면 기준은 기선우일 것이다. 그의 신분이 나에게 심리적 평형을 가져다준다. 그런 게 아니라면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 “맞다. 민정이 이번 주말에 약혼식 올린다고 해서 우리 시간 맞춰서 여행 가기로 했는데. 나랑 세희는 좋다고 했어. 너는 갈 거야?”정아가 물었다. “어디로 갈 건데?”내가 물었다.“잠시 몰디브로 정했어. 소네바 자니 섬이 좋아서. 거기 가서 며칠 쉬고 오자.”정아는 빨리 놀러 가고 싶은지 들떠있었다. 그녀는 내게 경고했다.“너 꼭 와야 해,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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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긋한 샤워를 마치고 스킨케어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배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나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생한 후 내 방에 들어오는 횟수가 왜 이렇게 늘어나는 걸까?“왜 내가 민정 씨 약혼식에 참석하는 게 싫어?”차분한 말투로 내 화장대에 다가온 배인호는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기대어 섰다. 블랙 슬랙스를 입은 긴 다리가 테이블보다 더 높았다.“싫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너무 예민한 것 같네요.”“이우범이 같이 가니까?”배인호는 눈을 내리깔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우범이 참석하는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아니 인호 씨,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솔직하게 말해요. 우리 사이에 돌려 말하지 말고요.”나는 손가락 끝으로 팩에 원을 그리며 부드럽게 문지른 뒤 마사지기를 사용해 흡수를 촉진했다.“내가 말했잖아. 각자 즐기는 건 터치 안 해도 내 주위 사람은 건드리지 않기로, 이렇게 빨리 잊었어?”배인호의 몸에서 차가운 공기가 뿜어져 나왔고 목소리는 더욱 깊어졌다.나는 말문이 막히고 혼란스러웠다.“이우범과 내가 무슨 사이라고 누가 말했어요?”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혹시 노성민이 뭐라고 했어요?”지난번 벨라 에스테틱에서 일어난 일을 노성민이 입이 가벼워 배인호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전에 이우범에게 생리대를 사다 달라고 부탁한 일 또한 배인호를 깊이 의심하게 했을 것이다. 그처럼 많은 것을 이룬 남자는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노련하고 용의주도함으로는 더하면 더했지! 비즈니스 업계에서 수십 년 일한 늙은 여우들 못지않았다. 나와 이우범은 서로의 이름과 생김새를 아는 것 외에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설명해 봐.”배인호는 똑바로 서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뭘 설명하라고요? 난 그 사람에 대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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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7화 갈등

    우리는 평화롭게 밤을 보냈다. 나의 축복을 받은 배인호는 다시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람 시계가 울렸고 나는 멍하니 일어났는데 배인호는 일찍 일어나 정장을 차려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배인호는 참 독한 사람이다. 추진력도 강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나는 그가 늦잠을 자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중요한 일에 절대로 지장을 주는 일이 없었다.그를 보니 전형적인 유럽인 체격에 아시안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키가 클 뿐만 아니라 보통 남자보다 체격도 더 컸고 근육도 탄탄하고 강했다. 옷을 입으면 날씬해 보였지만 옷을 벗으면 잘 자리 잡은 근육들이 눈에 들어왔다.“뭘 보고 있는 거야? 빨리 일어나서 옷 입어.”배인호는 넥타이를 매고 나를 쳐다보았다.“아.”나는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블루계열의 오프숄더 드레스를 골랐다. 스커트가 머메이드 디자인이라 조금 타이트했지만 우아하면서도 너무 튀지 않았다. 발렌티노 누드핑크 하이힐을 꺼내 신은 뒤 화장대로 가서 화장을 시작했다. 배인호는 이미 침실을 나갔다.오늘은 민정이가 주인공이기에 내가 예쁘게 꾸밀 필요가 없기에 간단하게 옅은 화장을 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윤 집사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배인호는 이미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며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윤 집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윤 집사님, 오늘 저희 친구 결혼식 참석할 거예요. 점심에 식사 준비하실 필요 없으세요.”나는 자리에 앉으며 윤 집사에게 말했다.“네.”윤 집사는 알겠다고 대답했다.내가 식사를 반쯤 먹었을 때 배인호는 이미 다 먹고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차에서 기다릴게.”“네.”나는 대답하며 속으로 삐쭉거렸다.‘같이 차를 타고 가자고?’5분 후 나는 서둘러 배인호의 차에 타고 클라우드 호텔로 출발했다.약혼식은 점심 12시에 시작했고 나는 민정이 친구이기에 일찍 간다지만 배인호가 왜 이렇게 적극적인지 알 수 없었다.정아와 세희 우리는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고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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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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