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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차 얻어타기

내가 배인호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배인호는 여전히 내키는 대로 할 것이다. 그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이 서란을 손에 넣지 않고서는 포기란 없을 것이다.

서란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죄책감에 때문에 나를 보기가 힘들어 배인호를 더 거세게 피하고 거절하겠지만 돌아오는 건 배인호의 더 강력한 수단일 것이다.

기선우는 배인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기선우에게 알려준다고 한들 그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나랑 원 나이트를 보내 배인호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거, 아마 그뿐일 것이다.

“그럼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예요?”

이우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제 알겠죠. 나는 속고 있는게 아니라 이혼하고 싶은데 인호 씨가 안 해주는 거예요.”

마음속에 씁쓸함이 피어올랐다.

“그래서 이우범씨가 더이상 배인호씨 막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우범은 내가 배인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는 배인호와 같이 자랐고 그만큼 우리의 10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이우범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보였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신해요?”

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힘차게 말했다.

“네. 확신해요!”

이우범이 그 뒤로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헤어질 때가 되어사야 그가 한마디 했다.

“체념하는 것도 좋아요.”

예전에 나는 너무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잡고 놓지 않으면 반드시 호응이 있을 줄 알았다.

이우범은 방관자로서 이 결혼이 나만의 일방적인 고집임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나는 전례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도 끝내 내가 배인호를 내려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고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아빠 생신을 축하드리러 가봐야 해서 이튿날 조금 빨리 잠에서 깼다. 선물을 준비하고 배인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우리 집 가는 거 잊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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