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의 전투력은 확실히 강했다. 만약 노성민과 박준이 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정아한테 반쯤 죽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정아를 끌로 말했다.“정아야. 상여자는 남자하고 싸우지 않아 우리 가자” “흥, 노성민 너 이 새끼 내가 기억했어. 담에 또 걸리면 여자가 얼마만큼 무서워질수 있는지 보여줄 거야!”정아는 노성민을 째려보았다. 나는 정아의 의리에 마음속 깊이 감동했다. 이제부터 그녀에게 밥을 사야겠다. 정아는 평소 밤을 새우며 놀기 때문에 피부관리에 신경 쓴다. 나는 그녀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피부에 가장 좋은 거라고 얘기했더니 비웃으며 말했다.“지영아, 가끔은 호르몬 분비가 피부에 제일 좋아. 우리 이제 30대가 거의 되는데 섹스는 필수라고.!”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머릿속이 어젯밤 배인호와 뒹군 장면이 떠올랐다.그도 그럴 것이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 그래도 오늘 집을 나설 때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꼭 긴 가뭄에 단비를 맞은 느낌이다. “나 요즘 아는 연예인 있는데. 꽤 잘생겼어. 이제 곧 드라마 몇 개 찍으면 꼭 뜰 거라던데 소개해 줄까? ”정아는 내가 말이 없으니 또 앞서나가 말했다. “나 아직 이혼 안 했어.”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곧 할거잖아? 미리 애인도 만들어 놔야지!”정아는 호탕하게 대답했다. 나도 멀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양다리를 걸친다면 기준은 기선우일 것이다. 그의 신분이 나에게 심리적 평형을 가져다준다. 그런 게 아니라면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 “맞다. 민정이 이번 주말에 약혼식 올린다고 해서 우리 시간 맞춰서 여행 가기로 했는데. 나랑 세희는 좋다고 했어. 너는 갈 거야?”정아가 물었다. “어디로 갈 건데?”내가 물었다.“잠시 몰디브로 정했어. 소네바 자니 섬이 좋아서. 거기 가서 며칠 쉬고 오자.”정아는 빨리 놀러 가고 싶은지 들떠있었다. 그녀는 내게 경고했다.“너 꼭 와야 해, 전에
향긋한 샤워를 마치고 스킨케어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배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나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생한 후 내 방에 들어오는 횟수가 왜 이렇게 늘어나는 걸까?“왜 내가 민정 씨 약혼식에 참석하는 게 싫어?”차분한 말투로 내 화장대에 다가온 배인호는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기대어 섰다. 블랙 슬랙스를 입은 긴 다리가 테이블보다 더 높았다.“싫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너무 예민한 것 같네요.”“이우범이 같이 가니까?”배인호는 눈을 내리깔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우범이 참석하는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아니 인호 씨,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솔직하게 말해요. 우리 사이에 돌려 말하지 말고요.”나는 손가락 끝으로 팩에 원을 그리며 부드럽게 문지른 뒤 마사지기를 사용해 흡수를 촉진했다.“내가 말했잖아. 각자 즐기는 건 터치 안 해도 내 주위 사람은 건드리지 않기로, 이렇게 빨리 잊었어?”배인호의 몸에서 차가운 공기가 뿜어져 나왔고 목소리는 더욱 깊어졌다.나는 말문이 막히고 혼란스러웠다.“이우범과 내가 무슨 사이라고 누가 말했어요?”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혹시 노성민이 뭐라고 했어요?”지난번 벨라 에스테틱에서 일어난 일을 노성민이 입이 가벼워 배인호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전에 이우범에게 생리대를 사다 달라고 부탁한 일 또한 배인호를 깊이 의심하게 했을 것이다. 그처럼 많은 것을 이룬 남자는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노련하고 용의주도함으로는 더하면 더했지! 비즈니스 업계에서 수십 년 일한 늙은 여우들 못지않았다. 나와 이우범은 서로의 이름과 생김새를 아는 것 외에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설명해 봐.”배인호는 똑바로 서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뭘 설명하라고요? 난 그 사람에 대해 잘
우리는 평화롭게 밤을 보냈다. 나의 축복을 받은 배인호는 다시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람 시계가 울렸고 나는 멍하니 일어났는데 배인호는 일찍 일어나 정장을 차려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배인호는 참 독한 사람이다. 추진력도 강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나는 그가 늦잠을 자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중요한 일에 절대로 지장을 주는 일이 없었다.그를 보니 전형적인 유럽인 체격에 아시안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키가 클 뿐만 아니라 보통 남자보다 체격도 더 컸고 근육도 탄탄하고 강했다. 옷을 입으면 날씬해 보였지만 옷을 벗으면 잘 자리 잡은 근육들이 눈에 들어왔다.“뭘 보고 있는 거야? 빨리 일어나서 옷 입어.”배인호는 넥타이를 매고 나를 쳐다보았다.“아.”나는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블루계열의 오프숄더 드레스를 골랐다. 스커트가 머메이드 디자인이라 조금 타이트했지만 우아하면서도 너무 튀지 않았다. 발렌티노 누드핑크 하이힐을 꺼내 신은 뒤 화장대로 가서 화장을 시작했다. 배인호는 이미 침실을 나갔다.오늘은 민정이가 주인공이기에 내가 예쁘게 꾸밀 필요가 없기에 간단하게 옅은 화장을 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윤 집사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배인호는 이미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며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윤 집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윤 집사님, 오늘 저희 친구 결혼식 참석할 거예요. 점심에 식사 준비하실 필요 없으세요.”나는 자리에 앉으며 윤 집사에게 말했다.“네.”윤 집사는 알겠다고 대답했다.내가 식사를 반쯤 먹었을 때 배인호는 이미 다 먹고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차에서 기다릴게.”“네.”나는 대답하며 속으로 삐쭉거렸다.‘같이 차를 타고 가자고?’5분 후 나는 서둘러 배인호의 차에 타고 클라우드 호텔로 출발했다.약혼식은 점심 12시에 시작했고 나는 민정이 친구이기에 일찍 간다지만 배인호가 왜 이렇게 적극적인지 알 수 없었다.정아와 세희 우리는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고 두 사람
민정이가 떠나고 나와 정아, 세희는 셋이서 수다를 떨다가 반 시간 후쯤 허겸 씨와 그의 부모님을 뵐 수 있었다.허겸 씨는 민정이와 우리 사이가 좋은 것을 알고 있기에 부모님을 모시고 인사를 나누었다.“지영 씨, 정아 씨, 세희 씨, 오셨어요?”“저희가 와야죠. 민정이 약혼식인데.” 정아가 대답했다.나의 주의력은 허겸 씨의 부모님에게 향했다. 허겸 씨 아버님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계셨지만, 어머님의 얼굴은 썩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이렇게 좋은 날, 왜 그러시지?'민정이 부모님과 함께 걸어왔다.“장인어른, 장모님.”허겸 씨는 바쁘게 인사를 하는 동시에 민정이를 보며 웃었고 민정이고 미소를 지었다. 나와 정아, 세희도 인사를 나눴다. 민정이의 부모님과 잘 알고 있었기에 거리감이 없었다. 오히려 허겸 씨의 부모님과는 처음 뵈었기에 어색했다. 민정이도 아마 두, 세 번째 보는 것일 거다. 듣기로는 계속 고향에 계셔 조금 먼 곳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서로 인사를 나눈 뒤 민정이와 허겸 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대화를 나눴다.“민정이 하고 예비 시어머니는 왜 사이좋게 지내기 쉽지 않을 것 같냐?”나는 한숨을 쉬었다.“언뜻 보면 인상이 심술궂어 보인다. 나중에 후회할 것 같네.”정아도 사실 민정이의 결혼을 찬성하진 않았다. 허겸 씨의 사업도 별로 잘되지 않았고 이후에 결혼식의 레벨도 낮아질 건데 왜 결혼하지?세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민정이 약혼식인데 좋은 얘기만 하자!”나는 정아는 둘 다 무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집안 사이의 결혼은 쉽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점심 12시에 연회가 시작되었다. 나와 정아, 세희는 디저트를 맛있게 먹었고 배인호와 친구들은 다른 테이블에 앉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약혼식이 끝나고 세희는 곧바로 회사로 돌아갔고 정아는 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바로 떠났다. 나는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 민정이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떠나기 전 화장실에 갔다
기선우는 일하는 중이기에 당연히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고 나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그가 말했다.“누나, 지난번에 빌려주신 돈 200만 원 정도 남았어요. 그거 먼저 드릴게요. 남은 돈은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아서 갚을게요. 저 다음 학기부터 인턴십 시작하는데 좋은 회사 찾으면 금방 갚을 수 있어요.”“인턴십을 이렇게 빨리해?”나는 깜짝 놀랐다.“네, 내년 6월이 졸업이에요. 란이도 내년이면 4학년이에요.”기선우는 시간이 참 빠르다며 한탄했다.나도 침묵했다. 바로 어제 캠퍼스에서 배인호를 만난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았다.바로 그때, 세 사람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한눈에 이우범을 알아보고 현기증이 났다. 그와 노성민, 박준이 어떻게 이 바에 온 것일까?이런 빌어먹을 운명이 있나.“선우야, 가서 일 봐.”나는 얼른 기선우에게 말했다.“네, 누나 뭐 필요 하시면 저 부르세요.”기선우는 몸을 일으켜 일하러 갔다.이우범은 기선우의 모습을 쫓다가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노성민도 나를 보았는지 잠시 나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박준과 둘이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 두 사람은 기선우를 모르니 그저 내가 시킨 술을 서빙해준 것으로 알 것이다.이우범은 나의 옆으로 와서 앉아 긴 다리를 꼬며 예리한 눈빛으로 취조하듯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형, 이 자리가 별로네. 우리 저쪽으로 가서 앉자.”노성민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나와 감히 함께 앉지 못했다. 노성민은 배인호에게 여자들을 꼬시도록 조언한 전략가였다.“너희들 먼저 가, 나는 나중에 갈게.”이우범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알겠어.”노성민과 박준은 즉시 나에게서 가장 먼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나는 그 모습이 정말 웃겼다. 내가 자기들에게 터무니없는 짓을 하기라도 할까 봐서 저러나?“이것도 우연인가요?”이우범이 말했다. 나는 그가 기선우와 내가 방금 함께 앉아 있던 것에 관해 묻는 걸 알고 있었다.“네, 맞아요.
나는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이우범의 진료를 예약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나의 차례가 되었다. 진료실로 들어가니 그는 나를 힐끗 보더니 내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잠시 앉아 있어요.”“네, 알겠어요.”나는 착하게 옆에 앉았다. 그런데 이우범은 다음 환자를 불러들였다. 일하는 이우범은 진지했다. 금테 안경을 끼고 교양 있어 보이는 모습과 환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보며 나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남자가 서란을 두고 배인호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더 나은 여자를 만날 자격이 있는데, 왜 자신을 결국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까?10분쯤 지나서 이우범은 나에게 말했다.“가도 돼요.”나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일어나서 떠났다. 이 기사에게 전화를 걸고 30분 후 병원 문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내가 차에 탄 후 그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사모님, 어디 불편하신가요?”“심장이 좀 불편하네요.”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검진은 받으셨어요?”이 기사는 다시 물었다.“네, 잘 쉬면 괜찮다네요.”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렇다면, 휴식에 더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휴식에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찌운 살들이 다시 빠질 것 같았다. 내 키의 표준 체중은 대략 60킬로인데, 아무리 말라도 50킬로 이상은 되어야 하지만 나는 지금 90킬로에 불과하다. 거기에 납작한 가슴에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나는 청담동으로 돌아와 첫 번째로 한 일이 윤 집사에게 점심을 준비해 달라고 한 것이다. 윤 집사의 표정이 이상했다. 식사를 준비하러 가기 전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사모님, 배 사장님께서 위층에 계십니다.”“그 사람은 언제 돌아왔어요?”나는 조금 놀랐다.“어젯밤에 돌아오셔서 사모님 왜 집에 안 계시냐고 물었어요.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더라고요.”윤 집사가 대답했다.“알겠어요.”나는 손을 흔들고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배인호는 서재에서 일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문서들이 질서
“어장에 여럿 키워두는게 제일 중요해.”정아는 화려한 어장 관리 경험을 전수했다.세희는 한탄하며 말했다.“나 아침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6일 근무야. 애인 만들 시간이 어디 있어? 그것도 여러 명을. 회사에서 바보 같은 것들한테 치어서 죽지 않으면 다행이야.”나는 안대를 하고 눈을 감았다. 긴장을 풀고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 우리는 수상 보트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너무 아름답네.”드디어 예약된 워터 빌라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민정이는 신이 났다.“나 허겸 씨랑 신혼여행 여기로 오기로 결정했어.”“다이빙 여왕이 왔다!”정아는 시원하게 옷을 벗어 수영복을 바꿔 입고 야외 프라이빗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세희와 민정이도 지지않고 셋이서 즐겁게 놀았다.나는 리클라이너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기선우에게서 200만원이 이체 된것을 보고 머뭇거리다 받았다. 나에게 이정도 돈은 중요하지 않지만 남자 대학생의 자존심을 고려했을 때 내가 너무 거절하면 안될 것 같았다.기선우는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보내왔다.「누나, 남은 것도 제가 빨리 갚을게요.」「서두르지 않아도 돼.」나는 답장했다.생각해보니 서란도 나에게서 40만 원 정도 빌려 갔다. 하지만 배인호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잘렸는데 한동안 갚지 못할 것이다. 아무렴 상관없었다.“지영아, 빨리 들어와. 조금 있다가 맛있는 거 먹자.”민정이는 수영장 아에서 내게 손을 흔들었다.나는 일어나 재킷을 벋고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대신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신나게 수영을 하니 훨씬 활력이 넘쳤다.졸업 이후로 우리 넷이 이렇게 함께 어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요하게 내가 일찍 결혼하고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나머지 셋의 초대를 거듭 거절했다.나는 자신에게 보상해 주기로 했다. 잘 놀고, 잘 먹으며 한국의 모든 사랑과 증오를 내려놓기로 결정했다.원래 우리는 3,4일 정
저녁에 아버님께서 모임에서 돌아오시고 내가 온 것을 보시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지영아, 회사에서 일하는 거 고려 해 볼래?”아버님이 물었다.나는 조금 놀랐고 아버님은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셨다. 알고 보니 배인호에게 화학 공장 철거를 빨리 시작하라고 지시하셨다고 한다. 아버님께서 배인호가 한 여자애를 쫓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배인호를 더 바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신 것이다.화학 공장의 철거 및 개발은 정부와 협력하는 큰 프로젝트다. 일단 시작되면 배인호는 다른 것에 정력을 쏟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님이 나에게 배씨 그룹에 출근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본사에서 배인호와 일을 함께 하면 나쁜 의도로 접근한 여자도 떨어져 나갈 것이로 생각하신 듯 했다.사실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배인호였다. 그리고 나는 일 경험도 없고, 현재 꿈은 첼리스트였다.전생에서 시부모님은 옳고 그름이 확실했고 가치관이 확실하셨지만 이렇게 편파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내가 선물한 한 쌍의 붓꽃 비취 팔찌와 비취 펜던트의 효과가 뚜렷한 듯 했다.“지영아, 우리도 너 비즈니스에 관심 없는 거 알아. 그렇지 않으면 너희 가문이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갔을 테지. 배씨 기업에 합류할 필요는 없어. 단지 나와 너희 아빠는 너희 부부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늙어 가고 외부적인 원인으로 이 결혼이 끝나지 않길 바라. 신중하게 생각하렴. 성급하게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어머님이 부드럽게 말씀하셨다.나는 마음속으로 감동했다. 결국 배인호를 놓아줘야겠지만 오히려 시부모님과 멀어지는 게 정말 아쉽고 걱정되었다.“알겠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잘 생각해 보고 말씀드릴게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수다를 떨다 시간이 늦어져 방으로 돌아와 쉬었다. 이 방은 배인호의 방이다. 결혼 후 우리의 침실이 되었지만, 그와 내가 함께 오는 일도 적었고 같이 자는 일도 더욱 없었다.배인호의 방은 컸다. 욕실도 딸려 있었고, 드레스 룸, 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