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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학교에서의 우연한 만남

몇 분 뒤, 기선우가 전화를 걸어왔다. 말투는 몹시 황송했다.

“누나, 이 돈 뭐예요? 학비쯤은 제가 마련할 수 있어요.”

“너 아직 학생이고 공부가 본분이야. 학점 때문에 졸업 못하면 어떡해?”

침대에 누운 채로 전화를 받아서 그런지 나는 목소리가 조금 풀려있었다.

“누나 말 들어. 서울대 좋은 학교야. 시간을 알바에만 쏟아붓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졸업해서 좋은 직장 얻으면 그때 갚아도 돼.”

“그래도 저는...”

기선우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목이 메는 듯했다.

내 마음도 씁쓸해졌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간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단순한 애를 잘 이용하고 있다. 기선우는 내가 착한 줄로만 알고 있다. 사실은 양의 탈을 쓴 승냥이인데 말이다.

기선우 같은 출신으로 서울대에 입학하고 서울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더 큰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서란만 빼면 나는 기선우와 같은 불굴의 성품을 가진 사람을 진심으로 좋게 보고 있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앞으로 돈 부족하면 나한테 얘기해. 후원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졸업해서 직장 찾으면 그때 갚으면 돼. 그래도 마음에 걸리면 이자 조금 보태서 갚으면 돼.”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정도 돈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기선우를 도우면서 내 마음도 조금은 편해질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였다.

기선우도 많이 쪼들렸을 게 뻔했다. 아니면 개강 전날까지 알바할 리가 없었다.

전화를 끊고 기선우는 돈을 받았다. 그러고는 카톡을 보내왔다.

「고마워요 누나. 앞으로 꼭 갚을게요.」

답장은 하지 않았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잠에 들었다.

이튿날 일찍 잠에서 깬 나는 정성껏 치장을 했다. 하얀 드레스는 우아함을 자아냈고 연한 화장으로 미모를 더 뽐냈다. 첼로를 챙겨 이기사와 서울대로 향했다.

학교로 다시 돌아오니 감개무량했다. 생기발랄한 신입생들을 보아하니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가 떠올랐다. 엊그제 같았다.

그때의 나는 기쁨에 들떠있었다. 배인호가 다니는 학교에 합격해 그와 학우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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