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저 지옥의 악귀라는 자는 마치 정말로 지옥에서 기어 나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악귀처럼 사람의 목숨을 취하려는 듯 급소만 공격해요. 지하 격투장에서 열 번의 경기에 참가했는데, 십 전 십 승으로, 셋이 죽고 여섯이 크게 다쳤으며 하나가 식물인간이 되었어요.”“흡-“지옥 악귀의 전적을 듣고 난 천도준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무서울 정도의 백 퍼센트 승률은 제쳐두더라도, 그 결과만으로도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그는 존에게서 지하 격투장이 비록 피비린내가 나는 곳이라지만, 사실 치사율이 매우 낮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울프가 말했듯이, 오랫동안 지하 격투장에 몸담은 사람들은 모두 선택적으로 상대방에게 밥그릇을 남겨 주었다.조금 전 하마가 키 작은 자의 발길질에 걷어차여 죽었을 때, 장내가 조용해진 이유가 바로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천도준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존을 바라보았다."존, 왜 내게 살인귀를 안배해 줬어요?”존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죽음이랑 가까워져야만 격투기의 참뜻을 빠르게 깨달을 수 있어요. 죽음이랑 가까워질수록 인체의 한계를 돌파하기 쉬워져요.”‘씨발!’아무리 천도준이라도 이때만큼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욕했다.그는 비록 최선을 다해 강해지고 싶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용병으로 지내면서 목숨이 위험한 생활에 익숙해졌던 존은, 지금 내 목숨도 가지고 놀려고 하는구나.’"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예요."존은 천도준이 긴장한 것을 보고는 한 마디 위로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숨을 깊이 들이쉬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했다.그는 존의 실력을 어느 정도 엿본 적이 있어, 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존이 이렇게 말했으니 지옥의 악귀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야.’‘존은 어쨌든 지옥의 염라대왕이잖아!’곧 심판의 시작 신호와 함께 장내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천도준은 얼굴에
어둠 속에서 귀청이 터질 듯한 함성이 들려왔다.아무도 철장 안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한방 한방 그대로 꽂히는 피비린내 나는 주먹질과 도박판 위의 자기가 건 돈이었다.많은 사람이 흰 가면을 쓴 천도준을 기억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지난번 격투 경기에서 그들이 천도준 때문에 돈을 잃었기 때문이다.존이 철장 밖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울프, 이 지하 격투장은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았어?""제한?"울프가 흠칫하며 되물었다.존이 말했다."무기 말이야!"콰쾅!울프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깜짝 놀라며 철장 안에 있는 지옥의 악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그는 존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존의 실력이 그가 이 말을 하는 가장 좋은 증거였기 때문이다.‘그런데... 무기가 어디 있지?’철장 안의 천도준은 왼팔을 움직여 보려 했다. 비록 지옥 악귀의 발길질에 차여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뼈에 금이 간 뒤로 그가 조금만 움직여도 왼팔이 심하게 아파서 참기가 어려웠다.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왼팔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그는 지옥의 악귀가 왜 발끝에 금속을 댄 신발을 신은 채 입장할 수 있었는지를 따지려 하지 않았다. 그는 떳떳하지 못한 자들이 모여있는 이곳에, 정말로 규칙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았다.천도준은 호흡을 천천히 조절해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매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맞은편의 지옥악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번 격투는 지난번 울프와의 대결보다 더욱 참혹했다.비록 지난번에 시작부터 울프에게 몰린 상태였지만, 경기에 참가하자마자 한쪽 팔을 다칠 정도로 비참하지는 않았다.이런 목숨을 건 격투에서 한쪽 팔이 전투력을 상실했다는 것은 죽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지옥 악귀의 전적으로 보건대 그자는 분명 상대를 사지로 몰아넣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헤헤...."불빛 아래, 맞은편에 선 지옥의 악귀가 귀청을 찌르는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네 전투 본능은
소란스러운 주변 환경과 전혀 동등하지 않은 격투 조건에, 아무리 그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침착해... 침착해야 해..."천도준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이빨로 혀끝을 깨물었다.지난번과 같은 방법을 취했으나,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금이 간 왼쪽 팔뼈와 가슴 쪽 상처 때문에 그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지옥의 악귀가 제자리에 선 채 귀에 거슬리게 "헤헤"거리며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악귀가 사람을 죽일 때는 먼저 차츰차츰 사람을 핍박해 궁지에 몰리게 한 뒤,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존 씨, 안 말려요?"울프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의 악귀가 무기를 어디에 숨겼는지 의아해했지만, 천도준의 가슴에 난 상처가 이미 존의 말을 증명했다.한쪽은 맨주먹이지만 다른 한쪽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이런 격투가 철장 안에서 벌어진다면 완전히 죽을 판국이었다.그러나 코웃음치는 존의 모습에 울프가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죽음과 가깝게 지내야만 죽음의 참뜻을 깨달을 수 있어.”울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존을 노려보았다. 천도준이 존에게 말하는 말투로 보건대 두 사람은 분명 고용자와 고용인 관계였다.‘고용인이 고용자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존이 천천히 몸을 돌려 울프를 흘겨보며 문득 물었다."당신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어?"존의 시선을 받게 된 울프는 문득 맹수랑 마주한 듯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죽여봤어.""몇이나?""세 명."존이 하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나는 삼백 명 넘게 죽여봤어!"콰쾅!울프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존은 오히려 깊은 눈빛으로 철장 안의 천도준을 바라보며, 마치 혼잣말을 하는 듯하면서도 울프에게 들려주는 듯 말했다."지옥에 가보지 않고 어찌 상대를 지옥으로 보낼 수 있겠어? 당신이랑 나는 달라!"철장 안에서는 여전히 싸우는 중
귀청이 터질 듯한 함성에 눈 부신 불빛.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이 순간, 천도준은 더없이 마음이 평온했다.그는 제자리에 멈춰선 채 맞은편에 있는 지옥의 악귀를 주시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는 꿀단지에 파묻혀 자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대부분 사람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며 자랐다.‘생사는 한순간에 결정돼.’‘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고통스러워.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하니까.’‘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본능이야.’‘그러나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경험해 보면 누구나 죽음을 마주할 용기가 있어.’"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래서는 안 되는 거야...."지옥 악귀의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은 뒤,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으로 우승자인 자신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천도준이 보인 반응은 그를 당황하게 했다.쉭!그가 오른손을 떨자, 섬뜩한 비수가 다시 반지에서 튀어 나왔다."죽어!"지옥의 악귀가 이를 갈며 낮게 외치더니 갑자기 천도준에게 달려들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비수를 숨기면서 공격했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비수를 불빛 아래 드러나게 한 채 공격했기에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너, 당황했네."천도준이 빙그레 웃었다.나지막한 속삭임이 지옥 악귀의 귓가에 닿자,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지옥의 악귀가 한눈을 판 이 순간, 천도준이 갑자기 움직였다.그가 몸을 휙 움직여 자기를 찔러 들어오는 반지에 달린 비수를 재빨리 피하더니, 오른손 손날로 지옥 악귀의 목을 재빨리 공격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지옥 악귀의 목구멍에서 나지막한 비명이 흘러나왔다.풀썩!지옥 악귀가 바닥에 쓰러졌다.어둠 속에서 들려오던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이 뚝 그쳤다.수많은 시선이 바늘처럼 천도준에게 꽂혔다."휴...."천도준은 한숨을 내쉬더니 바닥에 쓰러진 지옥 악귀는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곧바로 몸을 돌려 철장 문 쪽으로 다가갔다.손날에
그가 코웃음치며 말했다."당신은 네 살 난 아이가 섣달그믐날 밤에 사람들이 다 모여 설을 쇨 때, 눈보라를 무릅쓰고 집집이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리면서 어머니를 살릴 수 있게 돈 좀 줄 수 있냐고 비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들은 나중에 잡종이라고 비웃으며 돈을 조금 쥐여줬고, 그 돈으로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죠.”"당신은 서른밖에 안 된 어머니가 머리가 다 샌 채 각종 억울한 일을 당하며 온갖 욕설과 구타를 참아가면서 단지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반평생을 고생한 것을 본 적이 있어요?"천천히 고개를 돌린 천도준은 이미 두 눈이 빨개져 있었다.그는 존을 멍하니 쳐다보며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본 적이 있어요.... 이십여 년이나!"존이 입술을 우물거리며 무슨 말인가 하려 하자, 천도준이 얼굴을 문지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나는 당신이 죽은 사람들 속에서 기어 나온 것을 알지만, 당신은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지 못하죠. 당신은 나를 지옥에 다녀오게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죽는 것보다도 못한 지옥에 이십 여 년 동안 갇혀 살았다는 것을 알지 못하죠.""미안해요...."존은 천도준의 가슴 아픈 일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 급히 사과했다.그 말에 천도준이 손을 저으며 웃기 시작했다.그는 이 순간, 더 이상 조금 전의 무력하고도 기죽은 모습이 아니라, 밝고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나는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요. 포기가 무엇인지도 몰라요. 어릴 때부터 줄곧 이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갈 거예요."천도준은 이렇게 말하면서 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었다."고마워요. 잘 생각해 보니, 조금 전에 당신이 손을 썼다면 나는 더 강해질 수 없었을 거예요."그 뒤의 며칠 동안 천도준은 줄곧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지하 격투장에서의 일전으로 그는 매우 심하게 다쳤다.참 다행스럽게도 용정 화원의 예매 당일에 모든 집이 팔린 상태라, 그 후속 저리는 마영석이 책임지고 하면 되었다.두 번째 매물의 예매
이난희가 입원해 있는 동안 천도준은 자기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것과 생면부지의 아버지가 그를 찾아온 일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그는 이십여 년 동안 자식을 버리고 가족을 떠난 그 사람을 언급했다가 어머니가 충격받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러나 오늘 이 일도 어머니에게 말해줘야 했다.고청하가 서프라이즈라고 말하자, 이난희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짐 정리를 마치고 퇴원 수속을 마친 뒤, 천도준을 포함한 다섯 명은 차 두 대를 나눠 타고 함께 천문동 별장 구역으로 달렸다.가는 길 내내 고청하와 박유리가 함께 해, 이난희의 기분도 아주 좋아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천도준은 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어머니에게 말해줘야 할지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차가 천문동 산기슭에 오르기 시작하자 이난희의 얼굴에 번진 웃음이 놀라움으로 변했다."도준아, 새집이 천문동에 있었어?"천문동 별장 구역은 이 도시에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천도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난희가 충격받은 얼굴로 조금 창백해 보이는 입술을 달싹거렸다.그러나 결국 그녀는 말을 참았고 더 캐묻지 않았다.다만 산을 오르는 내내 이난희는 줄곧 믿기지 않는 얼굴을 했다. 차창 밖의 아름다운 경치와 새집이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 꿈꾸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집안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천도준이 비록 정태건설의 부대표로 지내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지만, 모든 돈을 그녀의 병원비로 썼거나 오남미가 친정에 가져간 상황이었다.집에 남은 여윳돈이 정말 얼마 없었다.이번에 그녀가 간 이식수술을 받고 천도준과 오남미가 이혼하면서 이미 돈을 다 썼을 것이다.게다가 천문동 별장 구역의 집값은 매우 비쌌다.설령 천도준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해도 여기에 집을 살 수는 없었다.차가 산 중턱에 있는 저택 문 앞에 멈추고 나서 이난희가 고청하와 박유리의 부축을 받아 별장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고청하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를 흘겨봤다."이 바보."존과 박유리는 짐을 들여놓는 것을 도왔다.이난희는 넓은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눈물을 머금은 채 넋을 잃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천도준과 고청하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이난희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도준아, 이 집에 테라스가 있겠지? 텔레비전에서 보니 다 있던데, 엄마를 데리고 올라가 구경시켜 주면 안 돼?""아주머니, 테라스에 바람이 차요. 아주머니는...."고청하는 이난희의 몸이 걱정돼 말렸지만, 그녀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천도준이 그녀의 손바닥을 꼭 쥐며 그녀를 말렸다."그래요, 엄마."천도준은 웃으면서 이난희를 부축해 주며 옥상 테라스로 걸어 올라갔다.그는 어머니가 테라스를 구경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넓은 테라스 위.온갖 꽃이 만발한 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으며, 미풍이 솔솔 불어와 꽃향기를 날리고 있었다.천도준은 이난희를 부축해 의자에 앉혀주었다.이난희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 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조급히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엄마, 뭐 물어볼 거 있어요?"천도준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이난희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려 그의 팔을 탁 때리더니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너, 혹시 무슨 불법적인 일을 한 거 아니야?"‘엄마는 내가 불법적이 일을 해서 벼락부자가 된 줄 아네?’천도준은 흠칫 놀랐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어릴 때부터 집이 아무리 가난해도 어머니는 그에게 절대 물건을 훔치거나 남의 것을 빼앗지 말고, 자신의 노력으로 일해 모든 것을 얻어야 한다고 가르쳤다.‘집안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좋아졌으니, 엄마가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것도 정상이지.’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 엄마가 나를 가르쳤잖아요? 나는 줄곧 엄마가 한 말을 잊은 적 없는데,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그럼 이 집은 어떻게 산 거야?"이난희가 눈시울을 붉히며 주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엄마가 병이 나서 멍청해졌다고 생
한 마디 원망에 어머니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화에 그치지 않고 손찌검까지...!어머니가 매를 든 건 어릴 적 이후로 처음이었다.“다시는 그런 말 입에 올리지 말아라. 네 아버지이자 내 남편이야. 그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어!”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는 별개로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고 노여움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버렸잖아요!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러 떠났잖아요!”마음속 뿌리 깊은 원망이 숨겨지지 않았다.“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 사람이 알기나 해요?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셔서 병든 거, 아버지 없는 아들이 어려서부터 사생아라고 온갖 욕을 먹으면서 자란 걸 그 사람이 알기나 하냐고요!”“그 입 다물어!”이난희가 큰 소리로 꾸짖으며 가슴을 격렬하게 아래위로 들썩였다.“도준아, 네가 아직 어려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서 그래. 전엔 네가 아빠를 원망해도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젠 너도 컸잖아. 네 아빠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힘든 일들을 겪은 게 아니야. 도준아, 아빠를 원망하면 안 돼.”이난희의 모습에 천도준은 매우 당황스러웠다.홧김에 태어나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눈이 멀어 그만 어머니의 상태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엄마, 화 푸시고 숨 크게 들이쉬세요.”천도준이 다급히 그녀를 케어했다.이난희는 심호흡을 반복하며 서서히 흥분되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천도준을 바라보며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난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아팠지?”가슴 아파하는 그녀의 눈빛에 천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해가 안 돼요. 엄마가 왜 그 양심을 저버린 사람을 감싸주는지.”사그라지지 않은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침묵.긴 침묵이 흘렀다.이난희는 손을 아래로 떨구며 고개를 숙였다. 추억에 잠긴 것 같기도 깊은 사색에 잠긴 것 같기도 했다.그렇게 십분이 흘렀을까.“하...”이난희가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