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인상을 쓰며 “네, 그러니까 얼른 꺼져 주실래요?” 온지령의 남편은 드디어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래, 지금 당장 꺼져줄 게. 돈만 주면 이렇게 쉬운데 진작 주지 그랬어? 괜히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이 돈은 온지령이 거절한 거니까 내가 여기 온 건 그 여자한테 알리지 마. 그럼 난 간다, 우리 손녀사위.”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았다. 딱 봐도 이 사람은 돈의 맛을 느낀 상태였고, 이게 마지막일리 없었다. 지금 온연은 임신중이니 그는 함부로 조치를 취할 수 없었고, 이 10억으로 그를 잠깐은 잠재울 수 있었다. 최대한 온연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버틴 다음 그때 가서 잘 처리하면 된다. 잠시 후, 그는 데이비드에게 본부했다. “식탁이랑 물건들 다 새 거로 바꿔, 사무실 소독도 하고.” 3월 말, 예군작은 외국에서 돌아왔고 제일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정식으로 제도에 ‘입성’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얼굴에 있던 상처는 이미 흔적도 남지 않았고, 더 이상 무언가로 가리지 않았다. 진몽요도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그의 얼굴을 보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상태였지만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휘력이 딸려서 고작 ‘하얗다’, ‘맑다’, 정도로 그를 형용했다. 성격 방면에서는 그녀는 이 사람이 무언가를 깊이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늘 미소를 달고 있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말투는 여유로운 것 같지만 미동이 없었고, 처음 들었을 땐 생소하고 무서웠지만 얼굴을 보면서 들으니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동시에 진몽요는 그가 보낸 선물을 받았다. 보통 남자들이 꽃을 선물할 땐 꽃집에서 포장한 꽃다발을 주지만 예군작은 의외로 그녀에게 화분을 주었는데 그녀가 모르는 종류였다. 그가 남긴 카드엔 ‘자신은 여러 번 키웠으나 성공한 적이 없으니 죽이지 말고 잘 키워달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그녀는 그 화분을 보며 그처럼 한가한 사람도 못 키우는 화분을 바쁜 직장인에게 맡겼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화분을 받은 다음 날, 그녀는 바로 안
경소경은 무표정으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주스 가져올 게요.”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 앉았다. “네… 그럼 밥만 먹고 갈게요…” 하람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밥 먹고 소경이도 갈 거니까 같이 가면 되겠다. 소경이는 네가 주스 좋아하는 거 아직 기억하고 있나 보네…” 진몽요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말을 잇지 않았고, 사실 하람은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알았지만 일부러 물었다. 커피는 너무 써서 그녀는 한 입만 마셔도 하루 종일 괴로워했고, 그녀가 주스를 좋아하는 건 경소경도 기억할 정도로 비밀은 아니었다… 아무 말없는 그녀를 보자 하람은 주제를 돌렸다. “듣기로는 너 회사랑 집이 가까워서 운전 안 한다고 어머님께 차 드렸다며? 여기에 안 쓰는 차 많은데 한 대 가져갈래? 나중에 휴가라도 가야 될 때 차 없으면 불편하잖아.” 진몽요는 완곡히 거절했다. “괜찮아요, 저 평소에 주말에는 거의 집에서 안 나가고, 회사도 가까워서 차 쓸 일이 정말 없어요. 정 필요하면 엄마한테 빌려오면 돼요…” 그녀는 진땀을 흘렸다. 강령한테 차를 넘겨 준지 얼마 안됐는데 하람이 이렇게 빨리 알고 있는 걸 보면, 경소경과 자신이 재결합할 가능성이 없더라도 두 엄마는 잘 지낼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경소경과 사이가 안 좋을 수 없었고 적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해야했다. 잠시 후, 경소경은 주방에서 주스를 가져왔고, 그녀를 보지도 않고 식탁에 올려뒀다. “저는 일이 있어서 가 볼 게요.” 하람은 그를 노려보며 “몽요도 먹고 간다는데 넌 어딜 가? 애 차 안 끌고 왔으니까 밥 먹고 가는 길에 데려다 줘.” 경소경이 대답하기 전에 진몽요가 황급히 말했다. “괜찮아요, 저는 알아서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경소경이 말하려 하자 하람은 허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이고… 아프다… 또 아파… 화가 나니까 허리부터 아프네…” 경소경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됐어요, 연기 그만하세요. 안 가면 되잖아요.” 하람은 다시 아무
진몽요는 바로 대답했다. “네, 왜요? 이건 내 일이라 그쪽이랑 상관없을 텐데요.” 경소경의 표정은 더 안 좋아졌고, 참다가 입을 열었다. “그때 헤어지자고 한 거 설마 그 사람 때문은 아니겠죠?” 진몽요는 벙 쪘지만 화도 났다. “무슨 뜻이에요? 내가 바람나서 당신을 찼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이순이랑 차에서 한 건 뭔데요? 경소경씨! 제발 말 같은 소리를 해요. 그런 말 할 거면 닥쳐요!” 경소경은 웃었다. “난 내가 그 장애인한테 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아님 말고요, 내 문제였던 거 인정할 게요.”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이순이랑 그런 사이였던 거 인정할 거예요?” 그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제 내 설명 듣고 싶은 가봐요?”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허허,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는 말을 하지 않았고, 갑자기 두 사람의 전화가 동시에 울리며 서로 눈치를 보더니 각자의전화를 받았다. 진몽요는 예군작의 만나자는 전화였고, 경소경은 샤샤의 전화를 이어폰을 끼고 받았다. 그의 관심은 이쪽이 아닌 진몽요한테 가 있었고, 작게 예군작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샤샤가 저녁에 시간 되냐는 질문에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진몽요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진몽요는 시계를 보더니 예군작에게 말했다. “오늘은 좀 그렇고, 주말에 다시 얘기해요.” 동시에, 경소경도 샤샤를 거절했다. “오늘은 됐어요, 나중에요.” 두 사람은 동시에 전화를 끊었고, 진몽요는 왠지 모르게 찔렸다. “나… 그 예군작이랑 진짜 아무 사이 아니에요. 비록 지금 당신이랑은 상관없지만… 헤어지기 전에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였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난 그런 사람 아니니까.” 경소경은 짜증이 났다. “그럼 지금은 아무 사이가 맞다는 거네요? 하긴, 그 사람이 몸은 고장 났어도 마음이 고장 난 건 아니니 여자를 꽤나 잘 꼬시나 보네요. 당신한테 애초부터 꿍꿍이가 있었잖아요. 술도 주고 나 대신 귀찮은 일도 해
...... 목정침이 예상했던 것처럼 온지령의 무능한 남편은 그가 흔쾌히 돈을 주는 걸 보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10억으로 온연이 아이를 낳을 때까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기분은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고, 돈에 목 말랐던 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10억을 도박에 탕진한 뒤 밤새 도박을 해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찾아왔다. 목정침은 안 그래도 인내심이 별로 없는데 온연을 생각해서 잠시 참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그를 건들이니 이미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10억으로 고작 며칠만 잠재운 건 너무 큰 돈이었다. 사무실 안, 그는 쉰내 나는 이 남자를 보며 살짝 코를 막았다. “10억 드렸잖아요, 고작 며칠 밖에 안 지났는데. 저를 뭘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온지령의 남편은 도박 빚을 지고 있어서 간절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줘, 정말 마지막이야!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게!” 목정침은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 “도박꾼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요? 사업은 안 하고 그런 나쁜 것에 빠지기나 하시고. 제가 돈을 준 건 그저 눈 감아 주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연이의 고모부인 걸 생각해서 드린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계속 귀찮게 하실 줄 몰랐네요.” 온지령의 남편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내가 맹세할 게, 다시는 도박 안 하고, 이 빚만 갚으면 네 고모랑 잘 살고 반성하면서 살게. 노부인이 돌아가신 건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어. 그냥 병들게만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되실 줄은 몰랐어. 나도 후회해… 내가 온연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줘… 너도 온연이 자기 고모부가 도박 빚 때문에 길바닥에 있는 모습을 보는 걸 원치 않잖아?” 목정침은 데이비드를 불렀다. “수표 드려.” 데이비드는 적잖이 놀랐다. 처음 돈을 줄 때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건 목정침 답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대표님은 이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데이비드는 재빨리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목가네에 돌아온 후 온연을 본 그 순간 그는 마음이 편안 해졌다. 그녀의 옆에 있으면 그는 모든 고민을 잊을 수 있었다. “오늘은 어땠어? 애기가 말 잘 들었어?” 온연은 그의 부드러운 말투에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배를 만졌다. “괜찮았어요… 겨우 이만한 아이인데요 뭘. 오늘 안 바빴어요? 어떻게 일찍 왔어요? 곧 점심시간인데. 오후에 또 나가요?” 그는 쭈그려 앉아 그녀의 배에 귀를 대고 아이의 소리를 들었다. ‘꼬륵’ 거리는 액체소리 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기분은 묘했다. 혹시 아이가 잠에서 깰까 봐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따가 밥만 먹고 갈 거야. 아직 일이 남아서 다 하고 올 게. 그냥 갑자기… 불안해서 네 얼굴이 보고싶길래 왔어.” 온연은 임신중이라 후각에 예민했고, 그의 담배냄새를 맡았다. “담배 폈어요?” 그의 몸은 약간 굳었고 일어나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미안해, 아까 회사에서 일이 좀 있어서 하나 폈어. 냄새 심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데 좀 불편하긴 해요, 살짝 입맛도 떨어지고. 웬만하면 끊는 게 좋겠어요, 간접흡연은 아이한테도 안 좋으니까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사실 나 이제 잘 안 펴…” 그저 온지령의 남편이 돈을 달라고 할 때만 그는 마음속 분노를 참을 수 없어 폈을 뿐이다. 온연만 아니었다면 온지령의 남편은 오늘 멀쩡히 집에 가지 못 했을 것이다. 점심식사 중, 온연이 물었다. “고모부가 당신 찾아왔었죠?” 목정침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알려줬어?” 그녀는 그의 반응에 의아했다. “왜요? 그냥 어쩌다가 임집사님이랑 기사님이 하는 얘기 들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찾아오셨데요? 돈 때문이면 주지마요, 당신이 돈 쉽게 버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중에 아이 낳으면 할머니 다시 데려오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맞다… 내가 요즘 출산관련해서 알아봤는데 아이 낳는 게 그렇게 위험하데요. 정상적인 사람들도 출
목정침은 좌석에 기대어 미간을 문질렀다. “감정조절이 잘 안됐어요, 너무 짜증이 나서… 매번 할머니 얘기를 꺼낼 때마다 무서워요. 그 미친놈이 계속해서 날 찾아와서 협박하다간 정말 나중에 못 숨기는 날이 올 것 같아요. 이렇게 흘러가는 건 좋지 않아요. 다음이 또 있다면… 그땐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맞다, 병원 쪽에 검사 예약해 두세요. 연이 몸 상태를 봐서는 조산을 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출산할 때 문제 생기게 하고싶지 않아요.” 진락은 한숨 돌렸다. “네, 알겠습니다.” 저녁, 온연은 저녁밥을 먹지 않고 점심 때 목정침이 화내던 모습만 생각하면 입맛이 떨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걱정하며 “연아, 그냥 도련님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마. 남자들도 실수할 때가 있는건데, 그렇다고 너랑 아이는 잘못이 없잖아. 뭐라도 좀 먹어야지?” 그녀는 침대에서 움직이기 싫었다. “안 먹을래요, 입맛 없어요. 그 사람 아직 안 왔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 일이 안 끝나셨나 봐. 어차피 일찍 오셔도 얼굴 보기 싫은 거 아니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해줄 게. 안 먹으면 안돼. 너 봐봐, 뱃속에 아이가 있는데도 이렇게 말랐잖아. 임신전보다도 얼굴 살이 더 빠졌어.” 온연도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너무 많이 먹긴 그래요. 아이가 너무 커지면 위험할까 봐요. 제 몸상태는 제가 알아요. 아이가 너무 빨리 자라도 문제예요. 그리고… 자연분만이 좋다고 해서 제왕절개는 하고싶지 않아요. 전 괜찮아요. 배고프면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정말 배가 안 고파서 그래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가서 일 보세요. 저는 한숨 잘게요.” 유씨 아주머니는 말리지 못 하고 자리를 비켰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마침 목정침이 집에 들어왔고, 그녀는 재빨리 다가가서 말했다. “어디 갔다가 이제 들어오세요? 평소에는 오후면 집에 오시더니. 오늘 연이한테 화 내셨는데도 이렇게 늦게 오시면 어떡해요> 애가 저녁도 안 먹었어요. 거의 9시가
유씨 아주머니는 상황을 보고 마음 편히 주방에 준비해 두었던 음식을 바로 그녀 앞 식탁에 올려주었다. “사모님, 앞으로 식사 거르시면 안돼요. 아이 생각하셔야죠.” 온연은 초음파에서 봤던 아이가 생각 나 기분이 이상했다. “아주머니, 제가 못생긴 아이를 낳게 될까요? 비록 제가 낳은 아이라서 미워하진 않겠지만… 너무 못 생겼으면 기분이 좀 그래서요.” 유씨 아주머니는 피식 웃었다. “그럴 수가 있나요? 두 분 다 외모가 출중하신데, 어떻게 못생긴 아이가 나올 수 있겠어요? 아이가 두 분 중 한 분만 닮았어도 예쁠 거예요. 그 사진만 봐서는 정확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는 뱃속에 있는데 어떻게 예쁠 수 있겠어요?” 온연은 살짝 마음이 놓였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니면 제가 왜 지금까지 고생을 했겠어요.”그녀는 말을 하면서 그제서야 목정침이 신발도 안 갈아 신은 걸 발견했다. “왜 신발 안 갈아 신었어요? 다시 나가려고요?” 목정침은 그제서야 일어나 현관으로 가 신발을 갈아 신었다. “아니, 아까 퇴근하자마자 너 밥 안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신발 갈아 신을 새가 어딨어?” 온연은 마음이 따듯해졌다. 결벽증이 심한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신발도 갈아 신지 않고 집에 들어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밥을 먹고 그녀는 강제로 방에 들어가 쉬었고 낮에 계속 누워만있던 그녀는 견딜 수 없었다. ”좀 움직였다가 자면 안돼요?” 목정침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돼, 10시가 넘었어. 자야지. 난 서재에 있을 게. 잘 자.” 그가 서재에 간다는 말에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이 저녁에 서재는 왜요? 일이 남았어요?” 그는 시선을 피했다. “응… 금방이면 돼. 먼저 자, 나 기다릴 필요 없어.” 온연은 그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걸 알았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래요, 가 있어요.” 역시, 그는 밤새 안방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이 밝자 회사로 나갔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눈으로 유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그 사람 어제
점심, 목정침이 집으로 오자 그녀는 일부러 물었다. “당신은 연애 몇 번 해봤어요?” 목정침은 그녀의 질문에 당황했다. “그건 왜 물어?” 그녀는 눈썹을 치켜들며 “궁금해서 물어보면 안돼요? 당신 과거 좀 알면 안돼요?” 그는 그녀의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 18살 이후에는 다 너가 있었는데 그걸 꼭 물어야 돼?” 그녀는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에 입술을 내밀었다. “연애 몇 번 해봤냐는 질문에 너무 돌려서 답하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입술을 쭉 내민 애교스러운 모습에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언제부터 그녀가 그 앞에서 이렇게 귀여웠었나? 너무… 귀엽다… 그는 뽀뽀하고 싶은 걸 참고 헛기침을 했다. “그런 건 모르는 게 좋아. 나는 우리의 과거를 중요시하지 많이 아는 건 오히려 독이야. 차라리 다른 거에 관심을 갖는 게 어때?” 그녀는 호기심이 생겨 꼭 궁금증을 풀고싶었다. “안돼요, 난 꼭 알아야겠어요, 빨리 말해줘요! 내 과거는 당신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나한테 불공평해요!” 그는 그녀의 그릇위에 갈비를 올려주며 “그래서 모르는 게 좋다는 거지. 아는 게 독이라니깐.” 그럼 당시에 그녀가 심개를 좋아했을 때 그에게 독이었다는 말인가? 그녀는 젓가락을 씹으며 “난 그런 거 무섭지 않아요. 내가 너무 궁금해서 그러니까 얼른 알려줘요, 아니면 궁금해서 밥 못 먹겠어요.” 목정침은 결국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연애사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그녀가 그를 좋아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너 만나기 전에 연애한 적 없어, 이제 기분 좋아?”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해졌고, 그녀가 이상한 생각을 하기전에 그는 얼른 입을 열었다. “나 이상한 취향 없어, 그러니까 더 깊게 생각하지 마!” 그래도 그녀는 의심했다. “그럼 지금까지 어떻게 연애를 한 번도 안 했어요? 당신 좋다는 여자들이 여기서부터 프랑스 줄 섰을 텐데 당신도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