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그녀의 옷을 정리해주며 “그냥 죽었다고 생각해. 더 생각하지 말고. 넌 이제 경소경이랑 잘 살아야지. 과거는 다 지나갔고 앞으로 너의 미래에 그런 나쁜 놈은 없어. 다시는 널 다치게 못 할 거야.” 옆 칸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안야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저… 저는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괜찮으시죠?” 진몽요는 이마를 짚으며 “하마터면 너 있는 거 까먹을 뻔했네, 아까 계속 여기 숨어 있었어? 난 너 변기에 빠진 줄 알았잖아. 괜찮아, 들었으면 들은 거지. 어차피 누구랑 사귀었든 무슨 상관이야? 가자, 나가야지. 더 여기 있다간 목정침이 쳐 들어오겠어.”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예기치 못한 상황에 그런 얘기를 들어서 그녀는 감히 나올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진몽요와 온연이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으니 진안란이 떠나고 나서야 그녀는 용기내서 나왔다. 화장실 문 앞, 온연은 발 걸음을 멈췄고, 목정침의 깊은 눈동자와 눈을 마주친 순간 당황했다. 화장실은 살짝 구석 쪽에 있었고 조용해서 그녀들이 안에서 한 대화를 아마 그는 들었을 것이다… 심개는 그들 사이에서는 금기어였다… 이건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진몽요는 목정침이 정말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같이 당황했다. “저기… 그… 아까 옛날 친구를 마주쳐서 몇 마디 나눴어요… 매운 걸 많이 먹었나 배가 아프네. 나 먼저 가 있을게!”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았고 무표정으로 온연의 어깨를 감쌌다. “가자.” 훠궈가게 밖으로 나오자 진몽요는 온연에게 계속에서 눈빛을 보냈고, 배를 움켜쥔 채 경소경에 의해 차에 타 먼저 떠났다. 그녀는 정말로 배가 아팠다. 하지만 꼭 매운 걸 먹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고, 진안란 때문에 화가 난 것도 있었다. 온연은 진몽요의 뜻을 알았다. 그냥 목정침을 잘 달래주라는 의미였다. 임립도 안야를 데리고 갔고, 온연과 목정침만 남았다. 목정침은 방금 전 화장실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조수석 문을 열었다. “일찍 들어가자, 날씨가 추워.”
그가 바로 침대에 눕자 그녀는 그제서야 안도했지만 정신이 혼미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샤워하는 게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 욕실문을 약간 투명했고 수증기 때문에 나름 잘 가려졌지만 그가 안 본다고 해도 문은 열려 있으니 그녀는 여전히 불편했다… 그가 주의하지 않았을 때 그녀는 문을 살짝 닫고, 작게 틈만 벌려 놓았다. 그녀가 다 씻고 눕자 목정침은 불을 껐다. 어두워야 사람은 더 빨리 잠에 들 수 있었다. 온연은 그 순간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져 잠이 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입맛이 없었는데 드디어 맛있는 걸 먹고, 또 시원하게 샤워까지 마친데다 추운 겨울에 따듯한 이불속에 있으니 이보다 더 편안한 순간은 없었다. 모든 고민들은 다 집어 던지고 지금 이 순간은 이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갑자기, 목정침이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 “미안해.” 그녀의 몸은 살짝 굳었다. 그가 아무 말없길래 화가 난 줄 알았고, 말을 한다고 해도 아까 전 일에 대해 트집을 잡을 줄 알았는데 사과할 줄은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가 물었다. “뭐가 미안해요?”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대고 숨을 쉬었다. “난 너랑 심개랑 진짜 뭐라도 있는 줄 알았어.” 그는 계속 이 생각만 하고 있었던 건가? 그는 과거에 그녀를 절대 믿은 적이 없었지만, 훠궈가게 화장실에서 진몽요가 그녀와 심개 사이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믿는 건가? 그녀는 대충 대답을 하고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목정침은 마음이 복잡했는지 그녀를 더 세게 안았다. 목정침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그 날에 그런 상황이었는지 전혀 몰랐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그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안 좋았고, 당연히 그땐 그녀와 심개 사이에 뭐가 있는 줄 알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믿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그는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그때 그녀가 아무 말없이 다른 도시로 갔을 때, 그는 그녀가 도망갔다고 생각해서 열이 나는데도 그녀를 찾아갔다. 그들의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연아…?” 그는 작게 그녀를 불렀고, 원래는 그녀를 깨울 생각 없이 그저 자고 있나 확인하려고 불러봤다. 온연은 자고 있다고 말을 할지 말지 고민했다… 고민하던 중, 그의 행동은 더 대담해져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갑자기 더 이상 그를 예전처럼 안 좋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의 성격이 차가워도 그는 나름대로 자상한 남자였다. 목정침은 그녀가 깨어 있는 줄 몰랐다. 임신한 후에 그녀는 거의 침대에만 누우면 바로 잠들었고, 심지어 깊게 잠들었다. 그는 다시 몸을 뻣뻣하게 움직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 한편, 백수완 별장. 진몽요는 소파에 앉아 족욕을 하고 있었고, 배가 아파서 얼굴이 창백 해져 있었지만 입은 계속해서 칭얼거리고 있었다. “경소경씨 나 아파 죽겠어요. 예전에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이랑 사귀고 나서 이렇게 됐어요!” 옆에 있던 경소경은 태연하게 핸드폰을 하며 그녀의 배를 문질렀다. “됐거든요, 내가 매운 거 먹지 말라고 했는데, 당신이 먹겠다고 하는 걸 내가 어떡해요? 이게 왜 내 탓인지 모르겠네.” 진몽요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를 쳐다봤다. “그래요, 당신이 저녁마다 날 괴롭히니까 모든 게 피로가 누적돼서 이렇게 된 거라고요!” 경소경은 그 순간 그녀의 지능이 평생 좋아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 배가 왜 아픈지 잘 연구해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만약 진짜 내 탓을 할 거라면 난 더 이상 대꾸 안 할래요. 됐고, 그만 징징거려요. 내가 설탕물 좀 타 줄게요. 마시고 얼른 누워 있어요, 내일도 아프면 회사 나가지 말고 집에서 쉬어요.” 진몽요는 소파에 반쯤 누워 있었다. “연말에 다들 바빠서 회사에서 야근하는데, 나만 생리한다고 월차내면 좀 그렇지 않아요? 이미 반차까지 냈는데.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죠.” 설탕물을 탄 후, 경소경은 그녀 앞에 놔주었다. “당신 하루 빠진다고 무슨 일 안 생겨요. 내가 집에서 같이 있어줄 수
이튿날 아침, 목정침은 웃으며 아래층에 내려왔고, 유씨 아주머니는 그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물었다. “도련님 무슨 좋은 일 있으신 가 봐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사모님은 일어나셨어요? 같이 아침식사하시자고 부를까요?” 목정침은 넥타이를 정리했다. “아니에요, 그냥 오늘 날씨가 좋아서요. 연이 일어났어요, 내려오라고 하세요.” 유씨 아주머니는 의심스럽게 밖을 내다보았다. 분명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데, 이게 날씨가 좋은 건가? 온연은 내려가자 마자 찬 바람에 몸을 떨었다. 누군가 대문을 열어 놓고 닫지 않아서 눈꽃이 날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얼른 문을 닫았다. “춥지? 옷 좀 더 껴입어, 감기 걸리면 안되잖아. 네가 어렸을 때 겨울에 늘 얇게 입고 등교를 해서 매년 감기에 걸렸었어. 겨울이 지나가야 나았지. 체질이 워낙 약해서 몇 년은 회복에 집중해야지.” 아주머니의 말에 온연은 목정침의 달라진 표정을 보았다. 그도 그가 예전에 얼마나 그녀에게 각박했는지 알고있는 걸까? 그녀가 자진해서 부탁하지 않는다면 그는 절대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옷 한 벌로 그녀는 몇 년을 버텼다. “아주머니 할 일 없으세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자신이 과거 얘기를 꺼내 말 실수한 걸 알았다. “어… 있어요! 저 할 일 많죠, 주방에 국도 끓이고 있고, 얼른 가서 봐야겠네요!” 온연은 신경쓰지 않고 웃으며 식탁에 앉아 죽을 먹었다. “왜요? 기분 안 좋아요? 이제 나한테 얼마나 못 해줬는지 알겠어요? 당신은 예전에 꼭 한겨울 같았어요. 너무 차가워서 따듯한 곳으로 숨고 싶을 정도였죠.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을만큼.” 목정침은 삶은 계란을 까서 그녀의 그릇에 올려주었다.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가 너무 한 겨울 같아서 넌 심개가 봄바람처럼 느껴졌던 거지? 내가 잘 못 해줘서 다른 사람이랑 도망갈 생각을 했겠지
“연아, 도련님 완전 달라지셨네. 너도 봤지?” 유씨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온연은 생각을 접고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모르겠어요. 날씨가 추워서 움직이기가 싫네요. 올라가서 잠 좀 자야겠어요. 맞다, 임집사님 혹시 나가시면 책 두 권만 챙겨 달라고 부탁해주세요. 제가 평소에 보던 시리즈로요. 뭔지 모르시면 저한테 직접 물어봐 달라고 해주세요.” 유씨 아주머니는 대답을 하고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되려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집에 오실 때 사모님 책 두 권만 챙겨주세요. 평소에 보시는 시리즈로요, 방금 부탁하셨거든요.” 백수완별장. 진몽요는 오늘 경소경 때문에 강제로 집에 있었다. 사실 그녀의 배는 다 나았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한동안 집에 가지 않았었다. 강령은 집에 혼자 있고 평소에 연락도 잘 안 했으니, 이쯤 되면 가봐야 했다. 차를 타고 자신의 집에 도착하자 익숙한 길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특별히 강령이 좋아하는 아침밥과 선물까지 챙겨서 문을 딱 열고 신발을 갈아신으려는 순간, 그녀는 남자신발을 발견했다. 그녀의 아빠는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이 남자 신발은 뭘까? 의심을 하던 중 강령이 황급히 안방에서 나왔다. “몽요야, 갑자기 어떻게 왔어? 날씨도 추운데, 이 아침에… 출근 안 했어?” 진몽요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집에 누구 있어요?” 강령은 안방 쪽을 보며 “그… 내가 아직 말을 못 했는데…” 강령의 표정을 보자 진몽요는 이 일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강령은 이제 겨우 40대 초반이었고, 다른 상대를 만난다고 해도 그녀는 반대하지 않지만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오래된 것도 아니고, 당시에 강령은 다른 남자를 절대 안 만날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었다… “이런 일 굳이 말 안 해도 돼요… 저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만나고 싶으면 저도 딱히 반대하진 않고요. 엄마는 단순하니까 다른 사람한테 사기만 당하지
진몽요는 온연의 생활패턴을 알아서 그녀가 자고 있지 않을 걸 알았다. “네, 올라가 볼게요.” 방문을 열자 온연은 기쁘게 맞이했다. “몽요? 너 오늘 회사 안 갔어?” 진몽요는 아까 집에서 목격한 상황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려와, 나 너한테 할 얘기 있어. 네 남편이 결벽증 있으니까 방 안으로는 안 들어갈래. 괜히 미움 받을라.” 목정침의 결벽증은 온연도 어쩔 수 없어서 진몽요의 팔짱을 끼고 거실로 내려갔다. “왜 그래?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진몽요는 썩은 표정을 하고 말했다. “나 엄마 집 안 간지 오래돼서, 아침에 갔다 왔거든. 아침밥이랑 선물까지 사 들고. 내가 남자친구 생겨서 엄마 잊었다고 잔소리 듣기 싫기도 했고. 근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 나한테 잔소리하기는커녕 내가 평생 안 가도 몰랐을 거야. 집에 남자가 있었거든! 누군지는 못 봤는데, 현관에 신발만 봤어. 그래서 기분이 꿀꿀해.” 온연은 듣고 멍해졌다. “네 말은… 너네 엄마 재혼 생각 있으시다는 거야? 사실… 그런 일은 자연스럽게 되는 게 좋지. 어차피 네가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말릴 생각은 없어, 그냥 마음이 안 좋을 뿐. 첫째는 아빠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돼서 이기도 하고, 둘째는 엄마가 아직 그 남자랑 결혼한 것도 아닌데 집에 데려와서 잤다는 거야. 거긴 내 집이기도 하니까 반감이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냥 짜증나. 사실 엄마가 누구한테 사기도 안 당하고 결혼할 생각이라면 신경 안 쓰겠는데, 아침부터 이 일 때문에 너무 충격 받았어.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이런 일에 온연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어른들 일이기도 하고 그녀는 반감이 들지 않았지만 진몽요의 생각에 동의했다. “네가 걱정되면 그 남자를 만나 봐. 만나기 싫으면 다른 방법으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든지. 그럼 너도 마음 편하고 어색할 일도 없잖아.” 진몽요는 고민하더니 온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아마 엄마의 재혼에 적응이 안 돼서 그런지 진몽요는 생각도 안 하고 대답했다. “그냥 그래. 생긴 것도 별로고, 말만 좀 잘해. 예전에 본 적은 있는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 사별한 것도 아니고 이혼한 건데, 그럼 이혼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혼한 사람들이 다 문제 있다는 말은 아닌데, 적어도 이 사람이 왜 이혼했는지는 알아야지. 탐정이 보낸 자료 봐봐, 이 사람 이혼한지 반 년도 안됐어. 더 잘 알아봐야겠다.” 온연은 그저 웃었다. 보니까 진몽요는 지금 석동해를 싫어한다기 보다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샅샅이 조사할 때까지 아마 진몽요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강령이 재혼을 할 생각이라면 이 관문 정도는 통과해야 했다. 유씨 아주머니가 가져다준 디저트를 먹으며 진몽요는 자신의 튀어나온 배를 만졌다. “연아, 목가네에서 이렇게 먹이면 넌 이미 살 많이 쪄야 될 거 같은데 왜 더 살이 빠진 거 같지? 내가 만약 여기서 밥 몇 끼만 더 얻어먹었으면 분명 몇 키로나 쪘을 거야. 밥 먹을 때 식탁에 맛있는 음식들만 꽉 차 있고, 국도 여러가지에 디저트도 이렇게 맛있으니 정말… 부러워서 질투 난다!” 온연은 디저트를 보기만 해도 질렸다. “내가 임신하고 난 뒤로 입맛이 까다로워졌어.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도 잘 못 먹고, 게워내는 게 더 많아.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임산하면 다들 살 찌잖아. 벌써부터 실망하지 마, 곧 내가 살찐 모습 보게 될 거야. 너희 집도 주방에 셰프 있고 먹고싶 은 거 다 먹을 수 있잖아. 부러워할 게 뭐가 있어.” 경소경을 떠올리자 진몽요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당연하지, 우리 경소경씨는 바람둥이 기질 있는 거 빼고 다 멀쩡해.” 온연이 대답했다. “그래도 조심해. 남자들 바람 피우는 건 다 여자하기 나름이잖아. 난 요즘 임신하고 나서 그 사람을 한번도 가까이 안 했어.” 진몽요 의심했다. “진짜야? 설마 밖에서 막 다른 여자 만나는 거 아니겠지? 이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데. 그 사람이 널 좋아하면 어
갑자기, 배 위에 손이 올라오자 신경에 민감해진 그녀는 잠에서 깼고 목정침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자세가 너무 가깝게 느껴지자 그녀는 그의 품에서 얼른 벗어났다.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아직 3시도 안됐죠? 연말인데 회사 안 바뻐요?” 목정침은 그녀의 반응에 인상을 찌푸렸다. “나 보기 싫어? 난 회사에 있을 때 머릿속에 온통 네 생각이라 바로 온 건데. 네가 필요한 책도 사왔어. 회사 바쁘지. 근데 너랑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해. 나 때문에 깬 거야?” 그녀는 유씨 아주머니가 책을 그에게 시킬 줄 몰랐다. “아니요… 그냥 적당히 잔 거 같아서요. 더 자면 저녁에 잠 못 자요. 일어나서 좀 걸어야겠어요. 당신 피곤하면 좀 쉬고 있어요.” 말을 하고 그녀가 일어나자 그가 바로 끌어당겼다. 정확하게 그의 품에 안겼고 두 팔은 그녀를 꽉 감싸고 있었다. “나랑 좀만 누워있자… 아까 오는 길에 할머니 보러 잠깐 갔었어. 네가 가고 싶은데 못 가는 거 알아. 그래서 내가 대신 갔어.” 그는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바로 말하지 않고 그녀가 묻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분명히 물을 것이다. 한번에 모든 걸 다 얘기하면 그녀는 별다른 반응이 없을테고, 그는 그녀의 과묵한 모습이 싫었다. 역시, 온연은 바로 물었다. “할머니 잘 계세요?” 그는 고민했다. “잘 지내시는 건 아닌 것 같아. 예전부터 계속 기침하던 습관이 있으셨던 거 알지? 거기 가고 나서 고모님이 병원에 안 데려가신 건지 증상이 더 심해졌어. 내가 갔을 때 혼자 집에 계셨는데, 몇 분만 있다가 나가라고 하셨어. 우리랑 더 이상 왕래하기 싫으시데.” 온연은 이 얘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저 속에서 분노가 차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노부인은 곁에 둘 수 있었지만, 노부인은 그녀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직접 떠나는 걸 선택했다. 지금은 노부인이 잘 지내지 못하는 걸 알았는데 그녀가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목정침은 그녀를 달래줄 듯 볼에 입을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