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온연의 생활패턴을 알아서 그녀가 자고 있지 않을 걸 알았다. “네, 올라가 볼게요.” 방문을 열자 온연은 기쁘게 맞이했다. “몽요? 너 오늘 회사 안 갔어?” 진몽요는 아까 집에서 목격한 상황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려와, 나 너한테 할 얘기 있어. 네 남편이 결벽증 있으니까 방 안으로는 안 들어갈래. 괜히 미움 받을라.” 목정침의 결벽증은 온연도 어쩔 수 없어서 진몽요의 팔짱을 끼고 거실로 내려갔다. “왜 그래?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진몽요는 썩은 표정을 하고 말했다. “나 엄마 집 안 간지 오래돼서, 아침에 갔다 왔거든. 아침밥이랑 선물까지 사 들고. 내가 남자친구 생겨서 엄마 잊었다고 잔소리 듣기 싫기도 했고. 근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 나한테 잔소리하기는커녕 내가 평생 안 가도 몰랐을 거야. 집에 남자가 있었거든! 누군지는 못 봤는데, 현관에 신발만 봤어. 그래서 기분이 꿀꿀해.” 온연은 듣고 멍해졌다. “네 말은… 너네 엄마 재혼 생각 있으시다는 거야? 사실… 그런 일은 자연스럽게 되는 게 좋지. 어차피 네가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말릴 생각은 없어, 그냥 마음이 안 좋을 뿐. 첫째는 아빠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돼서 이기도 하고, 둘째는 엄마가 아직 그 남자랑 결혼한 것도 아닌데 집에 데려와서 잤다는 거야. 거긴 내 집이기도 하니까 반감이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냥 짜증나. 사실 엄마가 누구한테 사기도 안 당하고 결혼할 생각이라면 신경 안 쓰겠는데, 아침부터 이 일 때문에 너무 충격 받았어.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이런 일에 온연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어른들 일이기도 하고 그녀는 반감이 들지 않았지만 진몽요의 생각에 동의했다. “네가 걱정되면 그 남자를 만나 봐. 만나기 싫으면 다른 방법으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든지. 그럼 너도 마음 편하고 어색할 일도 없잖아.” 진몽요는 고민하더니 온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아마 엄마의 재혼에 적응이 안 돼서 그런지 진몽요는 생각도 안 하고 대답했다. “그냥 그래. 생긴 것도 별로고, 말만 좀 잘해. 예전에 본 적은 있는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 사별한 것도 아니고 이혼한 건데, 그럼 이혼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혼한 사람들이 다 문제 있다는 말은 아닌데, 적어도 이 사람이 왜 이혼했는지는 알아야지. 탐정이 보낸 자료 봐봐, 이 사람 이혼한지 반 년도 안됐어. 더 잘 알아봐야겠다.” 온연은 그저 웃었다. 보니까 진몽요는 지금 석동해를 싫어한다기 보다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샅샅이 조사할 때까지 아마 진몽요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강령이 재혼을 할 생각이라면 이 관문 정도는 통과해야 했다. 유씨 아주머니가 가져다준 디저트를 먹으며 진몽요는 자신의 튀어나온 배를 만졌다. “연아, 목가네에서 이렇게 먹이면 넌 이미 살 많이 쪄야 될 거 같은데 왜 더 살이 빠진 거 같지? 내가 만약 여기서 밥 몇 끼만 더 얻어먹었으면 분명 몇 키로나 쪘을 거야. 밥 먹을 때 식탁에 맛있는 음식들만 꽉 차 있고, 국도 여러가지에 디저트도 이렇게 맛있으니 정말… 부러워서 질투 난다!” 온연은 디저트를 보기만 해도 질렸다. “내가 임신하고 난 뒤로 입맛이 까다로워졌어.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도 잘 못 먹고, 게워내는 게 더 많아.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임산하면 다들 살 찌잖아. 벌써부터 실망하지 마, 곧 내가 살찐 모습 보게 될 거야. 너희 집도 주방에 셰프 있고 먹고싶 은 거 다 먹을 수 있잖아. 부러워할 게 뭐가 있어.” 경소경을 떠올리자 진몽요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당연하지, 우리 경소경씨는 바람둥이 기질 있는 거 빼고 다 멀쩡해.” 온연이 대답했다. “그래도 조심해. 남자들 바람 피우는 건 다 여자하기 나름이잖아. 난 요즘 임신하고 나서 그 사람을 한번도 가까이 안 했어.” 진몽요 의심했다. “진짜야? 설마 밖에서 막 다른 여자 만나는 거 아니겠지? 이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데. 그 사람이 널 좋아하면 어
갑자기, 배 위에 손이 올라오자 신경에 민감해진 그녀는 잠에서 깼고 목정침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자세가 너무 가깝게 느껴지자 그녀는 그의 품에서 얼른 벗어났다.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아직 3시도 안됐죠? 연말인데 회사 안 바뻐요?” 목정침은 그녀의 반응에 인상을 찌푸렸다. “나 보기 싫어? 난 회사에 있을 때 머릿속에 온통 네 생각이라 바로 온 건데. 네가 필요한 책도 사왔어. 회사 바쁘지. 근데 너랑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해. 나 때문에 깬 거야?” 그녀는 유씨 아주머니가 책을 그에게 시킬 줄 몰랐다. “아니요… 그냥 적당히 잔 거 같아서요. 더 자면 저녁에 잠 못 자요. 일어나서 좀 걸어야겠어요. 당신 피곤하면 좀 쉬고 있어요.” 말을 하고 그녀가 일어나자 그가 바로 끌어당겼다. 정확하게 그의 품에 안겼고 두 팔은 그녀를 꽉 감싸고 있었다. “나랑 좀만 누워있자… 아까 오는 길에 할머니 보러 잠깐 갔었어. 네가 가고 싶은데 못 가는 거 알아. 그래서 내가 대신 갔어.” 그는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바로 말하지 않고 그녀가 묻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분명히 물을 것이다. 한번에 모든 걸 다 얘기하면 그녀는 별다른 반응이 없을테고, 그는 그녀의 과묵한 모습이 싫었다. 역시, 온연은 바로 물었다. “할머니 잘 계세요?” 그는 고민했다. “잘 지내시는 건 아닌 것 같아. 예전부터 계속 기침하던 습관이 있으셨던 거 알지? 거기 가고 나서 고모님이 병원에 안 데려가신 건지 증상이 더 심해졌어. 내가 갔을 때 혼자 집에 계셨는데, 몇 분만 있다가 나가라고 하셨어. 우리랑 더 이상 왕래하기 싫으시데.” 온연은 이 얘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저 속에서 분노가 차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노부인은 곁에 둘 수 있었지만, 노부인은 그녀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직접 떠나는 걸 선택했다. 지금은 노부인이 잘 지내지 못하는 걸 알았는데 그녀가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목정침은 그녀를 달래줄 듯 볼에 입을 살
목정침은 당황해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할 필요 없어서. 이 일 소경이만 알고 있었어. 원래 할머니한테도 얘기해드릴 생각 없었는데, 뭔가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 내가 숨기는 게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묻지마 연아… 어떤 일들은 너무 역겨워서 네가 몰랐으면 좋겠어.” 이 결론을 온연은 의외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가 말해주지 않을 걸 이미 예상하고 있어서 그저 물었다. “내가 당신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당신은 우리가 앞으로도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애가 있어도 우리는… 이미 거리가 많이 멀어졌고,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고, 두 눈을 마주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널 원하고 있는데 어떻게 못 지낼 수가 있겠어? 네가 사랑하고 싶으면 하고, 미워하고 싶으면 해.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 다른 건 다 나한테 맡겨. 내가 더 잘하면 되니까. 난 너를 사랑해, 그래서 네가 날 안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순간, 그녀는 그의 동공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그 안에 반짝이는 눈을 보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눈이 반짝인다는 말은 진짜였다. 그가 그녀를 좋아한지는 오래 됐지만 몇 번에 계절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고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흔들리는 속눈썹이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고 있다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그가 더 깊이 들어가려 하자 그녀는 닫혀 있던 이에 힘을 풀었고, 혀 끝으로 그의 부드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그녀를 놓아주고 일어났다. “다음에 거절 안 하면 나 진짜 자제력 잃을지도 몰라. 좀 걷자. 밖에 눈 그쳤어. 내가 같이 산책 가줄게.”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할 때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주었다. 그녀도 그의 손을 잡았고, 그의 손바닥에서 처음으로 온기를 느꼈다. 이번에는 그가 직접 데려고 나갔고, 그녀에게 정원에서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진몽요는 차를 타고 자기 집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한시간 전에 탐정이 보낸 문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석동해라는 사람 문제 있어요.’ 그녀는 원래 엄마의 판단을 믿거나, 자신이 직접 석동해라는 사람을 알아가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마음은 이미 탐정을 깊게 믿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올라가서 강령에게 석동해와 헤어지라고 말릴까 고민했지만, 말을 꺼내는 그 순간 전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녀는 예전처럼 강령과 딱딱한 사이로 지내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주저하다가 그녀는 사설 탐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쪽이 수집한 정보 정확한 거 맞아요? 이거 저한테는 꽤 중요한 일이라서요. 석동해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예요?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답장이 빠르게 도착했다. ‘저한테는 단골손님이시잖아요, 제 정보력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저는 그래도 일을 여러 번 맡기셨으니까 열심히 찾아드린 거예요. 이 짧은 시간동안 석동해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상세하게 찾아줄 수는 없는데 확실히 문제는 있어요. 게다가 심각한 문제에요. 석동해랑 그쪽 어머니랑 만나고 있는 거 알고, 당신이 누군지도 알아요. 일단은 조심해요, 더 조사해보고 연락줄게요.’ 이 사람, 그녀는 그저 석동해를 조사하라고 시켰는데 자신의 대해서까지 알고 있을 줄 몰랐다. 과거에 이 탐정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적은 없었지만, 이 사람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이런 답장을 받은 그녀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고 경소경의 전화였다. 버튼을 누르고 그녀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여보세요?” 경소경의 말투 또한 살갑지 않았다. “어디에요? 내가 당신 집에서 쉬라고 했는데, 또 나갔어요? 나는 당신 배고플까 봐 집에 얼른 왔는데 왜 당신은 내가 허탕치게 만들어요?” 그녀는 높은 건물을 올려다봤고, 집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지금 갈게요.”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오자 경소경은 이
그 탐정에게서 다시 한번 석동해에 관련해서 답장이 왔다. 석동해의 사업은 보기엔 엄청 잘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망한지 오래됐고, 산하 사업은 이미 다 빈 껍데기였으며 심지어 빚도 많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이혼 사유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이혼한지 얼마 안됐는데 강령을 찾아온 이유가 뭘까? 진가네가 파산됐을 때 석동해는 얼굴을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이제 보니 그와의 관계도 깊은 것 같았지만 딱 겉으로만 그래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밥이 넘어 가지 않자, 다시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석동해는 오늘도 집에 있었다. 지금까지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했던 적이 없는 강령은 직접 한 요리를 식탁에 올려 두었고, 그 모습을 본 진몽요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녀도 엄마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갑자기 찾아올 줄 몰랐던 강령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몽요 밥 먹었니? 같이 먹을까?” 석동해도 일어나서 반갑게 인사했다. “몽요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우리 안 본지 몇 년이나 됐더라? 아저씨 알아보겠어?” 진몽요는 덤덤하게 말했다. “당연히 알아보죠. 저는 먹고 와서 안 먹을래요. 당분간 여기 며칠 있으려고요.” 석동해는 강령을 쳐다보았고, 강령은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래, 그럼 며칠 있다가. 근데…너 소경이랑 싸웠니? 왜 갑자기 여기서 지내려고 해?” 진몽요는 그 순간 이미 마음 속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여긴 제 집인데 지내려면 허락받아야 되는 거예요? 아직 시집도 안 갔고, 갔다고 해도 매일 집에 올 자격 있어요. 여긴 평생 제 집이에요. 엄마 혼자 사시는 거 좀 외롭지 않아요? 결혼하기 전까지는 제가 그냥 들어와서 살게요. 대화할 상대는 있어야죠.” 그녀의 말의 낌새를 눈치챈 석동해는 무안했다. “그럼… 몽요가 오랜만에 왔으니 두 모녀끼리 얘기 나눠요. 난 먼저 가볼게요.” 강령도 그를 붙잡지 않았다. “알겠어요, 배웅해
진몽요는 벌떡 일어섰다. “석동해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강령도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네 아빠랑 몇 년을 알고 지낸 사이야, 어렸을 때 널 안은 적도 있었어! 내가 모르는 게 뭐가 있어? 얼굴은 그냥 그래도 사람은 좋아. 그럼 된 거 아니야? 집안도 나쁘지 않고, 내 남은 생 좀 편하게 살 수 있잖아. 너한테 기대지 않고!” 강령이 석동해를 대변하자 진몽요는 화가났다. “그래요. 아빠랑 오랫동안 알고 지냈죠. 근데 그저 그런 사이 아니였어요? 얼굴이 못 생긴 건 그냥 넘어갈 수 있어요. 저도 얼굴은 딱히 안 보니까요. 근데 우리 집이 망했을 때 제일 도움이 필요할 때 저 사람은 뭐하고 있었데요? 나타나지도 않았죠? 갑자기 이럴 때 나타나는 게 과연 우연일까요? 사람이 좋다고요? 엄마는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저 사람 이혼한지 반 년도 안 된 거 알고 있었어요? 왜 이혼했는지 아시냐고요? 저 사람이 하나도 안 숨기고 다 말해줬어요? 아직 엄마랑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집에 막 들락거리고, 자고 가고,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엄마가 두번째 봄을 맞이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불만 없어요. 근데 생각 좀 하세요. 난 이 사람 싫어요, 허락 못해요! 엄마랑 싸우려고 다시 온 거 아니에요. 싸울 힘도 없고요. 대신 저 사람이랑 계속 만날 생각이면 이 집 저한테 넘기고 저 사람 집 가서 사세요! 엄마랑 같이 살 집이나 있는지 보라고요. 저 사람한테 속은 줄도 모르고 가만히 있는 건 아니죠.” 강령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때 우리 집 망했다고 저 사람 찾아가도 소용없잖아. 그게 어떻게 안 도와준 거야? 저 사람 이혼한 거 알고 있었어, 감정이 안 맞는데 이혼을 안 할 수도 없잖아? 네 말은 지금 저 사람이 우리 집이랑 돈 노리고 왔다는 거야? 너 똑바로 들어, 저 사람 진짜 그런 거 아니야. 예전에는 우리집보다 못 살았지만, 지금하고 있는 사업 엄청 잘 되고 있어! 넌 경소경이랑 약혼까지 했으면서 이 집이 왜 필요해? 그래, 어차피 이것도
이 시간, 그녀는 온연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안야는 임립네 집에 살고 있어 그 쪽으로 가기에도 불편했다. 어떻게 해도 그녀는 이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고, 바로 탐정에게 전화를 걸어 석동해의 거처를 붙고 직접 그를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강령 때문에 부셔져 당장 아무랑도 연락할 수 없었다. 차로 한 바퀴 돌다가 어쩌다 보니 그녀는 예전에 자주 가던 술집에 차를 세웠다. 이럴 때 그녀는 그냥 취하고 싶었다. 익숙한 듯 술집으로 걸어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직원에게 술을 주문했다. 그녀는 미친듯이 마셨고, 한 판을 다 마시자 그녀가 직원을 부르기도 전에 직원이 직접 저렴하지 않은 양주 한 병을 들고 왔다. “손님, 이건 예 선생님께서 주문해 주셨어요. 몸 상한다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전해달라셨어요.” 예 선생님? 진몽요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게 누군데요? 나랑 아는 사이에요?” 직원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이 술집이 그 분 거예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이 술집의 사장? 그렇다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예전에 이곳의 단골이었고 돈도 많이 썼다. 이 술은 비록 비쌌지만 단골에게 충분히 줄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래요, 그럼 사장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같이는 못 마시고, 나중에 다시 감사인사 전하러 올게요.”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술집 3층에 노래방 부스, 진몽요에게 술을 갖다 준 직원이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예 선생님, 술 갖다 드렸습니다. 그 손님께서 오늘은 기분이 안 좋으셔서 같이는 못 마시겠다고, 나중에 다시 감사인사 전하러 오신답니다.” 직원을 등지고 있던 의자 위 남자는 천천치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고, 입 주변에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알겠어, 나가 봐.”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한 게 꼭 지옥에서 온 사람처럼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직원은 굽신거리며 재빨리 부스를 떠났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가 되었다. 진몽요는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