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그녀는 온연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안야는 임립네 집에 살고 있어 그 쪽으로 가기에도 불편했다. 어떻게 해도 그녀는 이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고, 바로 탐정에게 전화를 걸어 석동해의 거처를 붙고 직접 그를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강령 때문에 부셔져 당장 아무랑도 연락할 수 없었다. 차로 한 바퀴 돌다가 어쩌다 보니 그녀는 예전에 자주 가던 술집에 차를 세웠다. 이럴 때 그녀는 그냥 취하고 싶었다. 익숙한 듯 술집으로 걸어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직원에게 술을 주문했다. 그녀는 미친듯이 마셨고, 한 판을 다 마시자 그녀가 직원을 부르기도 전에 직원이 직접 저렴하지 않은 양주 한 병을 들고 왔다. “손님, 이건 예 선생님께서 주문해 주셨어요. 몸 상한다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전해달라셨어요.” 예 선생님? 진몽요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게 누군데요? 나랑 아는 사이에요?” 직원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이 술집이 그 분 거예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이 술집의 사장? 그렇다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예전에 이곳의 단골이었고 돈도 많이 썼다. 이 술은 비록 비쌌지만 단골에게 충분히 줄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래요, 그럼 사장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같이는 못 마시고, 나중에 다시 감사인사 전하러 올게요.”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술집 3층에 노래방 부스, 진몽요에게 술을 갖다 준 직원이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예 선생님, 술 갖다 드렸습니다. 그 손님께서 오늘은 기분이 안 좋으셔서 같이는 못 마시겠다고, 나중에 다시 감사인사 전하러 오신답니다.” 직원을 등지고 있던 의자 위 남자는 천천치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고, 입 주변에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알겠어, 나가 봐.”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한 게 꼭 지옥에서 온 사람처럼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직원은 굽신거리며 재빨리 부스를 떠났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가 되었다. 진몽요는 더
대리기사는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차 어디에 대셨어요?” 그녀는 길가 쪽을 가리켰다. “저쪽이요.” 대리기사는 당황했다. “이 차… 한번도 운전해 본 적 없는데…” 진몽요는 지금 그냥 집에 가서 빨리 누워 자고싶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몰면 돼요. 비싼 차라고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망가져도 그쪽한테 물어내라고 안 해요. 나 다치지만 않게 해줘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상대방은 부담을 갖지 않고 그녀를 먼저 차에 태웠다. 백수완 별장에 돌아온 뒤, 그녀는 경소경이 이미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실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표정이 썩은 경소경의 얼굴을 보았고 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찔렸지만 뻔뻔하게 말했다. “왜 아직도 안 자요…?” 경소경은 대꾸하지 않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무의식 중에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저녁밥을 보았고, 그녀를 위해 그가 직접 만들었는데 손도 안댄 걸 보자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강령 일이 그녀를 너무 짜증나게 만들어서 그녀는 꿈에서도 평온한 날들을 꿈꿀 것 같았다. 단순히 강령의 재혼이 싫은 게 아니라 강령이 다른 사람에게 다 퍼주고 또 창피한 결과를 만들어 낼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얼마든지 창피할 수 있지만, 이제 곧 경가네 사람이 될 예정이니 강령에게 안 좋은 소문이 생기면 경가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안 좋았던 기분을 제치고, 웃으며 경소경을 찾으러 올라갔다. “화났죠? 저녁에 잠깐 엄마네 집에 갔다 오느라 못 먹었어요. 내가 꼭 잘 치울게요!” 경소경은 그녀를 등지고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회사에서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11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었고, 그가 일부러 그녀를 위해 만들어준 저녁도 그녀는 먹지 않았다. 그녀가 집에 올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서 안절부절했는데 그녀가 술에 취해 들어오자
진몽요는 황당했다. 술 기운도 이 황당함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본인의 탓이 되어 경소경을 화나게 만들 줄 몰랐다. “이러지 말아요… 나 정말 누구랑 같이 있지 않았어요.” 경소경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차갑게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는 긴장한 채로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있었고 안 그래도 머릿속에 든 게 없는데 마음이 급해지자 그를 침대에 눕혔다. “한번만 나 믿어줘요… 정말 거짓말한 적 없어요…” 그는 다시 그녀를 밀쳤다. “저리 비켜요! 나 피곤해요. 당신이랑 싸우기 싫어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다음 날. 진몽요는 점심이 되자 일어났다. 경소경은 당연히 일찍 출근했고, 그녀는 얼른 준비를 하고 회사로 출발했다. 며칠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A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와 그녀를 보자 얼른 웃으면서 다가갔다. “며칠동안 뭐 했어요? 좋은데라도 갔다 왔어요?” 진몽요는 그녀에 농담을 받아 줄 기분이 없었다. 그녀는 희미하게 어젯밤 경소경과의 다툼이 생각났고,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을 했는지도 생각났다. 그가 바쁜 와중에도 밥을 차렸는데 정작 자신은 나가서 술 마시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를 새벽까지 걱정시켰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서 그를 달래 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늦게 일어나게 될 줄 몰랐다. “경소경씨는요?” A는 이상하게 여겼다. “둘이 같이 사는 거 아니었어요? 왜 그걸 나한테 물어요? 내가 약혼녀도 아니고.” 진몽요는 눈알을 굴렸다. “사무실에 있는지 없는지 묻는 거잖아요! 됐어요, 내가 직접 찾아보죠!” 경소경 사무실 문을 벌컥 열자 그녀는 놀랍게도 그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경소경은 인기척에 잠에서 깼고 피곤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왔어요?” 그녀는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어제… 미안했어요, 화 풀어요.” 그는 그녀를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내가 어떻게 더 화를 내요? 앞으로 혼자 나가서 술 마시지 말아요.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혀 도망치는 걸 택했다. “어차피… 어차피 내가 못할 짓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세세한 게 기억 안 났을 뿐이에요. 사과도 했고, 용서도 받았으니 이만 가 볼게요!” 그녀가 일어서자 그가 붙잡았다. “다시 해줘요, 지금 회사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그녀는 순간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여긴 회사였다. “안돼요! 놔줘요!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해요!”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입을 맞췄다. ...... 사무실에서 나올 때 그녀의 볼은 빨갰고, A는 호기심에 물었다.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좀 싸워서 그래요.” A는 어리둥절했다. 얼굴이 저렇게 빨간 걸 보면 뺨을 몇 대가 맞은 걸까? 자기네 회사 대표가 여자한테 손지검을 하는 버릇이 있나? 그때 이후로 그녀는 경소경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경소경의 대한 존경심이… 경멸로 변했다. 목가네. 온연이 점심을 먹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안방에 두었는데, 벨소리가 계속 울리자 유씨 아주머니가 가져다주었다. “어르신 전화네.” 할머니? 온연은 의아했다. 목가네를 떠난 이후로 노부인은 한 번도 그녀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었어서 속으로 내심 기뻐했다. 전화를 받자 노부인이 아닌 온지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아, 빨리 와 봐야겠어. 네 할머니 입원하셨어!” 그녀의 머리가 그 순간 울렸다. 분명 노부인의 건강은 멀쩡했었고, 기침하는 증상도 목가네에서 계속해서 치료를 받았어서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온지령은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그저 그녀에게 병원으로 오라는 재촉만 한 채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저 두꺼운 외투 좀 가져다주세요. 할머니가 입원하셨다고 해서 병원에 가봐야겠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얘기를 듣자 마음이 급해졌다. “안돼! 네가 지금 병원에 어떻게 가니? 이런 번
이 소식을 들은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숨겼다. 그저 그녀에게 노부인이 심한 감기가 걸렸을 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온연이 방으로 들어가자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어르신께 일이 생겼어요. 그 고모님댁에서 중증 폐렴에 걸리셔서, 계속 해서 고열이 났더니 상태가 안 좋아지신 모양이에요. 나이가 있으셔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도 후유증이 계속해서 남을 거래요. 사모님한테는 말씀 못 드렸는데… 어떻게 할까요?” 사무실, 목정침은 복잡한 심정에 미간을 문질렀다. “이럴 줄 알았어요… 일단 알겠어요, 내가 해결해 볼게요. 잘하셨어요, 연이는 알아선 안돼요.” 전화를 끊고, 그는 비서 데이비드를 시켜 오후 미팅을 취소한 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노부인은 중환자실에 있었고, 온지령과 남편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얼굴에는 속상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진짜인지 아닌지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었다. “정침아, 연이는 같이 안 왔어?” 온지령은 목정침이 혼자 온 걸 보고 물었다. “네, 몸이 안 좋아서요. 무슨 일 있으면 제가 처리할게요.”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친손녀라고는 걔 하나 밖에 없는데, 할머니가 이렇게 아프신데도 안 와? 그냥 임신한 것 가지고 어떻게 병원에도 안 와볼 수가 있어!” 온지령의 남편은 불쾌하게 말했다. 목정침이 인상을 찌푸리며 온지령의 남편을 노려보자 상대방은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 했다. 온지령은 남편을 끌어당긴 후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애가 더 중요하지. 네가 오면 어때, 어차피 다 가족이잖아. 지금 엄마 상황이 심각해. 감염될까 봐 가족 면회도 안된데. 매일 들어가는 비용도 많고, 우리 두 사람은 여기서 사업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빚이 안 그래도 많은데, 병원비는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신경을 안 쓸 수도 없고,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지만… 내 생각엔, 우리 연이가 돈을 쓰고 우리가 힘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목정침은 콧방귀
그녀의 남편은 순간 말문이 막혀 씩씩거리며 돌아섰다. 병원 안, 목정침은 의사의 설명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의사의 표정은 진지했다. “환자가 연세가 많으시고, 요즘 날씨도 이래서 잘 돌봐드렸어야 해요. 감기만 걸려도 잘 치료해야 되는 마당에, 어떻게 폐렴이 걸릴 때까지 방치할 수가 있어요? 가족들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네요. 환자분이 실려왔을 때 거의 의식이 없었어요. 3일 이상 고열이 나지 않는 이상 이럴 수가 없는데, 며칠 동안 가족들이 몰랐던 건가요? 지금 환자분은 산소 공급과 약물 치료만 의지해야 돼요. 열이 아직 내리지 않아서 위험한 상태예요. 연세도 많으시니 가족분들은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해두세요.” 목정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병원 측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용은 상관없어요. 약이나 치료법 다 최대로 해주세요. 지금 면회 안되나요?” 의사는 잠시 생각했다. “그건 상황을 좀 봐야할 것 같네요. 환자분 폐 쪽에 다시 한 번 감염이 되 버릴 수도 있거든요. 열이 내려가면 아마 면회 될 거예요. 일단 제가 한 번 보죠.” 의사는 들어가서 노부인의 상태를 체크했고, 목정침은 안절부절하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일이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노부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온연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의사가 나오자 그가 물었다. “어떤가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은 좀 내렸네요. 그런데 또 열이 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 환자분 의식도 희미하고, 최대한 5분 안에 나오세요.” 목정침은 대답을 하고 비닐 옷으로 갈아입은 후 병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노부인은 전보다 훨씬 늙어보였다. 몸은 더 말라 있었고, 눈에 주름이 깊게 파였으며 입술은 창백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말했다. “할머니, 저 정침이에요. 제가 보러 왔어요.” 노부인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깨어났다. “지원아… 그동안 어디 있었어?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네가 진함이라는
목정침은 시간이 거의 다 되자 위로했다. “할머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얼른 치료하시고, 건강해지시면 제가 다시 모시고 올 게요. 앞으로 저희랑 살아요. 그때 아드님이 그렇게 된 건 할머니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그리고 연이도 할머니가 생각해주시는 마음 잘 알고, 빨리 나으시 길 바라고 있어요.” 노부인의 호흡이 갑자기 가빠졌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 했다. 목정침은 얼른 밖으로 나가 의사를 불렀다.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셨어요, 얼른 들어와 보세요!” 의사는 병실로 들어갔고, 노부인의 호흡은 정상화되었지만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의사는 노부인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노부인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고, 의사는 옅은 숨을 내쉬었다. “평온한 정서를 유지해 주셔야 해요. 그래야 빠르게 회복하실 수 있어요.” 노부인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좋아질 수 없는거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의사는 멈칫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 보다는 많이 약하시니 힘이 들긴 하겠죠. 마음 강하게 먹으셔야 해요.” 노부인은 웃었다. “됐어요, 저는 살만큼 살았어요. 저 대신에… 유서 좀 써주세요… 내용은… 제가 남긴 모든 건 다 손녀한테 주는 걸로… 온가네 저택… 집 문서… 위치는… 목가네… 제가 예전에 살던… 그 방…. 침대 아래…. 얼른 써주세요…” 의사는 노부인의 정서가 격해질까 봐 그녀의 뜻대로 했다. 얼른 아무 이면지나 집어서 유서를 써내려 갔다. “네, 말씀하신 대로 적었어요. 이제는 말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전념하세요.” 갑자기, 노부인은 오른손에 꼽혀 있던 기계를 뽑았다. “펜… 서명해야죠…” 의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지금 노부인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이 일이 끝나지 않을 걸 알고 펜을 건넸다. 노부인은 삐뚤거리는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다 적은 뒤에 손이 툭 떨어졌다. 그 순간 의료기계에서 급박한 경고음이 들렸고, 화면에는 긴 일직
평소에 그는 일찍 귀가했지만 유독 오늘은 집에 가기 싫었고 혹시라도 들킬까 봐 어떻게 온연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노부인이 병실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자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임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그 온지령 부부 지금 제 사무실로 오라고 해주세요.” 30분 후, 두 사람이 도착했다. 온지령은 목정침의 안 좋은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생긴 걸 알았고, 철없는 그녀의 남편은 웅장한 목가네 그룹 건물만 감상하고 있었다. 온지령은 쩔쩔맸다. “정침아… 우리를 여기까지 다 부르고 무슨 일이야?” 목정침은 차갑게 말했다. “할머니가 왜 병에 걸린 지 아세요?” 온지령의 남편은 온 몸이 굳었고 찔렸는지 코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온지령은 그 일을 알리가 없었다. “이 날씨에 감기 걸리는 건 흔한 일이잖아. 평소에 내가 바쁘기도 하고, 엄마도 어디가 아프신지 말을 안 하셨어. 기침하시면 내가 약도 드리고 나름 챙겨드렸는데, 갑자기 쓰러지셔서 심각한 문제라는 걸 알았지. 이제 네가 책임지기로 했잖아. 돈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으니 엄마도 금방 좋아지실 거라고 믿어.” 목정침은 사망통지서를 던졌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좋아져요?” 온지령은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한참 멍 해졌다가 사망통지서를 주웠다. “아니… 네가 왔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다고? 그럴리가 없어… 우리 엄마 건강해. 단지 폐렴에 걸렸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떠나? 너 거짓말 하는거지?” 목정침은 아무 말없이 차가운 동공으로 온지령의 남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온지령의 남편은 그의 시선에 털이 쭈뼛섰다. “왜 날 그렇게 봐? 노인네가 죽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 이제 죽었으니 우리가 받아야할 건 받아야지. 내가 온지령이랑 결혼한 그 날부터 계상해서, 우리랑 20년을 사셨어. 온지원은 이미 죽어서 효도도 못 했고, 온연은 어렸으니까 그렇다 치고. 이제 컸으니까 20년중에 그래도 10년치는 부담해야지.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