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그녀는 온연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안야는 임립네 집에 살고 있어 그 쪽으로 가기에도 불편했다. 어떻게 해도 그녀는 이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고, 바로 탐정에게 전화를 걸어 석동해의 거처를 붙고 직접 그를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강령 때문에 부셔져 당장 아무랑도 연락할 수 없었다. 차로 한 바퀴 돌다가 어쩌다 보니 그녀는 예전에 자주 가던 술집에 차를 세웠다. 이럴 때 그녀는 그냥 취하고 싶었다. 익숙한 듯 술집으로 걸어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직원에게 술을 주문했다. 그녀는 미친듯이 마셨고, 한 판을 다 마시자 그녀가 직원을 부르기도 전에 직원이 직접 저렴하지 않은 양주 한 병을 들고 왔다. “손님, 이건 예 선생님께서 주문해 주셨어요. 몸 상한다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전해달라셨어요.” 예 선생님? 진몽요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게 누군데요? 나랑 아는 사이에요?” 직원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이 술집이 그 분 거예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이 술집의 사장? 그렇다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예전에 이곳의 단골이었고 돈도 많이 썼다. 이 술은 비록 비쌌지만 단골에게 충분히 줄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래요, 그럼 사장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같이는 못 마시고, 나중에 다시 감사인사 전하러 올게요.”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술집 3층에 노래방 부스, 진몽요에게 술을 갖다 준 직원이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예 선생님, 술 갖다 드렸습니다. 그 손님께서 오늘은 기분이 안 좋으셔서 같이는 못 마시겠다고, 나중에 다시 감사인사 전하러 오신답니다.” 직원을 등지고 있던 의자 위 남자는 천천치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고, 입 주변에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알겠어, 나가 봐.”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한 게 꼭 지옥에서 온 사람처럼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직원은 굽신거리며 재빨리 부스를 떠났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가 되었다. 진몽요는 더
대리기사는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차 어디에 대셨어요?” 그녀는 길가 쪽을 가리켰다. “저쪽이요.” 대리기사는 당황했다. “이 차… 한번도 운전해 본 적 없는데…” 진몽요는 지금 그냥 집에 가서 빨리 누워 자고싶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몰면 돼요. 비싼 차라고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망가져도 그쪽한테 물어내라고 안 해요. 나 다치지만 않게 해줘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상대방은 부담을 갖지 않고 그녀를 먼저 차에 태웠다. 백수완 별장에 돌아온 뒤, 그녀는 경소경이 이미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실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표정이 썩은 경소경의 얼굴을 보았고 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찔렸지만 뻔뻔하게 말했다. “왜 아직도 안 자요…?” 경소경은 대꾸하지 않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무의식 중에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저녁밥을 보았고, 그녀를 위해 그가 직접 만들었는데 손도 안댄 걸 보자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강령 일이 그녀를 너무 짜증나게 만들어서 그녀는 꿈에서도 평온한 날들을 꿈꿀 것 같았다. 단순히 강령의 재혼이 싫은 게 아니라 강령이 다른 사람에게 다 퍼주고 또 창피한 결과를 만들어 낼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얼마든지 창피할 수 있지만, 이제 곧 경가네 사람이 될 예정이니 강령에게 안 좋은 소문이 생기면 경가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안 좋았던 기분을 제치고, 웃으며 경소경을 찾으러 올라갔다. “화났죠? 저녁에 잠깐 엄마네 집에 갔다 오느라 못 먹었어요. 내가 꼭 잘 치울게요!” 경소경은 그녀를 등지고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회사에서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11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었고, 그가 일부러 그녀를 위해 만들어준 저녁도 그녀는 먹지 않았다. 그녀가 집에 올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서 안절부절했는데 그녀가 술에 취해 들어오자
진몽요는 황당했다. 술 기운도 이 황당함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본인의 탓이 되어 경소경을 화나게 만들 줄 몰랐다. “이러지 말아요… 나 정말 누구랑 같이 있지 않았어요.” 경소경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차갑게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는 긴장한 채로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있었고 안 그래도 머릿속에 든 게 없는데 마음이 급해지자 그를 침대에 눕혔다. “한번만 나 믿어줘요… 정말 거짓말한 적 없어요…” 그는 다시 그녀를 밀쳤다. “저리 비켜요! 나 피곤해요. 당신이랑 싸우기 싫어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다음 날. 진몽요는 점심이 되자 일어났다. 경소경은 당연히 일찍 출근했고, 그녀는 얼른 준비를 하고 회사로 출발했다. 며칠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A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와 그녀를 보자 얼른 웃으면서 다가갔다. “며칠동안 뭐 했어요? 좋은데라도 갔다 왔어요?” 진몽요는 그녀에 농담을 받아 줄 기분이 없었다. 그녀는 희미하게 어젯밤 경소경과의 다툼이 생각났고,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을 했는지도 생각났다. 그가 바쁜 와중에도 밥을 차렸는데 정작 자신은 나가서 술 마시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를 새벽까지 걱정시켰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서 그를 달래 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늦게 일어나게 될 줄 몰랐다. “경소경씨는요?” A는 이상하게 여겼다. “둘이 같이 사는 거 아니었어요? 왜 그걸 나한테 물어요? 내가 약혼녀도 아니고.” 진몽요는 눈알을 굴렸다. “사무실에 있는지 없는지 묻는 거잖아요! 됐어요, 내가 직접 찾아보죠!” 경소경 사무실 문을 벌컥 열자 그녀는 놀랍게도 그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경소경은 인기척에 잠에서 깼고 피곤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왔어요?” 그녀는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어제… 미안했어요, 화 풀어요.” 그는 그녀를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내가 어떻게 더 화를 내요? 앞으로 혼자 나가서 술 마시지 말아요.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혀 도망치는 걸 택했다. “어차피… 어차피 내가 못할 짓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세세한 게 기억 안 났을 뿐이에요. 사과도 했고, 용서도 받았으니 이만 가 볼게요!” 그녀가 일어서자 그가 붙잡았다. “다시 해줘요, 지금 회사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그녀는 순간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여긴 회사였다. “안돼요! 놔줘요!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해요!”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입을 맞췄다. ...... 사무실에서 나올 때 그녀의 볼은 빨갰고, A는 호기심에 물었다.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좀 싸워서 그래요.” A는 어리둥절했다. 얼굴이 저렇게 빨간 걸 보면 뺨을 몇 대가 맞은 걸까? 자기네 회사 대표가 여자한테 손지검을 하는 버릇이 있나? 그때 이후로 그녀는 경소경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경소경의 대한 존경심이… 경멸로 변했다. 목가네. 온연이 점심을 먹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안방에 두었는데, 벨소리가 계속 울리자 유씨 아주머니가 가져다주었다. “어르신 전화네.” 할머니? 온연은 의아했다. 목가네를 떠난 이후로 노부인은 한 번도 그녀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었어서 속으로 내심 기뻐했다. 전화를 받자 노부인이 아닌 온지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아, 빨리 와 봐야겠어. 네 할머니 입원하셨어!” 그녀의 머리가 그 순간 울렸다. 분명 노부인의 건강은 멀쩡했었고, 기침하는 증상도 목가네에서 계속해서 치료를 받았어서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온지령은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그저 그녀에게 병원으로 오라는 재촉만 한 채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저 두꺼운 외투 좀 가져다주세요. 할머니가 입원하셨다고 해서 병원에 가봐야겠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얘기를 듣자 마음이 급해졌다. “안돼! 네가 지금 병원에 어떻게 가니? 이런 번
이 소식을 들은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숨겼다. 그저 그녀에게 노부인이 심한 감기가 걸렸을 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온연이 방으로 들어가자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어르신께 일이 생겼어요. 그 고모님댁에서 중증 폐렴에 걸리셔서, 계속 해서 고열이 났더니 상태가 안 좋아지신 모양이에요. 나이가 있으셔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도 후유증이 계속해서 남을 거래요. 사모님한테는 말씀 못 드렸는데… 어떻게 할까요?” 사무실, 목정침은 복잡한 심정에 미간을 문질렀다. “이럴 줄 알았어요… 일단 알겠어요, 내가 해결해 볼게요. 잘하셨어요, 연이는 알아선 안돼요.” 전화를 끊고, 그는 비서 데이비드를 시켜 오후 미팅을 취소한 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노부인은 중환자실에 있었고, 온지령과 남편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얼굴에는 속상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진짜인지 아닌지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었다. “정침아, 연이는 같이 안 왔어?” 온지령은 목정침이 혼자 온 걸 보고 물었다. “네, 몸이 안 좋아서요. 무슨 일 있으면 제가 처리할게요.”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친손녀라고는 걔 하나 밖에 없는데, 할머니가 이렇게 아프신데도 안 와? 그냥 임신한 것 가지고 어떻게 병원에도 안 와볼 수가 있어!” 온지령의 남편은 불쾌하게 말했다. 목정침이 인상을 찌푸리며 온지령의 남편을 노려보자 상대방은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 했다. 온지령은 남편을 끌어당긴 후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애가 더 중요하지. 네가 오면 어때, 어차피 다 가족이잖아. 지금 엄마 상황이 심각해. 감염될까 봐 가족 면회도 안된데. 매일 들어가는 비용도 많고, 우리 두 사람은 여기서 사업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빚이 안 그래도 많은데, 병원비는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신경을 안 쓸 수도 없고,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지만… 내 생각엔, 우리 연이가 돈을 쓰고 우리가 힘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목정침은 콧방귀
그녀의 남편은 순간 말문이 막혀 씩씩거리며 돌아섰다. 병원 안, 목정침은 의사의 설명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의사의 표정은 진지했다. “환자가 연세가 많으시고, 요즘 날씨도 이래서 잘 돌봐드렸어야 해요. 감기만 걸려도 잘 치료해야 되는 마당에, 어떻게 폐렴이 걸릴 때까지 방치할 수가 있어요? 가족들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네요. 환자분이 실려왔을 때 거의 의식이 없었어요. 3일 이상 고열이 나지 않는 이상 이럴 수가 없는데, 며칠 동안 가족들이 몰랐던 건가요? 지금 환자분은 산소 공급과 약물 치료만 의지해야 돼요. 열이 아직 내리지 않아서 위험한 상태예요. 연세도 많으시니 가족분들은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해두세요.” 목정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병원 측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용은 상관없어요. 약이나 치료법 다 최대로 해주세요. 지금 면회 안되나요?” 의사는 잠시 생각했다. “그건 상황을 좀 봐야할 것 같네요. 환자분 폐 쪽에 다시 한 번 감염이 되 버릴 수도 있거든요. 열이 내려가면 아마 면회 될 거예요. 일단 제가 한 번 보죠.” 의사는 들어가서 노부인의 상태를 체크했고, 목정침은 안절부절하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일이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노부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온연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의사가 나오자 그가 물었다. “어떤가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은 좀 내렸네요. 그런데 또 열이 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 환자분 의식도 희미하고, 최대한 5분 안에 나오세요.” 목정침은 대답을 하고 비닐 옷으로 갈아입은 후 병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노부인은 전보다 훨씬 늙어보였다. 몸은 더 말라 있었고, 눈에 주름이 깊게 파였으며 입술은 창백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말했다. “할머니, 저 정침이에요. 제가 보러 왔어요.” 노부인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깨어났다. “지원아… 그동안 어디 있었어?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네가 진함이라는
목정침은 시간이 거의 다 되자 위로했다. “할머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얼른 치료하시고, 건강해지시면 제가 다시 모시고 올 게요. 앞으로 저희랑 살아요. 그때 아드님이 그렇게 된 건 할머니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그리고 연이도 할머니가 생각해주시는 마음 잘 알고, 빨리 나으시 길 바라고 있어요.” 노부인의 호흡이 갑자기 가빠졌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 했다. 목정침은 얼른 밖으로 나가 의사를 불렀다.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셨어요, 얼른 들어와 보세요!” 의사는 병실로 들어갔고, 노부인의 호흡은 정상화되었지만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의사는 노부인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노부인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고, 의사는 옅은 숨을 내쉬었다. “평온한 정서를 유지해 주셔야 해요. 그래야 빠르게 회복하실 수 있어요.” 노부인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좋아질 수 없는거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의사는 멈칫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 보다는 많이 약하시니 힘이 들긴 하겠죠. 마음 강하게 먹으셔야 해요.” 노부인은 웃었다. “됐어요, 저는 살만큼 살았어요. 저 대신에… 유서 좀 써주세요… 내용은… 제가 남긴 모든 건 다 손녀한테 주는 걸로… 온가네 저택… 집 문서… 위치는… 목가네… 제가 예전에 살던… 그 방…. 침대 아래…. 얼른 써주세요…” 의사는 노부인의 정서가 격해질까 봐 그녀의 뜻대로 했다. 얼른 아무 이면지나 집어서 유서를 써내려 갔다. “네, 말씀하신 대로 적었어요. 이제는 말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전념하세요.” 갑자기, 노부인은 오른손에 꼽혀 있던 기계를 뽑았다. “펜… 서명해야죠…” 의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지금 노부인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이 일이 끝나지 않을 걸 알고 펜을 건넸다. 노부인은 삐뚤거리는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다 적은 뒤에 손이 툭 떨어졌다. 그 순간 의료기계에서 급박한 경고음이 들렸고, 화면에는 긴 일직
평소에 그는 일찍 귀가했지만 유독 오늘은 집에 가기 싫었고 혹시라도 들킬까 봐 어떻게 온연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노부인이 병실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자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임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그 온지령 부부 지금 제 사무실로 오라고 해주세요.” 30분 후, 두 사람이 도착했다. 온지령은 목정침의 안 좋은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생긴 걸 알았고, 철없는 그녀의 남편은 웅장한 목가네 그룹 건물만 감상하고 있었다. 온지령은 쩔쩔맸다. “정침아… 우리를 여기까지 다 부르고 무슨 일이야?” 목정침은 차갑게 말했다. “할머니가 왜 병에 걸린 지 아세요?” 온지령의 남편은 온 몸이 굳었고 찔렸는지 코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온지령은 그 일을 알리가 없었다. “이 날씨에 감기 걸리는 건 흔한 일이잖아. 평소에 내가 바쁘기도 하고, 엄마도 어디가 아프신지 말을 안 하셨어. 기침하시면 내가 약도 드리고 나름 챙겨드렸는데, 갑자기 쓰러지셔서 심각한 문제라는 걸 알았지. 이제 네가 책임지기로 했잖아. 돈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으니 엄마도 금방 좋아지실 거라고 믿어.” 목정침은 사망통지서를 던졌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좋아져요?” 온지령은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한참 멍 해졌다가 사망통지서를 주웠다. “아니… 네가 왔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다고? 그럴리가 없어… 우리 엄마 건강해. 단지 폐렴에 걸렸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떠나? 너 거짓말 하는거지?” 목정침은 아무 말없이 차가운 동공으로 온지령의 남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온지령의 남편은 그의 시선에 털이 쭈뼛섰다. “왜 날 그렇게 봐? 노인네가 죽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 이제 죽었으니 우리가 받아야할 건 받아야지. 내가 온지령이랑 결혼한 그 날부터 계상해서, 우리랑 20년을 사셨어. 온지원은 이미 죽어서 효도도 못 했고, 온연은 어렸으니까 그렇다 치고. 이제 컸으니까 20년중에 그래도 10년치는 부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