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진몽요는 짜증이 났다. 지금 그의 모습은 평소답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극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마치 그때 두 사람이 다퉜을 때처럼, 헤어지기 직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를 위해서 아버지를 당장 용서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그거 조금 더 참을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적어도 만났을 때 모든 사람이 불쾌하진 않을 것이다. 네 가족중, 유일하게 그녀만 외부인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불편한 건 당연하고, 심지어 긴장까지 되는 와중에 이런 차갑고 어색한 분위기까지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하고 주눅들어 다시 이곳에 와야하나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눈 앞에 이 남자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두 사람은 곧 약혼할 예정이니, 그가 마음속에 앙금을 다 버리고, 깔끔하게 과거를 잊은 해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바랄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노력이 다 사라진 것만 같았다. 어떻게 노력해고, 소용이 없었고 경소경은 하필 그녀와 이런 얘기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녀는 침묵을 싫어한다. 다들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대화는 인간의 원초적은 교류방법이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경소경씨!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당신 기분은 이해되는데, 당신도 나를 좀 이해해 줄 수 없어요? 천천히 하면 되잖아요. 아버님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사람이랑 밥 먹을 때 그런식으로 자리 뜨는 거 아니잖아요? 난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적어도… 같이 밥 먹을 때 이렇게 어색한 상황 만들지 않으면 안돼요?” 경소경은 너무 짜증이 나서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고 진정한 뒤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이 일 당신이 신경 쓰지 마요. 난 원래 여기 올 생각 없었어요.” 진몽요는 살짝 억울했다. 분명 오는 길에 다 얘기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즐거워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지
경소경은 잠깐 멈춰 눈을 내리깔고 감정을 추스렸다.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과 드릴게요, 당신 앞에서. 그럼 돼요?” 진몽요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가 원하지 않는데 오직 그녀를 달래주기 위해서 그런 거일까봐 걱정됐다. “그…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런데 어머님한테 전화는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아무 대답 없이 하람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폰과 차는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 진몽요가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소경아…” “엄마, 죄송해요. 아까는 이성을 잃었나 봐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괜찮아… 난 이해해. 아버지가 그림에 너무 열정을 보여서 그게 싫었던거지? 그래도 한 평생을 바치신 일이니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 난 네가 그 사람한테 잘해주는 걸 바라는 게 아니야. 그렇지만 엄마를 봐서라도 사이 좋게 지내자, 응? 방금처럼 행동하면 몽요도 난처했을 거야. 이제 넌 어린애가 아니잖아. 연애 한 두 번도 아니고. 상대방 생각해줄 줄도 알아야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주는 건 늘 옳은 일이야. 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렴. 난 괜찮아.” 경소경은 숨을 들이 마셨고, 즐거운 날들이 아닌 앞으로 짜증날 날들만 눈 앞에 아른거렸다. ”네, 알겠어요.” 전화가 끊기자 차에는 침묵만 남았고 한참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몽요는 비록 그가 쫓아와서 그녀에게 사죄하고 달래 주었지만 그의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그는 잠시동안 좋지 않은 기분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식탁에서 그 대화주제를 꺼낸 건 그녀였고, 앞으로 또 말 실수를 해서 그의 심기를 건들일까 무서웠다. 결국 경소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집으로 가요. 집으로 가지 말고. 오늘 저녁은 혼자 싫은데, 그래줄거죠?” 진몽요는 거절하지 못했지만 망설였다. “아니면… 오늘만 당신 집에 안 가는 거 어때요? 다들 기분 안 좋으니까 각자만의 시간을 갖는거죠. 자고 일어나면 다
하람은 소파에 앉았다. “서두를 필요 없어. 설마 네 월급이라도 깎겠니? 어제 저녁 일은 고마웠어. 네가 분명 소경이한테 한마디 했겠지. 아니면 걔가 전화해서 사과하지 않았을 거야. 사실 걔 탓만 할 수는 없는데 말이야.” 진몽요는 방금 일어나서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어… 아니에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갑자기, 하람의 표정이 변했고 손을 뻗어 소파 밑에 깔린 옷 한 벌을 끄집어냈다. “이거…” 진몽요는 온 몸이 굳었다. 만약 그녀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밑에는 옷 말고도… 다른 사람이 보면 안되는 것들이 더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는 다가가 옷을 뺏었다. “죄송해요, 집이 더러운데 제가 아직 청소를 못 했거든요! 어머님도 바쁘신데 저까지 보러 오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괜찮아요. 소경씨도 잘 지내고 있고요. 저 먼저 씻고 곧 나가 볼게요.” 하람은 어색한 기색을 꾹 참았다.”어… 그래 그럼. 나도 가볼게. 괜찮아, 난 아무것도 못 봤어. 젊은 사람들이니까 그럴수도 있지. 너무 무안해 하지 않아도 돼. 난 가족인데 뭐. 내가 가져온 과일 회사에 잘 챙겨가.”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할 수만 있다면 쥐구멍 안으로 숨고 싶었다. 아니, 일단 숨기 전에 경소경을 먼저 패고 싶었다! 그녀야 말로 옷을 막 던지는 습관이 없었고 모두 그의 짓이었다. 하람이 가고 나서 그녀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준비를 하고 회사로 향했다. 점심시간. 사무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녀는 바로 경소경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자리에 없었고 그녀는 과일과 음식을 그의 책상에 올려 놓았다. 자리에서 나서려는 그 순간, 문 앞에서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머리를 내밀었다. “뭐해요? 경대표님한테 먹을 거 주는 거예요? 와… 그런 거 아니죠? 설마 대표님 짝사랑 중이에요?” 진몽요는 누군가에게 들킬 줄 몰랐다. “그런 거 아니에요. 어머님이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헛소리 그만 하세요.” 동료A는 중얼거
경소경은 이 일이 심각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맞춰봐요.” 진몽요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맞추라고요? 내가 오후내내 이것 때문에 화나 있었는데 맞추라고요? 됐네요! 그래서 무슨 사이예요?” 경소경은 웃으며 말했다. “ㅎㅎ…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내가 예전에 아무리 놀았다지만 주변 사람은 절대 안 건들여요. 그 A한테 가서 물어봐요. 내가 밖에서는 잘 노는 거 사람들 다 아는데 회사에서 여직원을 가까이한 적은 절대로 없어요. 유비서가 예쁘기도 하고 몸매도 좋지만, 아쉽게도 비서니까 어쩔 수 없었…”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진몽요는 그를 때렸다. “이 나쁜 자식! 아쉽긴 뭐가 아쉬워요. 주변 사람 안 건들인 다면서 이순은 뭐예요 그럼?” 이순 얘기가 나오자 경소경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맞아요. 걔 때문에 내 신념이 깨졌어요,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이 온거죠.” 진몽요는 아직도 화가 났지만 그의 표정이 변하자 더 이상 때리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여기 안 올 걸 그랬어요. 맨날 당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여자들이랑 경쟁해야 하잖아요.” 경소경은 몸을 틀어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더 화내지 말아요. 내일 바로 남자 비서로 바꿀게요. 그런데 유비서는 바로 자르긴 힘들어서 다른 계열사로 보낼게요. 이런 건 다 사소한 일이예요. 예전에는 내가 바람둥이였지만 그것도 다 과거일 뿐이에요. 앞으로 나한테는 당신 밖에 없고 당신한테만 설레요. 그럼 된거잖아요?’ 그가 이렇게 쿨하니 진몽요는 자신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싶어 누그러졌다. “그게 되겠어요? 겉으로는 신사 같아 보여도 뼛속까지 바람둥이 같은데… 그리고 어제 밤 일 아직도 결판 못 냈거든요. 당신 때문에 소파에 버려진 옷 어머님이 직접 보셨어요. 내가 그 순간에 얼마나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는지 알아요? 아침에 나 깨워주지도 않고, 하마터면 무단결석 처리될 뻔했잖아요.” 경소경은 그녀의 볼
다음 날 아침, 경소경은 일찍 진가네에 도착했다. 차는 정문 앞에 세웠고, 무척이나 화려해 보였다. 전화를 받고 진몽요는 꾸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했다. 강령은 그녀보다 마음이 급했는지 이미 다 꾸민 상태였고 그녀의 화장까지 도와주었다. “너 이 계집애, 일찍 자라고 했지. 이제 와서 눈도 못 뜨고 있네. 소경이 이미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차 대박 멋있더라. 역시 경가네 집안이야. 약혼 한번 하는데 그렇게 힘쓰다니, 결혼할 때는 얼마나 근사할까?” 진몽요는 화장대 앞에서 하품을 했다. “엄마, 좀 천천히 하면 안되요? 호텔 가서 밥 먹는 시간만 맞추면 되잖아요? 지금 졸려서 그냥 자고 싶어요. 어제 엄마도 늦게 자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나도 안 피곤해 보여요?” 강령은 그녀가 한심한 듯 귀를 잡아당겼다. “나는 잠을 아무리 못 자도 중요한 일은 챙겨. 그러니까 당연히 잘 일어났지. 너처럼 말이야, 젊은 사람이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중요한 일도 구분 못해서 되겠어? 소경이는 아침 일찍 왔는데, 넌 아직 침대에 누워있고 그건 예의가 아니지. 얼른 준비하고 내려가자. 연이 온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안 온데?” 온연이 언급되자 진몽요는 약간 정신이 들었다.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아마 오후에 제도공항에 도착할 거예요. 이런 중요한 일에 걔가 절대로 빠지면 안되죠. 어제 저녁에 전화했을 때 오늘 꼭 온다고 했어요.”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진몽요는 온연이 비행기를 탔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건물 아래. 경소경은 초조하게 한시간 동안 그녀를 기다렸고, 벌써 불안해졌다. “올라가서 보고 올 테니까 기다리세요.” 문 앞에 도착하자 강령이 문을 열었다. “소경아, 우리 거의 다 됐어. 몽요 아직 화장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금방이면 돼.” 경소경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이제 그의 장모님이 될 사람이니 예전과는 다른 사이였다. “네, 제가 들어가서 볼게요. 이따가 같이 내려
진몽요는 왜 자신이 긴장하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집이 잘 살았을 때 그녀도 종종 이런 연회에 참석하곤 했었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언제부터 인지 그녀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필 오늘의 주인공이 그녀와 경소경이라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나도 모르겠어요. 빨리 연이가 왔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못 견딜 것 같아요…” 경소경은 그녀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온연이 없으면 안되나봐요…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요, 내가 있잖아요. 일단 휴게실가서 쉬고 있어요, 마침 서프라이즈도 보여 줄게요.” 진몽요는 서프라이즈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럴 때 서프라이즈가 그녀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을까? 휴게실에 들어가자, 눈앞에 펼쳐진 꽃불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연아, 너 이미 왔구나. 란샹언니랑 안야까지… 다들 너무 나쁜 거 아니야, 어떻게 왔는데 말도 안 해? 연이 너도 그래, 일찍 좀 오지 그랬어!” 란샹을 딸 야야를 데리고 왔다. “나는 아이까지 데려와야 해서. 안야는 할아버지랑 같이 왔고. 그래서 미리 올 수가 없어서 겨우 서둘러서 왔지. 축하해 몽요야, 너랑 소경씨 정말 잘 어울린다. 오늘 너도 너무 예쁘고, 소경씨도 참 멋있네.” 경소경은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받았다. “그럼 다들 얘기하고 있어요, 저는 나가서 손님 받고 있을 게요. 바쁠 거예요.” 경소경이 나가고 진몽요는 대자로 소파에 누웠다. 아저씨처럼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부잣집 며느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피곤해 죽겠어. 호텔에 들어오자 마자 다 모르는 사람들이고,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거 있지. 이따가 또 나가서 멍한 상태로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웃어줘야 되고, 상상만 해도 피곤해. 지금 얼른 쉬어 둬야지. 야야, 손에 있는 케이크 이모 한 입만 줄래? 아침밥을 안 먹어서 너무 배고프네.” 란샹은 웃으며 딸의 손에 있던 케이크를 진몽요에게 넘겼다.
말을 마치자 그녀는 곧장 돌아섰다. 갑자기 목정침은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할머니가 장난치신 거야, 너무 신경 쓰지마. 이따가 연회 끝나면 나랑 같이 목가네로 가야지? 겨우 돌아왔는데 할머니랑 며칠 같이 있어드려야지, 유씨 아주머니랑 아저씨도 너 기다리셔.” 온연은 불쾌한 듯 그의 손을 뿌리쳤고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은몽요가 긴장해서 같이 있어줘야 돼요.” 목정침은 진몽요가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았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휴게실로 돌아오자 하람과 경성욱은 이미 나간 상태였다. 안야는 말했다. “연이 사장님, 밖에 사람들 보니까 저희랑 다른 거 같아요. 다들 양복이나 정장을 차려 입고 있는데, 저희만 너무 캐주얼하게 입어서 좀 그렇지 않나요?” 진몽요는 괜찮다는 듯 손을 절레었다. “그냥 옷인데 뭘, 신경 쓸 거 뭐 있어? 나도 오늘 약혼식만 아니었으면 이런 옷 안 입었을 거야. 걸을 때마다 걸리적거리고 잘못하면 넘어지겠어. 어차피 밖에 있는 사람들이랑 다시 만날 일 없는데 뭐하러 신경 써? 적당히 먹고 놀다가면 되지. 이따가 끝나고 나 옷 갈아입으면 같이 놀러가자.” 온연은 이미 란샹과 안야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고 있었다. “몽요 말이 맞아. 괜찮아. 나도 너희랑 똑같이 입고 있잖아? 저 사람들도 이 약혼식 때문에 온 게 아니라 뭐라고 챙기려고 온 거야. 거의 상류사회 모임이나 마찬가지지. 다들 사업 얘기만 해서 우리랑은 상관없어. 이제 여기 그만 있고 나가서 뭐라도 좀 먹자.” 밖으로 나오자, 안야와 란샹은 매우 어색해했다. 왜냐면 두 사람은 아이와 할아버지도 데리고 있어서, 누가 봐도 그림이 이상했다. 사람들은 계속 이상한 듯 쳐다봤고, 그녀들은 더욱 불편해했다. 진몽요는 신경 쓰지 않고 야야의 손을 잡았다. “야야, 저기 있는 케이크 먹고싶지?” 야야는 멀리 놓여있는 예쁜 케이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물방울처럼 맑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네!” 진몽요는 케이크 한 조각을
온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경비원과 할아버지가 나가지 않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안심했다. 경비원에게 부탁을 한 후 그녀는 다시 계단으로 한 층 한 층을 올라가고 또 내려오고를 반복하더니 숨이 가빠졌다. 목정침의 경호원도 찾는 걸 도왔다. 연회장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소란스럽지 않게 찾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였다. 진몽요는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경소경과 같이 자리에 서야 되는데 할아버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 온연은 갑자기 임립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다. 임립은 “안야씨 혹시 제도에 왔어요? 할아버지랑 같이?” 온연은 영문을 몰랐다. “어떻게 알았어요? 약혼식에 온 거예요? 못 봤는데.” 임립은 이 상황이 답답했다. “할아버지 잃어버렸는데 몰랐어요? 나 요즘 감기가 심해서 아침에 약 먹었는데도 몸이 안 좋아서 8층 게스트룸에서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르신이 8층까지 오셔서, 누구한테 맞았어요. 내가 발견하지 않았으면 일이 커졌을 거예요. 다행히 어르신이 손녀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알았어요. 얼른 올라와요.” 할아버지가 누구한테 맞았다고? 온연은 머리가 하얘졌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한테 누가 감히 손지검을 했을까? 그녀는 안야와 란샹을 데리고 8층에 도착했을 때, 임립이 말한 거처럼 할아버지는 맞은 상태였고 그가 데리고 있었다. 얼굴과 손 주변은 상처로 가득했고, 심지어 피도 흘리고 있었다. 다행인 건 다 작은 상처였지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안야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 할 정도로 울었다. “누가 때렸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연세가 이렇게 많으신데, 아무리 멀쩡하지 않은 상태여도 그렇지, 대체 누가 이렇게 한 거예요?” 임립은 정신이 없었고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여자였어요.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소경이네 약혼식에 온 사람 같아요. 제가 발견했을 때 이미 맞으신 상태였고, 제가 그 여자한테 왜 때렸냐고 물었더니 그 여자가 어르신이 자꾸 자기 가방을 건드려서 그랬다고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