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진몽요의 약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녀도 왜 자신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강연연과 싸운 그 이후로 변한 것 같았다. 그녀는 손지검을 하는 게 가끔은 말로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애써 침착했다. “당신 8층에서 오르신 한 분 때렸죠? 죄송한데, 제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한테 씨씨티비 영상 다 있고, 해결 안되면 오늘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세요.” 여자는 당황한 눈치였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무슨 얘기하는 거예요? 그 노인네가 먼저 부딪힌 건데,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 있어요? 내가 나가는 걸 당신이 무슨 수로 말려요? 설마 그 노인네 당신네 할아버지는 아니겠죠? 어쩐지 같은 가난한 냄새를 풍기더라니. 여기는 당신 같은 사람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얼른 꺼져요, 더 추한 꼴 보기전에.” 온연은 자신이 이 여자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여기는 경소경이 주인공인 장소였고, 방금 한 말은 그냥 던진 말이었다. 지금은 경소경이 바빠서 이 일을 해결해 줄 수 없으니, 그녀가 직접 해결해야 했다. 그녀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고, 여자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입을 막았다. 주위에 남자들은 깜짝 놀랐고, 너무 놀라서 아무도 그 여자를 도와주지 못 했다. 온연은 그 여자를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왔다. “이제 나랑 해결하면 되겠죠?” 여자는 창피해서 화가 났고, 온연의 머리채를 똑같이 잡았다. “어디서 온 미친년이야? 그 거지 노인네 내가 좀 때리면 뭐가 어때서?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나한테 이러다니, 지금 당장 죽고 싶어?” 온연은 더 그 여자와 말을 섞지 않고 싸우기 바빴다. 여자는 옷을 차려 입고 있어 크게 움직일 수 없었고, 온연은 평범한 옷을 입고 있어 움직임이 그녀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 여자의 옷이 다 흐트러지고 얼굴이 망가졌을 때 온연은 훨씬 괜찮아
목정침은 안야의 할아버지를 보고서 대충 어떻게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온연의 ‘막돼먹은’ 모습을 생각하자 그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는 자신의 여자가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마치… 사나운 고양이 같달까…? 란샹은 구급상자를 가지고 목정침에게 다가갔다. “목 선생님, 연이도 다쳤는데 치료해 주세요.” 목정침은 알코올솜으로 온연의 상처를 치료했고, 온연은 따가웠지만 투정 부릴 수 없었다. 목정침의 얼굴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온연은 그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집중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의 얼굴에 먹칠했으면 어쩌지…? “연아, 너 사춘기가 너무 늦게 온 거 아니야?” 역시… 그는 지금 그녀를 탓하고 있는건가? 온연은 싫증난 듯 그의 손길을 피했다. “이건 반항이 아니에요. 그 여자랑 잘 얘기할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평화롭게 해결하기 싫었나 보죠. 내가 권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니까 그런 거예요. 그런 돈 있는 사람들은 딱 봐도 신고해봤자 경찰들이 몇 마디 하고 말지, 그럼 할아버지만 억울한 거잖아요? 그게 화가 났을 뿐이에요. 당신은 체면 생각해서 이런 일 안 할지 모르지만, 나는 일반인이잖아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목정침은 눈을 살짝 게슴츠레 뜨고 그녀의 턱을 잡았다. “움직이지마, 흉터 남으면 안 예뻐. 네가 왜 권력도 없고 힘도 없어? 제도에서는, 네 남자가 말하는 게 법이야. 그리고 난 네 행동이 틀렸다고 한 적 없어. 다음부터 이런 일은 내가 해결해줄게.” 온연은 반사적으로 얼굴이 빨개졌고, 란샹은 웃었다. “연아, 네 남편 정말 자상하시네.” 온연은 불편한 듯 대답하지 않았다. 한바탕 끝나고 나서 진몽요가 왔다. “괜찮아 다들?” 안야는 죄책감이 들었다. “몽요 사장님 죄송해요, 괜히 민폐만 끼쳐서.” 진몽요는 할아버지가 돌아온 걸 보자 안심했다. “괜찮아, 찾았으면 됐지. 할아버지랑 연이는 왜 다쳤어?” 란샹은
진몽요는 치치가 두고 간 돈을 안야에게 건넸다. “여기, 받아. 괜히 거절하지 말고. 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 저런 사람 상대해봤자 우리만 귀찮지. 어디서 잘 거야? 내가 호텔 예약해줄게, 다 같이 며칠동안 재밌게 놀자. 기분 풀어.” 경소경은 제안했다. “그냥 이 호텔에서 지내죠. 프론트 가서 객실 몇 개 예약하고 올게요. 우리 호텔이니까 부담 갖지 말아요.” 진몽요는 놀란 눈으로 경소경을 쳐다봤다. 그녀는 정말 경가네 재산에 대해 무지했다. 이렇게 큰 호텔이 경가네 소유라니… 경가네는 가업은 역시 다양했다. 목정침은 온연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가자, 나랑 집으로.” 온연은 태연하게 피했다. “안 가고 싶어요.” 목정침은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유씨 아주머니 요즘 몸이 안 좋으신데, 진짜 안 갈 거야? 그래도 예전에 널 제일 아껴주셨는데.” 온연은 이를 갈았다. “알겠어요. 가면 되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랑 임집사님만 보고 호텔로 올게요. 난 목가네에서 안 자요.” 경소경은 헛기침을 했다. “그 뭐지… 우리 호텔 너무 잘 되서 남는 방이 몇 개 없을 거 같은데, 그냥 정침이랑 같이 가시죠.” 온연은 묵묵히 대답했다. “제도에 호텔이 여기 하나만 있는 건 아니죠.” 목정침은 살짝 입고리를 올렸다. “그래?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넌 아무 호텔에서도 못 지낼텐데. 나한테 고집 부리지 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제도의 그 어느 호텔에서도 그녀를 묵게 할 수 없었다. 진몽요는 그 순간 경소경과 같은 마음이었다. “연아, 그냥 목가네로 같이 가. 가서 할머니랑 유씨 아주머니, 그리고 임집사님도 보면 좋잖아. 안 간지 오래돼서 분명 널 보고싶어 하실거야. 며칠 있는다고 잡아 먹히기라도 하겠어?” 온연은 당장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다. 여기는 제도고, 그녀는 목정침을 이길 수 없기에 당장은 그와 함께 돌아가야 했다. 호텔에서 나오자, 목정침은 온연의 할머니를 정성껏 모셨고, 매우
생각을 들키자 온연은 어쩔 줄 몰라 그의 눈을 피했다. “나… 나 여기 안 남을 거예요. 그리고 할머니도 같이 데리고 갈 거예요. 할머니가 여기 있고 싶다고 하셔도, 당신 그 사실 다 말 할 자신 있어요? 만약에 어느 날 알게 되신다면 분명 화내실 거라고요! 사람이 한계가 있어요. 좋게 말할 때 우리 가족 좀 놔줘요. 과거 일은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그냥 다 없었던 일일 해줄 테니까 선 지켜요. 나 정말… 당신이랑 계속 같이 살 자신 없어요…” 설령 그녀가 1년후에 목가네로 돌아온다고 해도, 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그들사이는 마음대로 선을 그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녀와 떨어져 있는 걸 참는데 그도 이미 한계가 왔고, 그녀는 오로지 그의 세계에서 떠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고, 안경을 바닥에 벗어둔 채 그녀를 끌어당겼다. “나랑 같이 살 자신 없다고? 난 내가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나보다 너 매정하네. 이 세월을, 그냥 그렇게 버리겠다는거야? 너야말로 너무하네. 너 나한테 아무 감정 없다고 말할 수 있어? 나 똑바로 보고 얘기해!” 온연은 그의 눈에 가득 찬 분노를 보았고, 두려움에 그를 밀쳤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를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놔요! 사람 부를 거예요!” 목정침은 썩소를 지었다. “불러, 여기 어차피 다 목가네 사람들이야. 부르면 누가 올 것 같아? 아… 그리고 할머니가 네 편일까? 난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거지, 폭력을 쓰고 있지 않아. 할머니는 신경 안 쓰실 거 같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니까 온연은 당연히 겁에 질렸다. 그녀는 그의 통제에서 벗어 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나름대로 잘 해주는 것이 그를 상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한 번 화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발 버둥치는 와중에, 그녀는 그가 바닥에 놔
온연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눈을 꼭 감고 침대 시트를 잡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느낌은 온 몸에 퍼져 더 눈부시게 만들었다. 그는 속삭이듯이 소리를 냈고, 마지막엔 그녀의 위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 온연은 그제서야 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고, 그의 몸은 불처럼 뜨거웠다. 그녀는 순간 당황했지만, 재빨리 침착해진 뒤에 옷을 입고, 그에게도 옷을 입혀준 뒤 목가네 의사를 불렀다. 의사를 빠르게 왔고, 간단하게 검사를 했다. “도련님은 장기간 과로와 감기가 겹쳐서 고열이 난 겁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기절하신 거예요.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 걸리는 증상은 흔해요.” 목정침이 기절한 원인을 확인한 뒤 온연은 안도했다. 감기는 큰 일이 아니었다. 임립도 감기에 걸렸고, 이 계절에 흔한 병이었다. 그저… 목정침이 왜 과로인지, 심지어 왜 장기간 과로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딱 한 번했는데… 하마터면 그녀가 원인제공을 한 줄 알았다. 의사는 목정침에게 링겔을 놔주고 약을 처방해 준 뒤에 떠났다. 유씨 아주머니는 방 문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연아, 너 없을 때 도련님이 거의 잠을 못 잤어. 대부분 저녁내내 창문 앞에 앉아만 계시고, 다음 날에 또 출근하시고, 어떻게 그렇게 밤을 새셨는지 몰라… 너 떠난지도 오래 됐는데… 집에 오시면 가끔 소파에서 눈만 좀 붙이시다가 또 일어나셔.” 목정침은 아직도 누워 있었고, 온연은 그에게 아무 짓이나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얇은 손가락으로 그의 쇄골을 어루만졌고, 그가 살이 빠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혹사 시켰는데 살이 안 빠지는 게 이상했다. 그녀가 그를 만날 때 매번 귀신 피하듯이 해서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 했다. 천하의 목정침이, 그녀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연아, 그냥 돌아와. 도련님이 뭘 잘못했던, 이미 본인이 잘못한 거 알고 계시잖아. 너 없이 어떻게 사시겠어…? 아무리 당당해 보여도, 늘 너한테 져주셨잖아. 도련님이 너를 데려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됐어요, 잘 생각해 보겠다고 했잖아요? 아직 정리가 안됐어요… 당신 이렇게 오래 잤는데 결벽증 안 도졌어요? 잠 안 오면 가서 샤워나 해요. 유씨 아주머니가 죽도 차려놨어요. 내가 이틀동안 병간호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난 계속 잘래요.” 그녀가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겠지만, 의식하자마자 온 몸이 청결하지 못한 느낌을 받아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온연은 숨을 내쉬었고, 눈을 감자 다시 빠르게 잠에 들었다. 둘째 날 아침. 일어났을 때 목정침은 이미 회사에 출근했고, 그녀는 바로 안야와 란샹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란샹과 안야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가 데려온 사람들이고 그녀들은 제도를 잘 모르니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란샹은 가정적인 여자였다. 제도에 왔는데도 돈을 너무 많이 쓸까봐 많이 놀러 다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야야를 데리고 사방을 둘러보고 싶었고, 날씨도 적당해서 구경하기 졸았다. 안야는 할아버지와 여행을 할 계획이었지만, 할아버지가 다쳐서 일정이 조금 늦춰졌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안야는 자신이 제도에 오면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임립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 약속을 진심으로 여겨서 임립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시간 있으세요? 제도에 맛집 좀 추천해 줄 수 있어요? 할아버지 모시고 가고싶은데, 주변도 구경할 겸요. 몽요 사장님은 막 약혼해서 바쁘고, 연이 사장님은 남편이 아파서 귀찮게 할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혹시 시간 되시나 궁금해서요.’ 임립은 문자를 받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는 그 약속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었고, 그냥 예의상 던진 말이었는데 안야가 정말 자신을 찾을 줄 몰랐다. 이왕 연락이 왔으니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음식을 생각하면, 그의 기억속에서 제일 맛있었던 곳은 백수완 레스토랑이었다. 그는 답장으로 ‘알겠어요. 그런데 2시간 정도만 기다려줘요. 일 좀 처리하고 데리러 갈게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일정이 정해
임립은 습관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런 작은 돈 가지고 뭘요. 내가 이 동네 사람이니까 한 턱 낸 걸로 하죠. 가요, 바다로. 여기랑 가까워요.” 노인은 그를 보며 웃었다. “손녀 사위…” 안야와 임립은 그대로 굳었고 안야는 얼굴이 빨개졌다. “할아버지!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돼요! 이 분은 그냥 친구예요… 남자친구가 아니고요…” 임립은 민망했는지 얼른 자리를 피했다. 노인의 눈에는, 그의 손녀가 이성과 있으면 남자친구라고 받아들였다. 차에 탄 후, 노인은 정직하게 임립에게 말했다. “안야, 착한 아이야. 말도 잘 듣고. 바른 아가씨야.” 임립은 이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노인은 자랑스러웠다. “잘해주게나.” 임립은 머리가 아파서 어떻게 노인에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안야는 그에게 미안해했다. “립님, 할아버지가 어떤지 아시잖아요… 방금 제 어깨를 두들기셔서 오해하셨나 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임립은 억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절렜다. “괜찮아요, 신경 안 썼어요. 이해해요.” 립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넘어갔는데, 이게 대수인가? 백수완은 바다와 가까워서 해변까지 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계절에 바닷가에 바람이많이 불어서 조금 쌀쌀했다. 물 안으로 들어가기엔 추워서 해변가에서 바라만 볼 수 있었다. 안야와 할아버지는 처음으로 바다를 봐서 그런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노인의 컨디션은 많이 좋아보였다. “바다가 이렇게 컸다니…” 안야는 세심하게 미리 준비해둔 외투를 할아버지에게 덮어주었다. “할아버지 좋아하시면 제가 앞으로 자주 모시고 올게요. 그러니까 꼭 100살까지 오래오래 사셔야해요.”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번생에 좋은 일을 안 해서 오래 못 살거야. 할아버지는 그저 죽기전에 네가 좋은 짝을 만났으면 좋겠어. 나 때문에 네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내가 죽어야 네가 좀 편해지지. 너도 이제 커서 철도 들었고, 할아버지는 이제 짐이지. 우리 안야 이렇게 착해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몽요 너 나 그만 비웃어. 경소경도 너한테 돈 적게 주는 편 아니잖아. 내가 봤을 때 너 그 사람이랑 약혼하고 나서부터 옷 스타일이 바뀌었어. 너 지금 입은 옷 올해 명품브랜드 신상이잖아. 몇 천만원은 할텐데?” 진몽요는 깔끔하게 인정했다. “맞아, 우리 집 파산되고 나서부터 나 엄청 절약했잖아. 지금 나한테 돈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다시 예전처럼 공주 생활해야지. 너야말로 바보야. 돈이 있는데도 쓸 줄을 모르고. 목정침이 너한테 2억이나 줬는데, 놀랠게 뭐가 있어? 그 사람한테 그 돈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돈을 받을 때 너도 상대가 누군지를 봐야지. 만약에 상대가 돈이 별로 없으면 네가 망설이겠지만, 목정침 같은 사람이면 돈을 아껴주는 게 이상한 거야.” 란샹은 점점 대화에 끼지 못 했고, 온연도 더 이상 진몽요와 돈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언니, 우리 야야한테 옷 좀 사주자. 나도 계속 야야한테 아무것도 못 사줬는데, 저쪽에 아동복 괜찮은 것 같아.” 란샹은 황급히 거절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야야 입을 옷 많아. 내가 늘 많이 사주거든.” 온연은 단호하게 야야에게 어울리는 옷을 두벌 골랐다. 여자아이들은 보통 핑크색을 좋아했고, 야야는 새 옷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하자 란샹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이모한테 감사하다고 해야지.” 야야는 귀엽게 웃었다. “연이 이모 감사합니다.” 온연은 쭈그려 앉아 야야를 안았다. “귀여워라, 너 같은 딸 있으면 참 좋을텐데.” 란샹은 온연의 마음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고 모두가 침묵했다. 5시까지 주변을 돌아보고 그녀들이 어디서 밥을 먹을지 정하고 있을 때 온연에게 안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안야는 울먹이면서 “사장님, 할아버지가 바다 다녀오시고 나서부터 잠드신 뒤로 일어나시지를 않아요.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세요. 몸도 차갑고, 얼른 와주세요… 저 무서워요…” 온연은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알았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