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경비원과 할아버지가 나가지 않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안심했다. 경비원에게 부탁을 한 후 그녀는 다시 계단으로 한 층 한 층을 올라가고 또 내려오고를 반복하더니 숨이 가빠졌다. 목정침의 경호원도 찾는 걸 도왔다. 연회장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소란스럽지 않게 찾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였다. 진몽요는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경소경과 같이 자리에 서야 되는데 할아버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 온연은 갑자기 임립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다. 임립은 “안야씨 혹시 제도에 왔어요? 할아버지랑 같이?” 온연은 영문을 몰랐다. “어떻게 알았어요? 약혼식에 온 거예요? 못 봤는데.” 임립은 이 상황이 답답했다. “할아버지 잃어버렸는데 몰랐어요? 나 요즘 감기가 심해서 아침에 약 먹었는데도 몸이 안 좋아서 8층 게스트룸에서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르신이 8층까지 오셔서, 누구한테 맞았어요. 내가 발견하지 않았으면 일이 커졌을 거예요. 다행히 어르신이 손녀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알았어요. 얼른 올라와요.” 할아버지가 누구한테 맞았다고? 온연은 머리가 하얘졌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한테 누가 감히 손지검을 했을까? 그녀는 안야와 란샹을 데리고 8층에 도착했을 때, 임립이 말한 거처럼 할아버지는 맞은 상태였고 그가 데리고 있었다. 얼굴과 손 주변은 상처로 가득했고, 심지어 피도 흘리고 있었다. 다행인 건 다 작은 상처였지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안야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 할 정도로 울었다. “누가 때렸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연세가 이렇게 많으신데, 아무리 멀쩡하지 않은 상태여도 그렇지, 대체 누가 이렇게 한 거예요?” 임립은 정신이 없었고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여자였어요.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소경이네 약혼식에 온 사람 같아요. 제가 발견했을 때 이미 맞으신 상태였고, 제가 그 여자한테 왜 때렸냐고 물었더니 그 여자가 어르신이 자꾸 자기 가방을 건드려서 그랬다고
온연은 진몽요의 약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녀도 왜 자신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강연연과 싸운 그 이후로 변한 것 같았다. 그녀는 손지검을 하는 게 가끔은 말로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애써 침착했다. “당신 8층에서 오르신 한 분 때렸죠? 죄송한데, 제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한테 씨씨티비 영상 다 있고, 해결 안되면 오늘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세요.” 여자는 당황한 눈치였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무슨 얘기하는 거예요? 그 노인네가 먼저 부딪힌 건데,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 있어요? 내가 나가는 걸 당신이 무슨 수로 말려요? 설마 그 노인네 당신네 할아버지는 아니겠죠? 어쩐지 같은 가난한 냄새를 풍기더라니. 여기는 당신 같은 사람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얼른 꺼져요, 더 추한 꼴 보기전에.” 온연은 자신이 이 여자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여기는 경소경이 주인공인 장소였고, 방금 한 말은 그냥 던진 말이었다. 지금은 경소경이 바빠서 이 일을 해결해 줄 수 없으니, 그녀가 직접 해결해야 했다. 그녀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고, 여자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입을 막았다. 주위에 남자들은 깜짝 놀랐고, 너무 놀라서 아무도 그 여자를 도와주지 못 했다. 온연은 그 여자를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왔다. “이제 나랑 해결하면 되겠죠?” 여자는 창피해서 화가 났고, 온연의 머리채를 똑같이 잡았다. “어디서 온 미친년이야? 그 거지 노인네 내가 좀 때리면 뭐가 어때서?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나한테 이러다니, 지금 당장 죽고 싶어?” 온연은 더 그 여자와 말을 섞지 않고 싸우기 바빴다. 여자는 옷을 차려 입고 있어 크게 움직일 수 없었고, 온연은 평범한 옷을 입고 있어 움직임이 그녀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 여자의 옷이 다 흐트러지고 얼굴이 망가졌을 때 온연은 훨씬 괜찮아
목정침은 안야의 할아버지를 보고서 대충 어떻게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온연의 ‘막돼먹은’ 모습을 생각하자 그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는 자신의 여자가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마치… 사나운 고양이 같달까…? 란샹은 구급상자를 가지고 목정침에게 다가갔다. “목 선생님, 연이도 다쳤는데 치료해 주세요.” 목정침은 알코올솜으로 온연의 상처를 치료했고, 온연은 따가웠지만 투정 부릴 수 없었다. 목정침의 얼굴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온연은 그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집중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의 얼굴에 먹칠했으면 어쩌지…? “연아, 너 사춘기가 너무 늦게 온 거 아니야?” 역시… 그는 지금 그녀를 탓하고 있는건가? 온연은 싫증난 듯 그의 손길을 피했다. “이건 반항이 아니에요. 그 여자랑 잘 얘기할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평화롭게 해결하기 싫었나 보죠. 내가 권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니까 그런 거예요. 그런 돈 있는 사람들은 딱 봐도 신고해봤자 경찰들이 몇 마디 하고 말지, 그럼 할아버지만 억울한 거잖아요? 그게 화가 났을 뿐이에요. 당신은 체면 생각해서 이런 일 안 할지 모르지만, 나는 일반인이잖아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목정침은 눈을 살짝 게슴츠레 뜨고 그녀의 턱을 잡았다. “움직이지마, 흉터 남으면 안 예뻐. 네가 왜 권력도 없고 힘도 없어? 제도에서는, 네 남자가 말하는 게 법이야. 그리고 난 네 행동이 틀렸다고 한 적 없어. 다음부터 이런 일은 내가 해결해줄게.” 온연은 반사적으로 얼굴이 빨개졌고, 란샹은 웃었다. “연아, 네 남편 정말 자상하시네.” 온연은 불편한 듯 대답하지 않았다. 한바탕 끝나고 나서 진몽요가 왔다. “괜찮아 다들?” 안야는 죄책감이 들었다. “몽요 사장님 죄송해요, 괜히 민폐만 끼쳐서.” 진몽요는 할아버지가 돌아온 걸 보자 안심했다. “괜찮아, 찾았으면 됐지. 할아버지랑 연이는 왜 다쳤어?” 란샹은
진몽요는 치치가 두고 간 돈을 안야에게 건넸다. “여기, 받아. 괜히 거절하지 말고. 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 저런 사람 상대해봤자 우리만 귀찮지. 어디서 잘 거야? 내가 호텔 예약해줄게, 다 같이 며칠동안 재밌게 놀자. 기분 풀어.” 경소경은 제안했다. “그냥 이 호텔에서 지내죠. 프론트 가서 객실 몇 개 예약하고 올게요. 우리 호텔이니까 부담 갖지 말아요.” 진몽요는 놀란 눈으로 경소경을 쳐다봤다. 그녀는 정말 경가네 재산에 대해 무지했다. 이렇게 큰 호텔이 경가네 소유라니… 경가네는 가업은 역시 다양했다. 목정침은 온연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가자, 나랑 집으로.” 온연은 태연하게 피했다. “안 가고 싶어요.” 목정침은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유씨 아주머니 요즘 몸이 안 좋으신데, 진짜 안 갈 거야? 그래도 예전에 널 제일 아껴주셨는데.” 온연은 이를 갈았다. “알겠어요. 가면 되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랑 임집사님만 보고 호텔로 올게요. 난 목가네에서 안 자요.” 경소경은 헛기침을 했다. “그 뭐지… 우리 호텔 너무 잘 되서 남는 방이 몇 개 없을 거 같은데, 그냥 정침이랑 같이 가시죠.” 온연은 묵묵히 대답했다. “제도에 호텔이 여기 하나만 있는 건 아니죠.” 목정침은 살짝 입고리를 올렸다. “그래?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넌 아무 호텔에서도 못 지낼텐데. 나한테 고집 부리지 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제도의 그 어느 호텔에서도 그녀를 묵게 할 수 없었다. 진몽요는 그 순간 경소경과 같은 마음이었다. “연아, 그냥 목가네로 같이 가. 가서 할머니랑 유씨 아주머니, 그리고 임집사님도 보면 좋잖아. 안 간지 오래돼서 분명 널 보고싶어 하실거야. 며칠 있는다고 잡아 먹히기라도 하겠어?” 온연은 당장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다. 여기는 제도고, 그녀는 목정침을 이길 수 없기에 당장은 그와 함께 돌아가야 했다. 호텔에서 나오자, 목정침은 온연의 할머니를 정성껏 모셨고, 매우
생각을 들키자 온연은 어쩔 줄 몰라 그의 눈을 피했다. “나… 나 여기 안 남을 거예요. 그리고 할머니도 같이 데리고 갈 거예요. 할머니가 여기 있고 싶다고 하셔도, 당신 그 사실 다 말 할 자신 있어요? 만약에 어느 날 알게 되신다면 분명 화내실 거라고요! 사람이 한계가 있어요. 좋게 말할 때 우리 가족 좀 놔줘요. 과거 일은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그냥 다 없었던 일일 해줄 테니까 선 지켜요. 나 정말… 당신이랑 계속 같이 살 자신 없어요…” 설령 그녀가 1년후에 목가네로 돌아온다고 해도, 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그들사이는 마음대로 선을 그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녀와 떨어져 있는 걸 참는데 그도 이미 한계가 왔고, 그녀는 오로지 그의 세계에서 떠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고, 안경을 바닥에 벗어둔 채 그녀를 끌어당겼다. “나랑 같이 살 자신 없다고? 난 내가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나보다 너 매정하네. 이 세월을, 그냥 그렇게 버리겠다는거야? 너야말로 너무하네. 너 나한테 아무 감정 없다고 말할 수 있어? 나 똑바로 보고 얘기해!” 온연은 그의 눈에 가득 찬 분노를 보았고, 두려움에 그를 밀쳤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를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놔요! 사람 부를 거예요!” 목정침은 썩소를 지었다. “불러, 여기 어차피 다 목가네 사람들이야. 부르면 누가 올 것 같아? 아… 그리고 할머니가 네 편일까? 난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거지, 폭력을 쓰고 있지 않아. 할머니는 신경 안 쓰실 거 같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니까 온연은 당연히 겁에 질렸다. 그녀는 그의 통제에서 벗어 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나름대로 잘 해주는 것이 그를 상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한 번 화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발 버둥치는 와중에, 그녀는 그가 바닥에 놔
온연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눈을 꼭 감고 침대 시트를 잡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느낌은 온 몸에 퍼져 더 눈부시게 만들었다. 그는 속삭이듯이 소리를 냈고, 마지막엔 그녀의 위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 온연은 그제서야 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고, 그의 몸은 불처럼 뜨거웠다. 그녀는 순간 당황했지만, 재빨리 침착해진 뒤에 옷을 입고, 그에게도 옷을 입혀준 뒤 목가네 의사를 불렀다. 의사를 빠르게 왔고, 간단하게 검사를 했다. “도련님은 장기간 과로와 감기가 겹쳐서 고열이 난 겁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기절하신 거예요.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 걸리는 증상은 흔해요.” 목정침이 기절한 원인을 확인한 뒤 온연은 안도했다. 감기는 큰 일이 아니었다. 임립도 감기에 걸렸고, 이 계절에 흔한 병이었다. 그저… 목정침이 왜 과로인지, 심지어 왜 장기간 과로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딱 한 번했는데… 하마터면 그녀가 원인제공을 한 줄 알았다. 의사는 목정침에게 링겔을 놔주고 약을 처방해 준 뒤에 떠났다. 유씨 아주머니는 방 문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연아, 너 없을 때 도련님이 거의 잠을 못 잤어. 대부분 저녁내내 창문 앞에 앉아만 계시고, 다음 날에 또 출근하시고, 어떻게 그렇게 밤을 새셨는지 몰라… 너 떠난지도 오래 됐는데… 집에 오시면 가끔 소파에서 눈만 좀 붙이시다가 또 일어나셔.” 목정침은 아직도 누워 있었고, 온연은 그에게 아무 짓이나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얇은 손가락으로 그의 쇄골을 어루만졌고, 그가 살이 빠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혹사 시켰는데 살이 안 빠지는 게 이상했다. 그녀가 그를 만날 때 매번 귀신 피하듯이 해서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 했다. 천하의 목정침이, 그녀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연아, 그냥 돌아와. 도련님이 뭘 잘못했던, 이미 본인이 잘못한 거 알고 계시잖아. 너 없이 어떻게 사시겠어…? 아무리 당당해 보여도, 늘 너한테 져주셨잖아. 도련님이 너를 데려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됐어요, 잘 생각해 보겠다고 했잖아요? 아직 정리가 안됐어요… 당신 이렇게 오래 잤는데 결벽증 안 도졌어요? 잠 안 오면 가서 샤워나 해요. 유씨 아주머니가 죽도 차려놨어요. 내가 이틀동안 병간호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난 계속 잘래요.” 그녀가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겠지만, 의식하자마자 온 몸이 청결하지 못한 느낌을 받아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온연은 숨을 내쉬었고, 눈을 감자 다시 빠르게 잠에 들었다. 둘째 날 아침. 일어났을 때 목정침은 이미 회사에 출근했고, 그녀는 바로 안야와 란샹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란샹과 안야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가 데려온 사람들이고 그녀들은 제도를 잘 모르니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란샹은 가정적인 여자였다. 제도에 왔는데도 돈을 너무 많이 쓸까봐 많이 놀러 다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야야를 데리고 사방을 둘러보고 싶었고, 날씨도 적당해서 구경하기 졸았다. 안야는 할아버지와 여행을 할 계획이었지만, 할아버지가 다쳐서 일정이 조금 늦춰졌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안야는 자신이 제도에 오면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임립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 약속을 진심으로 여겨서 임립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시간 있으세요? 제도에 맛집 좀 추천해 줄 수 있어요? 할아버지 모시고 가고싶은데, 주변도 구경할 겸요. 몽요 사장님은 막 약혼해서 바쁘고, 연이 사장님은 남편이 아파서 귀찮게 할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혹시 시간 되시나 궁금해서요.’ 임립은 문자를 받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는 그 약속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었고, 그냥 예의상 던진 말이었는데 안야가 정말 자신을 찾을 줄 몰랐다. 이왕 연락이 왔으니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음식을 생각하면, 그의 기억속에서 제일 맛있었던 곳은 백수완 레스토랑이었다. 그는 답장으로 ‘알겠어요. 그런데 2시간 정도만 기다려줘요. 일 좀 처리하고 데리러 갈게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일정이 정해
임립은 습관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런 작은 돈 가지고 뭘요. 내가 이 동네 사람이니까 한 턱 낸 걸로 하죠. 가요, 바다로. 여기랑 가까워요.” 노인은 그를 보며 웃었다. “손녀 사위…” 안야와 임립은 그대로 굳었고 안야는 얼굴이 빨개졌다. “할아버지!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돼요! 이 분은 그냥 친구예요… 남자친구가 아니고요…” 임립은 민망했는지 얼른 자리를 피했다. 노인의 눈에는, 그의 손녀가 이성과 있으면 남자친구라고 받아들였다. 차에 탄 후, 노인은 정직하게 임립에게 말했다. “안야, 착한 아이야. 말도 잘 듣고. 바른 아가씨야.” 임립은 이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노인은 자랑스러웠다. “잘해주게나.” 임립은 머리가 아파서 어떻게 노인에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안야는 그에게 미안해했다. “립님, 할아버지가 어떤지 아시잖아요… 방금 제 어깨를 두들기셔서 오해하셨나 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임립은 억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절렜다. “괜찮아요, 신경 안 썼어요. 이해해요.” 립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넘어갔는데, 이게 대수인가? 백수완은 바다와 가까워서 해변까지 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계절에 바닷가에 바람이많이 불어서 조금 쌀쌀했다. 물 안으로 들어가기엔 추워서 해변가에서 바라만 볼 수 있었다. 안야와 할아버지는 처음으로 바다를 봐서 그런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노인의 컨디션은 많이 좋아보였다. “바다가 이렇게 컸다니…” 안야는 세심하게 미리 준비해둔 외투를 할아버지에게 덮어주었다. “할아버지 좋아하시면 제가 앞으로 자주 모시고 올게요. 그러니까 꼭 100살까지 오래오래 사셔야해요.”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번생에 좋은 일을 안 해서 오래 못 살거야. 할아버지는 그저 죽기전에 네가 좋은 짝을 만났으면 좋겠어. 나 때문에 네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내가 죽어야 네가 좀 편해지지. 너도 이제 커서 철도 들었고, 할아버지는 이제 짐이지. 우리 안야 이렇게 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