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경소경은 일찍 진가네에 도착했다. 차는 정문 앞에 세웠고, 무척이나 화려해 보였다. 전화를 받고 진몽요는 꾸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했다. 강령은 그녀보다 마음이 급했는지 이미 다 꾸민 상태였고 그녀의 화장까지 도와주었다. “너 이 계집애, 일찍 자라고 했지. 이제 와서 눈도 못 뜨고 있네. 소경이 이미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차 대박 멋있더라. 역시 경가네 집안이야. 약혼 한번 하는데 그렇게 힘쓰다니, 결혼할 때는 얼마나 근사할까?” 진몽요는 화장대 앞에서 하품을 했다. “엄마, 좀 천천히 하면 안되요? 호텔 가서 밥 먹는 시간만 맞추면 되잖아요? 지금 졸려서 그냥 자고 싶어요. 어제 엄마도 늦게 자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나도 안 피곤해 보여요?” 강령은 그녀가 한심한 듯 귀를 잡아당겼다. “나는 잠을 아무리 못 자도 중요한 일은 챙겨. 그러니까 당연히 잘 일어났지. 너처럼 말이야, 젊은 사람이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중요한 일도 구분 못해서 되겠어? 소경이는 아침 일찍 왔는데, 넌 아직 침대에 누워있고 그건 예의가 아니지. 얼른 준비하고 내려가자. 연이 온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안 온데?” 온연이 언급되자 진몽요는 약간 정신이 들었다.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아마 오후에 제도공항에 도착할 거예요. 이런 중요한 일에 걔가 절대로 빠지면 안되죠. 어제 저녁에 전화했을 때 오늘 꼭 온다고 했어요.”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진몽요는 온연이 비행기를 탔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건물 아래. 경소경은 초조하게 한시간 동안 그녀를 기다렸고, 벌써 불안해졌다. “올라가서 보고 올 테니까 기다리세요.” 문 앞에 도착하자 강령이 문을 열었다. “소경아, 우리 거의 다 됐어. 몽요 아직 화장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금방이면 돼.” 경소경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이제 그의 장모님이 될 사람이니 예전과는 다른 사이였다. “네, 제가 들어가서 볼게요. 이따가 같이 내려
진몽요는 왜 자신이 긴장하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집이 잘 살았을 때 그녀도 종종 이런 연회에 참석하곤 했었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언제부터 인지 그녀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필 오늘의 주인공이 그녀와 경소경이라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나도 모르겠어요. 빨리 연이가 왔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못 견딜 것 같아요…” 경소경은 그녀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온연이 없으면 안되나봐요…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요, 내가 있잖아요. 일단 휴게실가서 쉬고 있어요, 마침 서프라이즈도 보여 줄게요.” 진몽요는 서프라이즈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럴 때 서프라이즈가 그녀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을까? 휴게실에 들어가자, 눈앞에 펼쳐진 꽃불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연아, 너 이미 왔구나. 란샹언니랑 안야까지… 다들 너무 나쁜 거 아니야, 어떻게 왔는데 말도 안 해? 연이 너도 그래, 일찍 좀 오지 그랬어!” 란샹을 딸 야야를 데리고 왔다. “나는 아이까지 데려와야 해서. 안야는 할아버지랑 같이 왔고. 그래서 미리 올 수가 없어서 겨우 서둘러서 왔지. 축하해 몽요야, 너랑 소경씨 정말 잘 어울린다. 오늘 너도 너무 예쁘고, 소경씨도 참 멋있네.” 경소경은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받았다. “그럼 다들 얘기하고 있어요, 저는 나가서 손님 받고 있을 게요. 바쁠 거예요.” 경소경이 나가고 진몽요는 대자로 소파에 누웠다. 아저씨처럼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부잣집 며느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피곤해 죽겠어. 호텔에 들어오자 마자 다 모르는 사람들이고,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거 있지. 이따가 또 나가서 멍한 상태로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웃어줘야 되고, 상상만 해도 피곤해. 지금 얼른 쉬어 둬야지. 야야, 손에 있는 케이크 이모 한 입만 줄래? 아침밥을 안 먹어서 너무 배고프네.” 란샹은 웃으며 딸의 손에 있던 케이크를 진몽요에게 넘겼다.
말을 마치자 그녀는 곧장 돌아섰다. 갑자기 목정침은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할머니가 장난치신 거야, 너무 신경 쓰지마. 이따가 연회 끝나면 나랑 같이 목가네로 가야지? 겨우 돌아왔는데 할머니랑 며칠 같이 있어드려야지, 유씨 아주머니랑 아저씨도 너 기다리셔.” 온연은 불쾌한 듯 그의 손을 뿌리쳤고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은몽요가 긴장해서 같이 있어줘야 돼요.” 목정침은 진몽요가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았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휴게실로 돌아오자 하람과 경성욱은 이미 나간 상태였다. 안야는 말했다. “연이 사장님, 밖에 사람들 보니까 저희랑 다른 거 같아요. 다들 양복이나 정장을 차려 입고 있는데, 저희만 너무 캐주얼하게 입어서 좀 그렇지 않나요?” 진몽요는 괜찮다는 듯 손을 절레었다. “그냥 옷인데 뭘, 신경 쓸 거 뭐 있어? 나도 오늘 약혼식만 아니었으면 이런 옷 안 입었을 거야. 걸을 때마다 걸리적거리고 잘못하면 넘어지겠어. 어차피 밖에 있는 사람들이랑 다시 만날 일 없는데 뭐하러 신경 써? 적당히 먹고 놀다가면 되지. 이따가 끝나고 나 옷 갈아입으면 같이 놀러가자.” 온연은 이미 란샹과 안야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고 있었다. “몽요 말이 맞아. 괜찮아. 나도 너희랑 똑같이 입고 있잖아? 저 사람들도 이 약혼식 때문에 온 게 아니라 뭐라고 챙기려고 온 거야. 거의 상류사회 모임이나 마찬가지지. 다들 사업 얘기만 해서 우리랑은 상관없어. 이제 여기 그만 있고 나가서 뭐라도 좀 먹자.” 밖으로 나오자, 안야와 란샹은 매우 어색해했다. 왜냐면 두 사람은 아이와 할아버지도 데리고 있어서, 누가 봐도 그림이 이상했다. 사람들은 계속 이상한 듯 쳐다봤고, 그녀들은 더욱 불편해했다. 진몽요는 신경 쓰지 않고 야야의 손을 잡았다. “야야, 저기 있는 케이크 먹고싶지?” 야야는 멀리 놓여있는 예쁜 케이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물방울처럼 맑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네!” 진몽요는 케이크 한 조각을
온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경비원과 할아버지가 나가지 않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안심했다. 경비원에게 부탁을 한 후 그녀는 다시 계단으로 한 층 한 층을 올라가고 또 내려오고를 반복하더니 숨이 가빠졌다. 목정침의 경호원도 찾는 걸 도왔다. 연회장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소란스럽지 않게 찾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였다. 진몽요는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경소경과 같이 자리에 서야 되는데 할아버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 온연은 갑자기 임립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다. 임립은 “안야씨 혹시 제도에 왔어요? 할아버지랑 같이?” 온연은 영문을 몰랐다. “어떻게 알았어요? 약혼식에 온 거예요? 못 봤는데.” 임립은 이 상황이 답답했다. “할아버지 잃어버렸는데 몰랐어요? 나 요즘 감기가 심해서 아침에 약 먹었는데도 몸이 안 좋아서 8층 게스트룸에서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르신이 8층까지 오셔서, 누구한테 맞았어요. 내가 발견하지 않았으면 일이 커졌을 거예요. 다행히 어르신이 손녀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알았어요. 얼른 올라와요.” 할아버지가 누구한테 맞았다고? 온연은 머리가 하얘졌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한테 누가 감히 손지검을 했을까? 그녀는 안야와 란샹을 데리고 8층에 도착했을 때, 임립이 말한 거처럼 할아버지는 맞은 상태였고 그가 데리고 있었다. 얼굴과 손 주변은 상처로 가득했고, 심지어 피도 흘리고 있었다. 다행인 건 다 작은 상처였지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안야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 할 정도로 울었다. “누가 때렸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연세가 이렇게 많으신데, 아무리 멀쩡하지 않은 상태여도 그렇지, 대체 누가 이렇게 한 거예요?” 임립은 정신이 없었고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여자였어요.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소경이네 약혼식에 온 사람 같아요. 제가 발견했을 때 이미 맞으신 상태였고, 제가 그 여자한테 왜 때렸냐고 물었더니 그 여자가 어르신이 자꾸 자기 가방을 건드려서 그랬다고
온연은 진몽요의 약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녀도 왜 자신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강연연과 싸운 그 이후로 변한 것 같았다. 그녀는 손지검을 하는 게 가끔은 말로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애써 침착했다. “당신 8층에서 오르신 한 분 때렸죠? 죄송한데, 제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한테 씨씨티비 영상 다 있고, 해결 안되면 오늘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세요.” 여자는 당황한 눈치였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무슨 얘기하는 거예요? 그 노인네가 먼저 부딪힌 건데,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 있어요? 내가 나가는 걸 당신이 무슨 수로 말려요? 설마 그 노인네 당신네 할아버지는 아니겠죠? 어쩐지 같은 가난한 냄새를 풍기더라니. 여기는 당신 같은 사람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얼른 꺼져요, 더 추한 꼴 보기전에.” 온연은 자신이 이 여자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여기는 경소경이 주인공인 장소였고, 방금 한 말은 그냥 던진 말이었다. 지금은 경소경이 바빠서 이 일을 해결해 줄 수 없으니, 그녀가 직접 해결해야 했다. 그녀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고, 여자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입을 막았다. 주위에 남자들은 깜짝 놀랐고, 너무 놀라서 아무도 그 여자를 도와주지 못 했다. 온연은 그 여자를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왔다. “이제 나랑 해결하면 되겠죠?” 여자는 창피해서 화가 났고, 온연의 머리채를 똑같이 잡았다. “어디서 온 미친년이야? 그 거지 노인네 내가 좀 때리면 뭐가 어때서?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나한테 이러다니, 지금 당장 죽고 싶어?” 온연은 더 그 여자와 말을 섞지 않고 싸우기 바빴다. 여자는 옷을 차려 입고 있어 크게 움직일 수 없었고, 온연은 평범한 옷을 입고 있어 움직임이 그녀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 여자의 옷이 다 흐트러지고 얼굴이 망가졌을 때 온연은 훨씬 괜찮아
목정침은 안야의 할아버지를 보고서 대충 어떻게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온연의 ‘막돼먹은’ 모습을 생각하자 그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는 자신의 여자가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마치… 사나운 고양이 같달까…? 란샹은 구급상자를 가지고 목정침에게 다가갔다. “목 선생님, 연이도 다쳤는데 치료해 주세요.” 목정침은 알코올솜으로 온연의 상처를 치료했고, 온연은 따가웠지만 투정 부릴 수 없었다. 목정침의 얼굴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온연은 그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집중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의 얼굴에 먹칠했으면 어쩌지…? “연아, 너 사춘기가 너무 늦게 온 거 아니야?” 역시… 그는 지금 그녀를 탓하고 있는건가? 온연은 싫증난 듯 그의 손길을 피했다. “이건 반항이 아니에요. 그 여자랑 잘 얘기할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평화롭게 해결하기 싫었나 보죠. 내가 권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니까 그런 거예요. 그런 돈 있는 사람들은 딱 봐도 신고해봤자 경찰들이 몇 마디 하고 말지, 그럼 할아버지만 억울한 거잖아요? 그게 화가 났을 뿐이에요. 당신은 체면 생각해서 이런 일 안 할지 모르지만, 나는 일반인이잖아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목정침은 눈을 살짝 게슴츠레 뜨고 그녀의 턱을 잡았다. “움직이지마, 흉터 남으면 안 예뻐. 네가 왜 권력도 없고 힘도 없어? 제도에서는, 네 남자가 말하는 게 법이야. 그리고 난 네 행동이 틀렸다고 한 적 없어. 다음부터 이런 일은 내가 해결해줄게.” 온연은 반사적으로 얼굴이 빨개졌고, 란샹은 웃었다. “연아, 네 남편 정말 자상하시네.” 온연은 불편한 듯 대답하지 않았다. 한바탕 끝나고 나서 진몽요가 왔다. “괜찮아 다들?” 안야는 죄책감이 들었다. “몽요 사장님 죄송해요, 괜히 민폐만 끼쳐서.” 진몽요는 할아버지가 돌아온 걸 보자 안심했다. “괜찮아, 찾았으면 됐지. 할아버지랑 연이는 왜 다쳤어?” 란샹은
진몽요는 치치가 두고 간 돈을 안야에게 건넸다. “여기, 받아. 괜히 거절하지 말고. 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 저런 사람 상대해봤자 우리만 귀찮지. 어디서 잘 거야? 내가 호텔 예약해줄게, 다 같이 며칠동안 재밌게 놀자. 기분 풀어.” 경소경은 제안했다. “그냥 이 호텔에서 지내죠. 프론트 가서 객실 몇 개 예약하고 올게요. 우리 호텔이니까 부담 갖지 말아요.” 진몽요는 놀란 눈으로 경소경을 쳐다봤다. 그녀는 정말 경가네 재산에 대해 무지했다. 이렇게 큰 호텔이 경가네 소유라니… 경가네는 가업은 역시 다양했다. 목정침은 온연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가자, 나랑 집으로.” 온연은 태연하게 피했다. “안 가고 싶어요.” 목정침은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유씨 아주머니 요즘 몸이 안 좋으신데, 진짜 안 갈 거야? 그래도 예전에 널 제일 아껴주셨는데.” 온연은 이를 갈았다. “알겠어요. 가면 되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랑 임집사님만 보고 호텔로 올게요. 난 목가네에서 안 자요.” 경소경은 헛기침을 했다. “그 뭐지… 우리 호텔 너무 잘 되서 남는 방이 몇 개 없을 거 같은데, 그냥 정침이랑 같이 가시죠.” 온연은 묵묵히 대답했다. “제도에 호텔이 여기 하나만 있는 건 아니죠.” 목정침은 살짝 입고리를 올렸다. “그래?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넌 아무 호텔에서도 못 지낼텐데. 나한테 고집 부리지 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제도의 그 어느 호텔에서도 그녀를 묵게 할 수 없었다. 진몽요는 그 순간 경소경과 같은 마음이었다. “연아, 그냥 목가네로 같이 가. 가서 할머니랑 유씨 아주머니, 그리고 임집사님도 보면 좋잖아. 안 간지 오래돼서 분명 널 보고싶어 하실거야. 며칠 있는다고 잡아 먹히기라도 하겠어?” 온연은 당장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다. 여기는 제도고, 그녀는 목정침을 이길 수 없기에 당장은 그와 함께 돌아가야 했다. 호텔에서 나오자, 목정침은 온연의 할머니를 정성껏 모셨고, 매우
생각을 들키자 온연은 어쩔 줄 몰라 그의 눈을 피했다. “나… 나 여기 안 남을 거예요. 그리고 할머니도 같이 데리고 갈 거예요. 할머니가 여기 있고 싶다고 하셔도, 당신 그 사실 다 말 할 자신 있어요? 만약에 어느 날 알게 되신다면 분명 화내실 거라고요! 사람이 한계가 있어요. 좋게 말할 때 우리 가족 좀 놔줘요. 과거 일은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그냥 다 없었던 일일 해줄 테니까 선 지켜요. 나 정말… 당신이랑 계속 같이 살 자신 없어요…” 설령 그녀가 1년후에 목가네로 돌아온다고 해도, 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그들사이는 마음대로 선을 그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녀와 떨어져 있는 걸 참는데 그도 이미 한계가 왔고, 그녀는 오로지 그의 세계에서 떠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고, 안경을 바닥에 벗어둔 채 그녀를 끌어당겼다. “나랑 같이 살 자신 없다고? 난 내가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나보다 너 매정하네. 이 세월을, 그냥 그렇게 버리겠다는거야? 너야말로 너무하네. 너 나한테 아무 감정 없다고 말할 수 있어? 나 똑바로 보고 얘기해!” 온연은 그의 눈에 가득 찬 분노를 보았고, 두려움에 그를 밀쳤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를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놔요! 사람 부를 거예요!” 목정침은 썩소를 지었다. “불러, 여기 어차피 다 목가네 사람들이야. 부르면 누가 올 것 같아? 아… 그리고 할머니가 네 편일까? 난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거지, 폭력을 쓰고 있지 않아. 할머니는 신경 안 쓰실 거 같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니까 온연은 당연히 겁에 질렸다. 그녀는 그의 통제에서 벗어 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나름대로 잘 해주는 것이 그를 상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한 번 화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발 버둥치는 와중에, 그녀는 그가 바닥에 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