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무 말이 없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물었다. “왜 아무 말 안 해요? 거짓말 하는거죠? 거짓말이야! 탕위엔 도대체 어떻게 죽은 거예요? 이미 죽었는데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어요?” 목정침은 담뱃불을 끄고 고개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거짓말 아니야. 네가 차에서 내리고 임집사님한테 전화 왔었어.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 내가 거짓말할 이유도 없지. 이 일은 내 책임도 있어, 내가 세심하게 못 챙긴 잘못이지.” 온연은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큰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꼭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울어야 기분이 풀린다. “당신은 처음부터 걔를 안 좋아했어, 분명 엄청 싫어했어. 내가 데려가지도 못 하게 만들고 다 당신 잘못이야! 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건 다 당신이 뺏어가는 거예요? 걔는 그냥 고양이일 뿐인데. 당신한테는 싫어하는 고양이 따위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달라, 엄청 중요한 존재라고요!” 그녀는 오랫동안 그녀의 앞에서 담배를 피지 않던 목정침이 들어오자마자 피웠다는 걸 주의하지 못했다. 그녀는 항상 목정침이 탕위엔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도 속상함 때문인지 몰랐다. 목정침은 눈을 깔고 온연이 쿠션으로 자신을 때릴 때까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당신이 정말 너무 싫어!” 그는 그녀가 화풀이를 할 수 있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울음을 멈추자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위로했다. “미안해.”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한 쪽 옆에 앉아 쿠션을 안고 훌쩍였다.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닥쳐!” 목정침은 바로 입을 닫고, 휴지를 건내주었다. 그녀는 휴지를 받자 더 크게 울었다. “나 다시는 고양이 안 키워, 그리고 다시는 당신 얼굴 보고싶지 않아!” 목정침한테는 차라리 그녀가 울고불고 하는 게 아무 말하지 않는 것보다 나았다. 탕위엔이 죽은 걸 알았을 때 그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혹시 그녀가 아무 말없이 마음 속 깊이 그를 미워할까봐. 온
유삼도는 평소에 앨리가 온연에게 불만이 많은 줄 몰랐다. 어차피 대표의 사생활이니 감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었다. 유삼도가 간이 작아서 아무 말도 못 뱉는 걸 보자 앨리는 더욱 그를 무시했다. 그녀는 물 한잔 가지고 자리를 떠났다. 사무실 안, 목정침은 입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추후 탕위엔을 처리할지 맡겼다. 그는 이 일로 온연과 또 거리가 생기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건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했다. 아파트, 온연은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자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그녀는 머리가 울렸고 자신이 어떻게 침대에 올라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거실은 지나칠 때 소파를 보고서, 담요가 개어져 있는 걸 보았다. 누가 자고간 티는 안 났지만 그녀는 목정침이 어제 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을 열자, 눈 앞에는 거의 직원의 상반신만큼 큰 꽃이었다. 꽃은 직원의 얼굴을 다 가릴 정도였고 향기가 매우 좋았다. 그녀는 1초동안 경악했다. 이제 겨우 모든 게 안정되었는데 목정침은 무슨 생각인걸까? 왜 매일 매일 그녀에게 꽃은 선물하는 걸까? “손님, 꽃 배달왔습니다. 문제없으시면 사인 부탁드려요.” 꽃집의 청년은 힘들어 보였다. 그는 건장하지도 않아보였는데, 이렇게 큰 꽃을 배달하기엔 살살 무리인 것 같았다. 제일 중요한 건 시선을 가려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온연은 이 청년을 보자 얼른 사인하고 꽃을 집 안으로 들였다. 그러나 꽃을 내려놓기도 전에 노크소리가 또 들려왔다. 그녀는 그 청년이 무언가를 까먹은 줄 알고 다시 한번 문을 열었는데 이번에 나타난 건 배달원이었다. “아침 배달 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녀는 배달을 받고 당황했다. 이게 다 목정침의 짓인가? 언제부터 사람이 이렇게 자상해졌지? 어제 저녁도 조용히 있다가 그녀가 깨기전에 조용히 나가고, 이런 선물까지 보내다니… 그녀는 그의 어떠한 호의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지금 보니 현실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녀는 꽃과
진몽요가 끼어들어 말했다. “진작 분가했어야 됐어. 이제부터 3가족이서 좋은 날 보내야지. 그 노인네도 알아서 살아보라 그래. 최대한 만나지 말고. 첫인상부터가 별로였어. 살면서 쌓은 덕은 다 아들한테 갔나봐.” 란샹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격이 착해서 아무리 시어머니가 나빠도 뒤에서 어른의 욕은 하지 않았다. 가게가 저녁에 문을 닫고, 온연과 진몽요는 같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경소경은 나타나지 않다가 병원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목정침도 있었다. 한 순간에 병실은 시끄러워졌고, 임립을 침대에서 다리를 꼰채 경소경이 깎아주는 사과를 먹고 있었다. “다들 그래도 마음씨가 착하네. 내가 아픈 게 한두번도 아니고, 심지어 심한것도 아닌데. 얼굴 봤으니 들어들 가봐. 그리고 소개시켜준 아가씨 정말 괜찮더라, 이것저것 세심하게 잘 챙겨주고. 급여 올려줘야겠어.” 진몽요는 자신감이 가득차서 “그럼 당연하죠. 나랑 연이랑 소개시켜준 사람인데. 보니까 며칠뒤면 퇴원할 거 같은데, 앞으로 이 ‘귀한병’ 잘 챙기세요. 아무거나 막 먹지 말고요.” 임립은 입술을 삐죽거렷다. “앞으로 술만 안 마시면 돼요. 나중에 시간내서 수술도 하고 그러면 원래처럼 다시 활발해져요. 별 일 아니에요.” 수술? 온연과 진몽요는 그제서야 이 일의 심각성을 알았다. 전에 그녀들은 그저 임립의 위장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 수술까지 해야되는 줄은 전혀 몰랐다. 경소경은 임립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 내일 다시 올게. 오늘 하루 종일 바빴더니 가서 쉬어야겠어.” 진몽요는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나랑 연이도 하루 종일 고생했어요. 우리도 먼저 가볼게요. 몸 관리 잘하고요.” 그녀는 온연은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 경소경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 “왜 그래요? 왜 괜히 나한테 심술 부리는 거 같지?” 진몽요는 언짢은 듯 “오늘 하루 종일 뭐 했어요? 문자나 전화 한 통 못 해줄만큼 바빴어요? 그
온연은 강연연을 언급하고 싶었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남편과 동생이 사귀었던 일은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회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흥분이 가라앉자 목정침은 그녀가 마음대로 딴 생각하는 걸 눈치챘다. “뭘 생각해? 혼자 생각하지 말고 나도 좀 알려줘.” 그녀는 입술을 내밀었다. “당신이 매정하다고 생각해요. 강연연이랑 한때는 좋았었는데 직접 감옥에 보내다니. 걔는 이번생은 거의 망했다고 봐야죠.” 말을 하면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가 어떻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목정침의 말투는 담백했다. “나랑 사귀었던 건 맞지. 근데 널 해친 사람은 용서할 수가 없어.” 그의 반응이 온연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때는 분명 그와 강연연이 같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었나? 지금 자기 잘못은 싹 없애고 게다자 강연연이랑 사귀었다는 걸 지금 인정한건가…? 걔랑 사귀었던 게 맞다는 말이 그녀의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둘다 똑같아요. 누구 하나 더 나은 게 없어. 날 해친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으니 당신 본인도 용서하지 말길 바라요.” 목정침은 허탈했다. “허… 난 내 자신을 용서했던 적이 없어. 너도 그렇지 않아?” 맞다, 그녀가 떠난 게 그에게는 제일 큰 복수였다. 아파트 단지 앞, 목정침이 차를 세웠다. 온연은 기분이 좋지 않아 대충 손을 흔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목정침이 그녀를 불러세워 반 농담식으로 “잠깐 앉았다 가라고 말도 안 하나?” 온연의 낮은 목소리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증에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목정침은 고집부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냥 던진 말이었으니 결과가 어떻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 그도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호텔. 진몽요는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 사귈 때부터 경소경이 연락을 안 했던 날이 없었다. 오늘 갑자기 이러니 당연히 이상했다. 만약 그녀가 병원에 임립을 보러가
그는 정신을 차리고, 배달을 시킨 뒤 복도로 나가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바로 연결되었고, 애교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경아, 할 얘기 있어? 아들이 칭얼거려서, 이따가 얘기할 수 있을까?” 전화 너머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그의 짜증은 더 심해졌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검사결과 나오기 전까지 귀찮게 하지 말라고. 문자도 보내지 말고, 전화는 더더욱 하지마. 만약에 결과에서 내 아이로 인정되면 내가 해결해줄게. 만약 아니면 썩 꺼져버려!” 그는 전화를 확 끊고 식은 땀을 닦았다. 그의 핸드폰을 가끔 진몽요가 보는 편이라, 만약 이문자를 들키게 된다면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모든 내용을 다 삭제한 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진몽요가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타월만 두른 채, 검음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긴 다리가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늘 신나 보이지 않았다. 마음속에 담아둔 일이 있으니 당연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진몽요는 그의 모습이 적응되지 않아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왜 그래요? 많이 보더니 질렸어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아니요… 좀 피곤해서요… 야식 먹고 일찍 자요, 나도 좀 씻을게요.” 진몽요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정말 그가 피곤한 거라고 여겼다. “그래요, 그럼 씻고 먼저 자요, 난 야식 기다릴게요.” 배달이 도착했을 때, 경소경은 이미 잠 들었다. 진몽요는 배달음식을 먹으며 드라마를 봤고,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폰에 배터리가 나갔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경소경의 폰으로 드라마를 봤고, 갑자기 화면에 문자 알림이 떴다. 그녀는 화면이 가려져서 인상을 썼지만 문자 알림이 떠있는 몇 초 동안 스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문자의 첫마디가 ‘미안해, 내가 민폐 끼쳐서. 나 돈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뒷부분은 보이지 않았지만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녀가 마침 문자를 확인하려는 순
경소경은 안도하는 동시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를 이곳에 데려오기 전까지 이 일에 심각성을 전혀 몰랐다. 그때는 그냥 그 여자의 전화를 받고, 중요한 일로 만나야 된다고 해서 그는 신경 쓰지 않았었다. 하람은 그의 자잘한 과거가 그를 놓아주지 않는 걸 알았기에, 그는 목정침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그 여자와 이 도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오는김에 진몽요도 데려와서 온연과 함께할 시간을 주며 즐거워할 기회 또한 만들어주고 싶었다. 생각지 못하게 일은 이미 그의 손아귀를 벗어난 상태였고, 그의 아이일지도 모르는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그는 어이가 없었다. 오늘 낮이 되서야 그 여자와 만남을 가졌고, 같이 가서 검사를 받았다. 혹시라도 기분이 들킬까봐 종일 진몽요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둘째 날, 온연이 가게에 도착하자 진몽요는 어젯밤 ‘일’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어제 밤에 누가 경소경한테 문자를 보냈더라고. 나는 어떤 여자가 보낸건 줄 알았어. 나는 아직까지도 여자 정리 안 된 거면 죽여버릴라고 했는데, 이순이 사과문자 보냈더라고. 깜짝 놀랐지 뭐야.” 온연은 이미 목정침을 통해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모든 건 검사결과가 나온 후에 해결하고 지금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몽요가 혼자 속아서 바보 같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그녀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오해면 된거지… 오늘 너랑 경소경 일정 없어? 놀러가고 싶으면 가도 돼, 가게는 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 진몽요는 약간 자랑스러운 듯 “아니야, 오늘 그 사람이 가게로 와서 같이 있어준다고 했어. 조금 늦을거야. 이따가 오면, 너도 좀 쉴 수 있겠다.” 온연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경소경은 정말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가게까지 올 수 있다니. 만약 진짜 그의 아이라면 그가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할지 궁금했다. 10시쯤, 경소경이 가게로 도착했다. 캐주얼한 복장이었지만 여전히 양아치 같은 스타일이었다. 도착해서 진몽요와 잠깐 놀아준 후 주방으
앨리는 자신이 정성껏 차려 입었는데 그가 한번 쳐다보고 심지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살짝 실망했다. “네…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뜨거운 날씨를 제치고 길을 건너 디저트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 안에 냉기를 느끼자 그제서야 앨리는 살 것만 같았다. 카운터 앞으로 걸어가 란샹에게 “홍차 두 잔 주세요.” 란샹은 단번에 앨리가 꾸몄다는 걸 발견하고선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보수적인 사람이었지만 목을 나시나 반바지 혹은 미니스커트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앨리의 옷차림은 그것들보다 훨씬 과감했다. “네…네…” 란샹은 민망했다. 비록 다 같은 여자였지만 두 번 쳐다보기도 민망했다. 카운터 뒤에 있던 진몽요는 앨리의 목소리를 듣자 뒤를 돌았고 기분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앨리씨, 이 복장 되게 개성있네요. 저녁에 클럽가도 되겠어요. 목정침 취향도 참 특이하네요, 그 회사 여직원들은 다 그렇게 입나봐요?” 앨리는 자신있게 파마머리를 쓸어 넘겼다. “몸매가 좋아야 이렇게 입을 수 있는거죠. 저희 대표님도 신경 안 쓰시는 데, 그쪽이 신경 쓰는 게 좀 이상하지 않아요?” 진몽요는 속으로 욕을 하며, 빠르게 홍차를 만들어 카운터 올렸다. “저도 그런 거 신경 쓸 시간 없거든요. 잘 가세요.” 앨리가 떠나자 진몽요는 씩씩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연아! 목정침 비서가 오늘 꼭 스트리퍼처럼 옷 입었더라. 맨날 목정침 앞에서 살랑 거리는데, 넌 신경 안 써?” 온연은 경악했다. 그녀의 기억속에 앨리는 평소에 일할 때 분명 포멀한 오피스룩을 입었었는데, 스트리퍼 같은 그녀의 모습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어서 물었다. “스트리퍼? 장난이지?” 진몽요는 온연은 컴퓨터 앞 씨씨티비로 끌고 갔다. “네가 직접 봐봐, 이게 오피스룩이야? 자랑하긴 뭘 자랑해? 몸매 좋은 사람이나 이렇게 입는다고, 사장도 신경 안 쓰는데 왜 나보고 참견이녜. 나는 그 회사 사모님의 베프인데, 내가 신경 쓰면 안되나? 이 여자 제정신 아니지?!” 온연은 씨씨티비
앨리는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기뻐했다. 분명 자신이 일을 잘 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머리를 귀로 넘기며 애교섞인 말투로 “왜요?” “왜냐면 전엔 너는 일에만 집중했으니까. 나한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앨리는 얼굴 색이 변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죄…죄송합니다…” 목정침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재무부에서 월급 받아가. 감원처리 차원해서. 넌 돈도 많이 받을 수 있을거야.” 앨리는 받아드릴 수 없어서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목정침의 냉정한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좋은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능력 때문이었지, 외모가 출중해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다른곳에 정신 팔린 후, 얻고 싶었던 걸 얻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직업까지 잃었다. 그녀는 목정침을 알싸다. 몇 년동안 함께 했으니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건물에서 나온 후, 그녀는 모든 물건을 길가 쓰레기통에 버리고 디저트 가게로 들어갔다. 진몽요는 그녀가 목정침의 심부름을 온 줄 알았다. “또 뭐 드려요?” 앨리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온연한테 할 말 있어서요. 용건만 말하고 갈게요.” 진몽요는 눈을 굴린 뒤 주방 문을 두드렸다. “연아, 앨리가 너 찾는다. 할 말 있데.” 온연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앨리가 말했다. “여기는 좀 그래서, 다른 곳에서 얘기하시죠? 단둘이 있고 싶은데.” 온연은 밖에 불타는 날씨를 보자, 역시 조용한 직원 휴게실을 선택했다. “휴게실로 들어와요.” 휴게실. 앨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 짤렸어요. 대표님한테 딴 맘 가져서.” 온연은 놀랐지만 담담하게 물었다. “그래서요?” 앨리의 입은 웃는 것 같지만 웃고 있지 않았다. “그냥 몇 마디 충고해주고 싶어요. 그 분이 이미 이정도 했잖아요. 제도에서의 모든 걸 포기하고 이 후진 곳에 온 게 다 당신 때문인데, 고마운 줄 알아야죠. 나중에 인내심 바닥 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