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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장

이순은 발걸음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좋아해요!”

  온연은 진짜로 폰을 꺼내지 않았다. 그 답이 오히려 그녀를 실망시켰다. “말해봐…”

  이순은 속으로 여러 번 고민한 후에 입을 열었다. “어차피 저 여기 계속 있을 거 아니니까 그냥 말할게요. 저는 고아예요, 고아원에 있었다가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도망쳤어요. 그리고 길에서 맨날 구걸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가 제 인생의 암흑기였어요. 14살때까지 그러다가 도련님을 만났죠.

  아직까지도 기억나요. 날씨가 비가 올 것처럼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는 날씨 였어요. 차가운 바람도 무섭게 불었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더럽고 머리도 꼬질꼬질했죠. 그 분이 제 앞에 섰을 때, 저는 처음으로 강한 열등감과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을 느꼈어요. 제 눈에 있는 살기가 마음에 든다며 저를 거두셨죠. 그리고 경가네에 소속인 경호학원으로 보내주셨어요. 그 분한테 칭찬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서 죽기살기로 노력했죠.”

  여기까지 말한 그녀는 갑자기 멈추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저는 마음에 든다는 그 말을 남녀사이에 호감으로 생각했어요. 나이도 5살 차이 밖에 안 나니까 우리가 잘 될 줄 알았죠. 저는 그저 도련님과 제 사이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그 분도 자주 학원에서 훈련했었고, 그 분 제외하고는 제가 제일 실력이 뛰어났죠. 물론 그 분 주변에 여자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늘 그 여자들이 부러웠죠. 근데 제가 고백했을 때 거절당했어요. 처음으로 진지하게 충고하셨죠. 저는 그 여자들이랑 다르다고, 그래서 받아드릴 수 없다고. 제가 나중에 더 잘 살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이 귀에 안 들어왔어요. 오직 그 많은 여자중 한 명이 되길 바랬죠. 18살이 되던 그 날, 제 생일을 같이 보내 달라고 부탁했고 승낙하셨죠. 제가 그 분 술에 약을 탔고 제가 그렇게 기다렸던 목표도 이뤘어요. 저는 그 분이 당연히 현실과 저를 받아들이실 줄 알았는 때, 다음날 아침에 되려 저에게 화를 내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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