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 끝난 후 온연은 왠지 모를 통쾌함을 느꼈다. 너무 묘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너무 자극적이었다… 그녀는 복수의 쾌감을 이번에 톡톡히 느꼈다. 어쩐지 목정침이 자꾸 자기를 괴롭히더라니. 그녀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마다 그도 그녀를 보며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무슨 생각 해? 배 안 고파? 내려가서 뭐라도 먹을래?”목정침은 그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상냥한 태도가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조금요. 근데 내려가서 먹기 싫어요. 유씨 아주머니한테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해야겠어요…”목정침도 굳이 그녀더러 내려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럼 좀 누워있어.”점심은 목정침이 방으로 가져다주었다. 탕위엔은 계속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으쓱거리는 모습이 어딘가 믿을 구석이 있는 듯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목정침이 아직도 고양이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아챌 수 있었다. 탕위엔이 그를 스칠 때마다 그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당신,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니라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거죠?” 그녀는 밥을 먹으며 그에게 물었다. “밥이나 먹어.” 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절했다. 그의 표정이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온연은 이 상황이 조금 웃겼다. 목정침처럼 건장한 남자가 고양이라는 작은 생명체를 무서워하다니,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만 아니면 정말로 소리내 웃어버렸을 지도 모른다.밥을 다 먹은 후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 집에 있는 거 너무 심심한데,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요. 상의하려고 말하는 거 아니고 통보에요. 비록 지금은 당신 카드를 쓰고 있지만 모든 일에 당신 돈을 쓰고 싶지 않아요. 당신 카드는 급할 때 쓰려고 남겨 둔 거예요. 그래도 혼자 알아서 먹고살아야죠.”목정침은 그녀가 다 먹고 남긴 그릇들을 치우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나도 명확하게 알려줄게. 안 돼.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집에서 몸조리나 하면서 내 애나 낳는 거야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좋게 넘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그녀의 옆에 누워버리고 난 후였다. 손을 뻗어 그녀의 핸드폰을 채갔다. “그럼 넌 내가 어떤 말투로 말했으면 좋겠는데?”온연은 그에게서만 나는 남성적인 냄새를 맡았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핸드폰 돌려줘요… 몽요랑 몇 마디만 더 하고 잘게요.”그는 핸드폰을 높게 들어 올렸다. 그녀는 핸드폰이 전혀 닿지 않았다. “일단 내 질문부터 대답해.”그녀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내가 당신 딸도 아니고… 어떤 말투로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목정침은 두 눈에 웃음을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좀 가르쳐줄래?”그녀는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살짝 쳤다. 스스로 화를 자처하는 것 같았다. “잘래요.”누가 알기나 했을까, 그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애교도 부릴 줄 모르고, 네가 여자이긴 해?”그는 말을 끝내고 핸드폰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편한 자세를 찾아 뒤척거고는 다시는 움직이기 않았다. 온연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급히 진몽요에게 답장을 한 후 핸드폰을 끄고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따뜻했다, 차가웠다 오락가락하는 목정침의 태도가 그녀를 당황감에 빠트렸다.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같이 지내다 보니 오히려 긴장감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어릴 때 느끼던 감장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항상 그의 눈치를 보며 지내던 날들…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그녀는 옅게 화장을 했다. 그녀는 흥분감에 차올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의 기색이 좋은 걸 본 유씨 아주머니는 무척이나 기뻤다. “사모님, 다시 회사로 돌아가시려고요? 이것이야말로 젊은 사람이 가져야 할 기색이죠. 살짝만 꾸몄는데도 엄청 예쁘세요.”유씨 아주머니의 칭찬에 온연은 안절부절했다. “유씨 아주머니~”목정침이 식탁에서 그녀를 불렀다. “빨리 와서 밥 먹어. 좀 이따 나랑 같이 나가자. 가는 김에 데려다줄게. 너무 늦
아침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같이 집을 나섰다. 차 안, 목정침이 갑자기 ‘착한 아빠’ 모드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어디 불편해지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너무 바빠서 전화를 못 받는 상황이면 임립한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고. 임집사한테 의사 좀 불러달라고 해. 억지로 참지 말고. 몸이 안 좋으면 면역력도 낮아지는 거야. 병원 그런데는 최대한 적게 가고. 네가 출근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네가 무슨 일 생길 가봐 걱정하는 거야. 네가 안전 하기만 한다면 뭘 하든 상관없어.”온연이 괴물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오늘 뭐 잘못 먹었어요?”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뭐라고?”그녀는 바로 말을 보탰다. “아니… 당신 잔소리가 왜 이렇게 심해졌어요? 나도 알아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몸이 불편하면 당연히 계속 일하지는 않죠. 내가 출근을 돈 벌려고 하는 거지 놀려고 재미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니까, 억지로 버티지는 않아요. 마음 푹 놓으세요…”진락의 혀가 조용히 굳어졌다. 온연만 목정침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진락도 그렇게 생각했다. 차 안에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목정침은 아예 부드러운 사람인 척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까 아까 그가 한 모든 말들이 그의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난 얘기라는 뜻이다… 정말 무섭다…차가 비상 디자인 그룹에 멈춰 서자마자 온연은 허겁지겁 차에서 내렸다. 목정침은 끝까지 충고 하는 걸 잊지 않았다. “내가 한말 꼭 기억해.”온연은 고개를 돌려 손으로 ‘OK’ 손짓을 했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만약 그동안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분명히 잘 지낼 수 있었겠지? 사랑은 없을지 몰라도 가족애는 있을 테니까.여자 직원들과 한가하게 얘기를 나누던 임립이 마침 회사로 들어서는 그녀를 보자 놀라 자빠질 뻔하였다. “목정침이 그쪽 당분간 출근 못한다고 했는데. 오늘 어떻게 여길…”온연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온연은 조금 의혹스러웠다. 디자인 부서 전체에 이리의 사무실에만 유선전화가 있었다. 보통 일에만 쓰이는 전화였고 그렇다면 일처리에 그녀를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리의 사무실로 걸어가 의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비상 디자인 그룹입니다.”“허허, 저예요. 고만만.”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목소리에 온연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고만만? 무슨 일인데요?”“큰일은 아니고요, 그냥 방금 그쪽 회사 지나가다가 목정침이 데려다주는 거 봤거든요. 엄청 환하게 웃던데, 난 당신이 심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심씨 집안이 목정침 때문에 저 지경이 됐는데도 당신한테는 타격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당신도 참 배알 없는 사람이네요. 하긴, 누구라도 목가 부인이 되고 싶어 했겠죠. 당신 같은 신분의 사람이 목정침 같은 사람이랑 만나다니,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봐요?”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 더 할 말 있으세요?”고만만이 씁쓸하게 웃었다. “허허… 심개가 나랑 파혼했어요. 당신 때문인 거 알아요? 그 사람이 마음속에 두 명의 여자를 품을 수가 없데요. 처음에는 그 감정이 대학시절 때의 감정일 줄만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거라고, 언젠가는 날 사랑하게 될 거라고, 근데 그게 내 바람으로 끝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목씨 집안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심개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으니. 근데 제일 원망스러운 건 당신한테 열정적인 심개가 제일 힘들 때 당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전히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얼굴도 안 비치고. 정말 그 사람 대신해서 어이없음을 느끼네요.”“고만만씨, 저 지금 일하는 중이거든요. 다시는 회사로 전화 쳐서 사적인 얘기하지 마세요. 끊을게요.” 말을 끝내고 온연은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리의 불쾌한 얼굴과 마주쳤다.“앞으로 회사 물건 사적으로 쓰지 마세요. 이게 기본
“피차일반 아닌가? 다른 여자였어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네가 나한테 했던 짓, 그대로 못 돌려준 게 아쉬울 뿐이야.” 온연은 차가운 얼굴을 하며 계속 밥을 먹었다.“허… 정침 오빠는 널 사랑하지 않아. 그게 아니라면 왜 내가 널 차로 치어서 유산 시켰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날 감싸줬겠어? 너 진짜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네 신분이 어떤지 진짜 확인 안 해보는 거야? 정침 오빠가 너랑 결혼해서 아직까지도 이혼 안 하는 이유는 단지 널 괴롭히고 싶어서야. 너한테 복수하려고. 네 아빠가 죽었으니, 그 빚 당연히 네가 갚아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은 널 사랑하지 않아. 넌 네가 진짜 뭐라도 된 줄 알지!” 강연연은 말할 때 이를 악물고 있었다. 마치 온연을 찢어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았다.“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그 사람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이 나랑 이혼하기 싫어하는 거니까. 날 괴롭혀도 상관없어. 나한테 복수하는 것도 상관없어. 나에게도 내 자신을 편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 의무가 있어. 그 사람 곁에서 날 위협하는 너 같은 사람을 치워버리는 거. 안 그래?” 온연은 너무 역겨웠지만 참아냈다.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승리한 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먼저 흔들리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사무실 앞, 목정침은 온연의 말을 한 글자도 빠트리지 않고 전부다 듣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얼굴에는 냉기가 서려있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말도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아래, 그는 다시 차로 돌아갔다. 진락이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도련님, 사모님이 밥 제대로 드시는지 확인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벌써 내려오셨어요?”그는 어두워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운전이나 해요! 회사로 가요!”진락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몰랐다. 감히 한마디도 더 하지 못하고 차를 목씨 그룹 방향으로 몰았다. 사무실 안, 강연연은 열심히 자신의 충동적인 감
목정침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리에게 조퇴를 신청을 냈다. 임립에게 직접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입 싸게 목정침에게 말할 가봐 겁나서였다. 회사에서 나온 그녀는 과일을 조금 사들고 바로 택시를 잡아 중심 병원으로 갔다. 심개의 병실 앞에 도착한 후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두드렸다. 병실 안에서 심개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오세요.”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 오늘 미리 퇴근했어. 너 입원했다는 게 생각나서 한번 보러 왔어. 몸은 좀 어때?”심개는 조금 의아했다.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그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신 차렸을 때 그는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난 괜찮아. 다리가 부러진 거뿐인데 뭐.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고. 앉고 싶은데 앉아.”온연은 그를 한참이나 훑어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의 죄책감은 더 심해졌다. 잘 지내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병원복을 입고 침상에 누워있다니. 그것도 다리에 깁스를 하고서. 그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거의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저기… 미안해…”심개가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네가 미안하다 그래?”그녀는 입술을 몇 번 물었다. “목씨 그룹이 너네 회사 인수했잖아… 네가 귀국하고 나서 일이 그렇게나 많이 생겼는데, 나도 너한테 뭐라 말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목정침 대신해서 사과할게. 근데… 그 사람이 한 일들 내가 막을 수 없는 일들이었어. 그래서… 미안해. 난 항상 널 제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아름다운 추억도 엄청 많고. 나랑 가깝게 지내지 마. 우리가 아무 사이가 아니기만 하면 심씨 집안도, 너한테도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심개의 표정이 얼어버렸다. “넌 우리 회사가 왜 인수됐다고 생각해? 내가 왜 약혼했다가 파혼했을 거 같아? 내가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넌 나한테 멀리 떨어지라니. 연아,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 "예를 들면, 나 유산하고 나서 그 사람한테 성질부리느라 할 말 못 할 말 다 했어.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내가 양다리 걸친 거 다 알아버렸어. 그런데도 그사람 나한테 한마디도 안 따졌어. 더 많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그렇게 최악은 아니야. 진짜로. 심개, 나 정말 괜찮아. 내가 죄인의 딸이라 목가네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내 고충이야. 솔직히 말하면 목정침은 나한테 물질적인 만족도 줄 수 있어. 그 사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우리 사이에는 원망만 있는게 아니야. 십년간 끈끈하게 쌓아온 정이라는 것도 있어. 그 정이 사랑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됐어. 우린 가족이야, 나빠봤자야."그녀의 말에 심개에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진짜 그렇다면 제일 좋겠지만…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헛되질 않길 바랄게…"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저기… 나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 몸조리 잘해."심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그녀가 문 앞으로 걸어갔을 때 심개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연아…!"그녀의 발길이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이것만큼은 꼭 기억해. 무슨 일이 생기든 나랑 몽요가 네 옆에 있다는걸. 만약 정말 언젠가 목정침이 널 실망시켰다면 너한테는 아직 우리가…있어…"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치듯 병원을 벗어났다. 회사는 병원이랑 좀 거리가 있었다. 비록 그녀는 꼼꼼히 시간을 계산했지만 차가 막힐 거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목가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은 상태였다. 목정침은 벌써 집에 도착한 상태였고 모닝과 한가롭게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닝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잊었던 일이 생각났다…모닝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온연, 퇴근하고 같이 쇼핑하러 가기로 하지 않았나요? 회사 사람들은 당신이 한 시간 일찍 퇴근했다고 하던데?
목정침은 입꼬리에 비꼬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허… 친구? 친구끼리는 아무렇지 않게 잠도 자나 보지?"그녀의 호흡이 순간 멈춰버렸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어쨌든 과거잖아요. 이렇게 물고 늘어질 필요 없잖아요. 나도 당신이 강연연이랑 뒹구는 것도 신경 안 쓰잖아요."그가 냉소를 뿜어냈다. "허허… 내가 걔랑 잤는지 안 잤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너랑 심개 일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내가 진짜로 물고 늘어졌다면 넌 걔 만나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네가 병원 갈 기회도 생긴 거야, 알아? 게다가 내가 누구랑 같이 있든 신경 안 쓴다며? "신경을 안 쓴다고?온연은 그의 말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자신이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그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왜 도망을 쳤을까? 마음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도대체 신경을 쓰는 걸가까 안 쓰는 걸까?사랑하지 않는 건 맞지만 배신은 배신이다. 어느 누가 이런 짓을 참을 수 있을까? 그도. 그녀도."그때는 오해였어요. 믿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그녀의 말투에는 힘이 없었다. 자신의 순결을 분명히 그에게 줬는데, 그는 그걸 정말 모르는걸가? 그가 만났던 여자가 강연연만은 아니겠지? "그래! 오해! 심개의 침대에 누운 여자 너 아니었나? 너 다음날에 걔 옷 입고 집으로 왔잖아?! 이게 어떻게 오해야?! 설마 나한테 옷만 벗고 침대에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는 고함을 지르며 옆에 있던 테이블을 걷어찼다. 테이블 위에 있던 다구와 책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온연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의 몸이 조금 경직되었고 입술을 조금 움직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막아버렸다. 그때 진짜 심개와 단지 옷 벗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고 그녀가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스운 소리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자 그의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