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연이 입술을 삐죽거렸다.“본인 입으로 직접 말한 거예요, 난 아무 말도 안 했다고요. 어쨌든 심개랑 3년 전에 몹쓸 사건까지 터졌었으면서. 정침 오빠랑 결혼한 지금은 더 조심히 행동했어야죠. 유산했다는 그 아이… 정말 정침 오빠 아이는 맞긴 해요? 솔직히 말하죠?”강연연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던 말던, 현재의 장소가 어디든 거침없이 말을 하였다. 무해하다는 듯 눈을 연신 깜박거리기까지 했다. 그에 온연이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게 반응하였다.“그래, 아니야. 이제 만족하지? 이제 니 물건들 들고 꺼져줄 수 있겠니?”일순간, 장소에 있던 사람들이 떠들썩해졌다. 그녀가 대중들 앞에서 바람을 인정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임립이 화들짝 놀랐다.“온연, 화났다고 막말하지 마. 다른 할 말 있으면 퇴근 후에 해. 강연연, 너 목정침 찾아야 한다며, 따라와!”강연연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갑자기 몸을 숙이며 온연의 귓가에 그녀만 들을 수 있도록 속삭였다.“그래, 내가 널 쳤어. 그래서? 엄마도 내가 쳤다는 거 알아. 그런데도 날 대신해서 합의하러 나갔다는 건, 네가 누구에게도 쓸모없는 잡종이라는 거야. 정침 오빠도 참, 널 데리고 사느니 차라리 개를 키우는 게 낫지. 네 뱃속에 잡종은 죽어 마땅했어!”온연이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이 자극에 일순간 폭발해버렸다. 온연은 미쳐버린 듯, 책상 위의 아무 물건이나 집어 강연연에게로 던져버렸다.“죽어 마땅한 건 너야!”임립은 어떻게 해야 온연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감조차 안 잡혔다. 재빠르게 눈치 챈 임립이 강연연을 한쪽으로 끌어당겼고, 온연은 이내 곧 서류들과 필기류, 심지어는 책상 위에 있던 작은 선인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사무실의 사람들은 본인들의 책임자가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직원들이 잔뜩 몰려와 온연을 속박하였다.“진정해!”온연의 아랫배가 책상에 눌려 고통스러웠고, 교통사고로 입은 상처까지 욱신거렸다. 그러나 온연은 상처 따위 개의치 않았다.
#온연은 회사에서 나온 뒤 목가네로 돌아가지 않고, 심개에게 문자를 보냈다.괜찮아? 나를 노리고 벌어진 사고였는데, 너한테까지 폐 끼친 것 같아 미안해.이에 심개는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난 괜찮아, 상처만 좀 생겼을 뿐이야. 너야 말로… 지금은 좀 어때? 널 노린 사고였다니… 그건 무슨 뜻이야?”온연은 그런 역겨운 이야기를 남에게 강요하기 싫었다.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나도 괜찮아, 내 쪽은 다 좋으니까 안 물어봐도 돼. 네가 괜찮다니 됐어. 먼저 끊을게.”진몽요는 지금 출근했을 터였다. 온연은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카페에 들어선 온연은 라떼를 주문한 뒤 창가에 앉아 창 밖의 차들을 구경하였다.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유리창 너머로는 길고양이가 보였다. 지저분한 몰골이었지만 푸른 두 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예쁜 눈으로 온연을 쳐다보며 다가왔다. 온연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말려 올라갔다. 손가락을 뻗어 창문에 갖다 대자 길고양이가 자신의 앞발을 들어올려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손가락을 마주해왔다. 그 순간, 온연은 자신이 그 고양이를 거두겠다 생각했다. 고양이와 애완동물 가게에 데려가 지저분한 것들을 씻겨낸 후 함께 목가네에 도착하자 이를 발견한 유씨 아주머니는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연아, 어디서 이런 고양이를 데려온 거야? 도련님은 고양이 털 알레기가 있으셔. 저택에서 이런 거 못 기르게 하실 거야…”알레르기? 기르지 못하게 해? 온연은 무조건 키울 것이다.“아주머니, 제가 이 저택의 안주인 맞죠? 제 집이기도 해요. 제가 제 집에서 일을 하는데, 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하죠? 그 사람이 싫어하는 건 그 사람 일이고, 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 틀린 것도 없지 않나요? 그 까짓 거, 방을 나눠버리면 되겠네요. 제 방에서 고양이를 기르면 방해될 것도 없잖아요.”온연은 곧 미소를 띄우며 고양이를 안고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침실 앞에 도착해 망설이다가 이
#모두가 온연이 그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고 알게 되었다. 기사의 제목도 곧 ‘목부인이 목정침을 두고 바람을 피웠다.’ 라고 쓴 것과 다름없었다. 기사를 다 읽은 온연이 담담하게 핸드폰을 집어넣었다.“지금 다 봤네요. 그래서요?”목정침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눈빛은 곧 사람을 잡아먹을 듯하였다. 목소리 역시 극도로 차가웠다.“그래서?!”온연이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뉴스를 보라고 하셨잖아요, 봤어요. 당신이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나요? 전세계 사람들이 알게 됐잖아요, 잘 되지 않았나요? 괜히 아빠 노릇 할 일 없어졌잖아요.”음식을 들고 나오던 유씨 아주머니가 온연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는지 들고 있던 것을 놓쳐버렸다. 도기가 깨지는 소리와 울렸고, 목정침이 벌떡 일어나 온연의 양 어깨를 사납게 잡아왔다.“다시 한번 말해 봐!”온연은 목정침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전엔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표정이었다. 온연은 목정침이 곧 자신에게 행패 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온연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했다. 이젠 목정침 앞에서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상황을 급히 파악하고는 목정침을 당겨 내기 바빴다.“말로 해결 못할 게 뭐 있어요?! 어릴 때부터 연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때리실 수 있으세요?! 연이는 지금 볼멘소리나 하는 거예요, 더 이상 무슨 다툼이 필요하겠어요?!”목정침이 애꿎은 옷깃만 매만졌다. 극한까지 차오른 화를 억누르는 듯했다.“온연, 우습게 봤다고 나한테 맞서겠다 이거지? 두고 봐, 좋아,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겠어.”분위기가 잔뜩 열 오르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분위기와 맞지 않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씨 아주머니는 겁이 났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화실의 문은 잠겨 있었지만, 창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고양이는 창문으로도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을 까먹었다.목정침의 안색이 변하였다. 소리를 쫓아 가보니, 희고 통
#온연은 식사를 하며,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그 애는 ‘물건’이 아니예요. 제 고양이고, 이름은 탕위엔이에요.”“그게 뭐가 됐든, 처리해. 날이 밝기 전까지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으니까! 네가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 하겠어.”목정침이 의논할 필요도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탕위엔보다 저를 더 싫어하시면서, 왜 진작 저는 처리하지 않으신 거죠? 계속 남아있으면 눈에 거슬리지 않나요? 전 탕위엔 처리 못해요. 당신이 밖에서 이리저리 나도는 거 허락할\게요. 강연연 한 명만 키우시는 거 아닐 텐데, 고양이 한 마리가 뭐 어때서 그래요?”온연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듯 말했다.“온연!”목정침은 다시금 폭발해 식탁을 세게 내려쳤다. 온연은 이를 들은 체 만 체하더니 입안의 음식을 천천히 씹어 삼키고는 또 느긋이 대답하였다.“소리 치지 마세요, 저 귀 안 먹었어요. 어차피 집에 돌아오시는 것도 싫어하시는 데다가, 목가는 이렇 게나 큰 저택이잖아요. 고양이 한 마리조차 용납이 안되나요?”목가네의 보모들과 하인들은 놀라움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들 모두 오늘 밤 총성 가득한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끝끝내 목정침이 지고 말았다. 그는 식사도 마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목가를 떠났다. 목정침이 떠난 걸 확인하고는 유씨 아주머니가 온연에게 말했다.“너 이게 뭐 하자는 거니? 도련님을 화나서 떠나버리게 만들다니. 거기다 고양이까지 기르게 되면, 도련님은 저택에 더욱 안 돌아오실 거야. 목가는 안 그래도 땅이 많잖아, 도련님이 다른 애인이랑 다른 곳에서 정착해 머물겠다고 하시면, 속상한 건 네가 아니겠니? 고양이 위한다고 도련님을 못살게 굴 필요 없잖아. 당장 고양이 돌려보내자, 내가 다른 보호자 찾는 거 도와줄까?”온연은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그가 돌아오던 안 돌아오던 고양이는 돌려보낼 수 없어요. 방금 고양이가 건드렸는데, 알레르기 반응도 없었잖아요?”유씨 아주머니는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목정침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경소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 사건은 내가 너 대신 처리해 줄게. 난 네가 파트너들이랑 계약할 때마다 매번 동정심 받는 꼴은 못 본다. 우리 정침씨는 자기 실력으로 먹고 사는구나~.”목정침은 그를 한껏 째려보았다.“입 좀 닥쳐!”경소경이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내 생각에는… 걔 건들이지 않는 게 좋겠어. 네 앞에 있을 때는 토끼 같은 줄로만 알았는데, 폭발하니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전혀 예상 못했네.”목정침은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니까 이제 꺼져.”경소경이 소리 내어 웃었다.“하하, 그래 그래. 보니까 우리 정침이 오늘은 사무실에서 밤 새야겠네, 안쓰러워라. 그럼 전 동참하지 않겠습니다. 따듯한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지~.”이튿날 아침. 목정침이 단정히 옷매무시를 바로잡은 뒤 사무실 안 휴게실에서 나서자, 곧바로 비서 엘리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목대표님, 심가에서 사람이 오셨습니다.”목정침은 넥타이를 매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들어오라고 해.”엘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나섰다. 곧 심개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의 얼굴 에는 교통사고로 생긴 상처가 여전했기 때문에 목정침은 그 상처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심가의 회사 이름은 그대로 둘 거야. 너는 매니저를 맡아 관리할 건데, 네가 억울하다면 사람을 바꿔줄 수 있어. 어쨌든 너희가 가진 주식 점유율은 나한테 대수롭지도 않다고, 내 말 알아듣겠나?”심개는 이를 악물더니 대답했다.“그래.”목정침은 데스크 위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참, 그리고 온연에게서 떨어져. 심가를 다시 돌려받을 기회라도 얻고 싶다면.”심개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당신은 정말 최악이군. 남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그렇게 막대하다니. 이건 알아둬. 심가가다시 일어나고 연이가 허락하는 그 즉시, 연이는 내가 데려 갈거야.”잠시 목정침의 눈 안에 분노가 일었다. “그 날은 영원히
#온연의 기분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탕위엔이 그녀의 손등에 제 몸을 비벼왔다. 온연은 그런 탕위엔을 내려놓고는 창가로 걸음을 옮긴 온연이 목정침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 수신음이 1초가 채 이어지기 전, 온연이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금 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자 별 반응도 없을 것이다. 그 안에 개인적인 원한이 들어있던 안 들어있던, 모두 상업적인 일이라며, 그녀가 알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온연은 심개에게로 전화를 돌렸다.“심가가 목정침한테 넘어갔다니? 왜 나한테 일찍 말 안 해줬어? 너 전에 날 찾아온 것도 이거 때문이었지? 그때… 너 정말 기분 안 좋았겠구나.”심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어투로 대답했다.“약육강식, 심가는 목가와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매수된 건 이상할 것도 아니야. 아예 없어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 해야지. 어쨌든 난 심가의 예전 가업을 맡아 살피고 있어.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그 주인이 목정침이라는 것 뿐이야. 언젠가 심가의 모든 걸 내 손안으로 돌려받도록 할 거야. 연아, 걱정하지 마. 정말 괜찮아.”온연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난 너 믿어, 어려울 것 하나도 없을 거야. 다 잘될 거야.”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심개가 돌연 화제를 바꾸었다.“나 파혼하려고.”온연은 당황스러웠다. “파혼한다고…? 이럴 때 고가네랑 파혼하는 건 엎친 데 덮친 격 아니야?”심개는 온연과 생각이 다른 듯하였다.“애초부터 난 고만만을 좋아하지도 않았어. 심가네에 일이 생겼는데, 고가네에서 굳이 같이 얼굴 붉힐 필요는 없지. 지금이라도 파혼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야. 우리 심가네는 아직 여자한테 기대야만 하는 처지까지는 아니야. 나 잠시후에 회의가 있어서, 이만 끊을게.”전화를 끊은 뒤 온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온연은 목정침에게서 그 누구도 지켜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현재는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오후 무렵, 유씨 아주머니가 급히
#온연은 더 이상 밥 먹기가 힘들었고, 연어가 담긴 접시를 든 채 위층으로 향하였다. 탕위엔은 연어가 굉장히 맛있는 듯하였다. 순식간에 이를 먹어 치워버렸다. 하얗고 동그란 몸을 그녀의 다리에 계속하여 문질러왔다. 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웅크려 앉고는 탕위엔의 털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였다.“탕위엔, 넌 길 고양이였는데 어쩜 이렇게 통통할 수 있어?”그때, 갑자기 화실 문 밖에서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고, 온연이 고개를 휙 돌려 바라보았다. 목정침의 그림자가 언뜻 지나갔고, 곧 서재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온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가끔은 동물이 인간보다도 인간성이 있었다. 적어도 탕위엔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하였다. 고양이와 한껏 노닥거린 후, 온연은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이곳에 있으면 결코 한가롭지 못했다. 그녀는 내일부터 회사에 다시 출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한밤 중,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목정침은 몰려오는 피곤함에 눈을 감고는 눈썹을 만져대었다.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하려 했으나, 그를 거슬려 하는 온연이 떠올라 곧 그 생각을 접었다. 그때, 문득 창가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그가 경각심을 지닌 채 일어나 둘러보는데, 다리 아래에서 갑자기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느껴졌다.그의 온몸이 굳었고, 곧 소름이 끼쳐왔다. 두피까지 저려오는 듯했다. 무언가 신비한 힘에 둘러싸여 몸이 굳어진 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다리에 붙어오는 탕위엔을 발로 밀어낼 수조차 없었다.“아… 아주머니…!”그가 어렵게 도움을 청했으나, 아래층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저택의 하인들이 모두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다.그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참아왔을까, 그에게 흥미를 잃은 듯한 탕위엔이 그의 책상위로 가볍게 튀어 올랐다. 불빛이 밝은 노트북에 흥미가 오른 것인지 키보드를 마구 밟아대었고, 저녁 내내 그가 일했던 노동 성과들에 무수한 기호들이 덧붙여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당장 안 내려와?!”탕
#온연은 그를 신경쓰기 귀찮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런데, 갑자기 옆자리가 움푹 꺼지는 것이 느껴졌다. 목정침은 오늘 이 방에서 잠을 자려는 것인가? 방금 나왔을 때 분명 수건 하나로 치부만 가린 채였는데?온연은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불을 하나 더 챙겨와야만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서 각자 이불을 덮은 채 밤을 지샜다.다음 날 아침, 온연이 눈을 떴을 때 목정침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몸을 감쌌던 이불은 가슴팍까지 내려온 상태였고, 죄악스럽게도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의 쇄골로 향하였다. 비록 본 적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른 아침이 그녀의 양 볼은 금세 붉어졌다.돌연 어젯밤 탕위엔을 대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고, 괘씸해진 온연은 그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당겨버렸다. 또 빈틈이라도 있을까 온연은 자신이 덮던 이불까지 그의 몸 위에 얹어버렸다. 그에게 산채로 죽음에서 깬 맛을 보게 할 셈이었다.이 모든 일을 끝낸 후, 온연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하였고, 유씨 아주머니에게 뒷마당에 탕위엔을 두고, 집 안에 못 들어가게 해달라 부탁까지 하였다. 탕위엔이 안정된 모습을 본 후에야 온연은 비로소 마음 편히 출근할 수 있었다.한 시간쯤 지난 후, 목정침이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몸 위에 덮어진 이불을 발견하고는 어딘가 기묘함을 느꼈다. 어쩐지 지나치게 더웠고, 땀까지 흘렀다. 악몽을 꾼 기분까지 들었다. 마치 산에 묻히는 듯한…비상 디자인 그룹.임립이 회의를 마친 뒤, 계약서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목씨 그룹이랑 계약 건이 있는데, 누가 가서 결재 받아 올래? 나는 오후에 출장이 있어서 못 가거든.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거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야. 많이는 못 가고, 두 자리 있어. 알아서 상의하고, 정해지면 이주임한테 보고하도록 해.”이에 곧 사무실이 시끄러워졌다. 목정침과의 식사 자리인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물론,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