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직원은 온연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급히 목정침의 비서에게 이를 알렸다.“엘리, 회장님 부인께서 회장님을 찾아 오셨어. 뭔가 화나 보였어. 그리고 다른 한 명이 또 왔는데 나는 본 적 없는 사람이야. 집사처럼 보이네.”비서는 응답한 후, 전화를 끊고는 곧바로 목정침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목대표님,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사무실 안에서 목정침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응.”곧 엘리베이터가 46층에 도착하였고, 비서 엘리는 그 앞에 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회장님은 사무실에 계십니다.”온연은 오피스 룩과 어울리지 않는 엘리의 부드러운 소재의 슬리퍼를 발견하였다. 목정침의 업무에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이 층은 절대적으로 조용해야만 했다. 지난 번 온연은 결국 맨발로 들어섰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발도 신경 안 쓴 채,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목정침, 교통사고 일 자세히 알아본 거 맞아요? 왜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사적으로 해결하겠다 결정한 거죠?”목정침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하였다.“굳이 네가 결정할 필요 없었어, 너도 아이 일에 관해 나에게 결정권을 주지 않았잖아? 아… 알 권리조차 주지 않았지.”온연이 주먹을 세게 쥐어 보였다.“그건 지금 상관없잖아요. 강연연이 절 쳤다는게 중요한거죠! 그리고 그건 명백히 고의였다고요 !”목정침은 서류를 뒤적이던 손길을 잠시 멈추었으나, 이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교통사고 일은 이미 끝났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해봤자 무의미해. 가해자도 이미 나왔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나?”온연의 몸이 굳어버렸다. 호흡마저 따라 멈춰버렸다. 심장이 깊숙한 곳이 찢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정침은 가해자가 강연연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강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는 결국 사실을 은폐해버렸다. 사람을 죽일 뻔하고, 유산까지 시켰음에도…짧은 침묵이 흐르고, 온연이 고
#온연은 적지 않은 자극을 받은 상태였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여 몸 안까지 텅 빈 듯하였다. 방금 전 일로 온 몸에 힘이 빠진 온연이 좌석에 기댄 채 말했다. “네, 돌아가주세요.”온연은 번뜩, 진함에게서 온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 떠올랐다.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건지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 온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차로 절 친 사람이 강연연이라는 거, 당신은 알고 있죠?”전화기 너머 울먹이는 듯한 진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아… 미안해…… 다른 방법이 없었어, 모두 내 소중한 자식인 걸… 나도 나 대로 정말 힘들었어… 미안해……”온연이 냉소를 띄우며 말했다.“그래요, 고충이 있으셨겠죠. 난 이래도 싸요, 유산해도 싸요, 죽을 뻔했어도 마땅해요. 전에 당신이 그랬죠, 낳아준 걸 생각해서 한 번만 봐 달라고 했었죠, 생명을 신세 졌다고… 이제는… 제 아이의 목숨으로 제 목숨을 부지했으니 당신한테 신세진 건 없는 거예요.”온연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고는 거침없이 그녀의 번호를 수신 차단하였다. 이 모든 일이 끝난 후 에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예상했던 대로, 목정침은 그 날 돌아오지 않았다. 온연은 다음 날 곧 바로 회사로 정상 출근하였다. 이마에 거즈가 붙어있는 등 몸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목가네에 가만히 누워있기는 싫었다. 회사에 있어야 그나마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던 온연이 출근한 것을 발견한 임립이 걱정되는 듯 물어왔다.“너… 돌아가서 며칠 더 쉬는게 좋지 않겠어? 한 달도 괜찮으니까, 유급휴가 처리해줄게.”온연이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임대표님. 그만 일 보러 가보세요.”임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온연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확실하기가 어려웠다. 그녀에게 휴가를 다시 한번 권해볼까, 고민하는데 어디선가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립 오빠~”강연연의 목소리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닭살
#강연연이 입술을 삐죽거렸다.“본인 입으로 직접 말한 거예요, 난 아무 말도 안 했다고요. 어쨌든 심개랑 3년 전에 몹쓸 사건까지 터졌었으면서. 정침 오빠랑 결혼한 지금은 더 조심히 행동했어야죠. 유산했다는 그 아이… 정말 정침 오빠 아이는 맞긴 해요? 솔직히 말하죠?”강연연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던 말던, 현재의 장소가 어디든 거침없이 말을 하였다. 무해하다는 듯 눈을 연신 깜박거리기까지 했다. 그에 온연이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게 반응하였다.“그래, 아니야. 이제 만족하지? 이제 니 물건들 들고 꺼져줄 수 있겠니?”일순간, 장소에 있던 사람들이 떠들썩해졌다. 그녀가 대중들 앞에서 바람을 인정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임립이 화들짝 놀랐다.“온연, 화났다고 막말하지 마. 다른 할 말 있으면 퇴근 후에 해. 강연연, 너 목정침 찾아야 한다며, 따라와!”강연연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갑자기 몸을 숙이며 온연의 귓가에 그녀만 들을 수 있도록 속삭였다.“그래, 내가 널 쳤어. 그래서? 엄마도 내가 쳤다는 거 알아. 그런데도 날 대신해서 합의하러 나갔다는 건, 네가 누구에게도 쓸모없는 잡종이라는 거야. 정침 오빠도 참, 널 데리고 사느니 차라리 개를 키우는 게 낫지. 네 뱃속에 잡종은 죽어 마땅했어!”온연이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이 자극에 일순간 폭발해버렸다. 온연은 미쳐버린 듯, 책상 위의 아무 물건이나 집어 강연연에게로 던져버렸다.“죽어 마땅한 건 너야!”임립은 어떻게 해야 온연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감조차 안 잡혔다. 재빠르게 눈치 챈 임립이 강연연을 한쪽으로 끌어당겼고, 온연은 이내 곧 서류들과 필기류, 심지어는 책상 위에 있던 작은 선인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사무실의 사람들은 본인들의 책임자가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직원들이 잔뜩 몰려와 온연을 속박하였다.“진정해!”온연의 아랫배가 책상에 눌려 고통스러웠고, 교통사고로 입은 상처까지 욱신거렸다. 그러나 온연은 상처 따위 개의치 않았다.
#온연은 회사에서 나온 뒤 목가네로 돌아가지 않고, 심개에게 문자를 보냈다.괜찮아? 나를 노리고 벌어진 사고였는데, 너한테까지 폐 끼친 것 같아 미안해.이에 심개는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난 괜찮아, 상처만 좀 생겼을 뿐이야. 너야 말로… 지금은 좀 어때? 널 노린 사고였다니… 그건 무슨 뜻이야?”온연은 그런 역겨운 이야기를 남에게 강요하기 싫었다.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나도 괜찮아, 내 쪽은 다 좋으니까 안 물어봐도 돼. 네가 괜찮다니 됐어. 먼저 끊을게.”진몽요는 지금 출근했을 터였다. 온연은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카페에 들어선 온연은 라떼를 주문한 뒤 창가에 앉아 창 밖의 차들을 구경하였다.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유리창 너머로는 길고양이가 보였다. 지저분한 몰골이었지만 푸른 두 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예쁜 눈으로 온연을 쳐다보며 다가왔다. 온연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말려 올라갔다. 손가락을 뻗어 창문에 갖다 대자 길고양이가 자신의 앞발을 들어올려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손가락을 마주해왔다. 그 순간, 온연은 자신이 그 고양이를 거두겠다 생각했다. 고양이와 애완동물 가게에 데려가 지저분한 것들을 씻겨낸 후 함께 목가네에 도착하자 이를 발견한 유씨 아주머니는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연아, 어디서 이런 고양이를 데려온 거야? 도련님은 고양이 털 알레기가 있으셔. 저택에서 이런 거 못 기르게 하실 거야…”알레르기? 기르지 못하게 해? 온연은 무조건 키울 것이다.“아주머니, 제가 이 저택의 안주인 맞죠? 제 집이기도 해요. 제가 제 집에서 일을 하는데, 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하죠? 그 사람이 싫어하는 건 그 사람 일이고, 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 틀린 것도 없지 않나요? 그 까짓 거, 방을 나눠버리면 되겠네요. 제 방에서 고양이를 기르면 방해될 것도 없잖아요.”온연은 곧 미소를 띄우며 고양이를 안고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침실 앞에 도착해 망설이다가 이
#모두가 온연이 그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고 알게 되었다. 기사의 제목도 곧 ‘목부인이 목정침을 두고 바람을 피웠다.’ 라고 쓴 것과 다름없었다. 기사를 다 읽은 온연이 담담하게 핸드폰을 집어넣었다.“지금 다 봤네요. 그래서요?”목정침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눈빛은 곧 사람을 잡아먹을 듯하였다. 목소리 역시 극도로 차가웠다.“그래서?!”온연이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뉴스를 보라고 하셨잖아요, 봤어요. 당신이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나요? 전세계 사람들이 알게 됐잖아요, 잘 되지 않았나요? 괜히 아빠 노릇 할 일 없어졌잖아요.”음식을 들고 나오던 유씨 아주머니가 온연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는지 들고 있던 것을 놓쳐버렸다. 도기가 깨지는 소리와 울렸고, 목정침이 벌떡 일어나 온연의 양 어깨를 사납게 잡아왔다.“다시 한번 말해 봐!”온연은 목정침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전엔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표정이었다. 온연은 목정침이 곧 자신에게 행패 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온연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했다. 이젠 목정침 앞에서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상황을 급히 파악하고는 목정침을 당겨 내기 바빴다.“말로 해결 못할 게 뭐 있어요?! 어릴 때부터 연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때리실 수 있으세요?! 연이는 지금 볼멘소리나 하는 거예요, 더 이상 무슨 다툼이 필요하겠어요?!”목정침이 애꿎은 옷깃만 매만졌다. 극한까지 차오른 화를 억누르는 듯했다.“온연, 우습게 봤다고 나한테 맞서겠다 이거지? 두고 봐, 좋아,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겠어.”분위기가 잔뜩 열 오르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분위기와 맞지 않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씨 아주머니는 겁이 났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화실의 문은 잠겨 있었지만, 창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고양이는 창문으로도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을 까먹었다.목정침의 안색이 변하였다. 소리를 쫓아 가보니, 희고 통
#온연은 식사를 하며,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그 애는 ‘물건’이 아니예요. 제 고양이고, 이름은 탕위엔이에요.”“그게 뭐가 됐든, 처리해. 날이 밝기 전까지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으니까! 네가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 하겠어.”목정침이 의논할 필요도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탕위엔보다 저를 더 싫어하시면서, 왜 진작 저는 처리하지 않으신 거죠? 계속 남아있으면 눈에 거슬리지 않나요? 전 탕위엔 처리 못해요. 당신이 밖에서 이리저리 나도는 거 허락할\게요. 강연연 한 명만 키우시는 거 아닐 텐데, 고양이 한 마리가 뭐 어때서 그래요?”온연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듯 말했다.“온연!”목정침은 다시금 폭발해 식탁을 세게 내려쳤다. 온연은 이를 들은 체 만 체하더니 입안의 음식을 천천히 씹어 삼키고는 또 느긋이 대답하였다.“소리 치지 마세요, 저 귀 안 먹었어요. 어차피 집에 돌아오시는 것도 싫어하시는 데다가, 목가는 이렇 게나 큰 저택이잖아요. 고양이 한 마리조차 용납이 안되나요?”목가네의 보모들과 하인들은 놀라움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들 모두 오늘 밤 총성 가득한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끝끝내 목정침이 지고 말았다. 그는 식사도 마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목가를 떠났다. 목정침이 떠난 걸 확인하고는 유씨 아주머니가 온연에게 말했다.“너 이게 뭐 하자는 거니? 도련님을 화나서 떠나버리게 만들다니. 거기다 고양이까지 기르게 되면, 도련님은 저택에 더욱 안 돌아오실 거야. 목가는 안 그래도 땅이 많잖아, 도련님이 다른 애인이랑 다른 곳에서 정착해 머물겠다고 하시면, 속상한 건 네가 아니겠니? 고양이 위한다고 도련님을 못살게 굴 필요 없잖아. 당장 고양이 돌려보내자, 내가 다른 보호자 찾는 거 도와줄까?”온연은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그가 돌아오던 안 돌아오던 고양이는 돌려보낼 수 없어요. 방금 고양이가 건드렸는데, 알레르기 반응도 없었잖아요?”유씨 아주머니는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목정침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경소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 사건은 내가 너 대신 처리해 줄게. 난 네가 파트너들이랑 계약할 때마다 매번 동정심 받는 꼴은 못 본다. 우리 정침씨는 자기 실력으로 먹고 사는구나~.”목정침은 그를 한껏 째려보았다.“입 좀 닥쳐!”경소경이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내 생각에는… 걔 건들이지 않는 게 좋겠어. 네 앞에 있을 때는 토끼 같은 줄로만 알았는데, 폭발하니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전혀 예상 못했네.”목정침은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니까 이제 꺼져.”경소경이 소리 내어 웃었다.“하하, 그래 그래. 보니까 우리 정침이 오늘은 사무실에서 밤 새야겠네, 안쓰러워라. 그럼 전 동참하지 않겠습니다. 따듯한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지~.”이튿날 아침. 목정침이 단정히 옷매무시를 바로잡은 뒤 사무실 안 휴게실에서 나서자, 곧바로 비서 엘리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목대표님, 심가에서 사람이 오셨습니다.”목정침은 넥타이를 매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들어오라고 해.”엘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나섰다. 곧 심개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의 얼굴 에는 교통사고로 생긴 상처가 여전했기 때문에 목정침은 그 상처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심가의 회사 이름은 그대로 둘 거야. 너는 매니저를 맡아 관리할 건데, 네가 억울하다면 사람을 바꿔줄 수 있어. 어쨌든 너희가 가진 주식 점유율은 나한테 대수롭지도 않다고, 내 말 알아듣겠나?”심개는 이를 악물더니 대답했다.“그래.”목정침은 데스크 위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참, 그리고 온연에게서 떨어져. 심가를 다시 돌려받을 기회라도 얻고 싶다면.”심개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당신은 정말 최악이군. 남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그렇게 막대하다니. 이건 알아둬. 심가가다시 일어나고 연이가 허락하는 그 즉시, 연이는 내가 데려 갈거야.”잠시 목정침의 눈 안에 분노가 일었다. “그 날은 영원히
#온연의 기분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탕위엔이 그녀의 손등에 제 몸을 비벼왔다. 온연은 그런 탕위엔을 내려놓고는 창가로 걸음을 옮긴 온연이 목정침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 수신음이 1초가 채 이어지기 전, 온연이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금 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자 별 반응도 없을 것이다. 그 안에 개인적인 원한이 들어있던 안 들어있던, 모두 상업적인 일이라며, 그녀가 알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온연은 심개에게로 전화를 돌렸다.“심가가 목정침한테 넘어갔다니? 왜 나한테 일찍 말 안 해줬어? 너 전에 날 찾아온 것도 이거 때문이었지? 그때… 너 정말 기분 안 좋았겠구나.”심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어투로 대답했다.“약육강식, 심가는 목가와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매수된 건 이상할 것도 아니야. 아예 없어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 해야지. 어쨌든 난 심가의 예전 가업을 맡아 살피고 있어.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그 주인이 목정침이라는 것 뿐이야. 언젠가 심가의 모든 걸 내 손안으로 돌려받도록 할 거야. 연아, 걱정하지 마. 정말 괜찮아.”온연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난 너 믿어, 어려울 것 하나도 없을 거야. 다 잘될 거야.”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심개가 돌연 화제를 바꾸었다.“나 파혼하려고.”온연은 당황스러웠다. “파혼한다고…? 이럴 때 고가네랑 파혼하는 건 엎친 데 덮친 격 아니야?”심개는 온연과 생각이 다른 듯하였다.“애초부터 난 고만만을 좋아하지도 않았어. 심가네에 일이 생겼는데, 고가네에서 굳이 같이 얼굴 붉힐 필요는 없지. 지금이라도 파혼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야. 우리 심가네는 아직 여자한테 기대야만 하는 처지까지는 아니야. 나 잠시후에 회의가 있어서, 이만 끊을게.”전화를 끊은 뒤 온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온연은 목정침에게서 그 누구도 지켜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현재는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오후 무렵, 유씨 아주머니가 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