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용경의 용각 집무실.네 명의 장로들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모였다.신한국은 심각한 표정으로 분노를 표출했다.“M시의 우씨 가문이라고 했던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족속들이군. 감히 북양 총사령관의 가족을 암살하려 하다니! 죽어 마땅한 놈들이야. 감히 우리 용국의 총수에게 반기를 들다니. 구족을 멸해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야! 당장 M시에 연락해서 북양 총사령관의 분노를 잠식시킬 만한 적절한 보상 방안을 내놓으라고 해! 그것마저 거부하면 놈들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지.”군복을 입은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잠깐!”신한국은 나가려는 비서를 다시 불러 세우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북양 전쟁부에서 돌아가는 상황도 좀 알아봐.”“네!”비서실장은 공손히 예를 취한 뒤, 신속히 회의실을 벗어났다.신한국은 긴 한숨을 내쉬며 상석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강만용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떻게 생각해?”강만용이 서늘한 시선을 빛내며 말했다.“그 녀석 성격에 우씨 가문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았어?”그 말에 남은 세 장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니까 자네 말은….”신한국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리고 이때, 조금 전에 밖에 나갔던 비서실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장로님, 조금 전에 북양구에서 전서구가 날아왔는데 북양의 3만 정예부대가 네 시간 전에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북양을 떠났다고 합니다.”“뭐라고? 3만 정예부대가… 북양을 떠났다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당장 알아 와!”신한국이 경악하며 그를 재촉했다.비서가 뭐라고 대답하려는데 강만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신한국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아보지도 마. 내 예상이 맞다면 그 녀석은 부대를 M시로 보내려는 거야. M시 전체를 포위하려는 것 같네.”“아니!”남은 세 명의 장로들은 경악하며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그들은 당장 위성 지도를 펼쳤다.3만 군사가 M시를 포위했다니!설마 남영구와
일국에는 두 명의 오성 용수가 존재한다.강만용은 굳은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한참이 지난 뒤, 그는 남영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흑용 사령관, 나 강만용일세. 북양의 3만 정예부대가 네 시간 전에 북양을 떠나 M시로 향하고 있네! 용각의 입장을 전달하겠네. 자네의 부대는 절대 북양 총사령관의 부대와 충돌을 일으켜서는 안 되네! 모든 결과는 용각에서 책임지지! 용각의 최고 장로인 내 명령일세!”남영구 전쟁부의 작전 회의실.수십 명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휘석에 근엄한 포스를 풍기는 한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그가 바로 남영구의 최고사령관인 흑용 사령관, 오전국이었다.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오전국은 가만히 있어도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는 존재였다.뒷짐을 진 그는 검은색 용이 새겨진 전포를 두르고 있었고 어깨에는 금빛의 4성 휘장을 달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참모장이 스피커를 전환한 채,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작전부 지휘실에 강만용의 지시가 전달되었다.“사령관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참모장이 굳은 표정으로 남자에게 물었다.오전국은 M시 전체를 담은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리고 각 지휘관들을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용각의 최고 권위자의 명령이니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내 지시를 전달하게.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병사들은 북양의 정예부대와 충돌을 빚어서는 안 되네! 그리고 M시에 주둔 중인 5만 병사와 허인봉 장관에게도 내 지시를 전달하게.”“예, 알겠습니다.”수십 명의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이때 오전국의 뒤에서 침묵을 지키던 참모장이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령관님, 북양 총수와 3만 정예부대가 M시 밖에 진을 쳤다는 건 무슨 큰 사건이 벌어질 징조가 아닐까요?”오전국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대답했다.“자네는 지금 당장 M시로 가서 상황을 알아보게. 명심해야 할 것은 절대 북양 총사령관과 정면충돌을 빚으면 안 되네. 그 사람은 나
거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우씨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얼굴에도 깊은 분노가 서렸다.가문의 차남이자 우경훈의 동생인 우경호가 가는 눈을 뜨며 싸늘하게 말했다.“정아야, 너무 슬퍼하지 마. 네 뒤에는 가문이 있고 네 아버지와 삼촌이 있잖아. 아무도 우리 가문 사람들을 괴롭히지 못해. 우리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놈은 절대 용서할 수 없지! 이번 일은 삼촌이 해결해 줄게. 소지성 시장이나 송호문 청장이 나서도, 오군 본부 한민학 군단장이 나서도 이 일은 양보할 수 없어!”차남 우경호는 M시의 조폭 세력의 우두머리로 통하는 인물이었다.어디를 가나 그의 얼굴이 출입 티켓이었으며, 그의 눈 밖에 난 사람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그는 M시의 조폭들 사이에서 큰형님으로 통했다. M시를 장악 중인 대부분의 조폭 세력은 그가 길러낸 거라고 봐도 무방했다.우경훈이 사람들이 선망하는 M시의 위대한 기업가이자 자선가로 통한다면 우경호는 어둠의 세력을 통합하고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오른 무시무시한 존재로 통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은 M시의 지하세력의 세력구도와 방향을 결정했다.아무도 그의 말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토를 다는 인물은 없었다.기업이 대놓고 하지 못하는 일은 전부 우경호가 맡아서 처리했다.이게 우씨 가문이 이 도시에서 나날이 세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였다.그들의 말을 거역한 자들은 모두 시체가 되었다.우씨 가문에 복종한 자들만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우경호의 말은 모든 M시의 조폭 세력을 대표하는 말이었다.우씨 가문에서 드디어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상대가 누구든, 그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감사해요, 삼촌.”자리에서 일어선 우정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작게 흐느끼며 고용인이 건네준 명품 손수건에 눈물을 닦았다.우씨 가문이 얼마나 사치를 즐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상석에 앉은 우경훈은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늘 모두를 부른 건 정아의 복수를 위해서다. 태우는 내가 가장 아끼는 외손자였고 김정필
그 말을 들은 우경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싸늘하게 말했다.“아니, 부족해! 20퍼센트를 동원하지. 이 정도 돈이 오군의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가면 각 기업들은 타격이 클 거야! 배후의 인물들에게 우리 가문에 밉보인 대가가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주겠어.”“예, 가주님.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중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오경훈은 고개를 돌려 오경호를 바라보며 말했다.“경호야, 넌 네 부하들을 준비시켜. 이번에 우리는 강하게 밀고 나갈 거야. 경계를 소홀히 하면 안 돼. 오군 전체를 상대하는 일이야. 하나의 기업을 상대하는 것보다 스케일이 훨씬 크니 만반의 준비를 해.”“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준비할게요.”말을 마친 오경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오경훈은 뒷짐을 지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저택의 대문을 지그시 바라보며 한 노인에게 말했다.“삼촌은 정계에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으니 오군의 정치인에게도 연락이 닿을 수 있겠지요. 삼촌의 인맥을 좀 빌려야겠습니다. 도대체 내 사위 일가를 멸한 배후 세력이 누군지 꼭 밝혀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세한 명단이 필요해요.”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60세 노인은 M시의 은퇴한 정치인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노인은 뻐근한 손목관절을 돌리며 말했다.“가주의 뜻이라면 오랜만에 외출을 좀 해야겠군.”“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삼촌.”우경훈은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노인을 배웅했다.잠시 후, 우경훈은 집사에게 말했다.“남영 전쟁 본부에 있는 우빈과 우해에게 연락해서 가문에 위기가 생겼으니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해. 몇만의 병원을 동원하더라도 기세에서 밀릴 수는 없어.”“예, 어르신.”지시를 받은 집사는 자리를 떴다.우경훈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울고 있는 우정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정아야, 이 정도면 되겠어?”우정아가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 저는 그 살인자가 태우와 정필 씨 무덤 앞에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그래, 이 아비가 그렇게 만들어 주마. 아비가 직접
우씨 가문의 사람들이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들은 분노가 득실대는 눈빛으로 문 앞의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앞장선 한지훈은 두 눈으로 살기를 불태우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용이와 용팔이 따르고 있었다.일곱 명의 친위대는 존재만으로도 저택의 분위기를 압도했다.우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끊임없이 사방으로 쏟아져 나오며 한지훈과 일곱 친위대를 노려보았다.자리에서 일어선 우경훈은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여덟 남자를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며 냉소를 지었다.“네가 한지훈인가? 이제 보니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온 녀석이군. 사람들을 데리고 내 집에 쳐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젊은 친구, 우리가 Y시에서 막강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가문이라는 걸 정녕 몰랐던 거야?”우경훈의 뒤에 선 다른 가문 사람들도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한지훈 일행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한지훈이 스스로 무덤으로 기어들어 올 줄은 몰랐는데. 뭐 귀찮은 일 생략해서 나야 좋지.”“정아야, 오늘 이 삼촌이 태우와 정필을 죽인 저 살인자를 직접 무덤 앞으로 끌고 갈게!”“오만방자한 녀석이군. 감히 집까지 찾아오다니. 죽음이 두렵지도 않나 봐.”우씨 가문을 대표하는 자들은 한지훈을 한껏 비웃었다.그들은 자신이 있었다.이 거대한 도시에서 그들은 신이었고 그들의 말이 곧 진리였다.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좌중을 잠시 둘러보다가 우경훈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당신이 가주인가?”우경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이 가문의 가주 우경훈이다. 젊은 친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받으러 온 건가? 만약 그렇다면 유감이야. 내 사위와 외손자를 죽인 죄는 너의 그 더러운 피를 다 뽑아내도 씻을 수 없거든. 너에게도 아내와 딸이 있다고 들었다. 그들의 피로 내 손자와 사위의 영혼을 위로할 것이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이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그렇게 자신 있어?”오히려 우경훈이 당황하며 시선이 흔들렸다.이 녀석은 무슨 근거로 저렇게 당당한
우정아도 솔직하게 인정했다.“맞아! 내가 계획했어.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지만.”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섬뜩한 살기를 내뿜었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우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하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너무도 섬뜩하고 강렬한 기운이었다.이게 모 이류그룹의 데릴사위로 들어갔다던 자에게서 나오는 기세가 맞나 싶었다.현실과 너무 괴리감이 심해서 이질감이 들 정도였다.우경훈과 우경호는 살면서 갖은 풍파를 경험해 왔지만, 새파란 청년에게서 저런 섬뜩한 살기를 느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젠장! 정보에 오류가 있었던 건가?’‘저 자식 그냥 데릴사위가 아니었어?’우경훈과 우경호는 서로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다.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겁을 집어먹은 우정아가 더듬거리며 물었다.“너… 뭐 하자는 거야? 여기 우리 집이야. 여기서 날뛰어 봐야 죽음을 자초하는 길뿐이라고!”그녀는 완전히 당황했다.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남자의 눈이 너무 섬뜩했다.마치 폭풍우가 찾아오기 전의 고요함 같았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김태우와 김정필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얘기하는 거야? 김태우는 일부러 차 사고를 조작해서 내 딸을 목숨을 앗아가려고 시도했어. 그리고 내 딸의 목숨을 가지고 내 아내와 하룻밤을 보내자고 협박했지. 이런 자들을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설마 당신들 눈에 내 아내와 딸의 목숨은 목숨이라고 칠 수도 없는 거야?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지?”분노가 가득 실린 목소리가 저택 내부에 쩌렁쩌렁 울렸다.모두가 한지훈의 강한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우정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악에 받쳐 말했다.“그런 건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과정이 어쨌건 내 아들과 남편이 네 놈의 손에 죽었어. 그래서 난 네 놈도 똑같은 아픔을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네 딸이랑 강우연, 내가 조사해 봤는데 그냥 비천한 출신이더라고. 죽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목숨들이야.”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그녀는 한지훈이 너무
기세에 밀린 우씨 가문 가족들은 서로 눈치만 보았다.너무 강한 기운이었고 황당하지만, 너무 섬뜩한 선언이었다.감히 우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이 가문을 멸하겠다고 선언했다.우경훈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곧 큰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패기는 봐줄 만하군. 수십 년을 M시에서 세력을 넓혀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겪었지만 너처럼 오만방자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녀석은 또 처음이야. 이 세상에서 우씨 가문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네 놈이 무슨 수로 우리 가문을 사라지게 하는지 내 두 눈 뜨고 똑똑히 봐주지.”“거만한 녀석. 감히 그딴 헛소리나 지껄이다니. 우리가 여기서 전화 한 통만 해도 네 놈 목이 날아갈 거거든?”“웃기는 녀석이네.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남영구 흑용 총사령관이 여기를 와도 가장 먼저 우리 가문을 방문했어. 네가 흑용 총사령관보다 더 높은 인물이야?”“웃겨 죽겠네. 어디 흑용 총사령관을 저런 녀석이랑 비교를 해?”우정아의 가족들은 너도나도 비웃음을 퍼부었다.한지훈은 말없이 친위대를 이끌고 현관을 나섰다.하지만 우경훈의 경호원들은 그들을 이대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들은 이미 출입구를 물 샐 틈도 없이 포위하고 있었다.우경훈이 손을 흔들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냥 보내줘.”“아버지, 안 돼요. 저들을 왜 살려서 돌려보내요?”우정아가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우경훈의 팔목을 잡았다.우경훈이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비도 다 생각이 있어. 저 녀석이 저택까지 찾아와서 하루 뒤에 결전을 치르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갔으니 우린 M시를 대표하는 데 가문으로서 한 번쯤은 관용을 베풀어 줘야지. 하루 더 기다리지 뭐. 내일 저 건방진 녀석을 끌고 태우와 사위의 무덤 앞으로 끌고 가서 죽음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아버지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우정아도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 그녀는 표독스럽게 눈을 부릅뜨고 떠나는 한지훈 일행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저택을 나선 한지훈은 바로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북양 총사령관의 분노는 한 개 도시를 통째로 집어삼키고도 남았다.“그리고 용이는 직접 M시에 주둔 중인 허인봉 장관을 찾아가서 전해. 북양 총사령관이 하는 일에 방해하지 말라고. 한 명의 병사라도 움직임이 있으면 북양 전체를 적으로 돌릴 거라고 말이야.”말을 마친 한지훈의 눈에는 싸늘한 살기가 번뜩였다.“네!”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는 우씨 가문 저택을 떠나 그들이 잠시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십여 분이 지난 뒤, M시의 각 기업과 정치인들은 낯선 전화 한통을 받았다. 통화 내용은 간단하고 명확했다.모든 기업과 정치인은 우씨 가문과의 협력관계를 하루 안에 청산한다. 내일 우씨 가문은 M시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며, 경고를 무시한 자는 명령 불이행으로 간주하고 참수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순식간에 M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각 업계의 상회와 기업 연맹, 정치인들까지 모두 모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M시의 하늘이 바뀔 징조였다.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정확하게 기업과 정치인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이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그들은 회의실에 모여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이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아무도 우씨 가문의 입지를 뒤흔들 수 없어요. 그냥 장난전화 같은데요?”“그야 모르지! 정보원이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이미 M시 반경 20키로 이내에 갑자기 무장 부대가 나타났어. 무려 3만이나!”“그 소문은 나도 들었어요. 어제 시장님과 M시를 대표하는 기업가가 오밤중에 급급히 공항으로 행차하셔서 신비의 인물을 마중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어제 이후로 5대 가문의 가주가 전부 문을 걸어잠그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요.”비슷한 토론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심지어 조폭 연맹마저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이 사건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M시를 장악하고 있는 모든 인물과 세력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우씨 가문의 뿌리를 제거한다는 이 경고를 무시하기로 했다.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단호하게 우씨 가문과의 협력 관계를 정리했
쿠궁! 이때, 한바탕 굉음이 들리더니 20여 대의 군용 헬리콥터가 공항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헬리콥터가 착륙도 하기 전에, 한 명의 별을 단 군인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다.그는 한지훈 앞에 와서 차렷 자세를 한 채 경례를 했다. “경기 위수군, 좌항도가 북양왕께 보고드립니다!”이승운은 너무 놀라서 담즙까지 토할 뻔했고, 임몽몽도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강진회의 등장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무게감이 있었지만, 좌항도의 등장으로 그 무게감은 두 배로 커졌다!좌항도의 공손하기 그지없고 존경심에 가득 찬 눈빛을 보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좌항도는 오국 연합군이 용경을 포위한 후 새로 부임한 위수군 장관으로, 서효양과 같은 위치에 있는 전역구 사령관이었다! 그는 국가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단순히 임몽몽이나 임씨 가문의 가주도 그와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좌항도의 태도와 눈빛에서 보인 극도의 존경을 보자, 동방영도 말을 잃었다.강진회 시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전역구의 요원을 동방영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방 가문의 도련님일 뿐, 좌항도와 대면할 자격조차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좌항도가 손을 쓰면, 그들은 모두 현장에서 처형될 수도 있었다!이승운은 이번에 진심으로 두려워했고, 설령 동방영이 그를 보호하려고 해도 좌항도와의 대립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승운은 이 순간에서야 한지훈이 아무리 몰락한 상태라도, 자신 같은 작은 인물이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동... 동방 도련님, 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이승운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동방영의 옷자락을 잡아 끌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지금 동방영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좌항도 앞에서 그 또한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방금, 누가 북양왕을 적대시한다고 했지? 누가 자신이 이곳의 하늘이라고 말했나? 누가 북양왕의 짐을 압수하라고 한 것이냐, 당장 앞으로
용각을 떠올리자, 노봉군은 마치 죽음을 맞이한 사람 같았다! 만약 한지훈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의 온 가족이 죽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국법은 감정에 상관없이, 그 어떤 연민도 허락하지 않는다.하지만 이승운은 여전히 왜 자신이 해고당했는지 묻고 있었다.“믿을 수 없어! 한지훈이 도대체 뭐라고! 지금은 전쟁도 끝났고, 여러 나라의 연합군도 다 물러났는데, 누가 그를 신경 쓴다는 말이지?! 흥, 당신이 해고할 필요 없이 내가 스스로 물러날 거다! 동방 도련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이승운의 외침에 드디어 동방영의 마음이 움직였다.“저기, 노 회장님 맞으시죠? 저 사람 풀어주세요. 이곳은 국제공항입니다. 우리 용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폭행을 저지르다니, 이게 무슨 나라 망신입니까!”동방영은 몇 명의 부하들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들은 급히 나서서 이승운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하는 경호원들을 밀쳐냈다.그러고는 죽은 개를 끌고 가듯 이승운을 동방영에게 뜰어나 놓았고, 그제야 이승운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흥, 내가 해고를 당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어! 나… 나는 이제부터 동방 도련님을 따르면 그만이다! 노봉군 당신과 한지훈, 이제 감히 날 어떻게 할 수 있겠나!”이승운은 피가 흐르는 얼굴을 닦아내며,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떠들어댔다.오늘 자신이 보인 충성으로 동방영의 신임을 얻었으니, 앞으로 동방 가문에서 일할 수 있다면 작은 공항의 관리자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승운의 마음은 훨씬 더 편안해졌다.그러자 양령아는 이미 처참히 맞은 이승운을 보고는 약간의 동정심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오늘 그들이 맞이할 결과가 무엇일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방금 한지훈이 전화를 걸었던 상대는 바로 진우였다!진우는 흑병대의 진정한 주인이지 않은가! 용각, 무종, 종묘의 장로를 제외한 모든 관리들이 그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그것이 바로 흑병대의 권한이며, 용국이 부여한 사명
이승운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고, 결국 그는 마치 개처럼 울부짖기 시작했지만 경호원들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노 회장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회장님, 한지훈은 이미 북양왕이 아닌데 어째서…”“북양왕이 아니라고?! 네놈이 아직도 겁을 상실했구나, 오늘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어야겠어!”노봉군의 얼굴은 분노로 뒤틀렸다.유청은 한지훈을 대신해 북양의 군무를 수행하고, 파용군을 관장하고 있을 뿐 한지훈이 북양왕 자리를 면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반역적인 말을 하다니, 이는 노봉군 역시 연루될 수 있었다.노봉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이승운에게 따귀를 날렸다.“노 회장님... 저는... 저는 동방 가문을 위해 일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 배후에는 동방 가문이 있어요! 동방 도련님, 제발 살려주십시오!”“짝! 짝! 짝!”이승운이 아무리 외쳐도, 경호원들은 그의 목덜미를 잡고 계속해서 따귀를 때리고 있었다. “노 회장님!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모두 체제 안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저를 때린다면… 신고하겠습니다!”이승운은 너무 심하게 맞아 얼굴이 피로 물들어갔다.그는 더 맞으면 자신이 살아서 이 공항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봉군에게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체제? 감히 내 앞에서 그 말을 꺼내다니! 좋다, 지금 당장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넌 해고다! 지금부터 저놈은 공항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죽을 때까지 때려라!”노봉군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승운은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다니. 그가 이승운을 때리는 이유는, 한지훈에게 사과를 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한지훈의 용서를 받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테고, 모든 책임을 동방 가문에게 전가하면 이승운과 노봉군 두 사람은 해방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멍청이는 동방 가문을 들먹이며 한지훈을 협박하고 있다니! 한지훈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직접 원성천을 처치한 사람이지 않은가!
오국 연합군 20만 명을 한지훈이 무찔렀고, 오국 상장군 또한 한지훈의 손에 죽지 않았는가?! 수십 명의 보안 요원들은 마치 나무처럼 굳은 채 제 자리에 서서 한지훈을 바라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했다.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 이승운은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한지훈! 넌 이제 더 이상 북양왕도 아닌데 나를 때린다고? 네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오? 어디 한 번 해봐. 어떻게 날 상대할 건지 나도 궁금하군.”한지훈은 냉담하게 이승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겨우 한 달 동안 용경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한지훈은 용경의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가문이 원씨 가문을 등에 업고 다시 날뛰고 있는 꼴을 보니, 4대 가문에게 준 교훈이 부족했던 모양이군! 한지훈은 말을 마친 후 바로 전화기를 꺼내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지훈 형님? 용경으로 오셨습니까? 곧 데리러 가겠습니다!”전화 너머로 진우의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공항의 관리자가 자신이 이곳의 하늘이라 하더군요! 게다가 동방 가문과 함께 날 괴롭히고 있으니, 당신도 와서 문제가 될까 염려됩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전화 너머로 듣고 있던 진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제길! 진우는 이를 악물고 곧장 용경 국제 공항의 노봉군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봉군, 겁을 상실한 건가?! 감히 북양왕 한지훈을 건드리다니! 그가 아무리 지금 군권이 없어도, 작위는 아직 있는 걸 모르는 거야?! 이따위로 행동하는 건 집안을 말아먹겠다는 거지! 알아서 뒤처리를 하도록 해!”진우는 말을 마친 후, 노봉군의 설명도 듣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노봉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곧장 반응해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 “빨리! 로비로 가자!”같은 시각, 공항 로비. “흥, 한지훈, 네가 아직도 북양왕이라고 생각하나? 거드름은 그만 피우도록 해, 4대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누가 당신 편을 들어주겠어
임몽몽은 한지훈을 힐끗 바라보고는, 조롱 섞인 웃음으로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저에게 너무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당신을 존경했었거든요.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죠!”“비록 지금은 좀 다르게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제 꿈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조금 떨어진 처지가 되셨지만, 털 뽑힌 봉황은 닭만 못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착한 사람이니 괜찮습니다!”임몽몽의 말은 비꼬는 의미가 가득했고, 거의 모든 말이 한지훈을 조롱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그녀의 의도는 분명했다. 한지훈이 예전엔 위상이 높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저 한낱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자신이 한지훈을 돕는 것은 단지 길가의 거지에게 잔돈을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지훈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몇 년 전 바로 이 공항에서, 그때 당신이... 아 맞다, 7개국 정상 회담에 참석하고 돌아왔을 때요.”“그날 아침, 저는 공항 입구에서 4시간 넘게 기다리며 당신의 사인 하나 받으려 했는데, 당신의 경호원들이 저를 막았죠.”“그때 정말 실망했어요. 그 일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요. 그 남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정말 가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저기, 저 남자 보세요. 지금의 당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어 보이잖아요.”임몽몽은 자신의 분노를 숨기지 않고, 한지훈을 조롱하며 말했다.한지훈은 더 이상 이 불쾌한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고, 그는 이승운을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죠? 당신이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그리고 파용군의 공적이 가짜라고 하셨습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그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파용군에 대한 모욕은 용납할 수 없었다.파용군은 이 나라를 위해 싸워온, 수없이 많은 전투 속에서 목숨을 바친 철군이었다! 그들 모두는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었
“하하, 임몽몽 씨, 그건 예전 일이죠. 지금은 평화로운 시기니까, 그가 여전히 북양왕이라 해도 특권을 가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이승운은 매우 협조적으로 말을 꺼냈다.“이승운!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양령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당연히 알지, 내가 뭘 하는지. 그리고 너희 둘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말이야. 나한테 손을 대고 싶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저기 기자들 많잖아? 네가 손을 대면 한지훈을 패가망신시킬 수도 있다고!”이승운은 이를 드러내며 비웃으면서 말했다.“이 매니저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사실 저도 한지훈 선생님을 정말 존경했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그의 물건을 돌려주도록 하세요!”임몽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양령아는 화가 치밀었다.이 임몽몽은 도대체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한 걸까?“만약 한지훈이 말했다면 무시했을 테지만, 임몽몽 씨가 이렇게 말하니 반드시 들어 드려야죠!”이승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임몽몽과 눈을 맞추고 교묘하게 웃었다.누구나 알 수 있었듯, 임몽몽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한지훈을 깎아내리려는 거였다.한지훈이 북양왕이 아니었다 해도, 여전히 평범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하지만 지금, 그가 여자 한명에게까지 무시당하고 있다니.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오늘 한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참고 있더라도 그의 명성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하하하!”동방영은 과장된 웃음을 터뜨리며, 한참 동안 웃고 난 후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여러분, 다 들으셨죠? 정말 실망스럽군요!”“이분이 바로 북양왕이었던 분입니다, 한때 파용군의 상장군이었죠!”“자, 여러분들, 파용군의 상장군이 어떻게 이렇게 여자에게만 의지하는 사람인지 보세요! 그동안 한지훈이 우리 평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파용군에 한지훈 같은 상장군이 있었다니
이승운의 미친 듯한 고함 소리에 곧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젊은 미모의 여성이 선글라스를 벗고 군중을 헤집고 나타났다. 그녀는 고급스럽고 섹시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검은색 롱 드레스 아래에 하얗고 길게 뻗은 다리가 드러나 매우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매우 거만하고,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짐을 찾는 곳으로 향했다.그녀의 이름은 임몽몽, 임 씨 그룹의 외동딸이었고 용경에서 어느 정도 상류층에 속할 만한 명망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매니저님, 오랜만이네요!”세계 각국을 오가며 사업을 관리하는 그녀는 공항의 단골이기도 했기에, 이승운과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승운과 인사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승운은 일개 공항 매니저에 불과했고, 임몽몽과 동급에 있을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는 특별히 한지훈을 보러 온 것이었다! 한때 북양왕이었던 한지훈은 수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존재였고, 반년 전만 해도 임몽몽은 한지훈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당시 그녀처럼 자산이 몇 천억 원 수준인 작은 가문의 후손들이 용경에 얼마나 많았는지 세기도 어려웠다.하지만 한지훈은 용국의 군혼이자 영웅이었으며, 그는 많은 이들에게 신뢰와 숭배를 받는 존재였다.모든 여자가 그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했고, 모든 여자가 그와 가까워지기를 원했다.하지만 임몽몽은 전혀 한지훈과 마주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 번은 한지훈이 외국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한 후 용국으로 돌아왔을 때, 임몽몽은 공항에서 하룻밤을 기다려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한지훈에게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늘, 뜻밖에도 여기서 전설의 남자를 만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임몽몽은 한지훈을 가까이서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의 권력과 지지가 사라지고 나니, 한지훈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었고 공항 매니저에게 꾸중을 듣는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모든 남자들은 다 똑같은 것인가? 한지훈도 세속에
“이게 누구 짐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요?!”양령아는 얼굴이 차갑게 변하며 말했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특별 증명서를 꺼내야 할 상황까지 갔다.한지훈은 그녀에게 큰 영웅이었고, 방금 동방영의 조롱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항 직원까지 그를 괴롭히는 상황에 분노가 치솟았다.“당연히 알지요. 한지훈! 반년 전에는 북양왕이었지만 지금은 평민인데, 어쩌겠어요?”직원은 냉담하게 대답했다.“아가씨, 아직도 한지훈이 북양왕이라 생각하세요? 이제 전쟁도 없고, 용경도 포위되지 않았으니 그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아가씨는 이쁘고 젊으니까, 한지훈 같은 쓸모없는 사람은 멀리하고 동방 도련님 같은 귀인가 가까워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하면 나중에 큰 이득이 있을지도요.”이승운은 팔짱을 낀 채 담배를 물고, 자신만만하게 다가오며 말했다.이승운은 한지훈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그때는 그가 북양왕으로, 오국 대군이 용경을 포위할 때 그가 직접 마중 나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의 신분으로 한지훈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었고, 그에게 50미터 내로 다가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지훈에게 당당하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으니, 인생은 참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승운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지며, 한지훈을 조롱했다.게다가 지금 한지훈은 너무 평범해 보였고, 자신이 그를 모욕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방 가문이 한지훈과 가까이 지내면 일가를 멸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었고, 권력을 잃은 한지훈은 이제 약골에 불과했다! “이승운 씨, 그게 지금 무슨 뜻이죠!”양령아는 이승운의 명함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그냥 절차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혹시 모르세요? 최근 이집트에서 기생충이 유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여러분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짐을 잠시 압수하고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합니다!”이승운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변명했다.“내가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양령
이 말을 들은 한지훈과 양령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을 찌푸렸다.VIP 휴게실 안에는 이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쉬고 있었고, 몇몇은 오늘의 신문을 읽고 있었으며, 몇몇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폐쇄되었다는 흔적은 전혀 없었고, 이 매니저가 분명히 한지훈과 양령아를 일부러 난처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매니저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분은 한지훈, 과거의 북양왕입니다. VIP 휴게실을 사용할 특권이 있으신 분이에요. 이 사실이 윗분들께 알려지면 우린...”한 직원이 다급히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이승운에게 말했다.“윗분?”이승운은 비웃으며 담배를 꺼내 물고 연기를 뿜어냈다.“동방 오우 도련님께서 이미 경고했잖아. 그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멸문시킨다고!”“윗분들이 알면 어쩔 건데?!”그는 태연히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반년 전이라면 나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는 더 이상 북양왕이 아니고, 게다가 사대 가문과도 등을 졌잖아. 사대 가문 앞에서 그놈은 그저 먼지에 불과하다고!”이승운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동방영이 뒷짐을 진 채 다가오며, 한지훈과 양령아를 쓱 훑어보고 비웃었다.“어이쿠, 한 선생님께서 이번에 귀국하신 게 꽤나 순탄치 않으신가 보네요.”“하지만 원인이야 있겠죠. 누구더라, 사대 가문조차 안중에 없으셨던 분? 하도 거만하시니, 이제 공항 매니저도 한 선생님을 경멸하네요!”“그럼 이렇게 하시죠. 우리 북양왕님께 작은 접이식 의자 하나 사드리죠. 여기서 잠시 앉으셔서 쉬시고, 제가 사람을 시켜 컵라면 한 그릇 끓여 드리겠습니다. 어떠신가요?”주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동방영!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하라고 했어?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양령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분노를 터뜨렸다.“흥,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황제급 대우지! 나 같으면 국물 한 방울도 안 줬을 거다!”이승운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만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