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일곱 시.한지훈은 아직 안색이 창백한 강우연과 고운이를 데리고 레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입구에 도착하자 강우연은 수려한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아주 웅장한 분위기가 풍기는 건물이었다.붉은색 원목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고대의 궁전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로비를 지키는 직원들마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정교한 화장을 한 늘씬한 미녀들이었다.“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뻔뻔하기는.”등 뒤에서 싸늘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강학주와 서경희, 그리고 강신이 주차장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서경희는 그를 보자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무능하니까 자존심도 없는 거지! 한지훈, 미리 경고하는데 이따 들어가서 입도 벙끗하지 말고 먹기만 해. 알았어?”옆에 있던 강우연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지훈 씨,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자.”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서경희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들도 레드 레스토랑은 첫 방문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인테리어의 호화로움에 또 한 번 놀랐다.하지만 오늘 서연 일가가 사는 날이었기에 서경희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그들은 미리 예약한 룸으로 들어갔다. 서연 일가는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경희 왔구나. 어서 편하게 앉아.”만면에 미소를 띠고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모습이 서경희는 꼴사나웠다.하지만 가족이라 싫은 티를 낼 수도 없었기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가서 앉았다.한지훈이 아이를 안고 자리에 앉자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경멸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이 사람은 누구야?”서연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참, 소개를 깜빡했구나. 저쪽은 우연이 남편 한지훈 씨야! 5년 전 한정그룹 일가가 사고를 당했을 때 유일한 생존자라고 들었어. 별로 능력은 없어서 지금은 강운그룹에 데릴사위로 들어갔어. 한 서방, 이쪽은 우리 딸 왕소연이야. 처형이라고 부르면 되겠네.”서연의 소개에 서경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소개를 빗
왕소연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아무 능력 없는 백수 주제에 무슨 수로 보상하지? 뭐로 보상할 거야? 입으로만? 웃기네!”한지훈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가만히 있던 서경희가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만해, 한지훈! 여긴 네가 대화에 낄 자리가 아니야! 가만히 앉아서 밥이나 먹어! 다시 그 입 벙긋하면 내쫓을 거야!”한지훈은 얕은 한숨을 쉬며 강우연을 바라보았다.서경희가 미안한 얼굴로 왕소연에게 말했다.“소연아, 저 인간이랑은 말도 섞지 마.”왕소연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강우연에게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 강우연의 앞에서 멈춰 선 그녀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우연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우리끼리 한잔하자.”강우연은 왕소연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언니, 나 아직 술은 못 마셔.”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왕소연이 갑자기 자세를 앞으로 숙이더니 술잔에 든 와인이 강우연의 몸에 쏟아졌다.왕소연은 일부러 크게 당황하며 그녀에게 말했다.“미안해, 우연아. 내가 갑자기 발을 헛디뎌서… 너 괜찮아?”강우연은 멍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다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괜찮아. 화장실 좀 다녀올게.”뒤돌아선 그녀의 눈에서 끝끝내 눈물이 흘러내렸다.한지훈은 차갑게 식은 시선으로 왕소연을 쏘아보고는 다급히 강우연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강우연은 입을 틀어막고 복도에서 달리고 있었다.그녀를 따라잡은 한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괜찮아?”강우연은 그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서러운 아이처럼 그의 품에 안겨 흐느끼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그냥 가요. 더 이상 여기 있기 싫어요….”한지훈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그래. 돌아가자.”한참을 울고 난 강우연은 그의 품을 빠져나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아니다. 지훈 씨 먼저 돌아가요. 난 화장실로 가서 이거 좀 닦고 나올게요. 이대로 가는 건 예의상 아닌
현장에 있던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저 인간이 지금 뭐라는 거지?왕태훈이 자신과 같이 잔을 들 자격이 없다고 말한 건가?왕소연의 부친 왕태훈은 H시 세무서의 부서장직을 맡고 있었다.부서장이라고 하지만 H시는 워낙 도시가 큰지라 S시 시장급 인물과 견줄만한 고위 관료였다.S시의 세무서장이 왕태훈을 만나도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인사할 정도였다.그만큼 왕태훈이 가진 권력은 대단했다. 정계, 검경 쪽에 모두 그의 인맥이 있었다.그런데 백수 신세인 데릴사위가 이토록 오만한 태도로 나오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분노한 왕태훈은 술잔을 테이블에 쾅 내려놓고는 자리에 앉아 싸늘하게 말했다.“술은 각자 마시는 거로 하지!”순식간에 룸 분위기가 싸늘해졌다.서연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서경희에게 말했다.“서경희,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애들 교육을 어떻게 했으면 사위가 어른한테 저런 태도냐고? 감히 H시 세무서 부서장직을 맡고 있는 내 남편이 우스워?”왕소연도 옆에서 거들었다.“강우연! 네 남편은 뭐 하는 놈이야? 우리한테 무슨 불만 있어? 좋은 마음에 같이 밥이나 먹자고 불렀더니 지금 우리가 만만해?”서경희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한지훈!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이모부한테 사과 안 해?”그녀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분명 아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죽은 듯이 밥만 먹으라고 경고했는데!뚫린 입이라고 이렇게까지 결례를 범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신 역시 싸늘한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한지훈! 당장 이모부한테 사과하라니까!”강학주도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우연은 모두가 한지훈을 비난하고 나서자 덜컥 겁이 나서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지훈 씨, 이러지 말고 이모부한테 얼른 사과해요….”한지훈은 강우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왕태훈 일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사과를 받고 싶으면 저 여자가 아까 우연이한테 한 일부터 사과하시죠!”왕소연은 한지훈이
서경희는 그 자리에서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멍청한 자식! 당장 이모부랑 기 서방한테 사과하지 않고 뭐 해! 너 때문에 우리 가족까지 피해를 봐야겠어?”강학주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소란 그만 피웠으면 당장 사과해!”한지훈은 태연한 표정으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서경희와 강학주는 화근을 강우연에게로 돌렸다.한지훈은 가족들이 아내에게 압박을 가하자 어쩔 수 없이 왕태훈을 향해 잔을 들며 말했다.“이모부, 제가 충동적으로 실례를 범했는데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왕태훈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입을 다물었다.강우연은 미안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당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어. 사과 정도는 별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룸 분위기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왕태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네, 네! 지금 당장 나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기태식과 왕소연에게 말했다.“어서 일어나! 나랑 같이 나가서 이안그룹 이한승 회장님 마중을 나가자꾸나!”그 말을 들은 기태식과 왕소연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그에게 물었다.“아빠, 뭐라고 했어? 이한승 회장님이 레드에 오셨다고?”왕태훈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예전에 그분이랑 한번 뵙고 싶다고 통화 한번 했었잖아. 기 서방 가문도 대단하지만 여긴 S시니까 이 회장과 엮일 일이 많을 거 아니냐. 그런데 바쁘신 분이라 좀처럼 만나주지 않더니 오늘 갑자기 여기 오신다고 하네. 비록 나도 H시에서는 잘나가는 세무서 부서장이지만 이 회장님 앞에서는 고개 숙여야지. 당장 마중하러 나가자고.”말을 마친 왕태훈은 앞장서서 룸을 나갔다.기태식과 왕소연도 얼른 뒤따라 나갔다. 룸을 나가려던 왕소연이 고개를 돌리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표정 관리도 잊고 입을 떡 벌리고는 한지훈의 손을 잡은 이한승을 바라보았다.이안그룹 이 회장이, S시 재계 요지부동 1위 재력가 이한승이 한지훈에게 굽신거리다니!수많은 고위 관료들이 그와 친분을 쌓으려고 다가가도 모두 거절했던 인물이었다.그런 사람이 왕태훈을 무시하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한지훈에게 굽신거리다니 믿기지 않았다.사람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지훈은 품에 아이를 안고 있었기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이한승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그 모습이 더욱 꼴사나웠다.왕태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건방진 자식!이한승이 먼저 손까지 내밀었는데 저 멍청한 자식은 보는 체도 하지 않다니!왕태훈은 이한승이 자신을 보지도 않고 지나쳤다는 사실도 있고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회장님이 손까지 내밀었는데 그걸 무시해? 예의가 없어도 분수가 있지!”왕태훈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기태식도 덩달아 한지훈을 비난했다.“한지훈! 넌 너무 건방져! 이분은 이안그룹 회장님이시라고! 글쎄 넌 당연히 모르겠지만 딱 봐도 대단한 인물이라는 게 안 보여? 당장 이 회장님께 사과드려!”“당장 사과해!”왕소연도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한승에게 다가갔다.“이 회장님, 죄송해요. 그런데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닌가요? 이 사람은 강운의 데릴사위인데 현재 백수예요. 회장님께서 극존칭을 쓸만한 사람은 아닌데요?”서경희 일행은 대화에 낄 수 없었다.이한승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왕태훈 일가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무엄하다! 한 선생한테 이 무슨 무례야! 나랑 한 선생은 오래전부터 우정을 쌓아온 사이야! 비록 한정그룹은 사라졌지만,난 옛정을 저버리는 인간이 아니라고! 한 선생은 당신들이 말하는 백수도 아니야. 이분은 북….”이한승은 다급한 마음에 하마터면 한지훈의 진짜 신분을 발설할 뻔했다.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으로
바로 이때 한지훈은 한고운을 품에 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아니라 제 아내랑 그리고 아내 가족에게 사과하시죠.”“한지훈, 너 선 넘지 마! 네가 상가견이라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 이갑부만 믿고 까불지 마!”왕소연은 한지훈이 한 말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즉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서연은 딸이 소리를 치며 화를 내자 덩달아 순간 안색이 변하면서 따라서 소리쳤다.“그래! 네가 뭔데 우리 보고 사과하라는 거야! 너 우리 사위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이러는 거지? 우리 사위는 H시 기 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참, S시에서 회사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야!”물론 서연은 홧김에 한 소리고 기태식은 당연히 그녀의 말에 반대했다.두 사람의 말을 듣고 한지훈은 눈썹을 들썩였다.그리고 이미 멍해진 강우연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 뒤를 이한승도 따라갔다.화난 모습으로 콧방귀를 뀌면서 말이다.모두가 떠나는 모습을 보이자 왕태훈은 조급해졌다.한걸음에 다가가 왕소연의 뺨을 때리고 호통쳤다.“닥쳐! 당장 사과해! 이갑부에게 미움을 사면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당장 사과해!”갑작스러운 상황에 왕소연은 제자리에 굳어졌다.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아버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딸을 때린 적이 없다.“미안해, 내가 와인을 네 몸에 쏟아서 미안해. 우연아, 언니 한 번만 용서해줘.”왕소연은 당황한 채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마지못해 사과했다.왕태훈은 또다시 서연을 노려보며 눈치를 줬다.그러자 서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서경희에게 사과했다.“경희야, 언니가 잘못했어. 내가 워낙 좀 생각이 없는 편이라 말이 막 나가.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마.”그러자 서경희는 대범한 척하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말했다.“어머, 언니, 가족끼리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속이 좁은것도 아니고.”그렇게 기고만장하던 모녀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한
“당장 내려!”두목인 장한이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 휘두르면서 보닛을 마구 내리쳤다.그러자 보닛은 순간 움푹 꺼져 들어가 버렸다.차 안에서 강유연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한고운을 꼭 안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저 사람들 다 뭐예요? 지훈 씨, 우리 그냥 신고해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강우연을 지그시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나가서 처리하고 올 테니 고운이랑 차에 있어.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차에서 내리면 안 돼! 알았어?”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는 내내 긴장하며 불안해했다.“조심해요.”“아빠, 파이팅!”한고운은 솜 주먹을 꼭 쥐고 더없이 진지하게 아빠에게 응원을 해주었다.예쁜 딸의 응원에 한지훈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다가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차 문을 확 밀고 나갔다.문 주위에 있던 괴한 세 명은 그 자리에서 날아가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한지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문을 꼭 잠갔다.그리고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내뿜고서 아주 평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누가 보냈어?”쓰러졌던 괴한들은 힘겹게 일어나 분노가 가득한 채로 소리를 질렀다.“X발! 이런 미친 X을 봤나! 죽고 싶어 환장했어!”그러면서 그중 한 괴한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한지훈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팍!시간이 정지라도 된 듯이 야구 방망이는 공중에서 한지훈에게 잡혔다.괴한이 아무리 힘을 써도 야구 방망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모든 과정을 목격한 다른 괴한들은 순간 멍해졌다.그러나 친구가 장난하는 줄 알고 대뜸 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철아, 너 X발 뭐 하는 거야? 그냥 때려! 여자 생기더니 마음이 약해진 거야?”철이는 지금 당황하기 그지없다.“나도 때리고 싶어! 근데 이 X 힘이 너무 세!”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지훈은 발로 철이의 복부를 강하게 차버렸다.그러자 철이는 연처럼 훨훨 4, 5미터나 날아가 가로등을 박았
”아아아! 귀신이다! 얼른 도망가!”괴한 중 누군가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순간 남은 괴한들은 몽둥이를 버리고 미친 듯이 승합차로 달려가 도망치려고 했다.가장 먼저 도망간 괴한은 당연히 제일 기고만장했던 우두머리다.육덕진 몸으로 좌석을 비집고 들어가 미친듯이 소리쳤다.“X발! 오늘 X됐어! 얼른 밟아!”그러나 차안의 여러 명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승합차 앞에 우뚝 서서 무서운 살의를 토해내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기 때문이다.우두머리는 이를 보고 험상궂은 얼굴로 다시금 소리를 질렀다.“밟아! 저 X죽여!”우웅!삽시간에 승합차는 스포츠카에 불과한 느낌을 자아내며 액셀을 끝까지 밟아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한지훈을 박으려고 했다.하지만 한지훈은 이내 덤덤한 얼굴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괴한들의 승합차를 보면서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그리고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지훈은 손을 들어 고속으로 달려오는 승합차를 내리쳤다.쿵!천지가 뒤흔드는 듯한 진동이 크게 울렸다.승합차는 큰 충격을 받으며 보닛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관성에 의해 차 뒷부분도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차안에 있던 괴한들은 일제히 앞으로 쏠려 나왔다.쿵쿵!앞 유리가 와장창 깨지면서 세 명의 괴한이 그대로 유리를 뚫고 나왔다.운전기사는 앞 유리에 몸이 박힌 패 피범벅으로 되어 그 자리에서 죽었다.우두머리도 몸 절반이 승합차를 뚫고 나가 얼굴에 유리가 가득 박혀 선혈이 낭자했다.한지훈은 단번에 우두머리의 옷깃을 잡아당겨 차에서 억지로 끌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보냈어?”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이 괴한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모른다고! 너 인제 끝났어! 우리 형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절대!”이를 듣고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발을 들어 괴한의 무릎을 세게 찼다.순간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거리 전체에 널리 퍼졌다.괴한은 눈동자가 붉어지고 얼굴에 핏줄이 가득한 채로 비명을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