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행동은 길시아에 대한 모욕이고 도발이었기에 그녀는 당장이라도 한지훈을 죽이고 싶었다. “한지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오늘 밤은 나와 진우철 씨의 약혼식인데 지금 죽은 사람의 위패를 꺼내는 건 뭐 하려는 거야? 우리 길 씨 가문과 H 시 진 씨 가문에 도전장이라도 내밀겠다는 거야? 집 잃은 개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 옛정을 생각해서 목숨은 살려줄 테니까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우철 씨에게 사과해! 그리고 저 위패를 들고 당장 이곳에서 꺼져!”길시아는 얼음장 마냥 차가워진 얼굴로 한지훈을 죽일 듯이 째려보며 목청을 높였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한지훈의 반응을 살폈다.“길시아, 넌 예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무정하고 단호하네! 너와 내 옛정은 5년 전에 네가 결혼식에서 손수 찢어버렸어! 내 부모님이 길 씨 가문과 4대 가문 앞에 무릎 꿇고 애절하게 빌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해! 근데 그때의 넌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봐줬어? 내 부모님은 너와 4대 가문의 압박에 목숨을 잃은 거야!”한지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싸늘하게 말하다가 감정이 점점 격앙되기 시작했고 주먹을 꽉 쥔 채, 붉어진 눈시울로 살기 넘치게 말을 이어갔다.“길 씨 가문과 4대 가문은 오래전부터 내 데스노트에 올랐어! 난 반드시 그때의 복수를 제대로 할 거야! 그리고 오늘, 너희 길 씨 가문부터 손 봐줄 생각이야!”한지훈은 길시아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고 깜짝 놀란 길시아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5년 전에 반항조차 못하던 멍청이가 오늘날 이렇게까지 강해져서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으며 지금 한지훈의 모습은 마치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한지훈! 너 이 건방진 놈! 오늘은 내 딸의 약혼식이야! 넌 지금 우리 길 씨 가문과 원수를 맺는 거나 마찬가지야! 소속도 없는 망나니 주제에 갑자기 S 도시로 돌아와서 우리 길 씨 가문에 덤비려고 해?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길현민의 호통에 한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싸늘하게 경고했다.“길현민, 5년 전
갑자기 달려온 길 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을 보자 용일은 재빨리 한지훈 앞을 막아서서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주먹이 강하게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보디가드들은 테이블과 의자 위에 쓰러졌으며 연회장에는 이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로 가득했다.이를 보고 있던 하객들은 너도나도 충격에 빠져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고 한참 지나서야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정적을 깨며 말했다.“저놈 대체 누구야? 5년 전의 그 한 씨 가문의 멍청한 놈 맞아?”혹시라도 한지훈의 귀에 들릴까 봐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그 사람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일이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쓱 날리더니 칼날은 그대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사람의 목을 정확히 그어버렸다.“감히 보스를 능멸하는 놈들은 죽음을 맛볼 것입니다!”용일은 언성을 높이며 경고의 눈빛으로 사람들을 살벌하게 쳐다보았고 조금 전까지 찻잔을 들고 중얼거리던 그 남자는 목에서 피를 뿜은 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아악!”깜짝 놀란 하객들은 너도나도 연회장을 빠져나가려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길시아는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속에서 우뚝 서있는 한지훈을 쳐다보며 한순간, 5년 전에 자신이 저지른 짓을 살짝 후회했지만 아무리 그녀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길시아는 치맛자락을 꽉 잡은 채,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이는 한지훈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한지훈이 그녀의 약혼식을 망친 짓에 대한 분노였다.“한지훈! 너 그만해! 오늘은 내 약혼식이야! 나에게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그 어떤 사람도 절대 이 약혼식을 망칠 수는 없어! 한지훈 너도 포함이야! 넌 이곳에 나타나면 안 되는 거야! 네 존재 자체가 나한테는 모욕이고 실패야!”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길시아는 이미지 관리도 잊은 채, 한지훈을 보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테이블에 놓인 과도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한지훈의 심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광경에 놀란 하객들은 더욱 우왕좌왕하며 이
한지훈이 마지막에 남긴 한 마디는 충분히 위협적이고 강렬했다.한참 지난 뒤, 길시아는 뭔가 떠오른 듯 재빨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우철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우철 씨, 괜찮아요? 미안해요. 다 제 탓이에요…”팍!진우철은 길시아의 뺨을 힘껏 내리치더니 악독한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년! 우리 진 씨 가문에서 절대 오늘 이 일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말을 끝낸 진우철은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채, 사람들을 거느리고 떠났고 길시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럽게 바닥을 내리치며 오열하기 시작했다.“아악! 한지훈! 한지훈! 죽여버릴 거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모든 걸 망쳤어! 죽여버릴 거야!”밤 사이에 한 씨 가문의 망나니 한지훈이 길시아의 약혼식을 망쳤다는 소식이 S 도시의 상류층에 쫙 퍼졌고 사람들은 한지훈의 신분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그러다가 결국, 누가 퍼트린 소문인지는 모르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력으로 열정만 가지고 돌아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S 도시의 상류층 가문들은 한지훈을 더욱 얕잡아 보게 되었다.또한 사람들은 5년 전에 사라진 망나니 하나조차 처리하지 못한 길 씨 가문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S 도시의 체면에 흠집을 냈다고 언짢아 했다. 마침 그날 밤, H 시 진 씨 가문에서 길 씨 가문과의 혼약을 취소한다고 정식으로 발표했다.이 일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길 씨 가문과 비즈니스 합작을 이어가고 있던 기업들마저 급하게 계약을 해지했다.하지만 정작 이번 일의 주인공인 한지훈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낭월 산장에서 깨어난 강우연의 곁을 지켰으며 곽 명의가 만든 보신탕을 들고 와서 조심스럽게 강우연에게 먹여주었다.강우연은 행복에 가득 찬 얼굴로 한지훈을 보며 눈앞의 이 남자가 주는 든든함에 푹 빠져 있었다.“아 맞다. 지훈 씨, 고운이 눈 진짜 고칠 수 있어요?”강우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어느새 붉어진 눈시울에는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했으며 고운이가
강우연이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겼다.“얼른 말해 줘요. 초대장은 어디서 받은 거예요? 누가 준 건데요? 설마 할아버지예요?”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에 한지훈이 피식 웃었다.“강희연이 직원 편에 보냈던데?”“언니가요? 언니가 왜...”강우연은 실망스러우면서도 의아했다.강희연이라면 누구보다 그녀를 증오하는 사람인데 왜 굳이 초대장까지 보낸 걸가?“강희연 그 여자는 널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널 아예 내치지 못하시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하지 마. 초대장도 받았겠다 내일 같이 가자. 너희 가족들한테 할 얘기도 있고.”“같이 가주겠다고요? 정말... 괜찮을까요? 할아버지는 지훈 씨 싫어하시잖아요. 내일 좋은 날인데 할아버지가 화라도 내시면...”강우연의 목소리가 모기 소리가 되어 사라졌다.이에 한지훈이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너 아직 다친 데도 다 안 나았고 내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잠깐 고민하던 강우연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하지만 그럼에도 강우연의 두려움은 딱히 가시지 않았다.지금까지 가족들에게 남자친구 한 번 소개해 준 적 없는 그녀이다.게다가 상대는 한지훈. 5년 전, 한지훈 때문에 강우연과 그 가족들이 당한 수모가 있으니 분명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그리고 한지훈 때문에 지난 5년간 미혼모로 살면서 당했던 모욕과 조롱들까지.솔직히 5년내내 강우연은 한지훈을 원망해 왔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나타난 그 순간, 원망과 증오는 놀랍게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으니 참 사람 감정이라는 게 덧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한동안 강우연과 시간을 가진 한지훈은 딸 방으로 향했다.창가에 서서 턱을 괸 채 햇살을 쬐고 있는 한고운의 모습은 동화속 백설공주가 현실세계로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아빠 왔다.”“아빠!”그의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온 한고운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딸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작은 코를 살짝 잡아당겼다.“내일 할아버지 생신이셔. 엄마랑 파티에
“아빠, 그만 좀 해! 얼굴 닳겠어!”얼굴을 찡그리는 한고운의 투정도 귀여워 한지훈의 입꼬리는 어느새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고운의 방을 나서는 그를 발견한 용일 역시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왜 실실거려?”“아, 죄송합니다.”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는 걸 인지한 용일이 바로 항상 보던 포커페이스로 표정을 가다듬었다.“형님께서 이렇게 웃으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요.”이에 한지훈은 다시 씨익 웃어 보였다.“그래?”‘하긴 전에는 웃을 일도, 웃을 생각도 없었지.’“참, 내일 우연이 할아버지 생신이래. 우리도 파티에 초대받았으니까 선물 좀 준비해 줘.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 절대 무시 못하게 최고의 선물로.”한지훈의 말에 용일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느 정도 선물이면 될까요?”“네가 알아서 해. 그냥...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 우리 우연이가 주인공이 될 정도의 선물이면 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를 내쫓은 거 후회하게 만들 거야. 제발 다시 돌아와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거야.”집에서 쫓겨나고 힘들게 살았을 그녀를 생각하니 어느새 한지훈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사라졌다.‘두고 봐...’로열 호텔.오늘 강준상의 생일 잔치는 로열 호텔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파티홀을 장소로 잡았고 S시의 유명 인사들이 온갖 진귀한 선물들을 들고 참석했다.하지만 강우연과 한지훈이 파티홀에 모습을 드러내자 손님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그들을 향해 수군대며 조롱의 눈길을 보내왔다.강유리는 남자 때문에 내쫓긴 데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씨 집안의 죄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게다가 남자 때문에 그 망신을 당해 놓고 또 남자와 함께 오다니.“쟤 우연이 아니니? 저 옆에 있는 남자는 또 누구래?”“어르신께서 마음을 돌리신 건가? 쟤한테 초대장을 다 보내시고...”“그래봤자 이미 쫓겨난 애야. 어르신도 나이가 드시니 마음이 약해지신 거지.”“그런데... 저 남자 왠지 낯이 익은데. 한지훈... 아니야? 그 한씨
그리고 한지훈의 품에 안긴 한고운과 한지훈을 번갈아 바라보던 강신이 불만스레 물었다.“이 남자는 또 누구야? 왜? 여자 혼자 애 키우려니 좀 벅찼나 보지? 시커먼 때깔 보니까 대충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누나도 저 애도 이제 우리 집안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악담만 잔뜩 내뱉은 채 돌아서려던 강신이 다시 홱 고개를 돌렸다.“허, 누나 설마 돈 떨어진 거야? 설마 구걸하려고 온 건 아니지? 미안한데... 누나한테 줄 돈은 한 푼도 없어. 몰래라도 누나 돕는 사람 역시 내쫓아버릴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거든.”이복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가시돋친 반응에 강유리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나... 초대장 받아서 온 거야. 할아버지가 초대해 주셔서 온 거라고...”이와 동시에 강우연이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하지만 초대장을 홱 빼앗은 강신은 바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됐고! 초대장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는 여기 올 자격없어. 그러니까 말로 할 때 누나 발로 나가. 경비 부르기 전에 당장 꺼지라고!”“이걸... 이걸 찢으면 어떡해. 이거 할아버지께서 주신 거란 말이야...”바닥에 주저앉은 강우연이 다급하게 초대장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종이쪼가리일 테지만 강우연에겐 의미가 남달랐다.5년만에 처음 가족 행사에 초대받는 자리, 이제 드디어 그녀를 용서해 주는 건가 싶어서 기뻤고 이 초대장이 강우연에게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의 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그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리다니...한편, 어두운 표정의 한지훈이 바닥에 엎어진 채 종이 조각을 주워모으는 강우연을 일으켜세웠다.하지만 강우연은 그의 손길을 힘껏 뿌리쳤다.“이거 놔요.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주신 초대장이란 말이에요...”“나도 알아.”그리고 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여전히 건방진 표정의 강신을 향해 말했
‘하, 왜 이렇게 착한 거야...’착하다 못해 무르기까지 한 강우연을 힐끗 바라보던 한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결국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그러자 덜렁거리는 손목을 움켜잡은 강신이 바로 펄쩍 뛰더니 강우연과 한지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강우연! 하, 어디서 남자를 만나도 저런 깡패 같은 자식을... 그래. 안 가겠다 이거지? 여기서 딱 기다려.”말을 마친 강신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고 소란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저 남자는 누구야? 세상에... 지금 신이 때린 거 맞지?”“하, 신이가 얼마나 독한 애인데... 유리 쟤는 어쩜 남자를 만나도 저딴 애를 만나니?”“그런데 아까 저 남자... 여자애가 자기 딸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설마... 저 자식이 바로 5년 전 그...”누군가의 목소리에 하객들의 술렁거림은 더 커져만 갔다.5년 전, 길시아의 집안에서 거금을 들여 소문이 퍼져나가는 걸 막은 뒤로 한지훈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어찌나 울었는지 어느새 눈시울이 빨개진 강우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괜찮겠죠? 신이는 워낙 자존심이 강한 애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그 망신을 당했으니 분명 복수하려고 들 거예요. 우리... 지금이라도 돌아갈까요?”하지만 싱긋 미소를 지은 한지훈은 역시나 똑같은 말로 강우연을 안심시켰다.“괜찮아. 내가 있잖아.”한바탕 소란끝에 세 식구가 드디어 좀 앉아보려던 그때 기세등등한 얼굴의 강신이 중년 남녀와 함께 다시 다가왔다.“엄마, 아빠. 이 자식이야! 이 자식이 내 팔을... 분명 강우연 쟤가 시킨 거라니까? 어떻게 좀 해봐!”강신과 함께 등장한 중년 남자는 근엄한 표정이 인상적인 사람이었고 이목구비가 언뜻 강우연과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서 있는 여자는 피부며 몸매며 장성한 아들을 두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는데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딱 봐도 부잣집 사모님 같아 보였다.“강우연! 네가 감히 여기가 어
강우연이 이렇게 놀랐으니 강학주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한지훈?강우연에게 못된 짓을 저질러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그 썩을 자식이 아닌가?“너 미쳤어! 저 범죄자 자식 경찰에 신고는 못할망정 뭐? 남편? 저 자식 때문에 우리가 무슨 수모를 당했는지 잊은 거야? 너... 설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니?”서경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표정이 안 좋긴 강학주 역시 마찬가지였다.“강우연,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우리 가족 중에 네 얼굴 보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1”말을 마친 강학주가 돌아서려 했지만 부리나케 달려나간 강우연이 그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다.“아빠, 제발... 제발 내쫓지만 말아주세요.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가족들을 잊어본 적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가뜩이나 작은 그녀의 등이 더 불쌍하게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하고...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지훈은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강학주는 매정하게도 딸의 손을 내쳤다.“가족? 그래. 가족이니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저 자식더러 우리 신이한테 사과하라고 해!”쿠궁!‘사과? 지훈 씨가 잘못한 게 아닌데 사과를 어떻게... 하지만 여기서 거절하면 정말 영원히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혼란스러운 마음에 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흥. 지금 남자 때문에 가족을 버리겠다는 거니? 좋아. 오늘부터 집은 물론이고 강운그룹이 운영하는 그 어떤 곳에도 발을 들이지 못할 거다. 앞으로 딸 하나 잃었다 생각하고 살면 그만이야!”말을 마친 강학주가 단호하게 돌아서고 서경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우연을 향해 비웃음을 날려주었다.“그래. 지금 그 자리가 네게 어울리는 곳이야. 기어오르지 말고 평생 그렇게 살아.”그리고 복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강신은 심지어 그녀에게 침을 뱉기까지 했다.“퉷, 나 참 더러워서...”“아빠! 안 돼요! 제발 저 버리지 마세요... 제발...”엄
지금 그들에게 있어 가장 비참하게 느껴진 것은 바로 자신들의 운명이었다. 오늘 원 씨 집안이 허무하게 패배하게 된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앞날이 대충 짐작이 갔다. 그 와중에도 매우 분통한 것은, 원효천 이 늙은 영감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수도 이겨내지 못하고 한지훈의 졸개 손에 죽게 되다니. 줄곧 원 씨 집안을 믿고 자신들의 모든 가산과 목숨마저 걸었던 그들은 이제 막막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패가망신하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원 씨 집안까지 끌어들여 함께 죽을 작정이었다. “우린... 일단 용경으로 돌아간다!”원상용은 겨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내 그는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강중의 세력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 원 씨 집안, 어찌 한지훈 어린놈한테 휘둘릴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용경으로 돌아간 후, 바로 남은 세 명의 노조한테 도움을 청할 겁니다. 반드시 한지훈을 죽일 수 있게!”말을 마치자마자 원상용은 성큼성큼 링 아래로 내려갔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비할 데 없는 후회감이 들었다. 애초에 원 씨 집안을 굳게 믿은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도 원 씨 집안이 자신들을 위협하려 할 줄은 몰랐다. 사실 원상용이 방금 한 말은,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원 씨 집안에는 아직 세 명의 노조가 있으니, 그들은 어떻게든 마음만 먹으면 복수를 할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야말로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뒤이어 원 씨 집안사람들은 원상용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링에서 내려왔다. 한편 그 시각, 멀리 용경에 있는 국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지훈이 멋지게 전투를 치를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원 씨 집안에서 두 노조가 돌아가시게 된 것도, 이는 다른 가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게 뻔했다. “폐하, 낙 선생께서 찾아오셨습니다!”바로 그때 한 궁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푸!”한지훈은 순간 피를 뿜어내면서 완전히 의식을 잃게 되었다. 사실 방금 한지훈은 남은 마지막 한 가닥의 힘으로 겨우 링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는 절대 쓰러지고 싶지도, 피를 토하고 싶지도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4대 가문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자신을 덮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한지훈뿐만 아니라 우연 그룹까지 모두 강중에서 제거될 위기에 처하게 되니까. 중상을 입고 실신한 한지훈의 모습에 놀란 나계홍은 얼굴마저 창백해진 채 어쩔 바를 몰라했다. “한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한 선생님!”나계홍은 필사적으로 한지훈을 흔들었지만, 한지훈은 더 이상 대답할 힘도 없었다. “주상...”도청 전인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강우연이 먼저 손을 뻗어 그를 가로막았다. “다들 당황하지 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에 타요! 얼른 갑시다!”마찬가지로 크게 놀란 강우연도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한지훈의 일행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강우연은 그제야 방금 한지훈이 왜 부상의 고통까지 억지로 참아가며 침착한 척했는지 알게 되었다. “네!”도청 전인은 재빨리 대답해하고는 움직였다. 뒤이어 강우연 역시 차에 올라타고는 급히 명령했다. “출발해, 빨리! 당장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남편의 모습을 아무도 못 보게 해!”“알겠습니다!”이내 나계홍은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조수석에 있는 나한비에게 말했다. “당장 내려가서 저 사람들을 쫓아내!” 이때 한 무리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는 나계홍의 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한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당장 멈춰! 다들 죽고 싶어? 감히 한 선생님의 길을 막다니... 너희들도 저 링 위에 쓰어진 그 두 영감들처럼 영원히 여기에 묻히고 싶어?”이내 나한비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손을 흔들자, 경호원 30~40명이 순식간에 나타나 달려들었다. 그러자 차 앞을 막고 있던 모든
한지훈은 원성천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지만, 한지훈은 파경 직전의 솟구치는 혀릭로 인해 힘을 쓸 수 없었다! "아악!"한지훈은 포효하며 총을 들어 원성천을 찔렀다! "푹!"한지훈이 적색 장총을 휘두름과 동시에, 그의 체내에서 갑자기 한 줄기 기운이 솟아올랐고, 동시에 그의 기세가 다시 상승하며 사성 천급 천왕계의 경지로 들어섰다!! "응?!"허공을 가르는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들은 원성천은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장총이 나타났다! 원성천이 다시 그의 기세로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퍽!"창 전체가 원성천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고, 한지훈의 모습은 원성천의 등 뒤에 나타났다."쿠…쿨럭…"원성천은 기침을 하더니, 피를 한 모금 내뱉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보았다. 그는 몸을 가늘게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네… 네가…"털썩! 다음 순간, 원성천의 손에 들린 장검이 땅에 떨어졌고 그의 몸은 비무장 위에 쓰러졌다! "가주님!"관중석에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원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원상용은 곧장 비무장으로 달려가 손을 뻗어 원성천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가주님! 괘… 괜찮으십니까?""푸욱!"원성천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한입 가득 피를 뱉어냈다.그는 원상용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그러나 원상용은 원성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원씨 가문의 두 가주가 강중에서 죽임을 당하다니?!"생방송을 보고 있던 동방 가문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며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한지훈이 어찌 이토록 난동을 부린다는 말이냐!!하지만…원씨 가문의 두 가주의 죽음은 그들에게 깨우침을 주기도 했다. 한지훈이라는 자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빨리… 빨리 가거라!"원성천은 마지막 유언을
"한지훈, 죽어라!"원성천의 이 일격은 바람 소리와 함께 방금 전 그 광풍과 맞닿았다! 한지훈은 후퇴하며, 먼저 오는 광풍을 피한 뒤 몸을 돌려 원성천의 일격을 다시 피해냈고, 다리를 들어 원성천의 가슴을 향했다! "퍽!"한지훈의 무릎이 원성천의 가슴에 부딪히려는 순간, 원성천은 손을 들어 한지훈의 무릎을 막아냈다.순식간에 공중에서 한 줄기 파장이 일었고, 두 사람은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원성천의 손바닥은 번개처럼 빨랐고, 한지훈의 급소를 향해 다가오자 한지훈도 반격하며 짧은 순간에 천 번의 공격을 주고받았다! 원성천은 어쨌든 한지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강자였고, 이에 비해 한지훈은 체력적으로나 힘으로나 원성천과 같은 선에 있지 않았다. 그들이 싸운 지 10분도 되지 않아, 이미 한지훈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러나 원성천은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고,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한지훈이 반드시 패배하게 될 것이다! 원성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섬뜩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때, 원성천의 오른 손바닥이 한지훈의 가슴을 치려 하자 한지훈의 가슴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이더니, 한 줄기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원성천은 찰나의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더니, 황급히 손을 다시 회수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이 이미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는 걸 느꼈다! 이럴 수가! 설마… 설마 저건…진법?! 원성천은 이 생각을 하자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한지훈은 무술뿐만 아니라 진법에도 정통한 것인가?! 제기랄! 원성천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고,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분출해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거대한 기벽이 원성천 앞을 가로막았고, 적색 장총이 한지훈의 손바닥에 들리며 칼끝이 원성천을 향하고 있었다! "쨍!"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와 함께 원성천은 식은땀을 흘리며 겁을 먹었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한지훈이 어떻게 그를 도망가게 놔둘 수 있단 말인가?! "거기 서라!"한지훈의 말과
원성천의 검이 한지훈의 어깨를 베려는 순간, 한지훈의 몸은 순간 이동하듯 몇 미터 뒤로 물러났다.휙!검의 기운이 휩쓸고 지나갔고, 관객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잘했군!"TV 앞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국왕도 환호를 금치 못했다.원성천은 한지훈이 자신의 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다시 오만한 표정을 되찾고는 사납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놈이 절학을 발휘할 줄은 몰랐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그 말과 동시에, 원성천의 발끝이 땅에 닿자 번개처럼 한지훈이 있는 쪽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은 마치 뚫을 수 없는 촘촘한 그물처럼 한지훈을 덮었다!사실 방금 전 그 검을 피했을 때 강력한 검기에 의해 이미 한지훈의 옷에는 구멍이 뚫리며 그의 살을 찔렀다! 만약 자신이 궁지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이미 원성천의 검에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한지훈조차도 어떻게 방금 전 검을 피할 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생각에 잠시 잠기더니 몸이 저절로 수 미터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했고,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천왕의 힘일지도 모른다! 원성천이 다시 검을 들어 그에게 달려들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들고 오릉군 가시를 손에 쥔 채 소리쳤다. "죽어라!"그러자, 오릉군 가시가 그의 손에서 날아가 원성천의 미간으로 향했다. "탕, 탕!"원성천의 장검에 연거푸 막혔지만, 오릉군 가시는 여전히 미세한 조절로 원성천의 미간으로 날아갔다. 천왕의 힘에 대한 한지훈의 이해가 진행됨에 따라 그의 통제 능력도 질적으로 도약한 것이다! 오릉군 가시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원성천의 공격을 계속해서 방해했다. 한지훈이 가까이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원성천은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아무리 기를 써도 헛발질만 할 뿐이었다."한지훈!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이런 잔재주를 부리다니!"원성천은 장검을 휘두르며 어디선가 날아
기운과 자연의 힘에 대한 숙달력만 놓고 보면 한지훈과 원성천은 전혀 같은 수준에 있지 않았다. 그가 원성천의 손에 들린 장검을 억지로 막아낼 때마다 한지훈은 마치 그의 오릉군 가시가 작은 산 위에 박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력한 힘에 한지훈의 팔이 세게 저려왔다."한지훈, 감히 우리 원씨 가문과 경쟁하다니, 넌 아직 너무 어리다. 만약 한용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나와 싸울 자격이 있었겠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희 한씨 가문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거다!"원성천은 오릉군 가시를 잡고 있는 한지훈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고 승리의 확신을 더욱 가질 수 있었고, 저도 모르게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한씨 가문을 교살한 주모자 중, 원씨 가문도 속해 있었다! 더욱이 무적천을 제외하고는 원씨 가문이 거의 모든 행동에 가담했기에, 이 원한은 원씨 가문 사람들이 줄곧 불안해하는 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한지훈조차도 자신의 손에서 죽을 테니 원성천은 큰 짐을 덜어낸 듯 진심을 다해 미소를 지었다! "뭐라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와 싸울 자격이 있다니? 만약 당신들이 그때 비열한 수단을 쓰지 않았다면 당신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다치게 할 수도 없었을 거다!"한씨 가문의 피맺힌 원한을 언급하며,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 오릉군 가시를 손에 꽉 쥐었다! "흥,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다! 만약 한용이 아직 살아 있다면, 내가 어떻게 그 손자를 죽이는지 직접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군! 하하하…"원성천은 활짝 웃으며 손에 든 장검을 휘둘렀고, 몇 개의 은빛이 쏟아지며 한지훈의 몸을 향했다! 한지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느꼈고, 그 기운에 의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의 무게가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몇 줄기 은빛 광선이 한지훈 앞에 쏟아지는 것을 본 강우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을 가린 채 소리쳤다. "여보, 조심해요!""주상! 피하십시오!"도청전인도 다급하게 자리
"내 목숨을 앗아가겠다고?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 아니지만, 전에 이 말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했지!"한지훈은 천천히 오릉군 가시를 내밀었고, 비록 슬로우 모션을 튼 듯 속도는 매우 느려 보였지만 주변 공기에는 파문이 일렁이고 있었다. 원성천은 이 광경을 보자 속으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사용했지만 역시 검경을 이미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절대 도청전인의 실력 아래에 있지 않았다. 도청전인과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검경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천에 하나일 정도로 드물었지만, 한지훈은 겨우 스무 살 초반에 이미 검경을 깨달았으니 그야말로 괴물 같은 실력이었다! "흥! 검경?"원성천이 냉소를 하더니 곧 장검을 들어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 현장과 TV로 이 결투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줄기 은백색의 빛이 순식간에 한곳에 충돌했고, 그때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쾅!!"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가 비무장 중앙에서 갑자기 터져 나왔다!그 직후, 비무장 아래의 대리석 바닥에서 수 미터에 달하는 깊은 균열이 생기며 진동했다! 더없이 강력한 기세가 광장 전체를 휩쓸었고, 많은 구경꾼들이 강한 바람에 비틀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변하며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퍽!"두 기세가 서로 다시 충돌했고, 한지훈은 자신의 몸속의 기혈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뒤로 십여 걸음이나 물러섰다. 원성천도 거센 기류에 밀려 몇 발짝 뒤로 물러났고, 관객석에 있던 도청전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원성천의 방금 전 그 일격이 한지훈의 검경을 부숴 버린 것이다!! 분명 한지훈은 부상을 입었지만, 원성천의 몸에는 상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상, 조심하십시오!"도청전인도 이미 부상을 많이 입었기에, 한지훈을 도와줄 수 없었다.
도청전인은 한 손에는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뒷짐을 진 채 희미한 시선으로 원성천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원성천의 살인적인 기운은 마치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방출되었다!도청전인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그는 강력한 위압감이 자신의 몸을 단단히 감싸는 것을 느꼈으며 어느새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도청전인, 우리 원씨 가문과 당신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단 말인가? 어째서 내 다섯째 동생을 죽인 것이지!"원성천은 말을 하며 손바닥을 들고 도청전인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고, 도청전인도 자신의 장검을 치켜들며 맞섰다. "쾅!"검과 손바닥이 부딪히는 동시에, 비무장 위에서 우레와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무수한 검영이 한곳에 모였지만, 원성천의 기운은 전혀 꿰뚫을 수 없었다! "죽어라!"원성천은 한 손으로 힘을 모아 앞으로 밀고 나갔다! 비할 데 없는 기의 파동이 순식간에 도청전인 앞의 기세를 박살 내 버렸다! "퍽!"도청전인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원성천의 기세가 폭발하여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도청전인의 몸은 마치 실이 끊어진 연처럼 쏜살같이 뒤로 날아가 버렸고, 그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딜 가는 거지! 목숨은 내놓고 가라!"원성천은 재빨리 다시 도청전인 앞으로 나아갔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한지훈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원성천은 확실히 원효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상대였고, 원효천과 비교했을 때 원효천이 방금 보여준 위세는 그야말로 천신이 세상에 내려온 것과 같았다! 역시 천신의 경지에서 단 한 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고수다운 면모였다! 원성천의 모습이 도청전인을 따라잡으려는 찰나, 한 그림자가 갑자기 원성천 앞에 멈춰 서서 그를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했다."한지훈!!"원성천을 막은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훈이었다!만약 더 이상 나서지 않는다면, 도청전인은 원성천의 손에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주상! 이자의 실력은 매우 강합니다, 부디… 부디 조심하십시오!"도청
하지만 비무장의 규칙에 따르면, 원효천이 비무장에 있는 한 그곳에서 내려갈 수 없었다! 이 순간 원효천도 위험을 느꼈지만, 이미 검을 뽑았으니 멈출 수 없다. 그가 감히 몸을 돌린다면, 칼은 분명 아무런 예고 없이 그의 등을 베게 될 것이다. 검경을 깨달은 강자를 등지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도청전인, 우리 원씨 가문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어찌…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인가?!"이 말을 하며 원효천은 철권을 휘둘렀고, 몸을 날려 도청전인에게 달려들었다! "흥!"그러자 도청전인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한 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휙!한 줄기 은빛이 구천에서 떨어지는 듯 거대한 빛의 장막이 구경꾼들을 비추었다! "안 돼! 도망가라!"원성천은 이미 더 이상 자신의 위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관중석에서 일어나 원효천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발 늦었고, 원효천은 이미 검경에 휩싸이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원효천의 몸은 갑자기 공중으로 솟구치며 멍한 표정으로 땅에 쓰러졌다. 하지만 실제로 원효천은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무수한 장검들이 그의 몸을 중심으로 빗발치듯 떨어졌고, 그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막아내도 그 장검의 허영이 그의 몸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풀썩! 원효천의 몸이 땅에 떨어졌고,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졌다.그 순간! 원효천의 몸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효천아!"원성천은 눈을 부릅뜬 채 도청전인을 바라보았고, 그의 늙은 눈동자에서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청전인! 내 다섯째 동생의 목숨을 돌려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형체가 비무장 안으로 날아왔다. 원성천을 마주하자, 도청전인의 마음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어쨌든 이자는 원효천과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강자였고, 게다가 원성천의 실력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신 위에 있었다! 도청전인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