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행동은 길시아에 대한 모욕이고 도발이었기에 그녀는 당장이라도 한지훈을 죽이고 싶었다. “한지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오늘 밤은 나와 진우철 씨의 약혼식인데 지금 죽은 사람의 위패를 꺼내는 건 뭐 하려는 거야? 우리 길 씨 가문과 H 시 진 씨 가문에 도전장이라도 내밀겠다는 거야? 집 잃은 개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 옛정을 생각해서 목숨은 살려줄 테니까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우철 씨에게 사과해! 그리고 저 위패를 들고 당장 이곳에서 꺼져!”길시아는 얼음장 마냥 차가워진 얼굴로 한지훈을 죽일 듯이 째려보며 목청을 높였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한지훈의 반응을 살폈다.“길시아, 넌 예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무정하고 단호하네! 너와 내 옛정은 5년 전에 네가 결혼식에서 손수 찢어버렸어! 내 부모님이 길 씨 가문과 4대 가문 앞에 무릎 꿇고 애절하게 빌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해! 근데 그때의 넌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봐줬어? 내 부모님은 너와 4대 가문의 압박에 목숨을 잃은 거야!”한지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싸늘하게 말하다가 감정이 점점 격앙되기 시작했고 주먹을 꽉 쥔 채, 붉어진 눈시울로 살기 넘치게 말을 이어갔다.“길 씨 가문과 4대 가문은 오래전부터 내 데스노트에 올랐어! 난 반드시 그때의 복수를 제대로 할 거야! 그리고 오늘, 너희 길 씨 가문부터 손 봐줄 생각이야!”한지훈은 길시아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고 깜짝 놀란 길시아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5년 전에 반항조차 못하던 멍청이가 오늘날 이렇게까지 강해져서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으며 지금 한지훈의 모습은 마치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한지훈! 너 이 건방진 놈! 오늘은 내 딸의 약혼식이야! 넌 지금 우리 길 씨 가문과 원수를 맺는 거나 마찬가지야! 소속도 없는 망나니 주제에 갑자기 S 도시로 돌아와서 우리 길 씨 가문에 덤비려고 해?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길현민의 호통에 한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싸늘하게 경고했다.“길현민, 5년 전
갑자기 달려온 길 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을 보자 용일은 재빨리 한지훈 앞을 막아서서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주먹이 강하게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보디가드들은 테이블과 의자 위에 쓰러졌으며 연회장에는 이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로 가득했다.이를 보고 있던 하객들은 너도나도 충격에 빠져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고 한참 지나서야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정적을 깨며 말했다.“저놈 대체 누구야? 5년 전의 그 한 씨 가문의 멍청한 놈 맞아?”혹시라도 한지훈의 귀에 들릴까 봐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그 사람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일이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쓱 날리더니 칼날은 그대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사람의 목을 정확히 그어버렸다.“감히 보스를 능멸하는 놈들은 죽음을 맛볼 것입니다!”용일은 언성을 높이며 경고의 눈빛으로 사람들을 살벌하게 쳐다보았고 조금 전까지 찻잔을 들고 중얼거리던 그 남자는 목에서 피를 뿜은 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아악!”깜짝 놀란 하객들은 너도나도 연회장을 빠져나가려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길시아는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속에서 우뚝 서있는 한지훈을 쳐다보며 한순간, 5년 전에 자신이 저지른 짓을 살짝 후회했지만 아무리 그녀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길시아는 치맛자락을 꽉 잡은 채,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이는 한지훈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한지훈이 그녀의 약혼식을 망친 짓에 대한 분노였다.“한지훈! 너 그만해! 오늘은 내 약혼식이야! 나에게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그 어떤 사람도 절대 이 약혼식을 망칠 수는 없어! 한지훈 너도 포함이야! 넌 이곳에 나타나면 안 되는 거야! 네 존재 자체가 나한테는 모욕이고 실패야!”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길시아는 이미지 관리도 잊은 채, 한지훈을 보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테이블에 놓인 과도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한지훈의 심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광경에 놀란 하객들은 더욱 우왕좌왕하며 이
한지훈이 마지막에 남긴 한 마디는 충분히 위협적이고 강렬했다.한참 지난 뒤, 길시아는 뭔가 떠오른 듯 재빨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우철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우철 씨, 괜찮아요? 미안해요. 다 제 탓이에요…”팍!진우철은 길시아의 뺨을 힘껏 내리치더니 악독한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년! 우리 진 씨 가문에서 절대 오늘 이 일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말을 끝낸 진우철은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채, 사람들을 거느리고 떠났고 길시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럽게 바닥을 내리치며 오열하기 시작했다.“아악! 한지훈! 한지훈! 죽여버릴 거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모든 걸 망쳤어! 죽여버릴 거야!”밤 사이에 한 씨 가문의 망나니 한지훈이 길시아의 약혼식을 망쳤다는 소식이 S 도시의 상류층에 쫙 퍼졌고 사람들은 한지훈의 신분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그러다가 결국, 누가 퍼트린 소문인지는 모르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력으로 열정만 가지고 돌아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S 도시의 상류층 가문들은 한지훈을 더욱 얕잡아 보게 되었다.또한 사람들은 5년 전에 사라진 망나니 하나조차 처리하지 못한 길 씨 가문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S 도시의 체면에 흠집을 냈다고 언짢아 했다. 마침 그날 밤, H 시 진 씨 가문에서 길 씨 가문과의 혼약을 취소한다고 정식으로 발표했다.이 일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길 씨 가문과 비즈니스 합작을 이어가고 있던 기업들마저 급하게 계약을 해지했다.하지만 정작 이번 일의 주인공인 한지훈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낭월 산장에서 깨어난 강우연의 곁을 지켰으며 곽 명의가 만든 보신탕을 들고 와서 조심스럽게 강우연에게 먹여주었다.강우연은 행복에 가득 찬 얼굴로 한지훈을 보며 눈앞의 이 남자가 주는 든든함에 푹 빠져 있었다.“아 맞다. 지훈 씨, 고운이 눈 진짜 고칠 수 있어요?”강우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어느새 붉어진 눈시울에는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했으며 고운이가
강우연이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겼다.“얼른 말해 줘요. 초대장은 어디서 받은 거예요? 누가 준 건데요? 설마 할아버지예요?”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에 한지훈이 피식 웃었다.“강희연이 직원 편에 보냈던데?”“언니가요? 언니가 왜...”강우연은 실망스러우면서도 의아했다.강희연이라면 누구보다 그녀를 증오하는 사람인데 왜 굳이 초대장까지 보낸 걸가?“강희연 그 여자는 널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널 아예 내치지 못하시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하지 마. 초대장도 받았겠다 내일 같이 가자. 너희 가족들한테 할 얘기도 있고.”“같이 가주겠다고요? 정말... 괜찮을까요? 할아버지는 지훈 씨 싫어하시잖아요. 내일 좋은 날인데 할아버지가 화라도 내시면...”강우연의 목소리가 모기 소리가 되어 사라졌다.이에 한지훈이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너 아직 다친 데도 다 안 나았고 내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잠깐 고민하던 강우연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하지만 그럼에도 강우연의 두려움은 딱히 가시지 않았다.지금까지 가족들에게 남자친구 한 번 소개해 준 적 없는 그녀이다.게다가 상대는 한지훈. 5년 전, 한지훈 때문에 강우연과 그 가족들이 당한 수모가 있으니 분명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그리고 한지훈 때문에 지난 5년간 미혼모로 살면서 당했던 모욕과 조롱들까지.솔직히 5년내내 강우연은 한지훈을 원망해 왔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나타난 그 순간, 원망과 증오는 놀랍게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으니 참 사람 감정이라는 게 덧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한동안 강우연과 시간을 가진 한지훈은 딸 방으로 향했다.창가에 서서 턱을 괸 채 햇살을 쬐고 있는 한고운의 모습은 동화속 백설공주가 현실세계로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아빠 왔다.”“아빠!”그의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온 한고운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딸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작은 코를 살짝 잡아당겼다.“내일 할아버지 생신이셔. 엄마랑 파티에
“아빠, 그만 좀 해! 얼굴 닳겠어!”얼굴을 찡그리는 한고운의 투정도 귀여워 한지훈의 입꼬리는 어느새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고운의 방을 나서는 그를 발견한 용일 역시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왜 실실거려?”“아, 죄송합니다.”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는 걸 인지한 용일이 바로 항상 보던 포커페이스로 표정을 가다듬었다.“형님께서 이렇게 웃으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요.”이에 한지훈은 다시 씨익 웃어 보였다.“그래?”‘하긴 전에는 웃을 일도, 웃을 생각도 없었지.’“참, 내일 우연이 할아버지 생신이래. 우리도 파티에 초대받았으니까 선물 좀 준비해 줘.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 절대 무시 못하게 최고의 선물로.”한지훈의 말에 용일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느 정도 선물이면 될까요?”“네가 알아서 해. 그냥...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 우리 우연이가 주인공이 될 정도의 선물이면 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를 내쫓은 거 후회하게 만들 거야. 제발 다시 돌아와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거야.”집에서 쫓겨나고 힘들게 살았을 그녀를 생각하니 어느새 한지훈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사라졌다.‘두고 봐...’로열 호텔.오늘 강준상의 생일 잔치는 로열 호텔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파티홀을 장소로 잡았고 S시의 유명 인사들이 온갖 진귀한 선물들을 들고 참석했다.하지만 강우연과 한지훈이 파티홀에 모습을 드러내자 손님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그들을 향해 수군대며 조롱의 눈길을 보내왔다.강유리는 남자 때문에 내쫓긴 데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씨 집안의 죄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게다가 남자 때문에 그 망신을 당해 놓고 또 남자와 함께 오다니.“쟤 우연이 아니니? 저 옆에 있는 남자는 또 누구래?”“어르신께서 마음을 돌리신 건가? 쟤한테 초대장을 다 보내시고...”“그래봤자 이미 쫓겨난 애야. 어르신도 나이가 드시니 마음이 약해지신 거지.”“그런데... 저 남자 왠지 낯이 익은데. 한지훈... 아니야? 그 한씨
그리고 한지훈의 품에 안긴 한고운과 한지훈을 번갈아 바라보던 강신이 불만스레 물었다.“이 남자는 또 누구야? 왜? 여자 혼자 애 키우려니 좀 벅찼나 보지? 시커먼 때깔 보니까 대충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누나도 저 애도 이제 우리 집안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악담만 잔뜩 내뱉은 채 돌아서려던 강신이 다시 홱 고개를 돌렸다.“허, 누나 설마 돈 떨어진 거야? 설마 구걸하려고 온 건 아니지? 미안한데... 누나한테 줄 돈은 한 푼도 없어. 몰래라도 누나 돕는 사람 역시 내쫓아버릴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거든.”이복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가시돋친 반응에 강유리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나... 초대장 받아서 온 거야. 할아버지가 초대해 주셔서 온 거라고...”이와 동시에 강우연이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하지만 초대장을 홱 빼앗은 강신은 바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됐고! 초대장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는 여기 올 자격없어. 그러니까 말로 할 때 누나 발로 나가. 경비 부르기 전에 당장 꺼지라고!”“이걸... 이걸 찢으면 어떡해. 이거 할아버지께서 주신 거란 말이야...”바닥에 주저앉은 강우연이 다급하게 초대장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종이쪼가리일 테지만 강우연에겐 의미가 남달랐다.5년만에 처음 가족 행사에 초대받는 자리, 이제 드디어 그녀를 용서해 주는 건가 싶어서 기뻤고 이 초대장이 강우연에게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의 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그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리다니...한편, 어두운 표정의 한지훈이 바닥에 엎어진 채 종이 조각을 주워모으는 강우연을 일으켜세웠다.하지만 강우연은 그의 손길을 힘껏 뿌리쳤다.“이거 놔요.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주신 초대장이란 말이에요...”“나도 알아.”그리고 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여전히 건방진 표정의 강신을 향해 말했
‘하, 왜 이렇게 착한 거야...’착하다 못해 무르기까지 한 강우연을 힐끗 바라보던 한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결국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그러자 덜렁거리는 손목을 움켜잡은 강신이 바로 펄쩍 뛰더니 강우연과 한지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강우연! 하, 어디서 남자를 만나도 저런 깡패 같은 자식을... 그래. 안 가겠다 이거지? 여기서 딱 기다려.”말을 마친 강신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고 소란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저 남자는 누구야? 세상에... 지금 신이 때린 거 맞지?”“하, 신이가 얼마나 독한 애인데... 유리 쟤는 어쩜 남자를 만나도 저딴 애를 만나니?”“그런데 아까 저 남자... 여자애가 자기 딸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설마... 저 자식이 바로 5년 전 그...”누군가의 목소리에 하객들의 술렁거림은 더 커져만 갔다.5년 전, 길시아의 집안에서 거금을 들여 소문이 퍼져나가는 걸 막은 뒤로 한지훈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어찌나 울었는지 어느새 눈시울이 빨개진 강우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괜찮겠죠? 신이는 워낙 자존심이 강한 애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그 망신을 당했으니 분명 복수하려고 들 거예요. 우리... 지금이라도 돌아갈까요?”하지만 싱긋 미소를 지은 한지훈은 역시나 똑같은 말로 강우연을 안심시켰다.“괜찮아. 내가 있잖아.”한바탕 소란끝에 세 식구가 드디어 좀 앉아보려던 그때 기세등등한 얼굴의 강신이 중년 남녀와 함께 다시 다가왔다.“엄마, 아빠. 이 자식이야! 이 자식이 내 팔을... 분명 강우연 쟤가 시킨 거라니까? 어떻게 좀 해봐!”강신과 함께 등장한 중년 남자는 근엄한 표정이 인상적인 사람이었고 이목구비가 언뜻 강우연과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서 있는 여자는 피부며 몸매며 장성한 아들을 두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는데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딱 봐도 부잣집 사모님 같아 보였다.“강우연! 네가 감히 여기가 어
강우연이 이렇게 놀랐으니 강학주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한지훈?강우연에게 못된 짓을 저질러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그 썩을 자식이 아닌가?“너 미쳤어! 저 범죄자 자식 경찰에 신고는 못할망정 뭐? 남편? 저 자식 때문에 우리가 무슨 수모를 당했는지 잊은 거야? 너... 설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니?”서경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표정이 안 좋긴 강학주 역시 마찬가지였다.“강우연,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우리 가족 중에 네 얼굴 보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1”말을 마친 강학주가 돌아서려 했지만 부리나케 달려나간 강우연이 그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다.“아빠, 제발... 제발 내쫓지만 말아주세요.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가족들을 잊어본 적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가뜩이나 작은 그녀의 등이 더 불쌍하게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하고...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지훈은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강학주는 매정하게도 딸의 손을 내쳤다.“가족? 그래. 가족이니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저 자식더러 우리 신이한테 사과하라고 해!”쿠궁!‘사과? 지훈 씨가 잘못한 게 아닌데 사과를 어떻게... 하지만 여기서 거절하면 정말 영원히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혼란스러운 마음에 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흥. 지금 남자 때문에 가족을 버리겠다는 거니? 좋아. 오늘부터 집은 물론이고 강운그룹이 운영하는 그 어떤 곳에도 발을 들이지 못할 거다. 앞으로 딸 하나 잃었다 생각하고 살면 그만이야!”말을 마친 강학주가 단호하게 돌아서고 서경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우연을 향해 비웃음을 날려주었다.“그래. 지금 그 자리가 네게 어울리는 곳이야. 기어오르지 말고 평생 그렇게 살아.”그리고 복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강신은 심지어 그녀에게 침을 뱉기까지 했다.“퉷, 나 참 더러워서...”“아빠! 안 돼요! 제발 저 버리지 마세요... 제발...”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