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은 조 씨 노인을 한 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퉤!”그러자 조 씨 노인은 몸부림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불쾌한 눈빛으로 한용을 노려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절대 한지훈 가만 놔둘 수 없어! 내가 일단 이곳에서 하산하는 날이, 바로 너희들의 제삿날이 될 거야! 딱 기다려!”조 씨 노인은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는, 허 씨 노인과 나 씨 노인을 부축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한편 그 시각, 천수동천 동쪽에는 폭포, 서쪽에는 작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그 강가 중심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100미터 절벽 위 동굴의 주위에는 수려한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그 경치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사람들도 하여금 즐거움을 가져다주었고 숨 한 번 들이쉬어도 맑은 공기를 느끼게끔 하였다. “선배님, 이곳은 정말 고상한 곳이군요!”한지훈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저 산 좀 봐봐, 정말 산이 맞긴 한걸가?”호천은 먼 곳의 산들을 가리켰다. “산이긴 하지만, 실제 산은 아닌 거죠!” 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라니. 매우 심오한 말이긴 하지만, 한지훈은 방금 호천 덕분에 그 말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산수란 천지대로의 진화에 지나칠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도가 아닌 곳이 없긴 하지만, 도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자고로 도는 마치 원자와도 같다. 원자는 어떤 형태를 구성할 수도 있고 어떤 물질로 변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 그것이 고유적인 형태와 재질을 가지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원자가 아니다. 호천은 한지훈의 그런 오성이 꽤나 마음에 들어, 거듭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는 뒷산의 석굴을 가리키며 도청 전인에게 말했다. “나의 모든 검경 오성은 모두 저곳에 적어놨으니, 네가 직접 가서 확인해 봐!”도청 전인은 거듭하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석굴로 걸어갔다. “선배님, 그나저나 방금 하신 말씀 중에 천년의 난세가 일어나면 삼성이 나
아직 30여 명이나 더 있다고? 그 말에 한지훈은 크게 놀랐다. 다시 말하여 호천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도 기다리고 있는 거지. 용족 유적이 다시 등장하기만을… 그렇게 용족 유적 보물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결국 탐욕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는 거야. 이것이 바로 세상의 윤리야!”호천은 담담하게 먼 곳을 바라보며 유유히 말했다... 그는 사실 싸움에 끼어들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실력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빛에서 한지훈은 야망을 보아냈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도, 결국은 최종 목적을 위해 하나하나 나아가는 것이었다. 한지훈과 인연을 맺는 것도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려는 이유였다. 아직 아무런 사문이 없는 어린 후배인 한지훈을 자신의 편에 세워,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어 그의 은인이 되려는 계획을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호천은 한지훈에게 더욱 각별히 대한 것이었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일부를 한지훈에게 공유하여, 그로 하여금 한지훈의 심성도 높이고 실력까지 증강시켜 언젠가는 한지훈이 자신의 유력한 오른팔이 되게끔 배양하려는 계획도 있었다. 게다가 호천은 자신이 삼성도, 파군도, 칠살도 더우기는 탐랑일 가능성 역시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한지훈은 거의 칠살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만약 그의 판단이 들어맞기만 한다면, 용족 유적 보물은 이미 절반은 손에 넣은 셈이었다. “천성은 구요지만 실은 십요인 것 같은데. 넌 9성까지 깨닫긴 했지만, 정작 9성의 진정한 의미는 모르고 있는 거야!” 이내 호천은 천성구요의 비밀을 모두 이야기했다. 사실 조 씨 노인이 깨달은 천성구요는 아주 큰 결함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오성은 매우 낮아 차원을 전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분명히 그와는 달랐다. 호천이 한마디에도, 그는 천성구요에 대해 쉽게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자고로 천성이란 자연계에 매장된 자기장을 소환하는 것인데, 이는 마치 성신이 시시각각 지구상의 조석에 영향
“선배님, 칭찬 감사합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때, 뒷산 동굴에서는 이따금 굉음이 들려왔다. 산골짜기에서는 천둥 번개 소리가 울리더니, 무수한 먹구름이 온 천수동천을 덮어버렸다. “에휴, 내가 한평생 얻어낸 깨달음은 앞으로는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네!”호천은 무덤덤히 말했다. 산속에 울려 퍼진 천둥소리로부터, 호천은 틀림없이 도청 전인이 검경을 끌어들여 석벽의 기록을 전부 지워버린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호천에게 있어서, 과거의 깨달음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찮은 것이었다. 마지막 한 번의 천둥소리와 함께 산속에는 곧바로 광풍이 세차게 불더니 비까지 억수로 퍼붓기 시작했다. 무수한 빗물은 한곳에 모여 천수동천 앞의 강물을 더욱 세차게 만들었다. 그러자 호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이내 한 줄기 흰빛이 반짝이더니 온 하늘의 먹구름을 흩어버렸고 그제야 큰 비가 그쳤다. 그 광경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크게 놀라 충격을 금치 못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과 호천 사이의 차이는, 단지 심성 차이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방금 호천이 손가락 하나로 비구름을 물리친 수법은, 한지훈이라면 도무지 따라올 수 없었다. 사실 호천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남다름을 과시한 것이었고, 그의 눈빛에는 어린 후배를 나름 깔보는 오만함도 있었다. 기왕 한지훈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라면, 우선 그가 자신을 우러러보게끔 하고 싶었다. 이렇게 해야만 한지훈을 자신의 수중의 바둑돌로 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깊은 깨달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거든. 자세히 생각해 봐 봐, 방금도 내가 이미 분명하게 얘기했어!”호천은 말하면서 하늘을 가리켰다. 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설령 한지훈이 그 원리와 오묘함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자기장에 대한 장악력은 호천의 이러한 경지에 미치지는 못한다. “선배님은 역시 깊은 깨달음을 갖고 계시네요
뭐야?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씨 집안은 강중에 있는데,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이상 대체 누가 감히 나 씨 집안에 손 대려 한다는 거지? ”나 대표, 나 씨 집안은 강중에서도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그런데 대체 어떤 사람이 당신들한테 위협이 된 거야?“”한 선생님, 그게 사실... 천산 사람이에요!“나계홍은 떨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천산? 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나 씨 집안은 모두 일반인들이었기에, 천산이 굳이 그들을 위협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던 한지훈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나 곧 강중으로 돌아갈게!“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강중으로 달려갔다. 원래 한지훈은 먼저 용경으로 향하여 국왕을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급한 일이 생겼기에 당장 가서 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계획을 바꾸어 강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찍이 한지훈과 화산의 일전이 있을 당시, 용월은 강우연을 데리고 강중으로 향했다. 용경도 좋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위험천만한 상황이었기에 용경에 남는 것이 절대적인 우선은 아니었다. 강우연은 TV 라이브를 통해 한지훈과 화산 11로의 대결을 직접 목격하고서야 한지훈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젠 사태가 조금 안정된 이상 강우연은 당연히 강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필경 막내아들은 이제 겨우 4개월 밖에 안되였기에 계속하여 용경에서 지내기는 확실히 불편했다. 한지훈과 도청 전인이 한 씨 공관으로 돌아왔을 무렵, 용월과 용운은 한 무리의 신룡전 고수들을 데리고는 조용히 공관을 지키고 있었다. ”전주님, 돌아오셨습니까!“용운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한지훈을 맞이하였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용운과 용월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 두 사람의 성장은, 3대 용존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용운은 한지훈을 따라 함께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위층에 도착하니, 나계홍은 수심에 찬 얼굴로 앉아 강우연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는 한지훈을 보자마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에게 다가갔다. “한 선생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오래간만에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저도 용기나 생기네요.”나계홍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한지훈은 그런 나계홍을 흘깃 보고는 소파 앞에 다가가 앉았다. “나 대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계홍은 강우연의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오직 나 씨 집안의 일이었고 한지훈과는 일절 아무런 연관이 없었기에 나계홍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나 대표님한테 조카 하나가 있어요. 이름은 나한우라고 하고요. 작년에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최근에는 두 집안이랑 같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바로 3일 전에 유세위라는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어요.”“나한우의 약혼녀인 두소령이, 자신의 아들인 유소봉의 여자친구라고 하면서 나 씨 집안더러 당장 두 씨 집안과 파혼하라고 강요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 대표님께서도 이 일을 신경도 쓰지 않고 단지 무례하게 소란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후 천산 쪽에서 글쎄 뜻밖에도 사람이 찾아와서 나 씨 집안에게 협박을 하더라고요. 만약 예정대로 결혼식을 거행한다면 나 씨 집안을 멸망시킬 거라고.”말을 마친 강우연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나계홍을 흘깃 보았다. 사실 강우연은 어제 이미 두소령을 만나, 그녀와 나한우 사이는 대체 어떤 관계인지 자세히 물었었다. 그 질문에 두소령은, 자신은 나한우가 아니면 시집가지 않겠다고 강우연에게 장담까지 했다. 유소봉이라는 남자는 사실 대학 시절부터 줄곧 그녀를 귀찮게 했다. 이전의 유 씨 집안은 나 씨 집안을 전혀 건드리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유 씨 집안은 천산이라는 큰 나무에 의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유 씨 집안은, 나 씨 집안이 오히려
나 씨 집안은 현재 강중에서, 이미 으뜸가는 가문이었다. 때문에 청첩장이 만들어지자마자, 강중에 있는 거의 모든 거물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것은 단지 나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나 씨 집안과 한지훈이 가장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며칠 전 라이브를 통해, 모든 사람들은 한지훈이 절대 무너지지 않았고 화산의 고수들을 제패하게 된 거로부터 한지훈에 대한 경외심이 더욱 커졌다. 한편 오늘의 신랑 나한우는 신부와 함께 화장을 하고 있었다. 두소령은 용모가 청초한 데다가, 아리따운 차림새까지 더해져 더욱 사람을 매료시켰다. 두 씨 집안은 비록 큰 영향력은 없지만, 그래도 중위층이라고는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작은 장사를 하는 집안이긴 하지만, 나 씨 집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은 지금의 나 씨 집안에게 있어서 그저 하나의 숫자에 불과했다. 영향력을 따지자면, 용국 전체에서 한지훈보다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나 씨 집안과 한지훈의 관계가 긴밀한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 씨 집안은 최대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강중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직접 전세까지 냈다. 게다가 관계를 들먹이며 부탁하여, 직접 강심 공원까지 통으로 빌려 장강에서 이 신혼부부를 위해 결혼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나 씨 집안의 큰 손에 강중의 거물들은 모두 감탄했다. 짧디 짧은 반년 사이에 나 씨 집안은 이젠 그들이 초월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지 나계홍이 애초에 내린 정확한 결정 덕이었다. 일시에 사람들은 수군수군 열띤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강중 방송국은 또 직접 이곳까지 달려와 실황 중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각, 강중 시구 한 낡은 저택에서는 뚱뚱하고 추하기 그지없는 한 젊은 남자가 두꺼운 안경을 걸친 채 긴장한 표정으로 눈앞의 한 중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년 남자의 주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
장홍학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고, 사존님. 제가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파렴치한 집안은 두소령을 빼앗기 위해 거의 집안의 모든 재산을 털어버려 지금 저희 유 씨 집안의 경영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리고 사실 두소령은 저희 소봉이한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 친구였고 대학에 가서는 같이 자주 점심 식사도 했죠! 게다가 주말이면 늘 함께 쇼핑하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령이 이 계집애가 나 씨 집안의 나한우한테 홀라당 반하고는, 잇달아 금전 공세까지 받으니 아예 속아 넘어간 겁니다!”“사존님께서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나 씨 집안은 하도 사업이 크고 게다가 재력까지 넘치지, 저희 소붕이는 어떻게든 소령을 되찾기 위해 제가 전에 새로 사준 차까지 전당포에 맡겼습니다!”“하지만 어쨌거나 저희 집안의 재력은 나 씨 집안과 비교했을 때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이죠! 그래서 지금 저희는 탈탈 털리게 된 지경인 겁니다! 그러니 부디 사존님께서 저희의 주인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유세위는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전의 그였다면, 절대 이렇게 허튼소리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필경 그들 유 씨 집안은 작은 소상인일 뿐이기에, 나 씨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천산이라는 든든한 배후가 있은 후로부터 유세위는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반면 여전히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장홍학의 모습에 유세위는 한마디 덧붙였다. “사존님, 제가 한가지 더 말씀드리죠. 사실 두소령은 지금까지도 저희 소봉이한테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소봉이한테 짧은 메시지까지 보냈었습니다!”“제가 보기에는 틀림없이 나 씨 집안이 두 씨 집안에 압박을 가해서, 소령이가 혼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한 것 같습니다!”그때 장홍학은 유세위를 흘겨보았다. 천산의 서검원장인 그는 눈치 하나는 빨랐다. 그렇기에 유세위의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는 속을 리가 없었다. 현실은 틀
한편 그 시각, 강심 광장에서는 나계홍이 강중 부자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공중에 날아오른 두 대의 헬리콥터에는 한쌍의 신혼부부 결혼사진이 높이 드리워져 있었다.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한 쌍의 부부를 보면서, 강우연은 진심으로 축복을 보냈다. 나계홍은 살면서 강우연의 두둑한 돈 봉투를 받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여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았다. 강우연의 돈 봉투는 사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한 푼만 들어있더라도, 그것은 1억만큼 가치 있었다. 이는 한지훈과 강우연이 나 씨 집안에 대한 인정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두 사람, 입장해 주세요!”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한 쌍의 젊은 남녀가 레드 카펫을 밟고는 조심히 강심 광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바로 동심문을 지나는 순간, 화창했던 하늘은 갑자기 광풍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더니 뜻밖에도 먹구름이 가득 끼기 시작했다. “응? 이럴 리가 없는데. 보름 전에 기상청에 직접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은 맑은 날이라고 했는데!”나계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날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덮이자, 사람들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당황한 사람들은 잇달아 수군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비록 오늘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천 명이나 되긴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 씨 집안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런데 다가오는 저 무리의 맨 앞에 선 사람은 분명히 무자였다. 그동안 나 씨 집안과 무종 사이에는 줄곧 아무런 왕래가 없었기에, 이런 손님이 초대될 리는 없었다. “혹시 청첩장 있으세요?”나한비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 동시에 나 씨 집안의 경호원들도 일제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 우두머리 무자를 쳐다보았다. 일단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들은 당장 손을 쓸 기세였다. 오늘은 엄연히 나 씨 집안 둘째 도련님의 결혼식 피로연이 있는 중요한 날인데
설령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매국이라는 큰 죄를 져서는 안 됐다. “대장로,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5대 명산이 언제 매국할 짓을 했다고!”“백여 년 전에 용국이 왜 열강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는지 너희들도 잘 알잖아. 바로 대전에서 졌기 때문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그 역사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거야?”“양령아 한 명이 죽더라도 용국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아. 그리고 만약 서 선배가 미육 역외 강자들과의 동맹을 맺는 데 성공한다면, 용국은 이번 대결에서도 필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야!”주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손을 높이 들어 그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탁! 비할 데 없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주 씨 어르신의 몸은 휘청거려 그 뒤의 지프차에 머리까지 부딪쳐 바람막이 유리를 산산조각 냈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리다니...”“팍!”한지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또 따귀를 후려쳤다. “당신이 나이를 지긋이 먹지만 않았더라도, 방금 난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 한지훈은 차갑게 주 씨 어르신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역외 강자들과는 무관 한 거고 오직 나 한지훈 한 사람이 일으킨 소행이야. 그러니 그들이 앞으로 보복하고 싶어도 나를 찾아오라고 해! 용국과는 무관하니까!”말을 마친 한지훈은 발걸음을 내디디고는 장원으로 향했다. 주 씨 어르신은 부어오른 얼굴을 가리고는 대장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지훈 말이 맞아. 우리 용인들은 죽어도 꼿꼿이 서서 죽으려고 해! 절대 구차하게 굴지는 않는 사람들이야!”대장로는 주 씨 어르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때 장원에 있던 한 금발의 남자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나 경호원은 옆에 있는 작은 문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고 안에 있던 두 명의 사내를 향해 말했다. “윌, 로스터 선생님께서 물으시는데 그 두 사람 동의했어?”윌이라는 남자는 고개를 돌려 검은 옷의 경호원을 흘깃 보고는 고개를
강만용이 입을 떼기도 전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양천수와 그의 부인을 향해 말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반드시 령아를 무사히 데려올 테니까!”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양천수 부부를 위로해 주고는 사람을 불러 차를 준비하게끔 했다. 그러자 강만용은 급히 따라 나와 한지훈을 붙잡고 말했다. “한지훈, 비록 난 지금은 더 이상 용각에 있지는 않지만 역외 강자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 바가 있어. 이번 일은 굳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최대한 일을 크게 벌이지는 말자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만용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만약 상대가 눈치를 챈다면 저도 당연히 일을 더 이상 크게 만들지 않죠. 하지만 만약 저희 사람을 풀어주려 하지 않는다면 그건 다른 얘기죠. 저희 용국은 필경 100여 년 전의 용국이 아니니까요.” “누구도 저희 땅에서 용국 백성들을 괴롭힐 수는 없어요!”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타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다. 강만용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리저리 생각하던 그는 이내 전화를 걸어 이 사실 무종 대장로에게 보고하였다. 결국 이번 일은 중대한 사건이었기에 일단 일이 크게 번지면 용국에게는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초지종을 들은 무종 대장로는 어리둥절해졌다. 곧바로 그는 황급히 주 씨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한지훈이 사람을 구하러 갔다고?” 소식을 접한 주 씨 어르신은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한지훈 대체 뭘 어찌하려는 거지? 용국 역외 강자에게 미움을 살 것은 아니지만, 굳이 미육 역외 강자에게 미움을 사야 하는걸가? “그렇게 됐어. 그런데 이번 일은 차라리 5대 명산이 나서서 상대와 협상하여 좋게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협상은 개뿔! 지금 서 선배가 미육 역외 강자와 연락하고 있어. 게다가 곧 동맹을 맺을 상황인데 이 시점에서 어떻게 상대의 미움을 살 수가 있겠어!”“게다가 양령아는
“주씨 어르신, 제가 알기로는 그 여자는 흑병대 사람이고 게다가 여태 줄곧 유럽 쪽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갑자기 미육 사람들에게 납치된 걸 가요? 혹시 이 안에...”얘기를 듣던 주 씨 어르신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번 일은 우리가 간섭하지 않는 게 좋겠어. 미육에도 이미 적지 않은 역외 강자들이 있긴 한데, 며칠만 있다가는 세속으로 돌아갈 거야! 잘못 간섭했다가는 역외 강자들의 심기만 건드려 자칫하면 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어. 그러니 양령아의 일은 양 씨 집안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게끔 해!”이내 주 씨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사람들더러 물러나라고 하였다. 그 후 그는 또 곡형에게 몇 마디 남기며 인계까지 마치고 나서야 화산으로 향하여 역외 강자들을 맞이하는 일을 도우기로 했다. 그렇게 한동안 주 씨 어르신의 대답을 받지 못했던 양 씨 집안은, 곧 5대 명산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절대 양 씨 집안을 도와 사람을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북양 왕 한지훈뿐이었다. 상대의 기세는 매우 나도 컸다. 그렇기에 양 씨 집안의 신분과 지위로서는 양령아가 납치되는 것을 좌시할 수가 없었다. “제 생각에는 북양 왕에게 연락하는 게 좋겠습니다!”양천릉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야, 우린 아직 북양 왕과의 친분이 너무 얕아. 내가 보기에는 강만용한테 요청을 보내는 게 낫겠어. 그게 성공할 확률이 조금 더 높을 거야!”양 씨 어르신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들고는 강만용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양 씨 어르신의 전화를 받은 강만용은 역시나 흔쾌히 도우려 했고, 바로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 씨 집안 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한지훈도 깜짝 놀랐다. 양령아는 사실 사령관의 실력이 있었다. 일반인들이라면 그를 납치하기는커녕 그녀의 몸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이리저리 생각하던 한지훈은, 강만용더러 양 씨 집안에 한 두 사람을 파견하여 얼른 상황을 파악하라고 명령했다. 그날 저녁, 강만용은 한쌍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설사 서천술이 주동적으로 찾아오지 않더라도 한지훈은 절대 역외 강자들을 좌시하지 않을 테고, 국왕의 대위를 노리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그와 역외 강자의 충돌은 애초에 이미 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장자진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장자진 일행이 천산으로 돌아온 뒤, 낙장생과 고천덕은 자초지종을 듣고는 얼굴에 차가운 웃음을 띠었다. 한지훈이 서천술의 자랑스러운 문하생을 때렸으니, 이제 앞으로 서천술이 역외에서 돌아오게 되면 그는 반드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흥, 한지훈 이 놈 정말 끈질기네.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오히려 판을 더 크게 짤 수 있게 됐네!”고천덕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그날 밤, 모든 사실은 일부 언론에 의해 폭로되었다. 이 뉴스를 본 용국 전체는 발칵 뒤집혔다. 사실 많은 서민들은 역외 그리고 역외 강자들의 대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5대 명산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모든 걸 설명하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필경 며칠 후면 결전의 날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 누구도 백여 년 전의 그날이 다시 재현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북양 왕이 대체 어떻게 우리의 안위를 돌보지도 않고 저런 짓을 벌일 수가 있는 거지?”“흥, 전에 우리 백성들을 위해 나서겠다는 이유로 천산 부원장을 때린 거랑은 아예 달라. 후과가 같을 수가 없다고. 일단 본인의 생사와 연관되면 그 또한 쫄겠지!”“난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 아쉽긴 하지만, 만약 나도 한지훈 같은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내 정혈을 바쳤을 거야!”일시에 인터넷에는 악플이 쏟아졌고, 적지 않은 진상 네티즌들은 일부 다른 속셈을 가진 나쁜 이들에 의해 선동되기도 했다. 꽤나 나이 든 어르신들도 모두 거리에서 이 사태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한지훈을 위해 변론하고 있었다. 필경 그들은 이전에 한지훈이 한 모든 것을 마음속에
역외 강자들은 원래도 호의를 베풀리 없었지만, 설령 장자진의 말대로 서천술이 정말 공심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한지훈은 절대 자신의 정혈을 넘겨줄 리 없었다. 그는 여전히 한 씨 집안 전체가 도살당한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언제나 자신이 충분히 강해야만 주변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원히 자신의 운명을 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었다. “그래? 좋아, 서천술이 정말 나랑 끝장을 보고 싶다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적어도 넌 그릇이 안돼!” 이내 더 이상 상대하기도 귀찮았던 한지훈은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 그 말을 들은 신 씨 어르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뚫어져라 한지훈을 주시하였다. 방금 그가 장자진을 때린 건 단지 도발이라 한다면, 지금은 서천술을 향해 직접적인 선전포고를 한 것과 같았다. “또 하고 싶은 말 있어?”한지훈은 차갑게 신 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 씨 어르신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장자진을 반쯤 죽일 정도록 때렸는데, 이 상황에 그가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뱉으려고 준비했던 그 말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럼 당장 꺼지지 못해!”한지훈은 차갑게 한마디 던졌다. 이내 신 씨 어르신은 급히 앞으로 나가 장자진을 일으키고는 허리 굽히며 말했다. “네, 저희 바로 물러가겠습니다!”그는 장자진을 부축하고는 조용히 한 씨 공관을 나섰다. 두 사람이 떠난 후에야 한지훈은 사람을 보내 다시 도청 전인을 불렀다. 곧이어 도청 전인은 한지훈에게 다가와 공손히 물었다. “주상, 저한테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난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온 시점은 언제였지?”도청 전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대답했다. “음... 약 100여 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에 저희 용국은 역외에서 돌아온 강자들의 음모에 의해, 8개 나라의 협공
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장자진은 다시 한번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내 스승님의 공심을 의심해?”“그리고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는 너랑 협상하러 온 게 아니야. 너는 마땅히 용국의 북양 왕으로서 용국을 위해 공헌해야 하는 거야. 설령 자신을 희생해서라도!”“그게 바로 너의 직책이지. 만약 방금 네가 한 그 말이 소문이 나기라도 한다면, 너는 용국 수억 명의 백성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거야!”장자진은 말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눈앞이 순간 깜깜 해나더니 이내 탁 하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는 한지훈의 따귀에 머리가 기울어진 채 몸이 날아가게 된 것이었다. “털썩!”장자진은 바닥에 넘어졌고, 그의 왼쪽 얼굴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라고? 아니면 용국 백성들로부터 버림받을 거라고? 대체 누가 너한테 이딴 걸 가르친 거야?”“그럼 네 사부님은 그렇게 공심이 많으시다면서 왜 너를 희생시킬 생각은 하지 않는대? 설령 오늘 일을 퍼뜨린다 하더라도 용국 백성들이 네 뜻대로 움직일 것 같아?”“팍!”장자진이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또 한 번 따귀를 후려쳤다. 두 번째 따귀는 첫 따귀보다도 소리가 더욱 우렁찼고, 심지어 입구에 서 있는 천검종 제자조차도 똑똑히 들었다. 장자진은 제대로 화가 났다. 필경 그는 역외 강자의 제자이기도 하고 게다가 그는 역외에서도 약간의 지위가 있었기 때문이다.한지훈 같이 의지할 데 없는 작은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명산 배후를 가진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그의 앞에서는 공손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감히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따귀를 때릴 수가 있는 건지?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려...”“팍!”한지훈은 다시 손을 들어 후려쳤다. “그래, 내가 널 때렸다. 왜?”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장자진을 흘겨보았다. “한지훈, 너 정말 용국에는 널 상대할 사람이 없다
“한지훈!”그 말을 들은 장자진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설령 넌 준천신계 실력이긴 하지만, 역외 강자들의 대결은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 알기나 해? 다들 최소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들인데, 고작 네 실력으로 어떻게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를 이길 수가 있겠어?”“지금 네가 용국을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네 정혈을 내놓고 용국 역외 강자들이 이번 대결에서 상대를 이기도록 돕는 거야!”“이건 용국을 위해, 그리고 용국의 백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야!그리고 이건 나의 사부님 혼자만의 뜻이 아니라, 모든 용국 역외 강자들의 뜻이자 무종의 뜻이기도 해!”장자진은 시큰둥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그 사람들은 대체 뭔 근거로 날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건데?”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지훈!”그러자 장자진은 단단히 화가 났다. “네가 굳이 유럽 천신계 강자들을 피투성이로 만들지만 않았더라면, 용국은 이렇게까지 큰 화가 일어나긴 했을까?” “네가 알렉산더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유럽은 우리 용국과 손을 잡지 않았을까? 그리고 네가 화산 11로 중 8명이나 죽인 사실도, 역외에서는 이미 다 소문을 들었어! 그러니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야말로 네가 죄를 씻고 공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네가 정혈을 내놓기만 한다면, 이전에 네가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 역외 강자들은 더 이상 탓하지 않을 수도 있어!”장자진은 여전히 단호하게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 그가 보기에는, 서천술이 한지훈에게 건넨 조건은 이미 충분히 합리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정작 한지훈은 조건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감히 서천술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있다니. “한 선생님, 사실 장 선생께서 말씀하신 건 단지 한 방면일 뿐입니다. 저 역시 한 선생님이 용국의 북양 왕으로서 용국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민이 존경하는 북양 왕으로서도, 이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요?”신 씨 어
천검종의 두 제자가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굳이 나서서 막지는 않았다. 다만 동정 어린 표정으로 장자진과 진 씨 어르신이 함께 한씨 공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하… 저런 태도로 한지훈 선생님을 만나러 가다니, 죽으러 가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흥, 조금만 기다려 봐. 재미난 구경거리가 펼쳐질 테니까!”두 제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한지훈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들이었고, 만약 장자진이 앞서 그렇게 거만하게 굴지 않았다면 한지훈이 굳이 그들을 문 앞에서 반 시간 동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장자진과 진 씨 어르신이 막 안으로 들어서자, 한지훈은 유유히 차를 음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를 본 장자진의 얼굴이 즉시 일그러졌고, 진 씨 어르신이 재빨리 장자진의 어깨를 눌렀다. 제발 화를 참으라는 신호였다.어디까지나 한지훈도 천신급의 고수였고, 반면 장자진은 고작 사성 천급 천왕계에 불과했다. 설령 그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한지훈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장자진은 내심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한지훈을 차갑게 노려보았고, 마침내 깊이 숨을 들이쉬고 분노를 가라앉혔다. 진 씨 어르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한지훈 선생님, 저는 천산파 진만곡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분은 역외 서천술 선배님의 제자 천산 장씨 가문의 장자진이라 합니다!”진 씨 어르신은 말하는 동안 거의 허리를 굽힌 채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고, 한지훈 앞에서 그는 감히 거만을 떨 수 없었다.“무슨 일이지?”한지훈은 눈을 들지도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장자진은 한지훈이 자신과 진 씨 어르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에, 결국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북양왕 따위가 뭐라고?!무종 전체를 둘러보아도 감히 그를 이렇게 대하는 자는 없었다!진 씨 어르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장자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오늘 너를 찾아온 것은, 내 스승님 서천술의 말을
고천덕과 낙장생이 동의한다고 해도, 문주의 허락 없이 이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이 살신을 천산으로 초대하는 것은 마치 늑대를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만약 협상이 결렬되기라도 하면 천산이 온전할 수 있을까?!“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겠군. 그럼 지금 바로 한지훈을 만나러 가도록 하지. 내 스승께서도 답을 기다리고 계시니!”말을 마치자, 장자진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진 씨 어르신이 따라 나가려 하자, 낙장생이 손짓으로 그를 불러 세우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가 어째서 천산에 있는 것이지?”“낙 원장님, 그 사실을 모르셨습니까? 세 시간 전, 장 선배님께서 막 오륙에서 돌아오셨습니다. 제가 그 소식을 듣고 즉시 그를 천산으로 초대했지요!”진 씨 어르신은 오륙과의 연락책이었으므로, 어떤 정보도 그의 귀를 피할 수 없었다.더군다나, 장자진 같은 신분이 천산 장씨 가문에 돌아와 놓고도 천산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천산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진 씨 어르신의 말을 들은 낙장생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 보아, 오륙의 강자들이 돌아올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그는 진 씨 어르신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가보게. 하지만 한지훈과 가급적 충돌은 피하도록 해라. 내가 보기에, 오륙의 강자들은 열흘 내로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그전까지는 우리 천산이 굳이 한지훈과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오륙의 강자들을 이용해 그를 제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진 씨 어르신이 즉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 잘 이해했습니다!”그리고는 급히 몸을 돌려 장자진을 따라 나갔다.몇 시간 후, 진 씨 어르신과 장자진은 한지훈이 머물고 있는 한씨 공관 앞에 도착했다.진 씨 어르신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장자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천검종 제자들에게 명령했다.“한지훈에게 당장 나와서 나를 맞이하라고 전하라! 오륙의 서천술 대인의 적계 제자 장자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