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조 씨 노인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가슴을 부여잡은 채 겨우겨우 호천이 있는 방향으로 무릎을 꿇었다. “네 스승은 괜찮으시대?”한편 호천은 나 씨 노인을 향해 곁눈질하며 물었다. “이미 백 년 동안 만나지도 못했는데, 제가 어찌 알 리가 있을까요?"나 씨 노인은 매우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호천은 갑자기 몸을 돌려 한지훈을 응시하며 말했다. “천성 구요의 비밀은 본래 자연에 있는 것이고,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나이다! 무념무구, 무생무사! 별빛은 본래 빛이 아니거니!”호천이 담담하게 내뱉은 한마디는,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지훈을 일깨우는 것 같았다. 그 말에 한지훈은 내심 마음이 흔들리게 되었고, 호천의 깨달음이 꽤나 놀랍다고 느끼기도 했다. 단 무념무구, 무생무사 이 여덟 글자만으로도, 호천은 일반 사람들보다도 깊은 깨달음을 갖고 있었다. “자기장은 성신의 중력으로서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고, 조석이 바로 그 자기장의 구현이노라. 사계절은 바로 자장의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 생사가 바로 우주의 본상이노라!”이내 한지훈 역시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역시 가르칠만한 유자야!”호천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용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방금 보여준 건 바로 호천의 직접적인 탐색이었다. 만약 한용이 말한 대로, 한지훈이 오성이 있다면 그의 말 뜻을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다. 반대로 한용이 거짓말을 한 거라면, 그는 한용을 그 자리에서 죽일 생각까지도 했다. “선배님 말씀, 감사드립니다!”한지훈은 호천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말했다. “그나저나 방금 보여주신 선배님의 뜻은, 사람은 물처럼 선해야 한다는 건가요?”한지훈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움직였다. 사실 물이 정말 부드럽긴 한걸가? 답은 아니다. 높은 산이든 바위든 물의 공세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작 물은 날카롭지는 않다. 부드러워 보이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난공불락이다. 방금 호천이 뱉
한용은 조 씨 노인을 한 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퉤!”그러자 조 씨 노인은 몸부림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불쾌한 눈빛으로 한용을 노려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절대 한지훈 가만 놔둘 수 없어! 내가 일단 이곳에서 하산하는 날이, 바로 너희들의 제삿날이 될 거야! 딱 기다려!”조 씨 노인은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는, 허 씨 노인과 나 씨 노인을 부축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한편 그 시각, 천수동천 동쪽에는 폭포, 서쪽에는 작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그 강가 중심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100미터 절벽 위 동굴의 주위에는 수려한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그 경치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사람들도 하여금 즐거움을 가져다주었고 숨 한 번 들이쉬어도 맑은 공기를 느끼게끔 하였다. “선배님, 이곳은 정말 고상한 곳이군요!”한지훈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저 산 좀 봐봐, 정말 산이 맞긴 한걸가?”호천은 먼 곳의 산들을 가리켰다. “산이긴 하지만, 실제 산은 아닌 거죠!” 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라니. 매우 심오한 말이긴 하지만, 한지훈은 방금 호천 덕분에 그 말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산수란 천지대로의 진화에 지나칠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도가 아닌 곳이 없긴 하지만, 도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자고로 도는 마치 원자와도 같다. 원자는 어떤 형태를 구성할 수도 있고 어떤 물질로 변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 그것이 고유적인 형태와 재질을 가지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원자가 아니다. 호천은 한지훈의 그런 오성이 꽤나 마음에 들어, 거듭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는 뒷산의 석굴을 가리키며 도청 전인에게 말했다. “나의 모든 검경 오성은 모두 저곳에 적어놨으니, 네가 직접 가서 확인해 봐!”도청 전인은 거듭하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석굴로 걸어갔다. “선배님, 그나저나 방금 하신 말씀 중에 천년의 난세가 일어나면 삼성이 나
아직 30여 명이나 더 있다고? 그 말에 한지훈은 크게 놀랐다. 다시 말하여 호천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도 기다리고 있는 거지. 용족 유적이 다시 등장하기만을… 그렇게 용족 유적 보물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결국 탐욕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는 거야. 이것이 바로 세상의 윤리야!”호천은 담담하게 먼 곳을 바라보며 유유히 말했다... 그는 사실 싸움에 끼어들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실력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빛에서 한지훈은 야망을 보아냈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도, 결국은 최종 목적을 위해 하나하나 나아가는 것이었다. 한지훈과 인연을 맺는 것도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려는 이유였다. 아직 아무런 사문이 없는 어린 후배인 한지훈을 자신의 편에 세워,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어 그의 은인이 되려는 계획을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호천은 한지훈에게 더욱 각별히 대한 것이었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일부를 한지훈에게 공유하여, 그로 하여금 한지훈의 심성도 높이고 실력까지 증강시켜 언젠가는 한지훈이 자신의 유력한 오른팔이 되게끔 배양하려는 계획도 있었다. 게다가 호천은 자신이 삼성도, 파군도, 칠살도 더우기는 탐랑일 가능성 역시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한지훈은 거의 칠살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만약 그의 판단이 들어맞기만 한다면, 용족 유적 보물은 이미 절반은 손에 넣은 셈이었다. “천성은 구요지만 실은 십요인 것 같은데. 넌 9성까지 깨닫긴 했지만, 정작 9성의 진정한 의미는 모르고 있는 거야!” 이내 호천은 천성구요의 비밀을 모두 이야기했다. 사실 조 씨 노인이 깨달은 천성구요는 아주 큰 결함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오성은 매우 낮아 차원을 전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분명히 그와는 달랐다. 호천이 한마디에도, 그는 천성구요에 대해 쉽게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자고로 천성이란 자연계에 매장된 자기장을 소환하는 것인데, 이는 마치 성신이 시시각각 지구상의 조석에 영향
“선배님, 칭찬 감사합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때, 뒷산 동굴에서는 이따금 굉음이 들려왔다. 산골짜기에서는 천둥 번개 소리가 울리더니, 무수한 먹구름이 온 천수동천을 덮어버렸다. “에휴, 내가 한평생 얻어낸 깨달음은 앞으로는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네!”호천은 무덤덤히 말했다. 산속에 울려 퍼진 천둥소리로부터, 호천은 틀림없이 도청 전인이 검경을 끌어들여 석벽의 기록을 전부 지워버린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호천에게 있어서, 과거의 깨달음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찮은 것이었다. 마지막 한 번의 천둥소리와 함께 산속에는 곧바로 광풍이 세차게 불더니 비까지 억수로 퍼붓기 시작했다. 무수한 빗물은 한곳에 모여 천수동천 앞의 강물을 더욱 세차게 만들었다. 그러자 호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이내 한 줄기 흰빛이 반짝이더니 온 하늘의 먹구름을 흩어버렸고 그제야 큰 비가 그쳤다. 그 광경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크게 놀라 충격을 금치 못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과 호천 사이의 차이는, 단지 심성 차이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방금 호천이 손가락 하나로 비구름을 물리친 수법은, 한지훈이라면 도무지 따라올 수 없었다. 사실 호천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남다름을 과시한 것이었고, 그의 눈빛에는 어린 후배를 나름 깔보는 오만함도 있었다. 기왕 한지훈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라면, 우선 그가 자신을 우러러보게끔 하고 싶었다. 이렇게 해야만 한지훈을 자신의 수중의 바둑돌로 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깊은 깨달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거든. 자세히 생각해 봐 봐, 방금도 내가 이미 분명하게 얘기했어!”호천은 말하면서 하늘을 가리켰다. 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설령 한지훈이 그 원리와 오묘함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자기장에 대한 장악력은 호천의 이러한 경지에 미치지는 못한다. “선배님은 역시 깊은 깨달음을 갖고 계시네요
뭐야?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씨 집안은 강중에 있는데,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이상 대체 누가 감히 나 씨 집안에 손 대려 한다는 거지? ”나 대표, 나 씨 집안은 강중에서도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그런데 대체 어떤 사람이 당신들한테 위협이 된 거야?“”한 선생님, 그게 사실... 천산 사람이에요!“나계홍은 떨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천산? 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나 씨 집안은 모두 일반인들이었기에, 천산이 굳이 그들을 위협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던 한지훈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나 곧 강중으로 돌아갈게!“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강중으로 달려갔다. 원래 한지훈은 먼저 용경으로 향하여 국왕을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급한 일이 생겼기에 당장 가서 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계획을 바꾸어 강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찍이 한지훈과 화산의 일전이 있을 당시, 용월은 강우연을 데리고 강중으로 향했다. 용경도 좋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위험천만한 상황이었기에 용경에 남는 것이 절대적인 우선은 아니었다. 강우연은 TV 라이브를 통해 한지훈과 화산 11로의 대결을 직접 목격하고서야 한지훈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젠 사태가 조금 안정된 이상 강우연은 당연히 강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필경 막내아들은 이제 겨우 4개월 밖에 안되였기에 계속하여 용경에서 지내기는 확실히 불편했다. 한지훈과 도청 전인이 한 씨 공관으로 돌아왔을 무렵, 용월과 용운은 한 무리의 신룡전 고수들을 데리고는 조용히 공관을 지키고 있었다. ”전주님, 돌아오셨습니까!“용운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한지훈을 맞이하였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용운과 용월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 두 사람의 성장은, 3대 용존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용운은 한지훈을 따라 함께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위층에 도착하니, 나계홍은 수심에 찬 얼굴로 앉아 강우연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는 한지훈을 보자마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에게 다가갔다. “한 선생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오래간만에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저도 용기나 생기네요.”나계홍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한지훈은 그런 나계홍을 흘깃 보고는 소파 앞에 다가가 앉았다. “나 대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계홍은 강우연의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오직 나 씨 집안의 일이었고 한지훈과는 일절 아무런 연관이 없었기에 나계홍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나 대표님한테 조카 하나가 있어요. 이름은 나한우라고 하고요. 작년에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최근에는 두 집안이랑 같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바로 3일 전에 유세위라는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어요.”“나한우의 약혼녀인 두소령이, 자신의 아들인 유소봉의 여자친구라고 하면서 나 씨 집안더러 당장 두 씨 집안과 파혼하라고 강요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 대표님께서도 이 일을 신경도 쓰지 않고 단지 무례하게 소란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후 천산 쪽에서 글쎄 뜻밖에도 사람이 찾아와서 나 씨 집안에게 협박을 하더라고요. 만약 예정대로 결혼식을 거행한다면 나 씨 집안을 멸망시킬 거라고.”말을 마친 강우연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나계홍을 흘깃 보았다. 사실 강우연은 어제 이미 두소령을 만나, 그녀와 나한우 사이는 대체 어떤 관계인지 자세히 물었었다. 그 질문에 두소령은, 자신은 나한우가 아니면 시집가지 않겠다고 강우연에게 장담까지 했다. 유소봉이라는 남자는 사실 대학 시절부터 줄곧 그녀를 귀찮게 했다. 이전의 유 씨 집안은 나 씨 집안을 전혀 건드리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유 씨 집안은 천산이라는 큰 나무에 의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유 씨 집안은, 나 씨 집안이 오히려
나 씨 집안은 현재 강중에서, 이미 으뜸가는 가문이었다. 때문에 청첩장이 만들어지자마자, 강중에 있는 거의 모든 거물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것은 단지 나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나 씨 집안과 한지훈이 가장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며칠 전 라이브를 통해, 모든 사람들은 한지훈이 절대 무너지지 않았고 화산의 고수들을 제패하게 된 거로부터 한지훈에 대한 경외심이 더욱 커졌다. 한편 오늘의 신랑 나한우는 신부와 함께 화장을 하고 있었다. 두소령은 용모가 청초한 데다가, 아리따운 차림새까지 더해져 더욱 사람을 매료시켰다. 두 씨 집안은 비록 큰 영향력은 없지만, 그래도 중위층이라고는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작은 장사를 하는 집안이긴 하지만, 나 씨 집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은 지금의 나 씨 집안에게 있어서 그저 하나의 숫자에 불과했다. 영향력을 따지자면, 용국 전체에서 한지훈보다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나 씨 집안과 한지훈의 관계가 긴밀한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 씨 집안은 최대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강중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직접 전세까지 냈다. 게다가 관계를 들먹이며 부탁하여, 직접 강심 공원까지 통으로 빌려 장강에서 이 신혼부부를 위해 결혼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나 씨 집안의 큰 손에 강중의 거물들은 모두 감탄했다. 짧디 짧은 반년 사이에 나 씨 집안은 이젠 그들이 초월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지 나계홍이 애초에 내린 정확한 결정 덕이었다. 일시에 사람들은 수군수군 열띤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강중 방송국은 또 직접 이곳까지 달려와 실황 중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각, 강중 시구 한 낡은 저택에서는 뚱뚱하고 추하기 그지없는 한 젊은 남자가 두꺼운 안경을 걸친 채 긴장한 표정으로 눈앞의 한 중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년 남자의 주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
장홍학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고, 사존님. 제가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파렴치한 집안은 두소령을 빼앗기 위해 거의 집안의 모든 재산을 털어버려 지금 저희 유 씨 집안의 경영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리고 사실 두소령은 저희 소봉이한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 친구였고 대학에 가서는 같이 자주 점심 식사도 했죠! 게다가 주말이면 늘 함께 쇼핑하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령이 이 계집애가 나 씨 집안의 나한우한테 홀라당 반하고는, 잇달아 금전 공세까지 받으니 아예 속아 넘어간 겁니다!”“사존님께서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나 씨 집안은 하도 사업이 크고 게다가 재력까지 넘치지, 저희 소붕이는 어떻게든 소령을 되찾기 위해 제가 전에 새로 사준 차까지 전당포에 맡겼습니다!”“하지만 어쨌거나 저희 집안의 재력은 나 씨 집안과 비교했을 때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이죠! 그래서 지금 저희는 탈탈 털리게 된 지경인 겁니다! 그러니 부디 사존님께서 저희의 주인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유세위는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전의 그였다면, 절대 이렇게 허튼소리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필경 그들 유 씨 집안은 작은 소상인일 뿐이기에, 나 씨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천산이라는 든든한 배후가 있은 후로부터 유세위는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반면 여전히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장홍학의 모습에 유세위는 한마디 덧붙였다. “사존님, 제가 한가지 더 말씀드리죠. 사실 두소령은 지금까지도 저희 소봉이한테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소봉이한테 짧은 메시지까지 보냈었습니다!”“제가 보기에는 틀림없이 나 씨 집안이 두 씨 집안에 압박을 가해서, 소령이가 혼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한 것 같습니다!”그때 장홍학은 유세위를 흘겨보았다. 천산의 서검원장인 그는 눈치 하나는 빨랐다. 그렇기에 유세위의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는 속을 리가 없었다. 현실은 틀
“사실 우리 같은 경지에 이르게 되면, 모두들 알다시피 우린 그저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용심을 얻고 용족 유적지에 들어가야만 한 단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거지!”이천성은 매혹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확실히 매우 솔깃하긴 했다.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상대는 한지훈이다. “나에 대해서 꽤나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어떤 걸 가장 싫어하는지도 알려줄게. 난 남한테 비겁한 협박을 받는걸 가장 싫어해! 그리고 난 너랑 같은 편이 아니야!”“난 너와는 달리 더 강해지기 위해서 남은 일생을 사는 게 아니야. 내 인생은 오직 용국을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는 거야!”한지훈은 단 두 마디로 이천성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말에 이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린 더 이상 깊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것 같네. 이렇게 된 이상 난 이만 돌아갈게!”“부디 앞으로, 네가 방금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래!”이천성은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이천성이 떠나는 모습에 도청 천진의 표정은 굳어졌다. “한 선생님, 헌팅 리스트는 매우 위험한 겁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도맹약의 타깃에서 벗어나게 된 사람은 없습니다!”“제가 보기에는 일단은 잠시라도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중에 다시 천천히 협상해 보는 것도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그래? 저 놈이 말한 헌팅 리스트란게 정말 그렇게 대단해?”도청 전인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제 스승님께서 살아계실 때 일찍이 저한테 얘기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지만 예비는 확실히 헌팅 리스트에 올라 죽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원승환도 그 리스트에 올라 죽은 겁니다.” “하지만 오기의 죽음은 아직 확실치 않습니
그 말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천도 맹약이 사람까지 파견하여 자신에게 전하려는 한마디는 뭐였을까? 침묵하는 한지훈의 모습에, 이천성은 한지훈이 천도 맹약 네 글자에 깜짝 놀란 거라 생각했다. 필경 천도맹약은 역외에서 세력이 매우 커, 역외 양극 중의 일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천도맹약에 의해 선택된 자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었다. 복종하거나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천도맹약은 네가 이번 대결에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리고 천도맹약의 대표로서 참가하는 거야. 이는 너한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기회이지!”이천성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이천성의 오만한 표정에도, 한지훈은 사양하며 덤덤하게 대답하였다. 뭐? 이천성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서야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넌 아직 잘 모르나 본데 당시 오기가 왜 운명했는지 알아?”“그리고 예비는 대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기나 해?”이천성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1성 준 천신의 실력으로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들을 연달아 몰살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어. 넌 그만큼 매우 우수해!”“하지만 예비와 오기에 비하면 넌 아직 한참 모자라. 두 사람은 살해당할 당시 이미 인왕계의 정점을 찍고 있었거든!” “일단 천도맹약을 감히 거절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반드시 헌팅 리스트에 기록될 거야. 그리하여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도맹약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그 말에 도청 전인의 얼굴빛은 저절로 어두워졌다. 헌팅 리스트는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일단 리스트에 오르기만 하면 거의 피할 수 없었다. 도청 전인의 스승 역시 당시 실력이 줄곧 그렇게 저조했던 이유가 바로, 이 차트에 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스승은 역외에서 세속으로 도망쳐온 강자였기에, 괜히 강한 실력을 보여줬다가는 천도맹약이 주목할 수도 있었기 때
양령아와 허천을 양 씨 집안까지 보내고서야, 한지훈은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떠났다. 바로 그날 밤, 놀라운 소식이 미육 해군 본부에 전해졌다. “뭐? 로스터랑 칸트가 전부 죽었다고?”작전실에서 소식을 접한 백발의 노인은, 저도 모르게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록 그가 미육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매우 높긴 하지만, 로스터 또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가 미래의 로스피엘 가문의 후계 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로스터의 지위는 미육지에서 매우 높았다. 설령 유럽의 10대 가문이라 할지라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런데 그런 로스터가 용국에서 죽게 됐으니, 이는 양국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었다. “원수님, 바로 용국 북양 왕인 한지훈이 직접 두 사람을 죽였다고 합니다!” 한 부관이 조용히 말했다. “흥!”화가 난 노인은 냅다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고는 노호하며 말했다. “여봐라!”그의 한 마디와 함께, 어깨에 수많은 별을 단 백인 남자 10여 명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항모 함대를 손에 쥔 거물들이었다. 일단 그들이 명령만 내리면 십여 개의 항모 함대가 동시에 용국의 해안으로 돌진하게 된다. “원수님, 한지훈은 천신계 강자이지 되도록이면 역외 강자가 돌아오기 전까지는...”그러자 노인은 손을 살짝 흔들더니 이내 마음속의 분노를 꾹 눌렀다. “천신계라! 흥, 좋아. 그럼 내가 한번 지켜봐야겠어. 핵무기가 그놈한테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일단 핵무기를 동원한다면, 미육과 용국의 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대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원수님, 천신계 강자가 핵무기를 두려워하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핵무기를 동원한다면 용국은 전면적으로 보복에 나설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전면적 보복? 설마 너희들 그 놈들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겠지? 당장 가서 핵무기나 준비해! 뭐가 됐든 로스터 선생을 위해서라도 도리를 따져야지!”“그리고 이 결과가 어
“팍!”우렁찬 소리와 함께 칸트는 그 자리에서 7~8미터 떨어진 밖까지 굴러 나갔다. “난 오히려 궁금하네. 과연 누가 감히 내 눈앞에서 뻔뻔하게 이 자리를 떠나려 하는지!”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로스터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을 죽일 듯한 기세였다. 제대로 얻어맞은 칸트는 찌그러진 얼굴을 가리고는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노호하였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나 당장 함선에게 명령을 내려...”“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다시 손을 들어, 번개 같은 흰색 피련을 칸트 머리 위로 펼쳤다. “철컥!” 굉음과 함께 칸트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항산의 노인과 로스터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로스터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한지훈을 향해 중얼거렸다. “한지훈, 너... 네가 감히 날 건드리려 한다면 용국은 반드시...”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을 흔들었고 그러자 오릉군 가시가 순식간에 날아가 로스터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항산 노인은 얼굴이 창백해져, 로스터의 시체를 오랫동안 쳐다보고 나서야 연신 고개를 저으며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중얼거렸다. “망했어! 이젠 다 망했어!”한지훈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냅다 자신의 망토를 풀어 허천의 몸에 걸쳤다. 이내 용운은 번쩍이는 몸을 나려, 눈 깜짝할 사이에 별장 안 수십 명의 검은 옷 경호원들을 모두 죽였다. 양령아는 한지훈을 따라 밖으로 나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한 선생님, 이번 일 혹시...”“걱정 마, 그 누구든지 용국의 땅에서 용국 백성을 괴롭힐 수는 없어. 이건 규칙이야!”이내 한지훈은 양령아와 허천을 문어귀에 주차된 상무차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용월은 양령아와 허천을 위해 차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 일단 얼른 차에 타. 남은 일은 더 이상 너희들과는 무관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두 여자가 차에 탄 후에야 한지훈은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무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유일한 백인 남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은 모두 용인이었다. 이내 그중 한 용국 노인이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북양 왕, 우린 항산 사람이야!”한지훈이 직접 찾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주 씨 어르신은 곧바로 5대 명산에 연락을 보냈다. 혹시나 일이 크게 번져 서천술의 동맹 대계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5대 명산은 상의를 거친 후 비로소 몇 사람들을 파견하여 한지훈을 말리기로 한 것이다. “항산 사람?”한지훈은 노인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양 왕, 이번 일은 크게 벌려서는 안 돼.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모든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노인은 뒷짐을 진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필경 그들의 임무는 오직 로스터를 무사히 데려가는 것이었고, 다른 것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뭐라고? 평화롭게 해결하자고?”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온몸에 멍이 든 두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체 어떻게 평화롭게 해결할 수가 있는 건데!”그러자 노인은 말문이 막혔다. 한참이 지나서야 노인은 입을 열었다. “북양 왕,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대전이 곧 다가오고 있고 게다가 대전 장소는 로스트 선생의 장원이야!”“네가 지금 이렇게 구는 건 엄연히 다른 사람의 영토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으니, 더 이상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뭐? 다른 사람의 영토? 이곳의 땅은 모두 용국의 땅이야! 대체 언제부터 타인의 영토가 되었다는 거야!”“그리고 우리 용국 땅에서 우리 용인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하는 건 또 무슨 행위인데? 그것 자체가 도발이잖아!”“이...”노인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난 한 선생이 대세를 위해 신중하게 고려하기를 바랐는데...”“대세?”“흥! 용국 백성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무슨 대세가 있다는 거야?”“그리고 오늘 일은 그 누
용운도 엄연히 4성 천급 천왕이긴 하지만, 상대는 무려 4명의 천신계 고수들이었다. 4명의 천왕계 고수들이 힘을 합쳐 포위하는데 용운 한 사람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상대 네 명은 모두 백전백승의 베테랑들이었다. 용운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용월이 도와 나선다 하더라도 절대 이 네 사람의 적수는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로스터의 신분 역시 매우 특별했기에, 용운이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를 상대할 엄두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용국의 무종 역시 로스트 배후의 가문에게 항상 고개를 숙여야 했기 때문이다. 필경 대전이 코 앞까지 다가온 시점에 용국 무종은 미육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로스터 가문의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미육 제1가문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일단 용국 무종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한지훈 일행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주위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용운은 갑자기 펄쩍 뛰어올랐고 이내 준 천왕계 고수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단 한 수만으로 준 천왕계 고수는 피투성이가 되어 그 자리에서 숨을 멈췄다. 남은 천왕계 고수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용운의 주먹은 다시 한번 허공을 찔렀다. “팡팡팡!”연이어 들려오는 큰 소리에, 로스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그는 한지훈이 단지 겁을 주는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정말 손을 쓸 줄은 몰랐고 게다가 바로 즉사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로스터를 보호하던 천왕경 고수들이 모조리 살해되었다. 소식을 듣고 문 앞까지 달려온 경호원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그들 역시, 이 세상에는 열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해! 너희 용국, 설마 우리 가문에게 선전포고하려는 거야? 혹은 미육을 상대로 선전포고하는 거야?”로스터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이 순간, 겁먹은 건 티를 내서는 안되었기에 그
이내 검은 옷의 경호원은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문 밖으로 걸어갔다. 로스터는 칼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다시 손을 뻗어 양령아의 얼굴을 만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세게 차고 들어왔다. 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방문은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방금 밖으로 나선 세 사람은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 로스터의 발밑으로 굴러들어 왔다. “감히 저 여자들을 건드리기만 해 봐, 죽을 줄 알아!”그 순간, 홀 안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로스터는 죽어가는 칼을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보며 입구에 선 한지훈을 흘깃 보았다. 뿐만 아니라 2층에서 뛰어내린 검은 옷의 몇몇 사내들도 한지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로스터는 그저 한번 흘겨보기만 할 뿐, 피투성이가 된 칼을 보고도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사납게 웃었다. 그는 미육 제1가문의 자손이자 무도 세가 출신으로서, 어릴 때부터 여태까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은 수없이도 봐왔다. 그렇기에 이런 장면은 그에게 있어 딱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장원에는 칼이라는 한 명의 천왕계 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칼보다도 더 강한 네 명의 존재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가문에서 오랫동안 배양한 고수들이며, 하나같이 모두 천왕계 중에서도 상위권 강자들이었다. “용국에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놈이 있나 보네!”소파에 앉은 로스터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시가에 불을 붙인 채 크게 들이마셨다. 한지훈이 문을 부수고 들어서고 나서야, 용월과 용운도 성큼성큼 따라 들어왔다. 용월은 먼저 자신의 외투를 벗어내 양령아의 몸에 걸쳤다. 그러고 나서는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 “일단 옷 입어. 걱정 마, 이젠 괜찮아!” 이내 용월은 양령아와 허천을 데리고 한지훈의 뒤쪽으로 물러섰다. “한 선생님!”양령아는 감격에 찬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구하러 달려온 사람이 뜻밖에도 북양 왕일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젊고 예쁜 용국 여자 두 명이 거실로 끌려 나왔다. 두 여자애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옷도 단정하지 못했으며, 얼굴에는 또 몇 개의 선홍색 손바닥 자국 또한 있었다. 그야말로 매우 피폐해 보였다. 이 두 여자애는 바로 양령아와 허천이었다. 그들이 바로 엊그제 로스터에 의해 납치되어 온 용국 여자들이었다. 양령아는 자신이 용경에서 외국인에게 납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록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양 씨 집안에 소식을 보내긴 했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다. 로스터는 양령아와 허천을 힐끗 쳐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수모를 겪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말을 들어!”이내 그는 야한 속옷 두 벌을 양령아와 허천의 앞에 던졌다. “우리... 우리는 죽어도 너의 노리개가 되지는 않을 거야!”양령아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허천도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덜 고생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이것을 너희들한테 던진 건 너희들에게 엄연히 경고를 날리는 거야.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거든!”로스터는 손을 뻗어 양령아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그러나 그의 손이 양령아의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양령아는 그의 따귀를 때렸다. 탁한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자, 옆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그중 한 경호원은 바로 손을 들어 양령아의 얼굴을 때렸다. 비록 경호원의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의 전력은 오히려 양령아보다도 높았다. 준 천왕계 고수를 상대로, 양령아와 허천은 어디 반격할 힘이 있겠는가? 순간 양령아의 몸은 휘청거렸고 바로 옆 탁자에 부딪쳐 넘어지기까지 하자, 주위의 경호원들도 하하 웃기 시작했다. 양령아는 이를 악문 채 차갑게 고개를 들어 그 검은 옷의 경호원을 쳐다보았다. “너희들 대체 언제까지 순진한 척할 수 있는지 지켜보마!”로스터는 얼굴을 부여잡고는, 결국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양령아의 머리채를 잡고는 소리쳤다. “네 뒤에 아무리 강한 세력이 있더라도, 오늘은 아무도 너를 구하러
설령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매국이라는 큰 죄를 져서는 안 됐다. “대장로,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5대 명산이 언제 매국할 짓을 했다고!”“백여 년 전에 용국이 왜 열강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는지 너희들도 잘 알잖아. 바로 대전에서 졌기 때문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그 역사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거야?”“양령아 한 명이 죽더라도 용국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아. 그리고 만약 서 선배가 미육 역외 강자들과의 동맹을 맺는 데 성공한다면, 용국은 이번 대결에서도 필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야!”주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손을 높이 들어 그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탁! 비할 데 없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주 씨 어르신의 몸은 휘청거려 그 뒤의 지프차에 머리까지 부딪쳐 바람막이 유리를 산산조각 냈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리다니...”“팍!”한지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또 따귀를 후려쳤다. “당신이 나이를 지긋이 먹지만 않았더라도, 방금 난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 한지훈은 차갑게 주 씨 어르신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역외 강자들과는 무관 한 거고 오직 나 한지훈 한 사람이 일으킨 소행이야. 그러니 그들이 앞으로 보복하고 싶어도 나를 찾아오라고 해! 용국과는 무관하니까!”말을 마친 한지훈은 발걸음을 내디디고는 장원으로 향했다. 주 씨 어르신은 부어오른 얼굴을 가리고는 대장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지훈 말이 맞아. 우리 용인들은 죽어도 꼿꼿이 서서 죽으려고 해! 절대 구차하게 굴지는 않는 사람들이야!”대장로는 주 씨 어르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때 장원에 있던 한 금발의 남자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나 경호원은 옆에 있는 작은 문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고 안에 있던 두 명의 사내를 향해 말했다. “윌, 로스터 선생님께서 물으시는데 그 두 사람 동의했어?”윌이라는 남자는 고개를 돌려 검은 옷의 경호원을 흘깃 보고는 고개를